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프로고스트 메뉴 대충 결정

오리 한마리 요리는 오븐에서 기름이 난리가 날 것이기에 부담이고, 그렇지만 역시 율에는 오리 고기를 먹고 싶으니 오리 가슴살 요리를 하고 싶었다. 다만 아주 전통적인 요리를 하기엔 이미 덴마크 가족들과 먹을 때 그렇게 자주 하니 나는 조금 달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리 가슴살 레시피를 여기저기 찾아서도 보고 잡지를 볼 일이 있으면 혹시 레시피가 없나 들척거려보기도 했다. 

내가 자주 사다보는 주간 여성지인 Alt for damerne라고 여성에 대한 모든 것 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잡지가 있다. 대충 30-40대 여성이 볼만한 비싸지 않은 잡지인데 (다만 주간지라 결국 월간 기준으로 보면 비싸긴 하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 요리 등을 잡다하게 망라하는 전형적 여성 주간지이다. 그래도 잡지 컨텐츠의 수준도 적당하고 (너무 럭셔리나 너무 어린 취향이 아닌), 나름 유명한 인사의 인터뷰도 실리고 가십 같은 건 다루지 않아서 괜찮고, 접근성 면에서도 어디 수퍼마켓에서고 살 수 있어서 좋다. (옌스가 이걸 거의 매주 사다 읽는 나를 보면서 너무 사회에 통합된 거 아니냐면서 진짜 웃기단다. 이걸 사서 읽을 떄마다 또 샀냐면서 말이다.)

12월엔 크리스마스와 신년 준비가 컨텐츠의 주를 이루기에 요리 레시피도 마찬가지로 율리프로고스트 메뉴가 주를 이룬다. 지난 2주간 메뉴에도 가슴살 메뉴가 있긴 했는데 딱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호에 나온 메뉴는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주말에 있는 율리프로고스트에 할 메뉴를. 오렌지로 글레이즈한 오리가슴살, 삶은 뒤 살짝 깨질 정도로 눌러 오븐에 구운 감자, 코티지 치즈(염소치즈엔 락토스 프리가 없으니 락토스 옵션이 가능한 코티지 치즈로 대체)를 곁들인 말린 무화과 적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체리소스를 곁들인 치즈케이크. 율 느낌이 물씬 난다. 기대기대. 해보고 맛이 괜찮으면 (원래 손님 초대 전에 한번 해봐야하는 건데… 그럴 여유는 없다.) 24일 우리집에서 하는 가족 율리아픈스맬도 이걸로 해보려고 한다. 음… 생각만 해도 들뜨네. 

[덴마크 vs. 한국] 탄력근로제

덴마크에 있는 모든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경우 9시부터 3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있는 것으로 하되 그 외 시간은 주당 37시간을 채우도록 앞뒤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추는 것이 흔하다. 9시보다 늦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경우가 흔한데, 회의라던가 공동의 작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야근에 대해서는 전문직일수록 별도의 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평소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한다. 출산 전엔 6시 반 정도에 퇴근했는데 지금도 평일 저녁에 이틀 정도는 몇시간씩 일을 하고 주말 저녁에도 하루 정도는 일을 한다. 점심을 30분 이내로 짧게 쓸 경우 점심시간을 안쓴 것으로 간주하기에 평소에 점심을 30분 이내로 먹거나, 앞뒤로 연이은 미팅때문에 10분동안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곤 하는 남편은 주당 50시간 정도 일하는 것 같다. 주당 37시간이 기준 시간이지만 그 이상 일한다고, 툭하면 주말을 껴서 가는 출장의 경우 사무실을 비우는 기간 동안 쌓일 이메일을 비운다고 저녁에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며칠 바삐 야근을 해도 딱시 야근 수당 같은 건 없다. 이는 애초에 직무와 연봉에 이런 초과근무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라고 모두 일관된 출퇴근 정책을 갖는 건 아니다.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서 각자에 맞는 정책을 갖게 되는데, 경쟁소비자청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분기별 20시간은 야근을 할 수 있도록 급여에 야근 수당이 이미 책정되어 있다. 업무시스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기준으로 추가시간과 부족시간을 분기당 산정해서 네팅한 순초과시간이 20시간을 넘지 않으면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이보다 부족하다고 해서 토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소 근무시간은 근무해야한다. 물론 여기도 특정 직급 이상의 경우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chefkonsulent, specialkonsulent, chef 이런 사람들은 근로 상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정의되어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탄력근로제가 있었다. 마지막 해외파견 전 새로이 도입된 나름 현대적인 정책이었다. 육아가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조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조금 특별한 것이라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에 따른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터였다. 물론 여기서도 풀타임 채용인 자리에 파트타임으로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일찍 근무하고 실제로 일찍 퇴근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를 쓸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것 같은데, 일찍 근무를 시작한다 해도 일찍 퇴근하는 게 불투명하고, 늦게 출근하는 걸 신청할 경우 야근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까 싶어 그렇게 신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쓰는 게 탄력근로제였다.

