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egården과 Flyvergrillen 방문기

하나가 크면서 주말에 최소 한번은 뭔가 활동을 하려고 한다. 옌스와 보는 Klovn (클로운)이라는 코미디 시리즈가 있는데,  이번 주말엔 여기에 나온 Flyvergrillen (플뤼워그렐른)이라는 데를 가보려다가 Bondegården까지 다녀왔다. Flyvergrillen은 핫도그와 햄버거 등을 파는 그릴바이다. 음식은 기대할 바가 전혀 못되지만 코펜하겐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엄청 성황리에 운영중이다. 마치 조류 관찰처럼 비행기 관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기종 매뉴얼과 엄청나게 큰 렌즈를 낀 고가의 카메라 또는 망원경을 갖고 와 관찰을 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부모가 가족 나들이로 비행기 구경을 하기도 한다. Klovn에서 이 비행기 관찰하는 것에 대해서 소위 말하는 “쪽팔리는 (pinligt)” 취미로 묘사하던데, 옌스가 거기 한 번 가볼만 하다고 해서 덴마크 문화체험 또는 (비행기 관찰이 취미가 될 수 있는)  문화의 부족함을 체험하기 위해서 가보자고 했다. 일주일 뒤 날씨가 어떨지 모르니 우선 대안으로 생각해두자고 하고 큰 기대는 안했는데, 예상외로 날씨가 좋아서 가는 걸로 정했다. 옌스는 이미 10년 전 매제 총각파티 때 다녀와 본 적이 있었다는데, 요즘 하나가 부쩍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관심을 갖고 비행기를 외치기도 해서 다시 가서 하나에게 비행기를 보여주고 싶다했다.

토요일에 옌스가 카약을 하는 동안 내가 하나와 나가서 미리 놀고 있고, 중간에 합류해서 그릴바로 가기로 했다. 코펜하겐 시에서 만든 코펜하겐 놀이터 지도를 펼쳐놓고 중간에 갈만한 놀이터를 물색해 보니 Bondegården (보너고언)이 가는 길에 잘 겹쳐있었다. 안그래도 친구들이 추천해줬던 곳이었기에 언젠간 가봐야하지 하면서도 멀어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이 참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결국은 하나 낮잠과 꼬여서 토요일은 Bondegården, 일요일은 Flyvergrillen 이렇게 두번이나 이 먼 곳을 다녀왔는데, 둘다 잘 다녀오긴 한 것 같다.

Bondegården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형태로 일반적으로 가축사육지와 경작용 농지를 포함한다. 코펜하겐에 웬 농장? 싶지만 진짜 농장은 아니고 아이들에게 가축을 가까이서 경험하고 놀게 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놀이터 같은 곳이다. 말, 소, 돼지, 염소, 닭, 토끼 정도를 보고 만질 수 있는데 염소의 경우엔 개방시간 내내 사육장에 들어가서 만져볼 수 있데 되어있었다.

하나는 동물은 중간중간 관심을 찔끔 보이는 것 이외에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에 꽂혔고, 특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전거와 페달 자동차류를 타는 것에 집중했다. 물웅덩이에 장화도 없이 첨벙첨벙 뛰고 넘어지기도 해서 옷과 신발이 다 젖었지만, 다행히 옌스와 내가 따로 움직였던 덕에 여분의 옷과 신발을 옌스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이제 비온 뒤 외출엔 반드시 비옷과 장화를 갖고 나가는 것으로!

다녀온 경험으로는 강추! 왜 여기가 코펜하겐에서 갈만한 놀이터 중 다섯손가락에 꼽힌다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놀이터 자체는 Nørrebro (뇌어브로)에 있는 Wesselsgade(베셀스갤) 놀이터에 전혀 비할 바 못되지만 어린 아이들 관점에서는 더 놀 것이 많았고, 동물 체험이라는 게 앞으로도 더 매력적일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필즈 쇼핑몰에 들렀다가 인근 Orestad 학교에 딸린 놀이터도 방문해보았다. 여긴 좀 놀이터 시설들이 구조설계물스러웠는데, 풍경도 좋고 시설도 깨끗했지만, 난 좀 더 구식 놀이터에 끌리더라. 구식 놀이터의 매력이라는 게 따로 있는 느낌이다.

