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부쩍 크고 있다. 자기만의 선이 뚜렷해져서 그 부분이 명확하게 지켜지기를 원한다. 방에 들어가면 문을 닫고, 꼭 노크를 한 후에 들어오란 소리를 자기가 한 후에 들어오도록 한다. 용돈을 받는 대신에 자신이 해야할 일들이 수행해야 함을 배우고 지키고 있으며, 도시락도 본인이 직접 싸기 시작했다. 학교에 무엇을 챙겨가야하는지에 대해서 자기가 직접 챙기기를 원한다. 못가져가면 본인이 아쉬운 것이니까 딱히 나도 더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밤에 잘 때 자신이 원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엄마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재워줄 필요도 없다고 한다. 편해지긴 엄청 편해졌는데, 아이가 이렇게 독립적인 영역이 커지니 아쉬움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친구와의 놀이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어린 아이지만 조금 있으면 어린이라는 단어를 떼고 청소년이라는 딱지를 붙여줘야 할 시기가 올 과도기임이 분명하다.
딱 아홉살 생일 전후로 수영, 체조 등 다른 체육활동을 다 정리하고 발레로 올인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클래스 하나 더 듣는다고 해서 다른 것을 유지한채로 하나 더 늘려줬는데, 발레 수업시간이 너무나 후딱 지나간다며 수업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체조는 자기가 제일 잘하는데, 자기 때문에 진도를 빼주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해서 체조 날짜에 체조를 빼고 그날 가능한 발레 수업을 찾아서 등록해줬다. 그랬더니 수영도 이제 어느정도 할 수 있으니 그날도 발레를 하면 안되냐고 하는거다. 마음 속 갈등이 정말 심했다. 한국과 달라서 집 근처 다니는게 아닌 이상 부모가 다 도와줘야 하는데, 동네에 있는 수영과 체조를 빼고 조금 더 먼거리에 위치한 발레를 추가로? 엄마,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오빠와 나의 학원 드롭오프를 해주셨는지를 느끼며 그러라고 했다. 엄마는 발레가 좋긴 하지만 힘들긴 엄청 힘든데, 너는 안그러냐고 물으니까, 자기도 힘들긴 힘든데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 그렇게 좋으면 니가 원할때까지 한번 해보라고 하고 보내주기로 했다.
한글학교를 다닌지가 벌써 몇년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한국말 쓰기를 싫어하니 별로 늘지를 않았지만, 그냥 한국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한국어에 간접적으로 노출이라도 되라고 보냈는데. 이번학기 반편성이 약간 충격이었던 게, 한국말로만 가르치는 조금 윗반으로 편성된 것이었다. 나는 애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우선 교장선생님이 한번 시도라도 해보라고 하셔서 두고 보기로 했다. 첫날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그런대로 수월했던 거 같은데, 그 다음 시간에 다른 애들이 더 많이 와서도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친구들도 마음에 들었고. 정말 가랑비에 젖듯이 노출된 한국어였고 동기부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냥 습관성 등교였는데, 이번엔 뭐가 꽂혔던 걸까? 집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해달란다. 물론 자신은 항상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열심히 말해보려고 하고, 내가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해주면 알아들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게 2-3주가 지났더니 한글학교 수업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면서 재미있단다. 요즘 그럴 때가 된거니?
아이의 학교 교우관계와 그 안에서 아이의 생각과 대처를 듣다보면 그 안에서도 다름 많은 타협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구나 싶다. 정말 많이 컸다.
아홉살 인생도 인생이다. 그 머리 안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하루하루 눈에 보이지 않게 성장해서 한달이면 쑥쑥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