남편과 나는 아마 내가 일찍 출근해서 남편이 애를 보육원에 드롭하고 내가 일찍 퇴근해 애를 픽업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기왕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게 아침에 조용한 때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출퇴근 혼잡을 피할 수 있으며, 저녁 장 봐서 밥 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기 때문이다. 7시 반 출근으로 잡으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반 사이에는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주는 정책 덕이다. 물론 아마 저녁에 집에서 일을 해야하는 날들이 제법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게 되니 둘이 다 일을 하면서 주변 가족의 도움 없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애 낳는다고 한차례에 그치는 출산수당, 애 키우면서 조금씩 나오는 양육수당은 애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 사회가 이런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 전체 비용 증가를 개개인이 용인해 줄 때 애 낳을 마음이 나는 것 아닐까? 옌스와 나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생각인데 한국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풀타임 근로자의 탄력근로제야말로 한국 출산율 증가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덴마크 vs. 한국]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

오늘 인사행정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채용과 계약을 담당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독특하게도 경쟁소비자청 소속이 아니라 경쟁소비자청 인사파트너로 기업부 소속이다. 우리 청이 기업부 소속이긴 하지만 별도 청으로 되어있는데, 인사 행정은 기업부에서 통합해서 담당하는가 보다. 규모가 엄청 큰 조직이 아니니 부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행정 담당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직운영 방향과 규정에 대한 감을 대충 잡을 수 있도록 읽어볼 자료들을 보내주었다. 자료로는 우리 청의 전략, 임금 정책 (임단협 서류),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대외 행동요령, 경쟁력 및 재능 계발 정책, 정보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읽어볼 양이 꽤 많아서 연말까지 저녁마다 틈틈이 읽어둬야 할 것 같은데, 우선 대충 훑어본 것 중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가장 눈에 띄었다

Det er afgørende for et velfungerede demokrati, at offentligt ansatte deler deres viden i den offentlige debat. 

Demokrati og åbenhed er grundlæggende værdier i Danmark. Det
gælder også i den offentlige sektor. Derfor er det vigtigt, at offentligt
ansatte er trygge ved at bruge deres ytringsfrihed og deltage i den
offentlige debat med deres viden og synspunkter.

Vejledning om offentligt ansattes ytringsfrihed, oktober 2016, Justitsministeriet

https://www.justitsministeriet.dk/sites/default/files/media/Pressemeddelelser/pdf/2016/vejledning_om_offentligt_ansattes_ytringsfrihed.pdf

인용한 것은 들어가는 말과 서론에 헤드라인으로 뽑인 내용인데 번역하자면 이렇다. “원활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직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적인 토론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개방성은 덴마크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이는 공직부문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공직자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누림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들의 지식과 견해를 갖고 공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을 읽어보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하거나 소속 기관의 정책에 대해 비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여기도 비밀유지사항이 있으며, 개인의 견해를 표명함에 있어서 기관의견이 아니고 개인의견임을 표시해야 하는 등 규칙이 있다. 

