큘로데스타이

Cullotesteg(큘로데스타이)는 우둔스테이크 정도가 되는 음식일 거다. 지방질 부위를 정방형 모양으로 살이 드러나기 직전까지의 깊이로 해서 그물처럼 칼집을 내주고 그릴판에 올려 그 그릴판을 물을 부은 깊은 오븐팬 위에 얹어 오븐에서 굽는 요리이다. 지방질에 후추와 소금으로 잘 마사지를 해주고 물이 고기에 닿지 않게 해서 굽는데, 처음엔 230도의 고온에서 15분 굽고, 고기의 중심온도가 56도까지 될때까지 180도에서 (고기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20-30분 구워주는 게 전부이다. 처음 고온에서 구울 때 지방이 바삭하게 익고, 남은 시간동안 안이 고르게 익는다. 수분은 놀랍게도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굽는데 전반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속 촉촉은 이해가 가는데, 겉이 바삭하게 되는 원리는 찾아보기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고 있다.) 오븐에서 꺼낸 고기는 그릇에 옮겨 담아서 호일로 덮어 휴지를 시켜주는데, 이때 계속 고기가 익기 때문에 오븐에서 레어 온도까지 다 익히고 나면 나중에 휴지 이후에 잘랐을 때 고기가 생각보다 푹 익어 있게 된다.

시댁에 가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요리인데, 고기 판매 자체가 아무리 작아도 800그램 단위로 팔아서 세식구 메뉴로는 생각하기 어려워 직접 해볼 일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이틀에 한번만 저녁 요리를 하고, 다음 날에는 전날 음식을 데워먹는 것으로 하면서 과감히 이 부위를 사 요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맛있고, 고기도 부드러워서 완전 마음에 들었다. 시부모님은 조금 더 고기를 익히셔서 내 기준엔 조금만 덜 익히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면, 내가 하니까 내 취향에 맞게 레어에 가까운 미디움레어로 구울 수 있어서 좋았다.

오븐에서 조리하니까 기름이 튀는 것이 적고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가 포인트! 그리고 팬에 하게 되면 주로 굽는 부위들이 – 예를 들어 등심 – 가격에 품질의 영향을 제법 받아서 질기고 아니고가 내가 얼마나 돈을 지불했느냐 아니냐에 영향을 받았는데, 이 부위는 그런 차이가 크지 않아서 좋더라. 또 팬에 브라우닝을 하지 않아도 되니 설거지 부담도 덜고. 비슷하게 조리하는 오븐구이 중에서도 로스트비프처럼 겉을 별도로 팬에서 브라우닝 해주라는게 제법 있는데 말이다.

오늘 다만 뭐가 좀 씌었는지, 희석해서 쓰는 육수(fond)를 희석하지 않고 계량해서 넣는 바람에 엄청 짜져서 와인 넣고 한참 끓인 와인과 발사믹식초 등 와인소스 베이스를 거의 다 버리고, 조금 남은 것에 우유랑 분말 제형으로 된 브라운 소스를 넣어서 소스를 만들었다. 너무 아까운 것. – -; 와인 소스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뿐 아니라 온도계를 고기에 잘못 꼽아서 온도가 상식과 어긋나게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실수를 정정하는데, 230도 오븐안에서 20분 가량 달궈진 온도계를 맨손가락으로 잡아서 당기다가 손을 데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름 뜨거울까봐 엄지와 검지만 이용해서 가볍게 당겨보려했다는 사실이 더욱 우습다. 기름처럼 들러붙어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손을 떼면서 화상의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손가락이라 화상이 덜했다. 마르고 거칠어진 손가락이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볼만한 사고였다. 여기서 사고는 정말 황당하게 발생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얻고, 아이를 키울 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 발목을 살짝 삐는 사고도 그렇고, 소소한 사고가 잇따르는데,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큘로데가 덴마크어 설명으로 읽었을 때는 대충 엉덩이 부분이던데, 우리말로는 무슨 부위인가 해서 찾아봤더니 우둔이었다. 어째 질기지 않다 했더니 원래 부드럽고 연한 부위란다. 장조림은 연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물에 넣어 푹 익힌 고기가 그 정도면 부드러운 거지.. 하는 생각에 닿았다. 부드러운 부위였구나. 앞으로 육회나 산적 등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거에 쓰는 부위라 한.

