덴마크 여왕 생일과 군대

덴마크 여왕의 75번째 생일

어제는 한국에서는 세월호 1주년 추모일이었지만, 덴마크에서는 덴마크 여왕의 75번째 생일이었다. 어느 하루가 누구에게는 애도할 날이되고 누구에게는 경축할 날이 된다는게 인생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애도할 것은 애도하되,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이니… 이러한 가슴아픈 날이 다시금 없었으면 좋겠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같은 대형 사건 이후 이런 일은 설마 또 없겠지 했는데…

덴마크에서 생일은 어떤 의미일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컨셉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탄생 경축! 이런 의미인 듯 하다. 우리도 요즘은 거의 그렇게 바뀌었지만, 최소한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우기에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라는 내용이 꼭 들어있었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일반적으로는 Rounded Birthday라고 10년 단위의 순 개념을 크게 기념하고, 그 외에는 가볍게 가족끼리 식사하고 선물 주는 식으로 챙긴다. (역시나 애들은 제외… 항상 뻑적지근하게 하며, 우리와 달리 친구들만 초대하는 생일파티와 부모의 친구와 가족, 소수의 애들 친구를 초대한 생일파티 두번 정도 한다.) 그러나 여왕은 또 예외이다. 특히나 5년 단위로 조금 더 뻑적지근하게 하는 것 같다.

여왕 퍼레이드의 시작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의 시작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의 선봉, 왕실근위대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의 선봉, 왕실근위대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와 여왕(에메랄드색)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와 여왕(에메랄드색)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이 잔재(말똥) 청소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여왕 퍼레이드이 잔재(말똥) 청소차량
(Photo credit: Peter Brodersen)

어제 덴마크어 수업 말미에 덴마크어 선생님 Jørgen(요언)이 칠판에 이렇게 적었다.

“D. 9. april 1940 blev Danmark besat af tyskerne. D. 16. april 1940 blev princesse Margrette født. Hun bliver i dag 75 år og vi holder meget af hende!” (1940년 4월 9일, 덴마크는 독일에게 점령당했다. 1940년 4월 16일, 마르그레테 공주가 태어났다. 오늘 그녀는 75세가 되고, 우리는 그녀를 매우 좋아하고 아낀다!)

덴마크인의 인식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평등주의를 생각하면, 왕실을 유지하는 자체와 여왕의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국기(Dannebrog)를 걸고, 들고 흔들며 여왕에게 환호하는 모습 등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덴마크에 사는 외국인들이 참 아이러니 하다고 하는 부분인데, Jørgen은 바로 이것을 설명한 것이다. 1940년 덴마크가 독일에게 점령당했을 때, 바로 몇일 이후 있었던 공주탄생은 우울한 덴마크인에게 기쁨을 가져다준 존재였으며, 지금과 왕실이 보다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을 때 이러한 공주탄생은 행운의 상징같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장수하는 것에 대해 덴마크인은 기뻐하고, 75세가 된 것을 경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Jørgen은 자기가 여왕을 지키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자기는 군대에 자원입대했다고. 그래서 네가 물었다. 뽑기에서 낮은 숫자를 뽑았냐고. 그랬더니 맞단다. 그래도 자기는 왕실근위대에 지원했다고 덧붙이면서.

덴마크 군대

덴마크 군대는 징집이 원칙이다. 만 18세가 된 덴마크의 모든 남성은 우선 징집 대상이다. 2014년 10월에 발간된 덴마크 징집위원회의 통계집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에는 대상자 18,216명 중 48.05%가 적합대상자이며, 2015년 1월 발표된 덴마크 국방부 인사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총 4,159명이 징집되었다. 이중 자원입대율이 2014년에 97%에 달한다는 충격적 사실! 또한 전체 복무자 중 여자가 매년 다르지만 10~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눈을 끈다.

정부 민원서비스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만 18세가 된 덴마크 남성은 국방의 날 행사에 소집을 명하는 편지를 받게된다. 이 날은 국방부와 국가재난재해 관리위원회와 교육 및 직무 기회에 대해 소개하고, 징집대상자의 복무적합도를 측정하는 날이다. 이는 덴마크 거주중인 모든 덴마크남성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여성의 경우에도 만 18세가 되면 국방의 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자원 입대 희망시 복무적합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하는 편지를 받게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징집 방식! 복무 적합이 판정된 징집대상자는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번호는 1번부터 숫자가 나열이 되어 있고, 조커와 비슷한 자유숫자도 있다. 연간 징집인원수가 크게 변동하지 않기 떄문에, 4천~6천명 정도가 간다고 보면 된다. 낮은 숫자를 뽑을수록 징집확률이 높아진다. 1번은 무조건 가는 것이고, 8천번은 안가는 것이다. 그런데 4천~6천번에 해당하는 번호를 뽑은 사람은 내가 징집이 될지 아닐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운이 좋으면 안가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가는 것이다. (역시나, 대부분의 덴마크인도 군대는 안가고 싶어한다. 하하하.)