오늘 다시금 시도한 Flyvergrillen은 그냥 아주 전형적인 그릴바로 음식은 핫도그 같이 간단한 것만 시킬 만한 곳인데,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여러 항공사 비행기를 보여주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런웨이 초반이라 아직 비행기에 속도가 많이 안붙었을 타이밍이고 그래서 그런지 소음도 하늘에 나는 비행기에서 들리는 것 이상으로 더 시끄럽지도 않았다.

애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 시설도 작게나마 마련되어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다시금 또 간다면 하나가 비행기를 아주 보고싶다고 조르는 경우에 한해서 갈 의향이 있다. 우선 집에서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와 버스밖에 가지 않는 지리적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거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주변에 없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Fuck Google ask me 티셔츠를 입은 비행기 관찰 동호회 사람들을 보고 이게 그 Klovn에서 같이 있기 쪽팔리는 그룹의 사람으로 묘사한 그 사람들이구만 싶었다. 좀 nerdy한 이미지를 팍팍 풍기던 사람들. 취미야 다양할 수 있으니 그걸로 평가하기는 그렇고, 그냥 그 티셔츠가 웃겼다.

이번 주말은 또 이렇게 저물었다.

 

본격 실업자 생활 첫주를 마무리하며

실업자가 되고나니 어찌 더 바쁘다. 주 2회 덴마크어 학원에 주 1회 덴마크어 과외, 그에 따른 숙제, 주 1회 덴마크어 이력서 작성, 집안일, 애보기, 이게 다일 뿐인데 마치 풀타임 학생에 덴마크어 학원 주 2회 다닐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마 과외에 애보기가 추가돼서일 듯하다.

우선 최초 2달 정도는 내가 꼭 내고 싶은 직장에만 이력서를 내기로 해서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나는 이코노미스트 포지션에만 지원하려고 한다. 사실 큰 기대는 없다. 포지션 백그라운드 정보 서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지원서 한장 쓰는데만 3시간여가 걸리는 덴마크어로 일을 한다면 모든 직무능력이 같은 덴마크인과 경쟁한다고 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 다만 덴마크의 고용시장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라고 하니 나와 같은 수준의 이력인 사람이라면 더 나은 곳에 지원을 했기를 바라며 지원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지원을 계기로 삼아 관련 분야의 덴마크어 어휘를 익히고 작문 스킬을 늘리는 것이다. 내 생애에 코펜하겐 대학원 시작 직전 자발적 6개월을 제외하고는 실업기간이 없었기에 졸업 후 처음으로 맞이한 실업기간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초조해 한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이 시기를 덴마크어 집중훈련의 시기로 삼기로 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직장이든 구해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직 새로운 일상의 리듬이 안잡혔다. 거의 자동적으로 일상을 지켜갈 수 있도록 어떻게 현재의 스케줄을 돌려갈지 최적화를 천천히 하고 습관화 해야겠다.

언젠가 성공적으로 취업이 되어서 그 성공적으로 된 지원서를 공유해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덴마크어 모듈 6 시작

덴마크어 학원을 시작했다. 모듈 6. 스투디스콜른이 코펜하겐 꼬문 지정 학원 입찰에서 탈락한 후 (이제 지정 방식이 낮은 단가에 비중을 크게 둔 형태로 바뀌어서 이상한 학원 두개가 선정되고 전통적으로 덴마크어 교습을 해온 학원들이 다 탈락했다.) 사설 학원으로 전환한 후 첫 수업이라 사실 약간 불안했다. 수업시수도 조금 짧아졌고, 학원의 덴마크어 부문은 적자형태로, 다른 언어 수업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서 다음 입찰까지 버텨본다는 계획이라길래 말이다. 오늘 첫 수업 후 우려는 말끔히 씻겼다. 우선 내가 수업을 듣는 기간 중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명 정원을 다 채운 건 처음보는데, 학생들의 수준이 다 비슷하게 평준화되어있었다. 이제 사설학원이라 딱히 정해진 입학기준은 없는 거 같은데 모듈 6의 마지막 시험인 Studieprøven이 어렵다는 것을 학생들이 이미 알아서 등록하지 않은 탓인지 다들 유창한 덴마크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기가 쓴 덴마크어 글을 타인의 확인을 받지 않고도 보고서로 제출하거나 중요한 이메일로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자기 확신을 갖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물론 학교에 입학을 해야해서 시험 점수가 중요한 사람들도 5명 정도 있었지만, 나머지 15명은 모두 스스로  실력을 향상하고자 온 사람들이었다. 시험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선생님도 지난 모듈 선생님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쏘옥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다. 학원 수업 주2회에 과외 주 1회 하면 덴마크어를 짧은 기간 내 바짝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스투디스콜른이 사설학원으로 되었다는 건 커리큘럼을 시에 통제받지 않고 자유로이 꾸릴 수 있다는 거다. 현재 덴마크의 공인 언어시험이 C1에 해당하는 Studieprøven밖에 없다보니 수업도 그 수준까지 밖에 없다. 선생님이 오늘 수업을 하면서 그 다음 레벨에 관심있는 학생 있는지를 물어보며 하는 이야기가 내년에 그 차후 레벨 반을 개설하고 그 수업을 수료하고 시험을 쳐서 통과하는 대상으로 사설 수료증 같은 걸 만들어 보는 걸 계획중이란다. 나는 너무나 관심있고, 반에도 관심있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았다. 제발 좀 그런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인게, 중급을 넘어서면 셀프스터디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참 힘든 것 같다. 끊임없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주제와 표현 이상으로 챌린지를 해주는 교육적 도구가 필요하다. 물론 스스로 그리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일이라 말이다.