한국에서 준공무원으로서 공직규정을 준용해 적용받는 나로서는 이러한 내용이 너무 놀랍게 다가온다.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을 할 수 있고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다니… 요즘 규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원칙적으로 조직원은 개인의 정치견해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면 안됐고,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표현의 자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사행정 담당자의 메일 끝에, “의자나, 키보드, 마우스 등 당신의 좌석을 꾸미는 데 있어서 특별히 당신에게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의 서비스 센터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해당 요청사항에 최대한 빨리 대응해 드릴 것입니다.”라고 남겨져 있었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다. 일 시작하면 그때 컴퓨터 받고 자기 책상 자기가 세팅하고 했던 한국에서의 기억과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설렌다. 

경쟁소비자청 건물 소개

겉으로 보면 다소 삭막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공장건물이다. 원래는 비누공장이었는데 이를 2013년에 완전 레노베이션해서 몇개의 정부기관을 시내에서 외곽인 이곳으로 입주시켰다. 안으로 들어가면 밖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밝고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입구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지게 멋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찾아보니 2013년 건축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했다 생각이 들었다. JJW 라는 건축사무소에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여긴 찾아보니 학교나 정부기관, 주거단지 등을 주요 프로젝트로 하는 사무소같아 보인다.

경쟁소비자청에서 건축설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채용섹션에 올린 조직 소개 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주요 직무 몇가지를 추려 소개하는데 사무공간 여기저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보이니 말이다. 

덴마크는 정부기관 건물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가본 데 모두 겉으로는 좀 삭막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별세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청은 조금은 그보단 덜한 것 같지만 시청들도 나쁘지 않고.

청사 입구와 실내 1층 라운지, 조직소개 비디오와 끝으로 JJW에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에 올린 청사 내부 사진 갤러리 링크를 공유한다.

청사 입구
청사 라운지
청사 소개 비디오

JJW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갤러리 – 청사 사진

http://www.jjw.dk/?projekt=konkurrence-og-forbrugerstyrelsen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히트곡 넘버원, Jul Det’ Cool

MC Einar의 Jul Det’ Cool,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덴마크 크리스마스 (Jul) 노래다. 해가 갈 수록 좋아하게 되는 덴마크 크리스마스 히트곡 넘버원. 이 노래가 없으면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강력히 추천한다. 덴마크어를 배우는 사람에겐 특히. 

Det skete i de dage i november engang, 
at de første kataloger satte hyggen i gang. 

Det jul, det cool, det nu man hygger sig bedst. 
Det er julebal i Nisseland, familiernes fest. 
Med fornøjet glimt i øjet, trækker folk i vintertøjet, 
til den årlige folkevandring op og ned af Strøjet. 
Der bli’r handlet pakket ind, og der bli’r købt og solgt, 
tøsne snot i næsen det er pissekoldt. 
Det er vinter, man forventer vel lidt kulde og sne; 
men det’ er da klart at så’n en sag kommer bag på DSB. 
Intet vrøvl har de forsvoret, det de helt sikker på; 
men ved den første rim på sporet går møllen i stå. 
Folk de tripper, skælder ud, ser på deres ure, 
og sparker efter invalide, ynkelige duer. 
Der er intet man kan gøre og de sure buschauffører, 
gør det svært at praktisere julehumøret. 
“Gå så tilbage, for helvede,” råber stodderen hæst. 
Men det jul, det cool, det nu man hygger sig bedst. 

Det jul, det cool, graner lirekasser, 
der er mænd, der sælger juletræer på alle åbne pladser. 
12 bevægelige nisser og en sort mekanisk kat 
i et vindue ud mod Strøjet trækker flere tusind watt. 
Kulørte gave pakker i kulørte juleposer, 
selv i Bilka, Irma og alle landets Brugser, 
er der ægte julestemning og gratis brunekager, 
der er hylder fyldt med hygge, der er hygge på lager, 
og hos damerne i Illum kan man få det som man vil, 
“Kontant eller på konto, hr.? Skal prisen dækkes til?” 
De smiler og er flinke, mest til fruerne i minker 
og gi’r gode råd om alt fra sexet undertøj til sminker, 
og vi andre fattig røve, kan gå i Dalle Valle, 
der er damerne så flinke, at de smiler pænt til alle. 
Der er masser tøj i kasser, der helt sikker passer. 
Det jul, det cool, graner lirekasser. 