여기서 자원입대가 생긴다. 물론 그냥 자원입대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꽤나 된다. 여성 복무자 모두는 자원입대자이니. 그러나 여기에선 정말 군대가고 싶어해서 가는 사람 말고, 의도치 않게 자원입대하는 사람을 이야기 해보자. 내가 갈지 안갈지 모르는 상황이든, 갈 것을 아는 상황이든 자원을 하면 배치에 있어서 자대배치에 있어서 입대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준다고 한다. (물론 꼭 존중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니, 입대가 거의 확실하다 싶으면 그 해의 배치인원이 발표되어 자기의 입대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그냥 자원을 하는 것이다. 최대한 안가고 싶으면, 애매한 숫자를 뽑아도 버티다가 징집되면 가고 아니면 안가려는 사람이 있어서 비자원 입대자 비율이 10%를 밑도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말 군대 가고 싶어서 가려는 자원입대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전에는 평균 복무기간이 1년정도로 지금보다 길었는데, 요즘 일반 복무가 4개월에 불과하고, 경기병 연대만 12개월, 왕실요트 대네브로(Dannebrog, 덴마크 국기 이름)에 승선하는 부대와 국가재난재해 관리위원회는 9개월, 왕실 근위대는 8개월 복무한다. 우리보다 복무기간이 훨씬 짧기때문에 비자원입대자의 비율이 5%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그리고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하기 전에 뭔가 다른 것을 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덴마크 학생들에게 군대가 꼭 불행한 옵션은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덴마크 왕실 근위대 도열장면 (Photo credit: Angelangelv2, wikipedia)

덴마크 왕실 근위대 도열장면
(Photo credit: Angelangelv2, wikipedia)

자원입대가 어쩌구 저쩌구 해고, 결국 덴마크 군대는 뽑기부터 하고 간다는 결론이다. 국방수요가 낮으니 이런 일도 일어난다는 놀라운 사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비행기가 스웨덴과 덴마크 영공을 돌다가고, 러시아 잠수함이 스웨덴과 덴마크 인근 해역을 오고가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크림반도의 불안정한 정정상태 등을 계기로 국방 규모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뽑기는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한다.

오늘은 덴마크 여왕의 75번째 생일. 여왕은 DU? DE?

덴마크어에 유일한 존칭이라면 De(2인칭 존칭대명사, 일반 대명사는 Du이다.)가 있다. 사실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우리처럼 복잡한 존댓말이 없다는 것은, ‘다 반말하는게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나 여러가지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우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말도 엄청 깍듯한 존댓말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장(진지 잡수셨어요?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이런 말은 왠지 문어체처럼 들릴 지경이다.)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도 1848년 사회혁명 이후 평등사회로 전환하면서,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며 De를 안쓰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었다. (이 당시 유럽을 휩쓴 사회 개혁 혁명이 덴마크에서도 일어나, 왕정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이 되었으며, 따라서 그전 있었던 신분사회가 평등사회로 전환되었다. 세계 2차대전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사회 변화가 많이 일어나, Hellerup, Klampenborg 등지에 뼈대있는 집안의 일부 몰지각한 Snobbish를 제외하면, 차별이 드문 평등사회로 큰 변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아예 사용이 되지 않는 것은 또 아니라 배우긴 배워야 한다. 그래봐야 인칭 변형이 3인칭 복수와 같아서 어렵진 않다. 지난 화요일 수업에서 Du와 De의 사용에 대해 토의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고령의 보수적인 사람중 소수는 Du 사용에 기분 상할 수도 있으므로, 뭐라 부를 지 물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마침 월요일에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75번째 생일(남편인 헨릭은 뭐라 불리냐면, Prince Henrik이다.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이상해진다. 왕자. 왕의 아들… 음… 여왕의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니… 흠흠…)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 기자가 Du라고 여왕을 칭하며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는데?”라며 여왕이 대답했고, 주변 기자들이 웃었다.. 자신에게 Du 쓰지 말라는 이야기다. 상징적인 의미의 여왕이지만, 여왕에겐 De를 쓰는 것이 일반이다. 이 에피소드를 뉴스에서 다뤘던 게 마침 전날인데, 수업에 Du와 De 용처에 대해 논하니 웃음이 피식 나와서, “여왕에겐 Du를 쓰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라고 답을 했더니 선생이 자기도 봤다면서 피식 웃더라. 그렇지만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간에는, 막상 누군가를 De로 호칭하면, 나이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부담스러워하면서 다 나를 Du로 부른다고, 너도 나를 Du로 부르라고 이야기해준다. (헷갈리면, Hey, dude.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음…)

생일이면 나와서 왕실 가족이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든다. 제일 오른쪽 둘째 왕자 요아킴과는 대사관 행사 때 만나서 인사도 한번 해봤다. 인기는 별로 없는 왕자

생일이면 나와서 왕실 가족이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든다. 제일 오른쪽 둘째 왕자 요아킴과는 대사관 행사 때 만나서 인사도 한번 해봤다. 인기는 별로 없는 왕자

여왕의 생일이면, 여왕이 왕궁 발코니에 나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막대한 세금으로 유지되는 왕실은 언젠가 없어질 것이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옌스가 출근 전, “오늘 여왕 생일이다.”라고 이야기하길래, “나도 나가서 여왕 손흔드는거 보면서 환호해야해?”라고 물어보니, “아니. 라면서 창밖을 가리키며, 저기서 내일 그렇게 해.”라는 거다. 음? 여왕이 이곳 Dyssegård까지 촘촘히 순방을?하는 생각에 갸우뚱 하니, 자기 생일이니 그렇게 하라는거다. 하하하. 내일 동네방네 부끄러워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내려가서 해줄까 생각중이다. 우리는 황당한 커플이니까. 옌스도 은근 좋아할 듯?