디펜스 준비는 거의 끝났고, 이제 컨퍼런스 발표 준비만 끝내면 8월의 큰 행사는 끝난다. 그리고 나는 취업시장으로 풍덩… 아니면 실업세계로 풍덩… 🙂 새로운 세계가 열리겠지. 기대가 된다.

논문 제출 완료와 이후의 생활 계획

드디어 논문을 제출했다. 공식적으로는 2월부터지만 비공식적으로 11월부터 천천히 시작했던 논문의 8개월 대장정이 우선 일단락 되었다. 물론 이제 발표자료를 준비하고 22일에 있을 디펜스를 준비해야하지만, 그간 해온 일들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거니까 새로운 걸 써내는 것보다는 수월하겠지. 항상 그렇지만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실수가 눈에 띈다. 논문 또한 역시나.

제목은 “Economic Assessment of Flooding in Denmark – Inference of the non-material cost of flooding due to storm surge on housing prices using the hedonic pricing method based on a spatial difference-in-differences framework”. 엄청 길다. 시험 점수야 받아봐야 알겠지만 논문 자체만으로는 way above average라고 했으니 열심히 발표준비만 하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발표자료를 살짝 수정해서 이틀 후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 논문과 관련된 건 정말 일단락된다.

다만 교수가, 박사과정 지원할 경우, 관련 홍수 프로젝트로 펀딩이 예정되어 있어서 자리가  생길 거 같다고 했었는데, 그 펀딩이 확정되었다고 하면서 내 논문을 수정해 갖고 저널에 등재하게끔 쓰는 것도 생각해보자고 하니, 추가적인 일이 있을 수는 있겠다. 그리고 내가 만든 데이터를 보내주면 그것 갖고 추가적인 연구에 활용해보고자 한다고 하니 뿌듯하더라.

앞으로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일을 벌여놔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는 스타일이므로 몇가지 좀 벌이고 있는데, 하나는 덴마크어 과외다. 우리 학원을 비롯해 코펜하겐의 3대 어학원이 무료 덴마크어 과정을 중단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직장을 잃게 되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원과는 별개로 자기 일을 또 갖고 있더라. 모듈 5에서 만났던 선생님은 사이드로 자기 학원을 하면서 대기업의 외국인 직원 외부강의를 나가고 있었는데 그 사업을 확장해서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 선생님을 만나서 덴마크어가 눈에 띄게 늘었기에 비쌀 게 예상되었음에도 과외를 해볼까 연락을 했다. 45분 1 lektion에 900크로나, 1회당 최소 2 lektioner이니 한회당 최소 1800크로나이다. 우리돈으로 30만원 정도. 주1회 한달이면 120만원이다. 한국돈으로 생각하니 더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주2회 20명의 학생과 앉아서 6주 수업하고 5500크로나, 약 100만원 정도 냈던 거와 이건 선생님이 집에 와서 하는 수업이란 걸 생각하면 또 아주 비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비싸지만, 과거 무료수업을 위해 공으로 1년 반을 기다리는 대신 다 투자라며 그냥 내돈 내고 수업을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앞으로 내 덴마크 삶을 위한 큰 투자라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8월 중순부터 시작될 덴마크어 모듈 6. 과외에는 긴 보고서 형태의 전문 보고서 작문, 정부 및 민간 보고서 독해 및 어휘, 프레젠테이션 등을 중심으로 하고, 모듈 6 학원은 말그대로 연말에 있을 Studieprøven 시험 준비하며 어휘도 쌓고, 다양한 작문도 하고, 리스닝도 늘릴 거다. 아무래도 일상생활의 덴마크어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과정이 될 거 같다.

