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vs. 한국] 탄력근로제

덴마크에 있는 모든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경우 9시부터 3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있는 것으로 하되 그 외 시간은 주당 37시간을 채우도록 앞뒤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추는 것이 흔하다. 9시보다 늦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경우가 흔한데, 회의라던가 공동의 작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야근에 대해서는 전문직일수록 별도의 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평소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한다. 출산 전엔 6시 반 정도에 퇴근했는데 지금도 평일 저녁에 이틀 정도는 몇시간씩 일을 하고 주말 저녁에도 하루 정도는 일을 한다. 점심을 30분 이내로 짧게 쓸 경우 점심시간을 안쓴 것으로 간주하기에 평소에 점심을 30분 이내로 먹거나, 앞뒤로 연이은 미팅때문에 10분동안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곤 하는 남편은 주당 50시간 정도 일하는 것 같다. 주당 37시간이 기준 시간이지만 그 이상 일한다고, 툭하면 주말을 껴서 가는 출장의 경우 사무실을 비우는 기간 동안 쌓일 이메일을 비운다고 저녁에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며칠 바삐 야근을 해도 딱시 야근 수당 같은 건 없다. 이는 애초에 직무와 연봉에 이런 초과근무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라고 모두 일관된 출퇴근 정책을 갖는 건 아니다.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서 각자에 맞는 정책을 갖게 되는데, 경쟁소비자청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분기별 20시간은 야근을 할 수 있도록 급여에 야근 수당이 이미 책정되어 있다. 업무시스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기준으로 추가시간과 부족시간을 분기당 산정해서 네팅한 순초과시간이 20시간을 넘지 않으면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이보다 부족하다고 해서 토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소 근무시간은 근무해야한다. 물론 여기도 특정 직급 이상의 경우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chefkonsulent, specialkonsulent, chef 이런 사람들은 근로 상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정의되어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탄력근로제가 있었다. 마지막 해외파견 전 새로이 도입된 나름 현대적인 정책이었다. 육아가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조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조금 특별한 것이라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에 따른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터였다. 물론 여기서도 풀타임 채용인 자리에 파트타임으로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일찍 근무하고 실제로 일찍 퇴근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를 쓸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것 같은데, 일찍 근무를 시작한다 해도 일찍 퇴근하는 게 불투명하고, 늦게 출근하는 걸 신청할 경우 야근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까 싶어 그렇게 신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쓰는 게 탄력근로제였다.

남편과 나는 아마 내가 일찍 출근해서 남편이 애를 보육원에 드롭하고 내가 일찍 퇴근해 애를 픽업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기왕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게 아침에 조용한 때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출퇴근 혼잡을 피할 수 있으며, 저녁 장 봐서 밥 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기 때문이다. 7시 반 출근으로 잡으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반 사이에는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주는 정책 덕이다. 물론 아마 저녁에 집에서 일을 해야하는 날들이 제법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게 되니 둘이 다 일을 하면서 주변 가족의 도움 없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애 낳는다고 한차례에 그치는 출산수당, 애 키우면서 조금씩 나오는 양육수당은 애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 사회가 이런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 전체 비용 증가를 개개인이 용인해 줄 때 애 낳을 마음이 나는 것 아닐까? 옌스와 나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생각인데 한국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풀타임 근로자의 탄력근로제야말로 한국 출산율 증가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덴마크 vs. 한국]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

오늘 인사행정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채용과 계약을 담당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독특하게도 경쟁소비자청 소속이 아니라 경쟁소비자청 인사파트너로 기업부 소속이다. 우리 청이 기업부 소속이긴 하지만 별도 청으로 되어있는데, 인사 행정은 기업부에서 통합해서 담당하는가 보다. 규모가 엄청 큰 조직이 아니니 부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행정 담당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직운영 방향과 규정에 대한 감을 대충 잡을 수 있도록 읽어볼 자료들을 보내주었다. 자료로는 우리 청의 전략, 임금 정책 (임단협 서류),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대외 행동요령, 경쟁력 및 재능 계발 정책, 정보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읽어볼 양이 꽤 많아서 연말까지 저녁마다 틈틈이 읽어둬야 할 것 같은데, 우선 대충 훑어본 것 중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가장 눈에 띄었다

Det er afgørende for et velfungerede demokrati, at offentligt ansatte deler deres viden i den offentlige debat. 

Demokrati og åbenhed er grundlæggende værdier i Danmark. Det
gælder også i den offentlige sektor. Derfor er det vigtigt, at offentligt
ansatte er trygge ved at bruge deres ytringsfrihed og deltage i den
offentlige debat med deres viden og synspunkter.