요즘 먹어보기만 하고 직접 해보지 않던 덴마크 요리에 도전해보고 있는데, 그를 통해 우리 음식의 재료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위 명칭이 우리 말로 뭐인지 몰라서 (찾아보면 또 알수 있겠지만, 또 귀찮아서 안찾아보는 성정이라..) 사지를 않다보면 앞으로도 계속 제약이 많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해봐야겠다 싶다. 이제 큘로데스타이는 한국친구 초대 메뉴중 하나로 등록!

아래 링크는 내가 시도해보고 완전 마음에 들었던 레시피! 강추!

[덴마크 Vs. 한국] 업무 이틀째, 덴마크와 한국 공공부문 업무스타일의 차이점

정책결정과정

덴마크 정책결정과정은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이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연정이든 하나의 다수당이든 집권여당이 장관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미리 관련부처간에 조율된 정책을 입안하면 나중에 이에 대해 국회에서 찬반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오늘 이에 대해 일부지만 정책을 국회에서 찬반 표결에 부치기 전에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 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주요 정책의 경우 관련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어서 월에 한번 주요 정책을 모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부처별 찬반여부를 표기한 의결안을 작성한다. 정책안에 대한 찬반 내용 및 이와 관련된 이견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이 결정될 경우 야당에서 보면 안될 내용 등을 고려해 해당 자료는 기밀자료로 분류된다. 물론 해당 정책이 완전히 통과되서 입안되면 더이상 기밀자료는 아니다. 이렇게 입안이 결정된 정책은 국회 본회에 상정하기 전에 미리 관련 관련 정당 정책담당자가 모여 해당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의한다. 정당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찬성을 결정하나 의원 각자에게 투표의 자유를 맡기는 경우, 해당 정당의 정책에 대해 의원 모두가 따라 투표를 하기로 강제하는 경우와 같이 두가지 형태로 정책에 대한 합의를 미리 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책에 대해 의원들이 투표를 한다.

내가 할 일은 이제 정당 합의만 완료된 일이고 상수도 및 하수도 업체의 이해관계에 연관된 일이라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쓸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해당 섹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 바로 투여되서 공부도 하고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놀랍다. 부담된다고 하기보다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고 또 내외부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같이 찾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긴장감이 든다. 다음주 우리 센터를 관장하는 부청장님과 회의가 잡혀있는데, 이 분야에 인사이트가 있으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다.

이에 맞춰 읽을 거리를 산더미처럼 받았는데, 사전 찾아가면서 열심히 찾아봐야한다. 그래도 확실히 처음 몇페이지 읽는 동안은 부처 특수의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사전을 많이 찾아봐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더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또 이를 활용해 회의에 들어가서 설명도 듣고 질문도 하고 토론도 해야하다보니 읽은 표현을 활용하는 연습도 되서 표현 습득도 된다. 다만 하루종일 덴마크어로 읽고, 생각하고, 말하다보니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마냥 졸렵다. 뇌가 아주 피곤해하는 모양이다.

출퇴근 및 업무관리

여기서는 하루에 뭘했는지 카테고리별로 시간을 입력하게 되어있다. 이걸 기준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확인하고 야근 수당도 이걸 기준으로 산정된다. 오늘 7시 반에 출근해서 3시 반에 퇴근했는데 조용할 때 업무를 시작하니까 집중도 잘되고 정말 좋았다. 나와 옌스의 하나 보육원 등하원시키는 스케줄과도 잘 맞아서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은 옌스가 드롭하고 내가 픽업하는 대로 유지하게 될 것 같다.

KPI

여기도 KPI가 있지만 한국보다는 덩어리가 크고 지표 설정에 있어 부처 재량도 크고 부처 특성에 맞춰 각자 차별화가 되어있다. 내 업무는 아직 2019년 KPI가 안나와 있어서 모르지만 나름 정성, 정량 평가가 잘 조화되서 KPI가 설정되는 것 같아서 어떤 형태가 될 지 궁금하다. 하나 좋은 건 워낙 덩어리가 크게 지표들이 설정되어 있어서 뭔가 빠뜨릴까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도 된다는 거다.

문서관리

우리랑 문서시스템이 크게 차이가 있는데, 어떤 사안별로 “사안”명을 넣은 문서그룹을 설정하고 그 안에 관련된 문서와 저장이 필요한 이메일 수발신 내용을 전부 기록한다. 우리처럼 어떤 형식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물론 문서에 따라서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메일의 경우는 그런 것이 없으니 말이다. 아웃룩에 연동된 문서저장시스템을 통해 쉽게 이메일을 문서로 저장할 수 있고, 관련 문서번호는 자동으로 채번된다. 쏟아지는 문서에 매몰되는 일이 없어서 좋다.