여왕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왕실이 남아있지 않은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한 것들이 있다. 여왕 신년사와 같은 것들인데, 이는 나중에 또 다뤄보고자 한다.

덴마크에서 친구 사귀기

덴마크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특히 덴마크인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특히나 어렵다. 이는 덴마크로 이주해 온 외국인이 흔히 하는 불평중 하나다. 외국인을 위한 덴마크인 이해하기 강좌 등에 가보면, 덴마크인을 코코넛에 비유하곤 한다. 처음에 껍질을 깨고 그 내면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페인 등 남유럽쪽 사람들은 타인을 쉽게 친구로 맞이하곤 하는데, 사실 그 내면 깊숙한 곳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이유로 복숭아 같다고하며 이 둘을 비교해 설명하는데, 다들 참 적절한 비유라고 이야기한다. (어학원에서 만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온 남유럽 사람들 또한 매우 공감하던 이야기다.) 이는 꼭 덴마크에 온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다가 새로이 코펜하겐으로 이사온 덴마크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덴마크인과 가족이 되지 않고는 덴마크인의 주류 사회로 편입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친구를 사귀는 길이라고. 그러나 사실 남자친구/남편의 가족은 가족이지만 또 친구와는 다르다. 가족이 있다고 해서 친구가 필요없는 건 아닌 것처럼. 또한 그의 친구는 그의 친구이지, 내 친구는 아니다. 물론 가깝게 지내고 소식 들으면 반갑고 언젠가는 정말 가까운 사람이 되겠지만, 그건 남자친구 또는 남편을 매개로 한 관계이기 때문에 따로 만나고 할 관계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덴마크인은 다른 나라에서는 친구로 분류할 사람들을 아는 사람으로 분류할만큼 친구에 대한 정의가 참 까다롭다. 덴마크식 정의로 하자면, 내 친구중의 대부분을 아는 사람으로 쳐내야 할 정도다.

물론 대학생활을 같이 하는 경우는 다소 예외로 봐야 한다. 모든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감히 섣불리 예단하자면, 많은 나라에서 학생은 쉽게 친구가 되니까.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직장은 내 입맛과 상관없이 조직이 원하는 대로 물리적으로 필요한 인간관계가 구성이 되고, 좋든 싫든 만나야 하는 사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친구가 생기긴 하지만, 한국처럼 회식문화가 없는 덴마크에선 그렇게 되기 어렵다. 결혼식 때 직장 동료를 초대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가족 중심적인 덴마크 사회에선 근무시간이 딱 끝나면 여러가지 가정 내 의무와 책임을 위해 빨리 퇴근해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일 끝나고 한잔?’ 이런 것이 힘들다. 뭘 하려면 최소 1~2주 전에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친구를 사귀려는 관계 초반에 어찌 그렇게 플랜 잡고 하게 되나? 잘 안된다.

결국 외국인들은 주로 외국인을 많이 사귀게 된다. 외국인과 사귀는 게 나쁜 건 절대 아닌데, 정착을 하려는 사람이 아닌 경우, 다 친해지고 나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에 친구의 씨앗을 뿌리는 셈인데, 내 친구들도 이미 여기저기 전세계에 많이 흩어져 있는 탓에 이미 익숙은 하지만, 내 일상을 시차 없이, 얼굴 보고 만나서 부담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 하나쯤은 자기 사는 도시에 갖고 싶은 것이 인간 마음일 것이다. 미리 몇일전에 약속 잡고 봐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순간 생각나서 문자 한 통 보내거나, 전화 한 통 해서 얼굴 볼 수 있는 그런 사람.

덴마크어 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한 명의 친구, Amanda. 그녀는 나의 이러한 갈증을 채워준 친구이다. 미국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두가지 문화를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덴마크에서 살 생각으로 완전히 건너왔다. 지금은 수업을 같이 듣지는 않지만, 그 밖에 따로 만나서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나중에 같이 아프리카 여행도 같이 하자고 이야기한 친구이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거의 10살 가까이 나지만, 나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고, 참 성숙한 친구다. 공통점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고,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친구이다. 과장이 없고, 담백한, 그리고 인생의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 자신에 대한 사랑도 충분하고, 타인에 대해 사랑할 수 있고, 혼자 설 수 있는 친구이다. 어렸을 적 사귀는 친구는 처음 케미스트리가 맞지 않아도 어린 날 다른 서로에게 고무찰흙처럼 서로 맞추어가면서 친해지고, 장단점 서로 끌어안고 가까워지기 좋지만, 나이가 어느정도 들어서 사귀는 친구는 초반 케미스트리가 맞지 않으면 가까워지기 어려운데, 그녀는 친구로서의 케미스트리도 맞고, 서로에게 수업을 같이 들은 다섯 달이라는 시간동안 서서히 맞춰가면서 성향도 잘 파악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아있고, 항상 서로에 대해 궁금하고, 걱정해주고, 오랫만에 만나도 바로 엊그제 만난 것처럼 멀어지지 않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는 다르지만, 그들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그녀. 참 좋다. 지난 2년간 고생해서 친구 두 명을 얻고, 한명은 스위스로 떠나보냈지만, 그래도 한명은 앞으로 이 곳에 계속 남아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하다.