Vejledning om offentligt ansattes ytringsfrihed, oktober 2016, Justitsministeriet

https://www.justitsministeriet.dk/sites/default/files/media/Pressemeddelelser/pdf/2016/vejledning_om_offentligt_ansattes_ytringsfrihed.pdf

인용한 것은 들어가는 말과 서론에 헤드라인으로 뽑인 내용인데 번역하자면 이렇다. “원활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직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적인 토론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개방성은 덴마크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이는 공직부문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공직자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누림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들의 지식과 견해를 갖고 공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을 읽어보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하거나 소속 기관의 정책에 대해 비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여기도 비밀유지사항이 있으며, 개인의 견해를 표명함에 있어서 기관의견이 아니고 개인의견임을 표시해야 하는 등 규칙이 있다. 

한국에서 준공무원으로서 공직규정을 준용해 적용받는 나로서는 이러한 내용이 너무 놀랍게 다가온다.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을 할 수 있고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다니… 요즘 규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원칙적으로 조직원은 개인의 정치견해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면 안됐고,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표현의 자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사행정 담당자의 메일 끝에, “의자나, 키보드, 마우스 등 당신의 좌석을 꾸미는 데 있어서 특별히 당신에게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의 서비스 센터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해당 요청사항에 최대한 빨리 대응해 드릴 것입니다.”라고 남겨져 있었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다. 일 시작하면 그때 컴퓨터 받고 자기 책상 자기가 세팅하고 했던 한국에서의 기억과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설렌다. 

경쟁소비자청 건물 소개

겉으로 보면 다소 삭막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공장건물이다. 원래는 비누공장이었는데 이를 2013년에 완전 레노베이션해서 몇개의 정부기관을 시내에서 외곽인 이곳으로 입주시켰다. 안으로 들어가면 밖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밝고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입구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지게 멋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찾아보니 2013년 건축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했다 생각이 들었다. JJW 라는 건축사무소에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여긴 찾아보니 학교나 정부기관, 주거단지 등을 주요 프로젝트로 하는 사무소같아 보인다.

경쟁소비자청에서 건축설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채용섹션에 올린 조직 소개 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주요 직무 몇가지를 추려 소개하는데 사무공간 여기저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보이니 말이다. 

덴마크는 정부기관 건물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가본 데 모두 겉으로는 좀 삭막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별세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청은 조금은 그보단 덜한 것 같지만 시청들도 나쁘지 않고.

청사 입구와 실내 1층 라운지, 조직소개 비디오와 끝으로 JJW에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에 올린 청사 내부 사진 갤러리 링크를 공유한다.

청사 입구
청사 라운지
청사 소개 비디오

JJW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갤러리 – 청사 사진

http://www.jjw.dk/?projekt=konkurrence-og-forbrugerstyrelsen 

취직 후 지도교수 방문

보언홀름에 오던 날 오전,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지도 기간 내내 따뜻하게 마음을 써주셨던 분이고 졸업 후 프로젝트를 뛰는 것도 교수님 덕이었다. 나랑 나이가 같은 분인데 나랑 참 달리 차분해서 중간점검 스트레스 받은 나를 조곤조곤 이런 저런 조언을 하며 안도시켜주셨다. 취업을 한 소식을 알리고 초콜릿을 사갖고 차 한 잔 하러 방문했다. 

영국에서 온 친구가 덴마크에서 일 구하기를 얼마나 어려워했는지를 들려주시면 3개월만에 일을 구한 게 얼마나 빨리 구한 건지 이야기해주시며 같이 기뻐해주셨다. 덴마크는 조직이 매우 수평적이거 일에 대한 자율권을 많이 주고 구체적인 지시를 주기보다 큰 틀을 중심으로 확인하고 책임을 많이 부여한다. 이런 경우 수직적이고 일에 대한 구체적 지시와 이에 대한 꾸준한 상사의 관리와 감독이 뒤따르는 조직이 사람을 믿을 필요 없이 시스템을 믿으면 되는 데에 비해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이라 나와 다른 사람을 믿기란 어렵다. 이건 본능적인거니까.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사회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면 경계를 쉽게 풀 수 있고, 대충 몇 가지만 보면 상대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수월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방인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은근한 또는 무의식적인 차별이 이뤄지게 된다는 거다. 