금요일 아침식사

금요일엔 대부분의 회사가 아침식사로 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는 9시 15분부터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데, 각자 당번을 맡아서 한번씩 돌아가며 아침식사를 사오는데, 빵, 치즈, 버터 등 대충 정해져있다. 이 식사에 붙여 주간 회의를 하는데, 업무보고는 아니고 전달사항 같은 게 있으면 하는 식이다. 먹으면서 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근무 이튿날도 무사히 흘러갔다. 사람들도 너무 나이스하고 각자 하는 일이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어서 협업이 많아야 하는 점도 재미있을 거 같고 (물론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좋다. 그래도 주말이 좋은 건 엉망진창이 된 집을 정리하고 싶어서라 해야하나. 그간 그렇게 취직하고 싶어하더니 주말이 바로 좋은 건 너무 간사한 거 같다. 흠흠. 하나와 같이 보낼 내일, 모레 이틀이 기대된다.

크리스마스 준비

드디어 이번 주말만 지나면 크리스마스다. 부활절도 명절이긴 하지만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 하면 역시 크리스마스를 꼽는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동지를 기념하는 Germanic 계열 인종들의 축제를 기독교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택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율 (Jul) 이라고 한다. 하지는 Sankt Hans Aften으로 기념하듯 동지는 Jul로 기념한다.

아무튼 가장 큰 명절이니만큼 안그래도 서로 집으로 초대하기 바쁜 덴마크인의 일상은 11월부터 엄청 바빠진다. 회사, 친구, 친지, 가족 등 서로 초대해서 커피를 즐기든, 밥을 먹든, 파티를 하든 할 일이 많다. 나처럼 옌스의 네트워크와 나의 대학원 네트워크처럼 좁은 인간관계만 유지하는 경우에도 옌스의 보스의 보스로부터 가족단위 초대를 받아 꽤나 시끌벅적한 캐주얼한 저녁에 다녀왔고 (우린 8시 전에 애를 재워야 하는 관계로 간단하게 식사 전에 먹은 æbleskiver만 먹고 왔다. 우리네 호두과자에서 호두속을 뺀 빵같은 거라고 할까? 아니면 팬케이크를 그런 모양으로 구웠다고 해야하려나? 옛날엔 사과를 속에 넣었어서 æbleskiver라고 했다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안넣고, 베리류 젬과 파우더설탕을 뿌려 먹는다.) 대학원 친구들 파티를 포함해 이것저것 다녀왔으니 네트워크 넓은 사람은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한국사람들 연말 연시 바쁜 것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인데 서로 오고가는 집 초대가 주를 이룬다 생각하면 다들 그 요리와 집 정리 및 청소까지 얼마나 바쁠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OMG…

우린 24일 우리집, 25일 시누이네 별장 (두바이 주재중이라 집은 세를 줘 덴마크에 잠시 돌아올 때면 별장에 머문다), 26일 둘째 시고모님네 집에서 명절을 치르고 28일 시부모님의 금혼식 파티가 있다. 헉. 24일은 풀코스 요리 준비가 있고, 25일과 26일엔 각자 나눠 맡은 음식만 하면 된다. 25일은 아직 메뉴 결정이 안되었고 (아직도!) 26일엔 잡채를 하기로 했다. 오늘 고기를 양념에 미리 재워뒀으니 26일엔 나머지 일만 하면 된다. 좁디 좁은 우리집 부엌에서는 손님 두 명이면 딱이다. 이번에 큰 팬을 사서 네 명까지 커버 가능은 한데, 이상적인 건 두 명 손님.

재료는 오리가슴살만 빼면 다 샀다. 오늘 간 수퍼마켓 두 군데엔 가슴살이 다 팔린 걸로 봐, 통오리의 오븐요리가 (나중에 있을 오븐 청소로 인해… 기름이 엄청 많은 오리고기) 부담스러운 사람이 꽤나 되는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내일 가보고 없으면 냉동고기를 사는 걸로 해야겠다. 지난번 해보니 냉동도 나쁘진 않았으니.