터키 여행을 다녀온 그녀가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는 향신료를 사왔다. 터키의 달달한 스위트도 먹어가면서 커피 한 잔 하는 일이 참 편안하고 즐거웠다. 집중력 저하에 대한 극복 방법 등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헤어지고 나니, 그간 뭔지 약간 부족한 듯 했던 마음 한켠이 탁 채워졌다. 내가 한국으로 1주 다녀오고, 그녀가 터키로 1주 다녀올 2주 동안 옌스와 가족 외엔 별로 이야기를 길게 나눌 일이 없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옌스가 아무리 좋고 그래도, 인간은 개인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덴마크에서 친구 사귀기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좋은 친구 한 명 얻은 것이 어찌나 기쁜지… 오늘 하루 마음이 푸근하다.

For or Til?

Prepositions have many meanings and therefore translate poorly between languages. For in English is not always for in Danish – it may be til or i etc. The Danish prepositions for and til each have about fifty different meanings. If you think in English while speaking Danish, you will overuse for. This exercise is therefore focused on the meaning of the English for expressed by til.

Source: http://basby.dk/modul1/for01.htm

덴마크에서 연애하기

나와 내 남자친구(뭔가 아이들이 쓰는 말 같긴 하지만, 약혼자라는 말은 입에 영원히 붙지 않을 거 같다. 애인이라는 말도… 사실 연인은 친구의 기능도 매우 충실히 해야 하며, 나는 이성애자인 관계로 성별은 남자여야 하니, 남자친구란 말이 틀린 것도 없고.)는 남들이 보면 심심할 데이트를 한다. 동네 한바퀴나 코펜하겐 시내를 산책하거나, 근처 공원에 가서 각자 딴 일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커피숍(맨날 가는데만 가는 사람들…)에 가서 신문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쉴 때 대화를 한다. 아마 같이 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살림을 합치기 전에도 비슷한 생활 패턴이었는데. 주로 집에서 하는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영화를 보고, 와인을 마시고 뭘 해도 주로 집에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 문화적 차이와 개인적 차이를 구분해 내기란 참 어렵다. 하물며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안에서도 크게 다른 지역적 특성을 찾아볼 수 있고, 그 안에서도 무수히 다른 삶의 양태를 찾을 수 있는데, 뭔가를 덴마크인은 이렇게 한다, 인도인은 이렇게 한다(이 두 나라에서만 살아본 탓에…)고 쉽게 일반화시킬 수는 없으니…

그렇지만 주로 집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 등은 덴마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이트 방식이다. 그러니 덴마크적 특성이라고 봐도 좋겠다. 많은 연애를 해봤지만(주로 짧은 데이트에 그치고 말았지만…) 대부분이 한국에서 있었던 일인지라, 두나라의 다른 데이트방식에 대해 비교를 하게 되는데, 뭐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긴 힘들고, 나에게 어떤게 잘 맞는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데이트하면, 뭔가 코스가 필요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닌데, 남자친구는 항상 좋은 코스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코스를 밟아가면서 즐기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어떤 면에선 참 까다로운 나이지만, 우선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에게는 크게 까다롭게 굴지 않는 나였기에 그 준비된 코스가 마음에 안들어서 싸우거나 그런 건 없었다. 착해서는 절대 아니고, 뭐가 되었든 마음에 안들어하면 손해보는 게 나라서 그런 실용주의적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다.

형식적인 것을 배격하는 덴마크인의 실용주의는 사회 전반에서 발견된다. 이제 2년 가까이 살고 나니 그런 모습을 여기저기서 많이 느끼게 된다. 밖에 나가서 먹으면 돈이 많이 든다. 물론 어떤 데이트코스를 찾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조금 우아하게 먹고 마시자고 밖으로 나가면 억수로 돈이 깨진다. 예를 들어 일주년 기념으로 옌스가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여기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제일 비싼 미슐랭 스타급 고급 레스토랑 바로 아래급 레스토랑을 갔다. 5코스 식사 2인에 가장 낮은 가격대의 와인 한병, 식전 샴페인 가장 저렴한 것으로 한잔씩 해서 먹고 나니 60만원이 나왔다. 입이 떡 벌어질 가격이다. 이런 밖에서의 식사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한국에서 여러번에 나눠할 외식을 정말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몇번 안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변에 커플들을 보아도, 외식은 잘 안한다. 사실 덴마크에서 외식 엄청하고 살면, 아주 부자가 아닌 한 파산하기 마련이다. 막대한 세금으로, 한달의 가처분 소득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비해 물가가 2~3배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소엔 다들 영화도 집에서 주로 보고, 와인도 집에서 마시고, 식사도 집에서 하면서 데이트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기 참 힘든 것이, 결혼 전에는 주로 혼자 살지도 않고, 외식업이 발달해 있고 경쟁이 치열해서, 밖에서 사먹는게 집에서 비슷하게 해먹는 것보다 딱히 비쌀게 없고, 자주 요리 안해먹는 사람에겐 오히려 집에서 해먹는 게, 기본재료 갖추느라 더 비싸지기조차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누군가를 데려오는 건 결혼할 사람이나 데려온다는 집이 많아서(요즘은 좀 변하고 있으려나…?) 밖에서 봐야 하고…