Det jul, det cool, kig dig lidt omkring, 
15.000 mennesker i Magazin. 
De har våde lædersko, de har halstørklæder på, 
og de har overfrakker, gave, pakker, masser de skal nå; 
men de hygger sig selvfølgelig gør de det, 
plastikstjerner, plastikgran og plastiksne. 
Sætter stemning i systemer, det så nemt og nul problem, 
og kød blot julestuens julesæt med fire fine cremer, 
eller sukkerkrukker, pyntedukker, pænt mondænt og ganske smukt 
og søde sæt proptrækker, glas og øloplukker. 
Fra en skjult højtaler installation 
“Et barn er født i Betlehem” i Hammodogelversion, 
vi traditionsbundne folk i traditionernes land, 
så vi hygger os li’ så fint vi kan, 
og særlig uundværlig det er Magazin. 
Det jul, det cool kig dig lidt omkring.

(Højtaler lyde, som slutter med “Jamen du godeste er det allerede”) 
jul, det cool sikke tiden den går, 
der er intet lavet om siden sidste år, 
det de samme ting vi spiser ,det de samme ting vi laver, 
det de samme ting i TV, det de samme julegaver, 
samme penge problemer det dyrt og hårdt, 
udelukkende overtrukne kontokort. 
Overflod og fråds med familie og med venner, 
samvittigheden klares med en Ulandskalender. 
Det er julefrokost tid traditionsspilleri, 
spritkørsel, utroskab og madsvineri, 
vi har prøvet det før vi ved præsis hvad der sker, 
slankekur i januar og alt det der, 
det et slid; men der er lang tid til næste år. 
Det jul, det cool sikke tiden den går. 

Jeg drømmer om en hvid sandstrand, og palmetræer og ???????, så vil jeg fejre julen ved swimmingpoolen langt bort fra sne og juletræer. 

취직 후 지도교수 방문

보언홀름에 오던 날 오전,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지도 기간 내내 따뜻하게 마음을 써주셨던 분이고 졸업 후 프로젝트를 뛰는 것도 교수님 덕이었다. 나랑 나이가 같은 분인데 나랑 참 달리 차분해서 중간점검 스트레스 받은 나를 조곤조곤 이런 저런 조언을 하며 안도시켜주셨다. 취업을 한 소식을 알리고 초콜릿을 사갖고 차 한 잔 하러 방문했다. 

영국에서 온 친구가 덴마크에서 일 구하기를 얼마나 어려워했는지를 들려주시면 3개월만에 일을 구한 게 얼마나 빨리 구한 건지 이야기해주시며 같이 기뻐해주셨다. 덴마크는 조직이 매우 수평적이거 일에 대한 자율권을 많이 주고 구체적인 지시를 주기보다 큰 틀을 중심으로 확인하고 책임을 많이 부여한다. 이런 경우 수직적이고 일에 대한 구체적 지시와 이에 대한 꾸준한 상사의 관리와 감독이 뒤따르는 조직이 사람을 믿을 필요 없이 시스템을 믿으면 되는 데에 비해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이라 나와 다른 사람을 믿기란 어렵다. 이건 본능적인거니까.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사회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면 경계를 쉽게 풀 수 있고, 대충 몇 가지만 보면 상대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수월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방인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은근한 또는 무의식적인 차별이 이뤄지게 된다는 거다. 