요리는 미리 할 수가 없으니 뭘 할 수 있나 하다가 아몬드 껍질을 까야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찾아봤다. 껍질을 미리 깐 아몬드도 파는데, 원래도 비싼 아몬드 가격이 확 뛰길래 그냥 직접 해보기로 했다. 시어머니께서 그게 어렵지 않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서. 진짜 간단했다. 1분정도 끓는 물에 넣고 끓인 뒤 껍질이 살짝 들뜬 것 같으면 이를 꺼내서 둥근 부분을 잡고 조금 힘을 줘 누르면 아몬드 속살이 뾱 하고 빠져나온다. 이걸 그렇게 비싸게 받다니!

아무튼 오늘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내일 저녁엔 우유쌀죽을 끓이고 그 다음날엔 요리 세가지. 사실 그렇게 보면 크게 차리는 건 아닌데 그래도 뭔가 나도 즐기면서 요리도 하고 하려다보면 미리 준비할 것도 많고 타임플랜도 잘 해야하니까 은근 마음 한자락에 부담이 된다.

그래도 이 부담이라는 게 내가 잘 하고 싶어서 그런 거고 아무도 시키는 사람도 없으며 (시부모님은 와서 같이 하자고 하시기도 하고 실제 오셔서 같이 도와주실 거다.) 나도 즐겁게 즐긴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며느리들이 느낀다는 명절스트레스와는 많이 다른 스트레스다. 다들 손님차림 멋드러지게 해내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생기는 부담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다행인 건 손님초대도 하면 할 수록 는다는 것.

내일 하루만 더 보내면 창문에 쌓인 선물을 트리 아래로 내리고 (지금 내리면 하나가 다 뜯어볼 것이기에) 선물을 개봉하며 기뻐하는 하나를 볼 수 있겠구나. 나도 옌스가 올 해 내 선물은 몇달이나 미리 샀다는 데 뭔지 도대체 알 수 없어 궁금하다.

껍질을 벗긴 아몬드와 껍질의 잔해
Julestemning i vores lille lejlighed

율리프로고스트 메뉴 대충 결정

오리 한마리 요리는 오븐에서 기름이 난리가 날 것이기에 부담이고, 그렇지만 역시 율에는 오리 고기를 먹고 싶으니 오리 가슴살 요리를 하고 싶었다. 다만 아주 전통적인 요리를 하기엔 이미 덴마크 가족들과 먹을 때 그렇게 자주 하니 나는 조금 달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리 가슴살 레시피를 여기저기 찾아서도 보고 잡지를 볼 일이 있으면 혹시 레시피가 없나 들척거려보기도 했다. 

내가 자주 사다보는 주간 여성지인 Alt for damerne라고 여성에 대한 모든 것 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잡지가 있다. 대충 30-40대 여성이 볼만한 비싸지 않은 잡지인데 (다만 주간지라 결국 월간 기준으로 보면 비싸긴 하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 요리 등을 잡다하게 망라하는 전형적 여성 주간지이다. 그래도 잡지 컨텐츠의 수준도 적당하고 (너무 럭셔리나 너무 어린 취향이 아닌), 나름 유명한 인사의 인터뷰도 실리고 가십 같은 건 다루지 않아서 괜찮고, 접근성 면에서도 어디 수퍼마켓에서고 살 수 있어서 좋다. (옌스가 이걸 거의 매주 사다 읽는 나를 보면서 너무 사회에 통합된 거 아니냐면서 진짜 웃기단다. 이걸 사서 읽을 떄마다 또 샀냐면서 말이다.)

12월엔 크리스마스와 신년 준비가 컨텐츠의 주를 이루기에 요리 레시피도 마찬가지로 율리프로고스트 메뉴가 주를 이룬다. 지난 2주간 메뉴에도 가슴살 메뉴가 있긴 했는데 딱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호에 나온 메뉴는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주말에 있는 율리프로고스트에 할 메뉴를. 오렌지로 글레이즈한 오리가슴살, 삶은 뒤 살짝 깨질 정도로 눌러 오븐에 구운 감자, 코티지 치즈(염소치즈엔 락토스 프리가 없으니 락토스 옵션이 가능한 코티지 치즈로 대체)를 곁들인 말린 무화과 적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체리소스를 곁들인 치즈케이크. 율 느낌이 물씬 난다. 기대기대. 해보고 맛이 괜찮으면 (원래 손님 초대 전에 한번 해봐야하는 건데… 그럴 여유는 없다.) 24일 우리집에서 하는 가족 율리아픈스맬도 이걸로 해보려고 한다. 음… 생각만 해도 들뜨네. 