그리고 한국보다는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한국에 비춰진 것처럼 직업에 귀천도 없고, 남 시선 하나도 신경 안쓰고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비싼 물건들이 아니라서 그렇지, 여기도 3초백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보이는 백팩(스웨덴산 Fjallraven, 한국에서도 엄청 메는 듯?)이 있고, 여자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DAY Birger et Mikkelsen 쇼퍼백이 있으며, ‘덴마크인처럼 보이는 법’이라고 덴마크인의 유행 사랑을 비꼰 글들도 있다. 그렇지만, 자기가 뭔가를 함에 있어서 어거지로 남들눈에 좋아보이는 일이라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굳이 하지는 않는다. 경험의 측면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중시한다.

여자에게는 남자친구가 데이트코스를 짜줘야만 하고, 좋은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하며, 남들 보기 화려한 것을 해야하고, 남자가 가방을 들어줘야 하고, 뻑적지근한 선물을 받아야 하고, 데이트 비용은 주로 남자가 내줘야 한다면, 덴마크의 데이트라이프는 참 고달퍼진다. 남자가 대충 맛있는 사 먹이고, 처음에만 바짝 잘해주고 그다음엔 대충 편한대로 하고, 집안일 잘 못하고, 돈으로 떼우려고 하면 또 참 고달퍼진다. 덴마크에서 연애란 인간대 인간이 만나서 하는 것이다.

옌스의 1주년 기념 선물 Matador DVD와 포장에 써준 사랑스런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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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뭔가 엄청 가족파괴현상이 일어나고 결혼도 기피하는 그런 사회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곪는 관계를 속 썩여가면서 두지 않으려고 하고, 제도적인 것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따라 나라 밖에서 보기에 그리 보여지는 것 뿐이다. 가족과 보는 횟수는 더 적어도, 더 자주 연락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고, 가족간에 챙기는 마음이 한국과 다름 없거나 더하기도 하다. 부양이라는 문제가 가슴을 짖누르는 경우가 한국보다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 최소한의 복지가 삶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을 주니… 결혼 없이 동거로만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게 한국에서 갖는 의무에서부터 자유로우려고 하는게 아니라, 굳이 나라에서 내 가족관계를 인증해줄 필요 없다면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밀당같은거 못하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연애하는 거 좋아하는 나에게 덴마크는 좋은 연애의 장이다. 결혼하면 연애가 끝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그리고 옌스와 함께라면 앞으로 남은 반평생, 혹은 생명연장의 시대에 사니 남은 2/3의 인생동안 계속 알콩달콩 유치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불편한 삶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나같은 사람에게 덴마크는 참 좋은 땅이다. (아… 비영어권이라는 거 하나 빼고… 하하하.)

덴마크어 공부하기

덴마크어를 한국에서 배우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교재를 구하기도, 과정을 찾기도 어렵다. 영어로 된 교재를 찾는 것도 어려운데, 한국어로 되어 있는 교재를 찾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그러나, 기쁘게도 영어로 되어 있는 교재는 늘어나고 있다. 아이북스를 통해새도 덴마크어 책과 동사변형 책, 문법 책 등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몇가지 온라인 교재가 있는데,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1. http://onlinedansk.ventures.dk/ – 온라인댄스크(온라인 덴마크어). 어디선가 링크를 옮겨타다가,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찾아보니 어디에서 이를 봤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학원에서 모듈체게와 EVA체계로 배우는 내용을 순서대로 담았다. 이런 사이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매우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예전 모듈 복습할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 http://basby.dk/ – 배스뷔(덴마크 성 중에 하나). 문법과 발음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Studieskolen이라는 코펜하겐 소재 어학원(현재 나는 모듈 2까지 다른 학원에 다니다가 지난 주부터 이곳으로 옮겼는데, 최고의 학원이라고 할 만 하다고 느꼈다. 그간 수업시간 문제로 집근처 어학원에 다니다가 영 안맞아서 옮겼는데, 구관이 꼭 명관은 아닌 모양이다.)의 선생님인 Anders Basby(애너스 배스뷔)가 운영하는 페이지인데, 아주 훌륭한 사이트다.
  3. http://lexin-billedtema.emu.dk/billedtema/sprog/dansk.html – 렉신 빌를테마(어휘-사진테마). 덴마크 어휘 학습에 탁월한 사이트다. 그림과 함께 단어를 학습할 수 있고, 덴마크에 많이 거주하는 나라 언어를 중심으로 번역된 내용을 제공한다. 영어로 학습하면 충분하다. 사실 영어로도 모를 단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기에 굳이 영어로 번역해서 볼 필요도 없다.
  4. http://www.alfabetaforlag.dk/ – 알파베타포레이(알파베타 출판사). 덴마크어 교재 출판사 홈페이지다. 책마다 듣기와 영상파일, 해당 파일에 대한 텍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듣기 공부에 참 좋은 것이, 온라인댄스크는 외국인 학습자에 맞추어 발음을 정확하고 천천히 해주는 데 반해, 이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파일은 일상 대화와 같이 주어진다.
  5. https://www.duolingo.com/ – 듀오링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듀오링고는 모바일 앱으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덴마크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어느정도 학습이 이뤄진 다음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썼지만, 덴마크어는 영어 및 독일어와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덴마크어는 북게르만어군, 영어는 서게르만어군에 속하며, 게르만어는 독어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분화된 형제 언어라 다르긴 하지만, 문법이 상당히 유사해, 두 언어간 문법적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다. 직역을 했을 때 의미가 상당히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이 때문에 비영어권 국가 중 가장 영어를 잘한다는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표현들도 있다. 이것은 나중에 다뤄볼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구글 번역이 쓸만하게 작동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덴마크어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발음이다. 덴마크인은 유독 발음에 까다롭다. 정확한 위치에 단어 상의 강세와 문장 상의 강조를 지키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부드러운 D는 처음 배울 때는 토하는 발음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Rød grød med fløde(크림을 얹은 빨간 그뢸(횔과 뢸의 중간발음, 콩포트류의 덴마크 과일 조림)은 덴마크어를 배운다고 하면 간혹 해보라고 시키는 문구중 하나이다. 덴마크어 초급 때 저 발음 하려면 진짜 구토할 것 같다. 목 뒷쪽을 쓰는 소리라 그렇다.