물론 일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주어진 일만 하면 되던 사람은 이 무한한 자율권이 부족한 관리감독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그게 힘들 수 있다.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내 논문 경험이 떠올랐다. 정확히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이어느 이유로 덴마크어를 잘하는 건 중요하다. 사회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덴마크 문화를 배우고 공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평균 취직에 6개월 쯤 걸리는데 일찍 취직했다며 우리 프로그램에 외국인이 꽤 있으니 관련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그런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안그래도 우리 학기에도 그러 기회가 있던 기억도 난다. 

직장에서 근무시작 전 이런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앞으로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교수님이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내 논문을 토대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박사 프로젝트로 새로 한명을 받았다는 걸 알게된 것도 좋았다. 그냥 졸업을 위한 쓰여 구석에 처박히는 논문으로 끝나지 않은 걸 알게 된 게 기쁘다.

벌써 12월이 시작되었다. 딱 한 달 남았다. 직장에서 행정절차를 시작했는지 직장에서 나를 채용함으로써 관련 기관에 내 정보를 제공하는 걸 들려오는 이런 저런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 강화된 GDPR 때문인가보다. 정말 곧 일할 거라는 실감이 난다. 설레고 기대되기도 하면서 애와 관련해서 보육원 등하원하는 일에 걱정도 된다. 그리고 연말 바삐 보낼 시간도 기대된다. 이번 연말은 정말 오래간만에 아무 걱정없이 보내는 연말이 될 것 같다.

보언홀름 시댁 방문

회사일이 바쁜 연말 옌스는 함께 할 수 없던 보언홀름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건 하나에게 한두달에 한 번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 때문이었다. 한달도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시부모님이 그 때 오실 터라 또 오시라 하기도 그렇고, 주로 시부모님이 오시니 간혹은 우리가 주도성을 보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삼박 사일 여행. 

아침부터 애를 데리고 여행하긴 부담스러워서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비행기를 타기로 했고, 낮잠으로 자고 나 하나를 보육원에서 픽업해서 공항으로 가는 플랜이었다. 전날까지 우산식 유모차를 가져갈 지 일반 유모차를 가져갈 지 결정을 못하고 갈등하다가 비오고 바람이 많이 불 거 같아 일반 유모차를 갖고 가기로 막판에 결정했다. 일반 유모차를 갖고 여행하는 건 처음이라 항공사 사이트를 뒤져보니 2세 이하 아이는 유모차가 공짜라고. 다만 파손을 우려해 airshell이라는 커버를 권유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픽업해서 어떻게 부치는지 개괄적인 설명은 나오는데 구체적으로는 안나와서 살짝 긴장했다. 나 혼자 여행이고 뭔가 새로운 프로세스에 시간적 압박까지, 하나가 낮잠으로 좀 갈게 잔 탓에 공항에서 시간이 짧았더랬다. 

체크인을 하고 짐택을 하나 더 받아 에어쉘을 찾은 후 거기에 유모차를 접고 바퀴를 분해해 넣은 후 잘 포장해 오드사이즈 배기지 체크인 장소에서 짐택 붙여 체크인 하면 되는 거얐다. 애가 하나 옆에 있다는 게 꽤나 챌린징헸다.

어찌어찌 잘 놀고 탑승 직전 기저귀도 갈고 하며 비행을 잘 마쳤다. 유모차도 손상없이 잘 도착했고. 몰랐는데 오늘 바람이 너무 세서 페리가 다 취소되었다더라. 어째 우리 비행기 앞에 게 연착이 된 이유가 강풍이라더니, 우리 비행기 이륙도, 특히 착륙이 엄청 다이내믹헸다. 내가 경험한 가장 무서운 랜딩. 

이젠 자동차 타는 것도 좋아하는 하나를 데리고 시부모님네 잘 도착했다. 하나는 장난감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전에 갖고 놀아본 민트껌 통을 들고 와서 냄새 맡겠다고 열어달래는데, 아 다 기억하는구나… 싶어 놀라웠다,

밥도 잘 먹고 즐겁게 놀다가 즐거워서 안자고 싶어하는 애 재우다가 나도 잠깐 잠이 들었다. 한산하신 반이나, 옌스가 전화해서 깼다. 