건강하고 맛있는 바나나빵

하나가 유당불내증이라 빵을 구우려면 유당이 들어가지 않은 레시피를 써야한다. 우유나 크림 양이 많아지면 배가 아프니까. 보육원에 두돌 때 빵을 들려보내려다보니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걸 만들면 안되서 이런걸 만족하는 바나나 빵을 찾다보니 아래 레시피를 찾았다.  

https://cookieandkate.com/2015/healthy-banana-bread-recipe/

처음엔 빵틀이 없어서 알루미늄 포일을 높이조정만 해서 썼더니 열 전도율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번엔 이케아에서 빵틀을 샀더니 레시피 시간대로 정확히 구워졌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짱. 설겆이도 별로 안나와서 좋다. 덴마크 사니 엄마가 해야할 일이 참 많다. 생일 때 케이크도 만들어 보내야 하고 (사서 보내는 건 설탕이 많아서 안된다고 거절당하고 또 주문은 너무 비싸고…) 두번 해보니 요령도 생겨서 빨라진다. 덴마크 발령 전 밤마다 빵굽던 기억이 나네… 

올 여름 휴가 최고의 날

올 여름 휴가 중 오늘이 최고인 이유는 오늘은 일을 안하고 정말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댁인 보언홀름에 와서도 아침 8시반부터 저녁 5시까지 매일 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쓰고 집에 와서도 하나 재우고서는 밤에 또 일을 했는데 오늘은 집에서 오전 일찍 세시간만 일하고 하루종일 놀기로 했다.

첫번째는 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 방문하기. 작년에 한국 다녀와서 거의 1년만에 처음 좋은 레스토랑을 가기로 한 거였는데 보언홀름에 미슐랭스타 레스토랑 Kadeau가 있어서 거길 가보기로 했다. 전형적인 뉴노르딕 식당이었는데 몇군데 가봤던 뉴노르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거 같다. 꽃과 인근에서 나는 베리, 발효 식자재를 많이 썼는데 프레젠테이션도 그렇고 맛도 좋았다. 분위기는 캐주얼한 스타일이어서 애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많았다. 물론 애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잘 즐기지는 못했지만…

스낵으로 나왔던 팬케이크는 꽃으로 뒤덮여있었다. 옌스는 약간 셀러리같은 향이 난다고 했지만 나는 정확히는 어떤 향이라고 표현하긴 힘들지만 셀러리 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러운 향도 아니었고…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주는 정도였고 시각적인 부분과 식감 부분을 담당한 것 같다. 팬캐이크는 구수하고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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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약이 워낙 일러서 그랬는지 한 팀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평일인데도 곧 꽉차서 놀랬다. 물론 휴가시즌이라 그럴 것 같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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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하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있었는데 꽤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주변에서 대화소리가 들리는데도 깨지 않고 계속 잤다. 잠든 얼굴을 보는데 어찌나 커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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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깨어난 하나와 놀다가는 옌스에게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피자 두판을 만들어 시부모님과 즐겁게 나눠먹었고, 저녁엔 국민 가수인 Kim Larsen의 야외 콘서트가 바로 옆 콘서트장에서 열리길래 발코니에 앉아 무료 공연을 즐기며 이렇게 블로그 포스트를 쓰고 있다. 물론 잠깐 가서 구경도 하고, 워낙 역사적인 가수인데다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이렇게 공연 가볼 일도 거의 없을 거 같아 셀피도 남겨두었다.

덴마크는 이번 여름 엄청 좋고 평년보다 엄청 더워서 25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많다. 아직 본격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잘 때 너무 더운 경우가 있는데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시원하고 열대야도 아니지만, 이제 엄청 시원하게 해두고 자는 데 익숙해 있어서 쉬이 덥게 느껴진다.) 다행히 보언홀름은 20도 내외로 시원했어서 피서를 제대로 하다 가게 될 거 같다. 너무 더우면 하나가 잠을 설치는데 그렇지 않은 게 가장 감사했다.

오늘 아침엔 이력서도 한군데 제출했다. 덴마크에는 석사 타이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어서 직업을 타이틀로 검색할 수가 있는데,  내 이력에 꽤나 관련된 자리가 올라와있는 거 아닌가. 이력서는 지난번 Marsh라는 회사 graduate program에 지원할 때 써둔 게 있어서 수정할 게 없었고, 지원서만 새로 써야했는데 덴마크어로 써야하다보니 하루를 씨름해야했다. 덴마크에서는 지원서를 내기전에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는 게 아주 일반적이고 그래야 회사가 채용하는 목적 등을 정확하게 확인해서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를 꼭 해야한다. 그 전화를 하기 전에 뭘 물어볼 건지 등을 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전화를 하고 담당자가 말해준 내용의 배경을 확인하느라 리서치 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 다음엔 그걸 덴마크어로 쓰느라 시간이 걸렸고.