물론 일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주어진 일만 하면 되던 사람은 이 무한한 자율권이 부족한 관리감독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그게 힘들 수 있다.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내 논문 경험이 떠올랐다. 정확히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이어느 이유로 덴마크어를 잘하는 건 중요하다. 사회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덴마크 문화를 배우고 공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평균 취직에 6개월 쯤 걸리는데 일찍 취직했다며 우리 프로그램에 외국인이 꽤 있으니 관련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그런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안그래도 우리 학기에도 그러 기회가 있던 기억도 난다. 

직장에서 근무시작 전 이런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앞으로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교수님이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내 논문을 토대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박사 프로젝트로 새로 한명을 받았다는 걸 알게된 것도 좋았다. 그냥 졸업을 위한 쓰여 구석에 처박히는 논문으로 끝나지 않은 걸 알게 된 게 기쁘다.

벌써 12월이 시작되었다. 딱 한 달 남았다. 직장에서 행정절차를 시작했는지 직장에서 나를 채용함으로써 관련 기관에 내 정보를 제공하는 걸 들려오는 이런 저런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 강화된 GDPR 때문인가보다. 정말 곧 일할 거라는 실감이 난다. 설레고 기대되기도 하면서 애와 관련해서 보육원 등하원하는 일에 걱정도 된다. 그리고 연말 바삐 보낼 시간도 기대된다. 이번 연말은 정말 오래간만에 아무 걱정없이 보내는 연말이 될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2차면접 후기

경쟁소비자국이라고 번역하고 보니 부처의 한 국단위인 것 같이 들려서 생각을 해보니 청이 보다 적합한 번역인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전문직이나 매니저급의 경우는 2차면접을 보는 게 흔하다고 한다. 사기업에 경우 1차에서 개인이 해당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보고 2차에서 전문성을 평가하고 케이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정부부처는 1차에서 업무능력과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를 직속상사와 같이 일할 동료가 함께 평가하고 2차에서 인적성 검사를 토대로 HR 전문가가 참석해서 인적성을 심층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차 면접 보기전 엄청 많은 정부부처의 채용 프로세스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는데, 큰 편차가 없었다.) 내가 본 경쟁소비자청도 1차에서 5명을 봤다고 했는데, 2차는 몇명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대충 1~2명을 두고 2차를 본다고 한다. 최소 2명은 두고 면접을 봤을 거 같은게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여러가지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차선의 후보자와 협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기 때문이다. 기존에 덴마크에너지협회에서 내가 차선의 후보였던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경쟁소비자청은 People Test Logik이라는 적성검사를 보았다. 덴마크 회사라는데 알고보니 미리 내 모국어나 가장 편한 제2외국어를 알려줬으면 그 언어로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적성검사를 덴마크어로 봐서 내가 문제 푸는 속도가 떨어졌는데, 다행히 그 와중에도 자기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적성검사 평균보다 상위로 나왔다고 한다. 난 미리 낮게 나왔을 적성검사 결과를 디펜스하려고 (언어문제 때문이라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니 적성검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안도했던지. 분야별로는 언어능력이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덴마크어의 문제였기 때문에 설명이 되서 다행이었다. 적성검사는 크게 이야기나눌 것 없이 넘어갔다.

진짜 챌린지는 인성검사를 토대로 한 면접이었다. 동기부여, 노력, 협업, 업무스타일과 신뢰성 이렇게 네가지 분야로 크게 나눠져서 결과가 리포트 되었는데, 어렵고 챌린징한 일에는 집중하고 동기부여가 강한데 쉽고 루틴한 업무에서는 동기부여가 어렵고 노력을 덜할 성향으로 나와서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협업에서 느린 동료에 대한 인내심이 평균 이하로 나와서 가상 상황을 주고 이럴 때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HR 전문가는 이런 사람은 리더가 끊임없이 챌린징한 업무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리더에게도 챌린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더가 난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꾸역꾸역 열심히 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꼼꼼함에서는 평균 이하로 나왔는데, 그걸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꼼꼼함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따라서 장기간 이에 트레이닝이 되었기 때문에 성향은 그래도 꼼꼼함이 충분히 있다고 답변했다.  

끊임없이 내가 못알아 듣는 거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덴마크어의 부족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덜 수 있었다. 속담 등 덴마크 사람 아니면 잘 모를 표현을 즐겨 쓰고 덴마크어를 열심히 하고 생활속에서 항상 쓰도록 한 옌스 덕에 덴마크어가 이젠 더이상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덴마크어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그런 와중 이런 세심한 배려가 환영받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

업무는 내 이력에 맞춰서, 만약 내가 채용된다면 공고에 나왔던 내용보다 내 프로필에 맞춰서 바꿔준다고 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데 예감이 사실 좋았다. 나를 고용하면 어떤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자체가 나를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를 1층으로 마중해준 동료대표가 “다음에 너를 다시 보기를 고대할께.”라고 말하는데, 거기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 낮잠을 청해도 잘 잠이 안와 간신히 잠에 들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합격했다는 통보. 나에게 잡오퍼를 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는 상사의 말해, 나야말로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서 진짜 기쁘다고 하면서 기쁘게 화답했다. 이에 상사가 오히려 놀래면서 기쁘다고 하더라.