시부모님은 우리를 위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셨고, 식사도 준비해두고 계셨다. 거의 바로 먹을 수 있게, 잘 곳도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고. 항상 그렇듯 완벽한 준비, 오는 길은 힘들다만 막상 오면 너무 잘 쉬다가서 자주 오고싶은 시댁, 우리 부모님도 가까이 사시면 좋으련만 내가 멀리 사는 거니…

내일은 도서관에 가봐야겠다. 이번엔 하나가 더 좋아할 거 같다. 여기 와서 일 안하고 애랑 놀다만 가는 건 일연민에 처음이니 열심히 즐겨야지. 아자!

Studieprøven 읽기 및 쓰기 시험 결과

읽기는 10, 쓰기는 4. 아. 쓰리다. 사실 내 실력은 PD3 때에서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일한답시고 수업도 한달만 듣고 작문 연습도 안한 쓰디 쓴 결과다. 이렇게 결과를 받고 나니 구술시험은 더 보기 싫어진다. 이번엔 주제가 세 개 나왔는데, 여기서 하나 무작위로 뽑아서 시험을 봐야한다.

쓰기 주제는 어제 이메일로 통보를 받았는데, 1. Sprog i en globaliseret verden, 2. Ungdomskriminalitet i Danmark, 3. Kunst, kulturliv og kulturpolitik i Danmark, 이렇게 세 개이다. 5분 프레젠테이션하고 질의응답하는 걸로 해서 30분 시험보는데, 5분 프레젠테이션 3개 준비하는 게 왜이렇게 하기 싫은지. 사실 하고 싶으냐 싫으냐를 생각하기 전에 그냥 닥치고 해야 하는 건데…  이번 주말에 시댁 가서 저녁에 조용히 앉아 준비 좀 해야겠다. 시부모님과 브레인스토밍이라도 해봐야지. 이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하고 여쭤봐서.

하나는 내 선생님

하나에게 이것저것 혼자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나름 내가 하는 말에 대답도 하고 제대로된 대화는 아닐지언정 내가 하는 이야기에 하나가 나름 반응해주면서 혼자의 이야기는 대화의 모습을 띈다. 

기차를 타면 창밖에 보이는 풍경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을 해주는데, 하나가 아는 단어를 섞어 말해주는 게 보통이다. “밖에 나무가 많이 서있죠? 그런데 날이 추워지면서 잎이 많이 떨어져서 앙상해졌어요. 남은 잎도 누렇게 색이 바뀌었죠? 왜 그렇죠? 그건 나무가 추운 겨울 얼어죽지 않고 생존을 하기 위해 올 해 할 일을 다한 나뭇잎에 남아있는 영양분과 수분을 최대한 거두고 떨어뜨리는 거예요. 그러면 겨우내내 준비해둔 싹눈이 추위가 끝날때쯤 잎을 틔우면서 내년에 다시 초록 나무가 되는 거예요. 삶은 원래 그래요. 크기 위해선 나를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게 어제 밖에 나서는 길에 하나에게 해 준 이야기인데, 오랫동안 삶이 바빠서 이런 저런 생각을 못하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았다는 걸 이 이야기를 하다가 느꼈다. 여유가 있을 땐 주변도 돌아보고 사색도 했는데, 한동안 정말 그냥 살았구나 싶었다.

하나 덕에 잊었던 생각들을 다시금 꺼내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금 중요한 것들을 되새기고 말이다. 애가 최고의 스승이라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경쟁소비자청 2차면접 후기