저녁에 옌스가 교정을 봐주는데, 문장 구조 수정 없이 마이너한 문법만 몇개 고쳐주고 끝내면서, 나중에 덴마크어로 보고서 쓰는 것도 누가 문법만 초기에 조금 봐주면 큰 문제 없을거라고 했다. 지난번보다 덴마크식 지원서 쓰는 것에 대한 감이 더 잡혔는데, 뭐 되기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이렇게 하는 작은 경험들이 쌓여서 조금씩 발전이 되고, 그러다보면 취직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아무튼 좋은 날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그런 날이다.

더운 여름날엔 역시 아이스크림!

쉬지 않고 논문을 너무 열심히 썼더니 등이 아프길래 페달을 밟아 동네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에 다녀왔다. Ismageriet이라고 the icecream maker라는 뜻의 심플한 이름을 가진 가게인데, 코펜하겐 인근 지역에서는 매우 유명한 집이다. 줄이 길어서 퇴근시간 이후에 가면 줄이 너무 길다. 이틀에 한번 꼴로 하나 자는 시간에 짐에 다녀오는데, 바로 그 앞에 있는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밤 10시가 되도록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있다.

집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 요즘,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엄청 당기는 게 아닌가. 딸기와 초콜렛 소르베를 녹을라 싶어 허겁지겁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옌스 왈 오늘 밤에 겁나게 운동해야겠단다. 물론이지! 근육만든다고 쉬던 웨이트를 다시 시작한지 어느새 거의 3주가 넘은 거 같으니. 오늘 저녁은 조금 덜 먹고 새로운 운동으로 아이스크림 칼로리를 날려줘야겠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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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녹기 시작해서 한입 핥아먹은 아이스크림. 

Denmark proudly presents: 딸기 eller jordbær!

진공포장이 완벽하지 않던 인스턴트 커피를 교환하려 네토에 8시 조금 넘어 거의 문 열자마자 갔다. 안타깝게도 내가 교환하려던 특가상품으로 나왔던 탓에 매진되어 환불을 대신 받았는데, 아침 일찍 갔더니 갓 들어온 딸기가 엄청 신선하더라. 방금 전 배가 출출하길래 딸기에 설탕을 뿌린 듯 만듯 아주 조금 솔솔 뿌리고 거품내지 않은 생크림을 쪼르륵 부어 먹었다. 음…

덴마크는 제철 상품이 아닌 채소나 과일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하우스로 재배하지는 않는다. 아마 하우스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 비용이 과해서 인근 EU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큰 것 같다. 덴마크 딸기(덴마크어로 jordbær, 땅에서 나는 베리라는 뜻이다.)는 덴마크인이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는 과일인데 정말 인정할만하다. 안팎으로 새빨간 딸기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간혹 네덜란드산 겨울 딸기를 먹어봤는데, 안에는 하얗고, 단맛 중심에 새콤한 맛이 부족한 게 실망스러웠었다. 아무튼 여기 살면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데, 올 해 여름 일조량이 기가막히게 좋은 덕인지 딸기가 예년보다 많은 물량으로 풀리고 있는 것 같다.

덴마크 딸기는 주로 계란팩과 비슷한 재활용 종이 소재의 팩에 뚜껑없이 팔리는데, 시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당일 수확해서 출고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아침에 장 보는 일이 없는 관계로 이렇게 신선하고 무른 데 없는 딸기는 별로 본 일이 없어서 흥분하며 500그램짜리 2팩을 사서 벌써 300그램은 먹었다. 냠… 맛있어라… 이제 논문 끝나고 실업이 해소될 때까지는 아침에 장을 좀 자주 봐야겠다. 신선한 제품들은 얼리버드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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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당일 출고된 덴마크 딸기 500그램팩