Rød grød med fløde

Rød grød med fløde

따라서 덴마크어에서 발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어를 배울 때 발음에 집착하던 나에게 유난을 떤다고 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덴마크어는 선생님들 조차도 간혹 학생들의 발음을 잘 못알아듣곤 한다. 이러한 발음에 대한 집착은 덴마크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학습 기반이 될 것이다.

오늘 학원 수업을 마치고 S-tog (일종의 광역도시간 열차 정도 되겠다.)를 기다리는데, 하필 배차시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늘어나는 시간대에 막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도착을 해서 뭔가를 할 짬이 났다. 덴마크어 동사변형을 외우려고 앱을 열고 중얼중얼하다가, 아… 앞으로 10년은 해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 힘이 들기도 했다. 삼십대 중반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러나 다시금, 이건 내 선택이고, 원래 언어 배우는 거 좋아하잖아. 하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한국가서 옌스와 이야기 할 때, 남들이 못알아 듣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 덴마크어로 이야기를 하니 우리만의 비밀언어가 생긴 거 같아서 재미있었다. 유치한 우리 커플에겐 이런 소소한 거리들이 참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는데, 그런 건 또 적어봐야겠다. 시간이 지나도 보면서 다시 웃을 수 있게…

실업자의 게으른 하루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하루를 꾸리는 것이 전적으로 나의 몫이 된다.

아침에 눈을 비비적 거리면서 옌스에게 출근 인사를 하는 것이 시작이다. 의욕에 찬 날이면 미리 일어나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정갈히 입는 정도의 예의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면 잠옷 바람으로 산발머리를 하고 카페인 공급차 커피한잔 내리는 게 다이다.

항상 짧은 번아웃 주기를 갖고 있는 나에게는 이러한 패턴이 자주 반복된다. 그래도 내리막길로 들어섰을 떄 나를 과하게 힐난하며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거나, 최소한 그렇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는 면에서 적은 죄책감과 함께 오르막길로 다시 돌아서곤 한다.

요 며칠간은 내리막길이다. 내 안의 나을 너무 비난하지 않고 잘 달래서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한다.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주변 정리를 하기 싫어지고, 미루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사람과의 연락에서도 좋은 답을 하기 위해 3분이면 답을 할 일도 3일이나 심하면 일주일을 미루게 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하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놓아버리는 것이 완벽주의자의 성향인데, 딱 내 이야기다.

오늘은 특히나 밤에 잠을 잘 못잔 탓에 커피 한잔에도 잠이 영 깨지 않아, 침대로 돌아가 누워 잠을 잤다. 8시에 들어가서 10시 반에 다시 일어났으니… 그나마 이시간에 일어난 것은 배꼽시계가 울렸기 때문이다.

요즘 영 입맛이 없다. 냉장고를 열었다가 한숨쉬면서 닫는 게 일상이다. 뭐든 해먹으려면 해먹을 수 있지만, 내가 해먹고 싶은 것은 여기서 재료값이 비싸고, 특정 장소에 가서 재료를 사야 하기 때문에 선뜻 떠올랐을 때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그래도 뭔가는 먹어야 하니… 하면서 떠오른 것은 라면. 수출용 신라면은 별로 맵지가 않다. 달걀을 넣었더니 진라면 같이 되어버렸길래, 이번엔 달걀도 없겠다, 그냥 끓였다. 순간 떠오른 것이 캡사이신 소스. 한국에서 얼마전 특별히 조달해왔다. 아… 과유불급이라 하였던가. 속이 엄청 쓰리다. 국물은 그냥 하수구로 부어버렸다. 아까워라. 결국은 속까지 쓰리길래 옆에 굴러다니는 크래커를 한통 비웠다. 칼로리를 소비해야 하는데, 앉은 자리에서 정크 푸드를 두개나 위에 쑤셔넣었으니.

식기세척기라는 럭셔리는 사람의 게으름을 더 부추기는 아이템이다. 그래도 진정 부엌의 혁신자라고 할 수 있다. 엉망인 부엌도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하나씩 넣다보면, 금방 정리가 끝난다.