경쟁소비자국이라고 번역하고 보니 부처의 한 국단위인 것 같이 들려서 생각을 해보니 청이 보다 적합한 번역인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전문직이나 매니저급의 경우는 2차면접을 보는 게 흔하다고 한다. 사기업에 경우 1차에서 개인이 해당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보고 2차에서 전문성을 평가하고 케이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정부부처는 1차에서 업무능력과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를 직속상사와 같이 일할 동료가 함께 평가하고 2차에서 인적성 검사를 토대로 HR 전문가가 참석해서 인적성을 심층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차 면접 보기전 엄청 많은 정부부처의 채용 프로세스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는데, 큰 편차가 없었다.) 내가 본 경쟁소비자청도 1차에서 5명을 봤다고 했는데, 2차는 몇명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대충 1~2명을 두고 2차를 본다고 한다. 최소 2명은 두고 면접을 봤을 거 같은게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여러가지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차선의 후보자와 협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기 때문이다. 기존에 덴마크에너지협회에서 내가 차선의 후보였던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경쟁소비자청은 People Test Logik이라는 적성검사를 보았다. 덴마크 회사라는데 알고보니 미리 내 모국어나 가장 편한 제2외국어를 알려줬으면 그 언어로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적성검사를 덴마크어로 봐서 내가 문제 푸는 속도가 떨어졌는데, 다행히 그 와중에도 자기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적성검사 평균보다 상위로 나왔다고 한다. 난 미리 낮게 나왔을 적성검사 결과를 디펜스하려고 (언어문제 때문이라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니 적성검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안도했던지. 분야별로는 언어능력이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덴마크어의 문제였기 때문에 설명이 되서 다행이었다. 적성검사는 크게 이야기나눌 것 없이 넘어갔다.

진짜 챌린지는 인성검사를 토대로 한 면접이었다. 동기부여, 노력, 협업, 업무스타일과 신뢰성 이렇게 네가지 분야로 크게 나눠져서 결과가 리포트 되었는데, 어렵고 챌린징한 일에는 집중하고 동기부여가 강한데 쉽고 루틴한 업무에서는 동기부여가 어렵고 노력을 덜할 성향으로 나와서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협업에서 느린 동료에 대한 인내심이 평균 이하로 나와서 가상 상황을 주고 이럴 때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HR 전문가는 이런 사람은 리더가 끊임없이 챌린징한 업무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리더에게도 챌린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더가 난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꾸역꾸역 열심히 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꼼꼼함에서는 평균 이하로 나왔는데, 그걸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꼼꼼함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따라서 장기간 이에 트레이닝이 되었기 때문에 성향은 그래도 꼼꼼함이 충분히 있다고 답변했다.  

끊임없이 내가 못알아 듣는 거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덴마크어의 부족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덜 수 있었다. 속담 등 덴마크 사람 아니면 잘 모를 표현을 즐겨 쓰고 덴마크어를 열심히 하고 생활속에서 항상 쓰도록 한 옌스 덕에 덴마크어가 이젠 더이상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덴마크어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그런 와중 이런 세심한 배려가 환영받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

업무는 내 이력에 맞춰서, 만약 내가 채용된다면 공고에 나왔던 내용보다 내 프로필에 맞춰서 바꿔준다고 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데 예감이 사실 좋았다. 나를 고용하면 어떤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자체가 나를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를 1층으로 마중해준 동료대표가 “다음에 너를 다시 보기를 고대할께.”라고 말하는데, 거기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 낮잠을 청해도 잘 잠이 안와 간신히 잠에 들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합격했다는 통보. 나에게 잡오퍼를 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는 상사의 말해, 나야말로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서 진짜 기쁘다고 하면서 기쁘게 화답했다. 이에 상사가 오히려 놀래면서 기쁘다고 하더라.

이제 1월 3일까지 남은 5주동안 연말 잘 즐기며 덴마크어 시험보고 가족행사 준비하고 참여하고 하면 된다. 그간 찐 살도 좀 정리하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면서 항상 운이 많이 따라줬지만,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일이 이렇게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덴마크에 와서 남편을 만난 것부터, 회사 관두고, 대학원 진학하고, 하나 낳고, 논문쓰고, 취직하기까지 그냥 물 흐르듯이 다 이뤄졌으니 말이다. 

덴마크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력서 쓰는 거나 지원서 쓰는 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이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도움을 받은 것이 있듯 나도 나눠야 그런 게 또 돌아올테니까 말이다.

혹시나 누군가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