이제 1월 3일까지 남은 5주동안 연말 잘 즐기며 덴마크어 시험보고 가족행사 준비하고 참여하고 하면 된다. 그간 찐 살도 좀 정리하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면서 항상 운이 많이 따라줬지만,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일이 이렇게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덴마크에 와서 남편을 만난 것부터, 회사 관두고, 대학원 진학하고, 하나 낳고, 논문쓰고, 취직하기까지 그냥 물 흐르듯이 다 이뤄졌으니 말이다. 

덴마크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력서 쓰는 거나 지원서 쓰는 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이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도움을 받은 것이 있듯 나도 나눠야 그런 게 또 돌아올테니까 말이다.

혹시나 누군가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취직…

오눌부로 졸업 디펜스를 한지 딱 삼개월이 되었다. 삼개월이 실업 기간 후 취직이 되었다. 내년 1월 3일부 출근. 계약서에 사인은 해야하지만 어차피 공무원 월급은 협상 여지가 별로 없으니 그냥 받아들일 계획이다. 일이 너무 재미있을 거 같아 엄청 기대중이다. 요즘 이력서를 내면 면접에 대부분 불러줘서 예감은 좋았지만 또 이렇게 확장되고 나니 너무 좋다. 내일 볼 면접이 하나 더 있는데 연락처도 없고, 옌스도 그냥 가서 보라고 해서 분위기나 볼 겸 가련다. 일이나 여러 면에서 오늘 된 곳에서 꼭 일하고 싶으나 또 다른데 봐서 나쁠 건 없으니까. 연말 따뜻하게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ㅠㅠ

시간외 수당이라는 신선한 충격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당 페이를 받게 되어 있었다. 난 당연히 칸설턴트식 페이를 생각하고 그냥 시간 곱하기 계약된 시간당 페이를 주려거니 했다. 일한 시간 내역과 일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냈더니 야근과 주말수당을 고려해서 주는 게 아닌가. 시간당 근무하고는 해본 적이 없고, 법적으로는 야근 수당과 주말 수당을 주게 되어있어도 은행이었든 공기업이었든 한달에 줄 수 있는 주말, 야근 수당이라는 게 9시간, 10시간 이런 식으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내가 일한 대가는 다 월급에 포함된 걸로 하고 야근으로 인한 (대중교통이 끊겨 생기는) 택시비는 내 월급으로 내곤 했는데… 그냥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여기도 딱히 야근수당 없는 건 같다. 다만 그렇게 초과근무를 하면 휴가로 돌려준다. 뭐가 되었든…. (매년 넘쳐 다 못쓰는 옌스의 휴가를 보면 그냥 다 부질없긴 하다. 전문작은 어딜 가나 그냥 과잉 노동이 당연한 모양이다.)

또 다른 면접 일정이 잡혔다.

덴마크가 요즘 완전고용수준에 달해있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가보다. 어제 이력서를 한군데에 더 냈는데 오늘 전화가 와서 금요일에 면접을 보자고 한다. 8군데 지원했는데 4군데 면접이니 나쁘지 않다. 우리 동기들도 보면 덴마크어와 스웨덴어만 하면 각자 자국에서 바로바로 직업들 잡았던 것 보면 언어만 되면 몇달 안에 자리 잡는게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덴마크어가 안되는 친구들은 다 자기 나라로 결국 돌아갔다. 직업을 1년이 지나도록 못구해서… 슬프다.

덴마크도 기업이나 기관간 면접형태나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큰 기업이나 기관의 경우 나름의 공통의 특징이 있다. 기관 소개나 면접관 소개와 같은 것, 우리보다는 면접이 친절한 것 같다. 그리고 면접은 반드시 1인 단독으로 본다는 것. 구직자가 여럿이 들어가는 우리네 대기업 면접을 이야기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도 면접을 하느냐며.

그렇지만 또 기관별 특성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재미도 있다. 여기는 뽑는 부서장의 의견이 일반적으로 제일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노조와 같이 동료의 의견을 반영할 사람이 꼭 들어간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부서장과 구직자의 전문지식을 확인할 동료 하나, 동료대표 한명 이렇게 세명이 기본으로 들어오더라. 목요일 2차 면접을 치를 경쟁소비자국에서는 2차엔 HR 담당자 한명까지 추가해서 네명이 들어온단다. 금요일 면접을 치를 에너지/유틸리티/기후부에서도 세명이 들어온다고 하고. 