연어구이, 오이/딜/페넬 샐러드, 팬에 구운 감자

우리는 외식을 별로 안하고 산다. 삼시 세끼를 다 잘 챙겨먹는 게 아니라 요리하고 그런 게 어려운 건 아닌데,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은 끊이지를 않는 것 같다. 대충 시기별로 해먹고 사는 요리들을 이름이라도 기록해두면 영 아이디어가 없을 때 해먹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Sprødstegt laks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진 연어) – 껍질이 있는 연어필레, 비늘을 제거하고 소금을 약간 뿌려 냉장고에 20분정도 재워두어 수분을 조금 제거한다. 팬은 뜨겁게 달궈두고 오일과 거친 소금을 뿌린 후 껍질쪽을 팬에 닿도록 생선을 팬에 올린다. 중간불로 조절한 후 4-6분 정도 굽거나 또는 열기가 생선을 통과해서 생선색깔이 대충 흰색을 띌 때까지 굽는다. 생선을 뒤집은 후 팬을 불에서 내린다. 불에서 내린 팬에 생선을 30초-1분정도 두면 생선은 준비가 된다.

agurk, dild og fennikel salat (오이, 딜, 페넬 샐러드) – 오이, 빨간양파, 페넬을 각각 한개씩 준비한다. 딜은 한단을 준비한다. 모두 티스푼 기준으로 꿀 1, 오일 2, 화이트와인식초 1, 디죵겨자 2, 소금과 후추 적당히.

오리지널 레시피 : 베얼링스커의 쉬운 주중요리 레시피 – https://www.b.dk/mad/nem-hverdagsopskrift-sproedstegt-laks

팬에 구운 감자 – 감자를 삶아서 깍둑썰어 준비한 후 팬에 로즈마리나 타임, 마늘 등을 같이 넣고 오일을 조금 넣어 볶듯이 구워준다. 전날 삶은 감자가 남았을 때 좋은 사이드메뉴

맛도 있고 하나도 좋아하는데, 단점은 집에 생선냄새가 하루는 가는 것 같다.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 있는 여름에만 해먹는 걸로…

덴마크 크리스마스 또는 율(Jul)에 먹는 이야기

덴마크어로 크리스마스는 율(Jul)이라고 한다. Jesus Christ에서 영어로는 뒤의 Christ를 따서 크리스마스지만 덴마크어로는 예수스(Jesus)에서 파생한 단어인 모양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보냈다. 매해 시누이네 집에서 시누이네 시부모님과 우리 시부모님, 옌스와 나까지 보내다가 이번엔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시누이는 남편이 두바이로 주재근무를 나가면서 가족이 모두 3년간 이사를 나가게 되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함께 보낼 수 있으려나 했는데, 한해의 1/3을 해외로 출장다니는 시누이 남편이 이번 크리스마스 휴일은 좀 쉬고 싶으니 휴양지로 가자고 했단다. 그래서 시누이네 별장에서 일주일 먼저 이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자 했는데, 우리 집 온가족이 다 아픈 바람에 우리만 빠지게 되었다. 너무 아쉽게도. 매번 엄청 뻑적지근하게 보내던 크리스마스가 우리만의 단촐한 파티로 바뀌게 되어서 아쉬웠다. 그 나름의 장점도 있긴 하겠지만.

덴마크의 크리스마스는 24일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만찬이며 게임, 선물 개봉 등이 다 24일에 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25일, 26일은 첫번째 율, 두번째 율이라 부르며 율리프로고스트(Julefrokost)라고 길디 긴 점심식사를 한다. 우리는 주로 24일 시누네서 율리프로고스트, 율리아픈스맬(Juleaftensmad)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 쉬고 26일 시고모님 두분 중 한분 댁에서 율리프로고스트를 하는 게 루틴이다. 가족마다 각자 챙기는 방식은 다 다르다.

그래도 대충 비슷한 건 율리프로고스트와 율리아픈스맬.

율리프로고스트는 검은 호밀빵인 Rugbrød, 밝은 색 밀가루 빵인 Franskbrød (밀가루 빵은 재미있게도 대충 프랑스빵이라고 부른다.) 등을 바스켓에 담고, 그 위에 얹어먹을 Pålæg을 이것 저것 준비해둔다. 그러면 빵 위에 버터를 발라 Pålæg을 이것 저것 얹어먹으면 영어로 오픈샌드위치로 엉터리로 번역된 Smørrebrød이 된다. Smør가 버터이고 Brød은 빵이니 사실 버터바른 빵이라는 뜻이다. 아무튼 모양은 빵이 아래에만 깔린 형상이니 오픈 샌드위치로 불리긴 한다. 중요한 건 이건 손으로 들고 먹는 게 아니라 포크와 칼을 들고 먹는다.