덴마크어 학원 가야 하는데, 숙제를 다 하지 못했다.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인터넷 서핑을 수시로 하게 된다. 중간중간, 너 이러면 안돼!를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외쳐야 하는지 모른다. 멀티태스킹을 해야하는 회사생활이 오래되다보니, 뇌구조가 변했다보다. 멀티태스킹도 잘 못하지만 모노태스킹에 큰 장애가 생겼다. 빨리 학교생활을 해서, 공부에 쫓겨야만 할 것 같다. 간신히 스스로를 달래가며 숙제를 끝내서 잘 프린트 한다음 가방을 챙기고 수업에 뛰어갔다. 수업시간엔 집중이 잘 되고, 공부가 재미있는 거 보면, 대학원 복학 후 삶이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오는 길에, 저녁 찬거리를 고민하다가 맥도널드에 들렀다. 오늘 하루는 정말 불량식품으로 점철되었다. 집에 와서 이것저것 잡스러운 글을 읽고, 상념에 잠기다보니 시간이 휙하고 흘러갔다.

이제 곧 자야할 시간이다.

To say thank you, admitting that I am ignorant.

One day, I realized that I didn’t say thank you enough in certain situations, even though I felt that way. The situations were mostly at work. (I quit my job lately by the way.) I was supposed to do something but I didn’t know too much about it, maybe because it was something new or I hadn’t learned how to do it yet. Most likely senior colleagues helped me to tackle the tasks. Sometimes  it took a bit long time and the person should stay longer at work only to help me. I wanted to be an excellent and competent person at work who knew how to do anything and everything so well. So those moments, needing big help from others, were embarrassing and I felt sorry about that. I seriously said that I was sorry after just briefly saying that I thanked the person. Or sometimes I even omitted to say thank you, assuming that the person would definitely and telepathically understand that I thank the one. Maybe it is partly a Korean thing, like people abashedly smiling when they made a mistake. But it can vary from a person to the other. So I don’t want to blame our culture.

How I realized that I didn’t say thank you enough was from a conversation with a colleague. He had always been straight forward about his opinion and said that I didn’t thank him enough for his massive help. That struck me. My presumption was wrong and people didn’t know how I felt. And I also realized that I actually didn’t thank others enough seriously. It was more about my ego that hurt. I focused more on how embarrassing I was than how I should be grateful to the person and appreciate his/her efforts.

I was arrogant, though I thought to be humble. I didn’t want to admit that I would make just as many mistakes as others and I was arrogant.

I may act being arrogant sometimes not knowingly, in a sense that being embarrassed to admit that I am ignorant about something. Then I tell myself that there are so many things to learn and there’s no reason to be embarrassed about not knowing things. Danish Janteloven, but in a positive elaboration of which, gives me a great lesson in that sense.

Let’s say thank you, appreciate things that are given. That would make a person humble, happy and be ready to grow and improve. 🙂

Learning Danish as a Foreign Language

Learning Danish is difficult mostly because of its tricky pronunciation. People say that it sounds like speaking German having a potato in the mouth. It really does sound like that. (It was funny when Danes said that American English is like speaking English having a potato in the mouth! HAHAHA) You can easily hear Danes saying “Hvad siger du?” among themselves very often. It means, “What do you say?” I guess it’s somewhat due to the language’s own feature, bit of mumbling sounds.

If you speak English, it wouldn’t be too difficult to learn the language itself, apart from the pronunciation. Danish educational authority also confirms the fact by offering different Danish educational courses for foreigners depending on their fluency in English. I have studied Danish for six months and I can communicate in Danish quite a bit now, like when I shop, eat out, get directions and talk about my day, etc. Maybe that’s partly due to my Danish kæreste (It literally means the dearest, and means boyfriend or girlfriend, but here it means my boyfriend.) who is tough but fair (hård men retfærdig) like our great leader. HAHAHA. We have Danish time (Dansk tid) once in a while. When we have that, he refuses to understand any English and speaks Danish only and that lasts roughly an hour.  But still, it’s been only six months. It took quite a while, way longer than this, for me to speak English this much, looking back my history.

A good thing about Danish language is that verb conjugation is much simpler than other European languages. It conjugates in the tenses but not in the different persons.  It has genders, but less complicated, since it has two genders, neuter gender and common gender. Depending on genders, they are generally called either et-word or en-word. more than 75% are common gender, so if you are not sure about the gender, guess it would be common gender. (But quite often, they turned out to be neuter gender, when I guessed them to be common gender! Statistically incorrect!)

I would like to write about my journey to learning Danish from now on, if I am not too lazy.