산별노조가 우리는 직장의 산업에 따라 나뉜다면 여기는 자기가 속한 직종에 따라 나뉜다. 나는 DJØF라고 법률 및 경제 분야에 공부/근로하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에 가입해 있다. 오늘 여기서 하는 커리어 수업에 갔는데 나처럼 커리어체인지를 하는 사람 같은 경우 미리 커리어와 기관 연봉 통계 분석을 통해 가능 연봉을 확인하고 연봉협상에 임하라고 하더라. 아직 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는 것 같아 내일 전화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지난 한달 일한 COWI에 가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왔다. 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읽기 좋은 형태로 줄 수 없는 건 알지만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떤 식으로 줬으면 더 좋았을 지를 설명해준다고 해서 좋은 설명 들었다. 고객 미팅에 내 분석 내용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형태로 탄탄한 근거하에 고객의 궁금증을 잘 해소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태도 및 컨텐츠 모두. 120시간 정도 일했는데 200만원 정도 받기로 했으니 세금 때고 뭐하면 진짜 저임노동을 했지만 그게 나에게 좋은 경력이 되니 불평은 안하련다. 지금 면접보는 곳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관련된 그의 조언도 들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추천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길래, 면접보는 곳들에서 요청이 들어올 것 같으니 그럼 잘 좀 부탁하겠다고 했다. 고객의 컴플레인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프로젝트가 정리되어 만족스러웠다고 했으니 추천도 잘 해줄 것 같다. 실제 경쟁소비자국에서 그 짧은 기간이지만 COWI와 일했다고 하니 높게 사줬던 만큼 나에게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COWI는 싸게 내 노동력을 사고 나는 경력을 얻었으니 윈윈이지. 

금요일 면접볼 부처에서는 1차 면접만 있는건지 뭔지 이미 인적성검사를 보고 면접을 보자고 한다.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듯. 여기는 인적성검사도 다른 회사를 이용하더라. 내일 하나 학부모 면담이 있으니 그거 끝나고 좀 맑은 정신으로 풀어야겠다. 이번건 12분동안 50문제 푸는 적성검사와 (아마 이게 가장 세계적으로는 표준인듯. 지난번 30분 80문제가 좀 덜 일반적이었던 듯하다.) 20분정도 걸리는 인성검사이다. 인성검사는 시간제한이 없고 정답이 없으니 내일 옌스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려 이해 안되는 문장도 물어가며 해봐야겠다. 

일은 목, 금 면접볼 두 곳 모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목요일에 볼 곳은 좀 더 스페셜리스트로서 경제학자의 역량을 활용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 같고, 분야는 수자원 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내가 논문을 쓴 방법론과는 다르지만, 주제 면에서는 홍수를 다뤘기에 이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금요일 면접볼 곳은 에너지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졸업을 하기 위한 전략수립을 위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관 보좌 업무도 들어가있으니 계량적 분석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요구수준이 낮은 것 같다. 약간 제너럴리스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국제 협업이 많아서 해외 대사관으로 나가는 업무도 많은 일자리가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외국인으로서 덴마크에 뿌리 내리려는 나에겐 큰 메릿은 아니다. 하지만 2050년 화석연료 졸업을 위한 전략수립이라니… 내용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이미 면접을 본 곳은 상사가 될 분이 너무나 좋은 것 같고 (아마 나랑 동갑이거나 한살 어릴 듯?) 같이 일하게 될 동료도 좋은 것 같아서 사실 마음이 확 기울어있긴 하지만…

대충 유관분야에 맞아야만 지원하는 대신, 지원한 곳에서는 어디든 받아주면 감사하면 들어가겠다고 했었는데, 여기저기 면접을 보기 시작하니 어디가 나에게 더 맞을까 하며 비교하는 간사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중요한 결정이긴 하니까 잘 생각은 해봐야겠다. 하긴 김칫국을 마시진 말아야하는데… 환경경제학은 아무튼 잘 선택한 것 같다. 수요가 꾸준하고 앞으로 전망이 밝은 곳이니까. 오늘 다녀온 곳에서도 유망 분야라며… 

요즘 입사지원 이외에는 별로 뭐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바쁘다. 다음주말엔 시댁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갔다 와서 연말 전에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쟁소비자국 1차 면접후기

오늘 konkurrence- og forbrugerstyrelsen에서1차 면접을 보고 왔다. 여기에 center for vand이라고 수자원과 관련된 자연독점형 공기업의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벤치마킹 분석을 통해서 관련 기업의 수익한도를 설정하고 경영효율화 가능 부분을 찾아 평가하고 규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역난방과 전기, 가스는 에너지국에서 모두 담당하는데, 수자원은 경쟁소비자국 산하에 수자원센터를 둬 여기서 관리를 하고 있는게 조금 생소했다. 