Pålæg에는 궁합이 있다. 1차는 어류, 2차는 육류라 이에 맞춰 접시는 2개를 포개어 준비한다. 어류로는 식초에 절인 청어로 시작하는데 다른 것 없이 식초에만 절인 것부터 딜(dild)을 넣은 것, 카레소스에 절인 것 등 다양하다. 청어는 주로 흐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진 계란과 함께 먹는다. 다음은 대구를 다져 양파, 밀가루, 계란을 넣고 팬에 튀긴 피스커프리카델라(Fiskefrikadelle)로 라물렐(Remoulade) 소스를 얹어먹는다. 그 다음은 훈제 연어. 굳이 다른 건 얹어먹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케이퍼는 생략하고 먹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평소에 채소로 옆에 곁들이는 건 오이와 토마토 정도인데, 그나마도 크리스마스에는 먹을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아예 내놓지 않기도 한다. 2차 육류는 주로 간 파테인 리워포스타이(Leverpostej),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고기육수를 굳힌 젤리,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반반 섞어 만든 고기완자인 프리카델라(Frikadelle) 등을 먹는다.

사실 이렇게 먹고 나면 시간이 꽤 되는데, 오후의 커피/티를 하고 조금 쉬고 나면 저녁 준비를 또 하게된다.

율리아픈스맬은 오리구이(Andesteg), 껍질을 아주 바삭하게 구운 돼지삼겹 통구이인 플래스커스타이(flæskesteg), 순대처럼 돌돌 길게 말린 생소세지 구이인 메디스터푈서(Medisterpølser) 등을 사이드와 함께 먹는다. 소스는 주로 브룬소스(Brun sovs)이며 카라멜라이즈드된 브룬카토플러(Brunkatofler)와 독일의 sauerkraut와 같은 따뜻하게 준비한 시큼한 양배추 샐러드인 뢸콜(Rødkål)을 사이드로 곁들인다.

디저트는 프랑스어인 척 하는 리살라망(Ris a la amande)이라는 쌀 푸딩인데 리슨그뢸(Risengrød, 물과 우유로 끓여낸 쌀죽에 계피설탕을 넣은 것)에 거품을 단단하게 올린 휘핑크림과 껍질을 까 다진 아몬드를 넣으면 된다. 그 위에 체리소스 (집에 따라 따뜻하게, 차갑게도 준비한다.)를 얹어 먹는데, 크림 때문에 느끼해서 많이는 못먹겠지만 진짜 맛있다. 차가운 쌀죽에 따뜻한 체리소스의 궁합이란 의외로 너무 잘 맞는다.

아몬드 중 하나는 다지지 않고 통으로 넣는데, 이걸 가져간 사람은 재미있는 선물을 하나 받는다.

우리 집에서 4명이서 먹는데 크게 하기도 그렇고, 하나도 있는데 작은 부엌에서 너무 힘들 것 같아 시어머님과 상의해 간단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어차피 26일에 포트럭 식으로 시고모님 댁에서 율리프로고스트는 뻑적지근하게 할 것이기에 24일은 오히려 간단히 해도 상관없었으니까. 통오리는 손질이 번잡스럽고 요리 과정에서 기름 덜어내는 것도 엄청 큰 일인데다가 오븐이 기름으로 범벅이 된다기에 가슴살로 준비했다. 350g짜리 아주 큰 가슴살 4 덩어리를 사오셨는데, 오리 가슴살과 그에 곁들일 사과 및 Ribsgel 등으로 메인 요리를 완성했다. 해보니 너무 간단해서 앞으로 간간히 오리를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옌스가 뢸콜을 안좋아해서 번외로 자주 해먹는 적양배추 샐러드를 곁들였는데, 시부모님도 너무 맛있다면서 좋아하셔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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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율리아픈스맬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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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표 리살라망

거의 시부모님이 준비를 많이 해오신데다가 주방에 시부모님과 나 세명이 서서 준비하다보니 의외로 너무 빨리 준비가 되서 하나 재우고 느지막히 준비를 시작했는데도 시간이 충분했다. 덕분에 어른들끼리 저녁을 오붓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에는 다시 시누이네랑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된다고 해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 같이 한다면 이제는 음식 준비에도 좀 더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크리스마스였다.

 

(참고로 덴마크인이 크리스마스에 뭘 먹는가 하는 기사도 있다. 덴마크어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