덴마크어가 어려운 언어라는 평가는 주로 그 발음 때문입니다. 덴마크어는 종종 감자물고 하는 독일어에 비유되는데, 사실 정말 그렇게 들립니다. (간혹 덴마크인들이 미국 영어를 감자물고 하는 영어로 평가하는 것을 들으면 우습지요. 하하하) 덴마크인이 자기들끼리 “Hvad siger du?”(배 씨어 두?)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뭐라고 하셨어요?”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웅얼거리는 듯한 덴마크 고유의 발음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는 발음 빼고는 언어를 배우는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덴마크 교육당국이 외국인에게 그들의 영어 수준에 따라서 다른 덴마크어 수업과정을 제공하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덴마크어를 배운지 6개월이 되었는데, 벌써 많은 의사소통을 덴마크어로 할 수 있습니다. 쇼핑, 외식, 길 찾기 또는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 모두를 덴마크어로 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일부는 우리 위대한 수령동지(영어로 our great leader라고 불리죠. 제가 한국인이라 간혹 덴마크 사람들이 our great leader에 대해 물어보곤 하는데, 엄하나 공정하다고 흔히들 비꼬지요.)처럼 엄하나 공정한 제 덴마크 kæreste(케아스터, 직역하자면 가장 친애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습니다.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만, 여기서는 제 남자친구를 뜻합니다.)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저희는 간간히 덴마크어 시간(Dansk tid)을 갖는데, 통상 한시간 동안 덴마크어로만 말하고, 제가 영어로 이야기해도 남자친구는 이를 이해 못한다고 덴마크어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과거를 돌아볼 때 영어로 이만큼 이야기하기까지는 엄청 오랜시간을 걸린 점을 고려하면 엄청 빨리 늘고 있는거죠.

덴마크의 장점은 동사변형이 다른 유럽언에 비해 간단하다는 점입니다. 시제에 따른 변형은 있어도 인칭변형은 없습니다. 물론 명사의 성은 있지만, 중성과 동성, 두가지의 성만이 있어서 이 또한 덜 복잡합니다. 성별에 따라 et 단어 또는 en 단어로 불립니다. 75% 이상이 동성명사로, 잘 모르겠을 때는 대충 en 단어로 추측하는게 낫습니다. (그러나 동성명사로 추측할때마다 자주 중성명사인 것은 왜일까요? 통계적으로는 이상합니다!)

앞으로 덴마크어를 배워가는 과정에 대해서, 제가 너무 게을러지지만 않는다면, 포스팅을 하고자 합니다.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점심 (Julefrokost)

덴마크에서는 크리스마스 점심, 율리프로고스트(Julefrokost)를 뺀 크리스마스를 논할 수 없지요. 전통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첫날 25일, 크리스마스 둘째날 26일에 가족, 친척들과 먹는 크리스마스 점심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회사가 율리프로고스트라고 불리는 연말 파티를 개최하고, 친구들끼리 우리나라의 송년회처럼 율리프로고스트를 함께 하지요. 크리스마스 점심은 빠르면 늦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계속됩니다. 따라서 크게 24일까지 있는 연말파티와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점심,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어떤 율리프로고스트간에 율리프로고스트는 오랜시간 계속되는 식사와 덴마크 전통 감자술인 스납스로 버무려집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덴마크인은 술을 참 많이 마시지요. 불과 10~20년 전만해도 업무시간 중 점심 반주를 함께한 비즈니스가 흔히 용인되었으니, 덴마크인도 참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술 문화는 나중에 한번 다루려고 해요. 저도 덴마크인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해보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본 후 작성하려해요. 제 주변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파티 한번 하면 새벽 4~5시까지 하면서 엄청난 술을 소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죠. 율리프로고스트에 술을 많이 마시게 되니, 연말파티는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이뤄집니다. 회사 파티는 주로 금요일에 있지요. 따라서 12월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저녁식사를 밖에서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율리프로고스트에는 이에 맞는 전통식으로 메뉴를 구성합니다. 전형적인 율리프로고스트에 스뭐-브횔(Smørrebrød – Smørre : 바르다, 버터, Brød : 빵)이 빠질 수 없죠. 사실 버터바른 빵이란 의미지만, 영어로는 그냥 이해하기 쉽게 오픈샌드위치라고 해요. 덴마크의 전통 호밀통곡물빵인 후-브횔(rugbrød)에 다양한 전통 토핑을 얹어먹는거죠. 칼로 썰어먹기 때문에 일반적인 샌드위치와 보기 뿐 아니라 먹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토핑을 언저먹는데도 순서가 있어요. 시작은 생선부터 합니다. 초절임을 한 청어(덴마크어로는 씰(Sild), 영어로는 헤링(Herring)이라고 합니다.)를 그냥 또는 커리소스와 함께 먹고, 그 다음엔 생선 필레 튀김을 노란색 헤물레엘(Remoulade) 소스와 함께 먹지요. 훈제 장어나 연어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소세지 튀김(특유의 길게 만들어진 날 소세지를 기름에 딥 프라잉 합니다.), 튀긴 미트볼, 삶은 햄, 간 파테(Pâté)를 졸인 양배추를 사이드로 해서 먹지요.

디저트는 주로 디저트용 치즈 또는 히살라망(Risalamande)이라는 라이스 푸딩으로 하는데, 재료는 쌀, 아몬드, 우유, 크림, 바닐라빈, 설탕, 물 등으로 간단하죠.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요.

식사는 이렇고, 이 중간중간 스콜(Skål, 사발 또는 보울) 소리가 들리면 열심히 건배를 하면서 스납스를 마셔주면 됩니다.

예전엔 회사에서 하는 율리프로고스트에서도 사람들이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서 밤새 놀았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면 불륜도 많이 발생하고 해서 크리스마스 이후 이혼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러나 요즘은 그런 데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져서 건전한 율리프로고스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죠. 또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경우, 그냥 안가는 사람들도 많고요.

가족들이 함께 하는 율리프로고스트는 글쎄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저도 처음 해볼텐데 술을 크게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아마 오붓한 식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