면접은 여태까지 본 데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케미가 맞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만큼 그쪽도 좋은 느낌을 받았나보다. 1차 면접자 5명중 내가 가장 마지막 면접자였다고 했는데 면접을 보고 30분 안에 합격 및 2차 면접 일정을 통보받았다. 일정 리스트를 보아하니 나를 포함 2명이 2차 면접에 든 것 같았다. (1차엔 타임 슬롯이 7개였는데 5명 초대했다고 했는데 2차엔 타임슬롯이 2개였다. 그러니 2명일 확률이…) 면접은 다음주 목요일. 그 전에 아이큐테스트와 인적성검사를 미리 집에서 봐야한다. 인적성검사와 아이큐테스트는 옛날 국민은행 입사할 때 15년 전에나 해본 건데… 그 사이에 머리가 많이 퇴보했을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인다. 

면접 내용은 뒤죽박죽으로 기억나긴 하지만, 내가 왜 오랜간의 경력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부를 해 커리어체인지를 하는지, 1개월간 했던 COWI에서의 프로젝트를 두고 그 경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전 직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수리적인 분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밖에 기타 개인적인 성향이나석사논문 내용, 국민은행에서 했던 일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수자원 기업의 투자 분석도 해당 부서의 새로운 업무 중에 하나거 될텐데 이런 일도 관심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하나 재미있던 질문은, 사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과도 관련있었지만, 내 덴마크어와 관련된 거였다. 경제적 분석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덴마크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떤지를 물었다. 영어와 달리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서 틀린 것을 찾고 교정할 때, 완전히 다 잘 고쳤는지 확인을 했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수 없이 글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을 했더니, 덴마크 사람도 글을 쓰면 실수를 하고, 내 덴마크어는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내가 글을 쓰는 자체에 부담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정은 동료들이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니 그런 문법적 실수는 크게 괘념치 말라면서. 그래서 글을 쓰는 건 좋아하고, 덴마크어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점에서 난 오히려 너무 좋다고 했다.

내 논문 내용에도 관심을 갖길래 간단히 설명을 했더니, 이 부처 업무와도 관계가 있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기뻐했다.

덴마크 에너지 협회가 뭔가 직원들관 화합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면 (모두 장기 근속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협력이 중요해서 너무 경쟁적인 것 같은 사람은 자기네랑 안맞는다며, 내 학점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해서 다소 우려를 하며 관련 질문을 했었다.) 여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나 서로 협력한다, 이런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너무 좋아보였다.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우선 인적성 검사 및 아이큐검사를 어느정도는 잘 봐야할 것 같은데, 덴마크어로 봐야해서 짧은 시간안에 얼마나 빨리 풀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언어 부분도 평가를 하는데, 덴마크어의 부족으로 인한 부분도 있을테고… 뭐 걱정해봐야 소용은 없으니까.

지난번 덴마크 에너지 협회 면접은 너무 바빠서 아무 준비를 못하고 봤다면 이번엔 통보받고 너무 짧은 기간 후에 면접이 있었고 사이에 미리 잡아놓았던 일정들로 너무 바빠서 준비를 별로 못했다.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도 있던게 원래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요청하는 거 아니면 통역 안하는데, 덴마크에 계시는 동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연대 선배님이 계셨다. 여기 국립박물관에 교환큐레이터로 나와계셨던 분이었는데, 그분 소개로 국립박물관 지방분원에 관장님 및 큐레이터 분들 이렇게 세분이 오셨다. 당초에 이걸 맡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화요일에 금요일 일정을 통보받고 보니 통역 끝나고 아슬아슬하게 가야 간신히 면접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의 일정도 길어져서 마지막엔 너무 초조했는데, 속도제한 110에서 140으로 달려가며 시간을 아주 조금 남겨두고 도착해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하나의 동영상을 보면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싹 풀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채 면접 외에는 면접을 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1인 면접에 평균 한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보고 면접관이 조직에 대해서 왜 채용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 건지, 자기는 무슨 공부를 했고 어디서 사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먼저 소개하고 시작한다. 면접자도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할 기회를 받는다.

나는 연식이 오래되서 그런지 옛날 취직할 때 같은 긴장감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소개도 따로 준비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상대방의 소개에 비슷한 레벨로 맞춰서 진솔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게 내가 면접을 본다면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일 것 같기도 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우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테스트를 봐야겠다. 다른 곳에 지원서도 써야 하고. 

아… 취직이 얼른 되면 좋겠다. 벌써 졸업한지 3개월이 거의 다 되어가네…

두 군데 1차 면접 후기

지원서를 낸 5 곳 중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집에 돌아가면 쓸 한 곳이 더 있는데, 아직 그 곳은 쓰지 않았으니. 한 군데는 덴마크 에너지협회, 다른 한 군데는 코펜하겐이코노믹스라는 이코노믹스펌(컨설팅펌이 아니라 자기네는 경제학만 컨설팅하니 이코노믹스펌이란다.). 둘다 정확히 내가 제일 가고 싶은 직무는 아니다. 각자 조직내에 내가 하고 싶은 직무의 일이 없는 건 아닌데, 오프닝이 난 포지션은 내가 100% 하고 싶은 일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떨어져있다.

에너지협회 포지션에 관련해서는 수업을 하나 듣긴 했는데, 내가 논문으로 판 분야가 아니다. 그렇지만 모델링과 프로그래밍이 많은 경제학 컨설팅 직무라는데에서는 마음에 든다. 코펜하겐이코노믹스에서는 얼마나 모델링과 프로그래밍을 쓸지 잘 모르겠다. 그들의 환경경제학 직무에서는 많이 쓸테지만 이 통상 직무에서는 말이다. 수업 하나 들은 게 그나마 연관이 있지만, 내가 좋아했던 수업은 아니었다. 기존 코트라에서 쌓아온 경력을 매우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살만하나 환경경제학과는 아예 트랙이 다르다는 점에서 매력이 많이 떨어진다.

에너지협회 면접은 1시간 5분동안 진행되었다. 협회 꼭대기 뷰가 아주 좋은 회의실에서 시니어 컨설턴트와 팀장과 만나서 면접을 했는데 순수히 덴마크어로 진행되었다. 전날 옌스에게 뭐 아무거나 물어보라고 해봤다. 바쁜 프로젝트 탓에 아무런 준비를 못했던 탓에 영 신경이 쓰여서 잠깐 연습이나 해볼까 하는 거였는데, “네 강점과 약점에 대해 말해봐라”라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못하겠더라. 결국 강점에 30초 쓰고 단점에 2분을 써서 어찌어찌 대답을 했더니 옌스가 별로 성공적인 세일즈 방식은 아닌거 같다고 했다. 덴마크어라서 할말이 없거나 그런건 아니었는데, 덴마크어라 더 어려운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 아이스브레이킹만 덴마크어로 하고 면접은 영어로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건 어떨 것 같은지 옌스와 상의를 했는데, 그것도 괜찮을 거 같다고 옌스도 생각하길래 그러려고 했다.

다음날 교수와 만나서 프로젝트 회의를 좀 하고 막바지 프로그래밍에 박차를 가하다가 면접을 보러 걸어갔다. 학교 도서관에서 15분 거리에 떨어진 곳이라 마음도 정리할 겸 걸어갔다. 내 강점과 약점이 뭔지 좀 생각해보면서. 너무나 오래간만에 신은 힐에 (제일 편한 낮은 힐이었는데도…) 발바닥이 영 불편했다. 준비한 게 없으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뿐인 자리이고 덴마크에서 첫 인터뷰이니 경험삼아 하는 것 뿐이지, 기대하지 말자면서 편한 마음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출산때 써본 날숨을 길게 내쉬는 복식호흡법도 써가며… 결국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정시에 나를 데리고 올라갔다.

정말 내 생애에 가장 편하게 본 면접인 거 같다. 이렇게 준비를 안한 면접도 없었는데 어쩌면 그랬기에 미리 준비해 둔 모범답안도 없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아둥바둥 준비해야하는 면접은 나에게 안맞는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내가 야심없는 타입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애써 그냥 팔게 아니라 자리가 나에게 맞는 자리인 지도 알아보고 서로 자연스러운 상태로 교감하고 탐색해야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안맞는 자리 가서 고생해봐야 나도 상대도 좋을 게 없지 않는가.

내 장점, 단점, 여러가지 생각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했다.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어쩌다보니 그냥 면접을 덴마크어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큰 무리없이 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뇌가 긴장의 끈을 붙들고 자기를 풀가동해 준 덕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물어볼 거 없냐는 질문에 몇가지 물어보면서 덴마크어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지금 정도 하는 거면 나중에 일하면서 느는 정도로 충분히 괜찮을 거 같다고 했다.

면접에 대한 느낌은 나는 나쁘진 않았는데, 상대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2차 면접에 대해서는 가을 휴가 이후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부협회장이 보는 면접이 되는 거라 일정 잡는 일이 자기네도 그렇게 빠르게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2차 면접을 이미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하는 건지, 아직 그건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게 된다면 일정이 그 뒤에 잡힌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물어보진 않았다. 나중에 어차피 알게되겠지 하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자기네와 같이 일할 문화 면에서 부딪힐 면이 많이 없는 사람인지 보는 게 가장 중요해보였다. 물론 업무역량은 최소한의 것은 맞춘 후에지만. 예를 들면 만점에 거의 가까운 내 학점에 대해서, 완벽주의가 있는 건 아닌지를 물어보았고, 그게 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거라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답을 했더니 후속 질문으로 다수 프로젝트의 데드라인과 완벽주의가 상충할 때 어떻게 할 지 등을 물어보았다. 심리분석을 자기네 기준에 맞춰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대답을 통해 나도 나에 대해 별 생각없었던 부분에서 조금 더 잘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좋은 경험이었다.

코펜하겐이코노믹스 면접은 1차 스크리닝면접을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그들과 6년간 같이 일해왔다는 컨설턴트는 알고보니 옌스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스카이프를 통해 면접을 했는데, 전화를 끊기 직전에 “내 남편이 네 이름 이야기를 듣더니 흔치 않은 이름이라며, 자기 고등학교 동창인거 같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 이름을 말해보라기에 알려줬는데, 자기가 그 동창 맞다면서 세상 참 좁다는 거다. 진짜 세상 참 좁다.

여기는 영어가 공용어라 영어로 면접을 봤다. 1시간 15분에 걸친 면접이었는데, 면접을 하면 할 수록 이 일이 내 일이 아니란 생각이었다. 세일즈에 대한 강조가 엄청난 포지션이었다. 일을 10이라 하면 이중 4가 세일즈라니… 시니어 포지션이라 그렇다는데, 기존에 유럽에서 쌓아온 네트워크가 없는 나에게 바로 세일즈가 중점인 포지션은 아닌 거 같았다. 세일즈나 네트워킹과 관련된 인성 쪽을 파보는 질문이 너무 많았다. 면접 마지막 무렵에 “너와 면접을 할 수록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 일인 거 같다.”라고 하니 자기가 너무 겁을 줬나보다면서 휴가기간 중이라니 그 기간중에 잘 생각해보고 다음 면접 때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이 일은 아닌 거 같다. 내가 이 직종에 엄청 꽂혀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손을 뗀지 3년반이나 흘렀고, 네트워크를 갖고 들어오는 시니어를 뽑는 자리에 유럽내 네트워크라고는 제로인 내가 세일즈를? 내 역량에 맞지 않는 자리다. 이건 그냥 내려놓는 게 맞다.

나에 대한 탐색 및 사고와 두 회사에서 일련의 면접을 통해 느낀 건 내가 야심은 별로 없는 사람이라는 것, 코트라 직무처럼 여러방면에 걸친 일보다는 전문적인 일을 잘 해내고 싶어하고 잘한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옌스가 면접 볼 때 입으라고 사줬던 가을 신상 정장이 있었는데, 과연 이 정장을 입을 일 없이 겨울을 맞이할까 (물론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정장이긴 하다.) 싶었더니 다행히 한번은 입을 일이 있었다. 좀 살이 쪄서 무리가 있으려나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고. 흠흠…

지금 프로젝트 하고 있는 회사에 포지션이 하나 나서 거기를 지원할까 하는데, 사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진짜 싼값에 좀 부려먹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면이 있어서 다소 망설여지는 면이 있다. 이 프로젝트만 아니면 엄청 열정적으로 지원했을 거 같은데… 옌스는 어디나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고, 내가 정식직원이 아니라서 과하게 부려먹으려는 면이 또 있는 거 같다며 그 경험을 토대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일해본 (10년전 이야기지만) 바에 의하면 조직 분위기는 참 좋다며. 우선 이번 프로젝트는 가을 휴가가 끝난 후 다시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 그거를 잘 하면서 지원서를 써봐야겠다. 이 프로젝트 경험이 회사 지원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벌써 10월 중순이다 실업 기간이 벌써 한달 반이네.  얼른 취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만약 취업이 될 거라면, 조금만 쉬고 취업이 되었으면 하는 게 간사한 사람의 욕심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