직업 찾기. 이건 얼마나 오래 걸릴 지 모르겠다. 지난 번 지원한 것들은 아직 마감일도 안되서 서류 검토도 시작 안된 거 같은데, 뭐 그건 별개로 다른 데 지원도 꾸준히 해야할 거 같다. 꼭 내 분야에 맞는 걸 찾기보다는 대충 걸리는 건 열심히 다 지원해보는 걸로 하려한다.

기타 통계 패키지 프로그래밍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련 온라인 과정도 듣고 실습도 해보는 것. 그게 또 남아있다.

운동. 5월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3개월 해왔는데, 이제 습관이 들어서 격일로 가는 운동이 부담스럽지 않고 가서 간혹은 토할것 같은 느낌으로 하는 운동도 보람차게 느껴진다. 다 끝나고 지친 몸을 샤워실로 끌고 들어가 샤워를 하는 순간 느껴지는 상쾌함…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 자전거를 타고 느껴지는 시원함. 다 너무 좋다. 그 전엔 스포츠 아니면 별로 하기 싫었는데, 지금처럼 발레나 테니스 등 뭔가 어디 물리적으로 가서 해야하는 것을 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헬스 밖에는 옵션이 없었다. 홈트레이닝 하던 것을 좀 제대로 해보자고 헬스장을 다시 끊은 거였는데, 이번은 참 낭비 없는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앞으로 어떻게 되었든 꾸준히 하고 싶다. 몸도 그에 맞춰서 바뀌는 게 보이니까 좋고, 갈수록 무거워질 하나를 들고 업고 하려면 나도 체력이 늘어야 하니까.

한동안 도와주지 못했던 옌스의 한국어 도와주기. 리스트 업데이트도 너무 밀렸다며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 미안해라…

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뭔가 덜 바빠질 것 같았는데, 미뤄놨던 일들이 많다보니 한가해질 새는 없는 거 같다. 그래도 한동안 완전 접었던 사회생활은 좀 살려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워커홀릭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조금은 한템포 느리게 가는 시기를 가져봐야겠다. 그러려면 플래닝을 잘 해야 하겠지. 잘 해보자! 화이팅!

친구 아기 세례식 다녀온 날

우리 아파트 동에 정신질환이 있는 이웃이 있는데, 요즘 좀 안좋은 시기인지 밤에 자주 소리를 지르는데 마침 금요일 밤은 12시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해서 2시 반에 앰뷸런스가 데리고 가기까지 정말 동네가 떠나가는 줄 알았다. 요즘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지 않고는 잘 수가 없는데, 하여간 이날은 이래저래 잘 수가 없었다. 하나 방은 우리와 반대편 쪽에 있어서 이 소리에서 자유로웠다는게 다행이었는데, 하나가 5시에 깨면서 내가 애를 보다보니 거의 좀비상태가 되었다. 그바람에 오전에 잠깐 하나와 함께 깜빡 잠에 들어버렸더니 아뿔싸. 9시 40분까지 자버렸네. 친구네 아기 세례식이 있어서 11시까지 가야하는데… 난리가 나게 준비를 해서 11시 2분전에 간신히 도착했다. 하마터면 선물도 두고 갈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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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른 의자를 제법 꽉 채운다. 이번 여름 엄청 탔네.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까매진 하나. 🙂 5분도 못있다가 자꾸 쫑알대서 옌스와 함께 밖으로 내보냈다. 

어찌나 준비를 잘했던지. 결혼식도 그렇고 세례식도 그렇고, 준비를 정말 잘 했더라. 고생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동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는데, 아파트 단지에 있는 주민 공동 운영시설을 빌려서 파티를 준비했다. 점심 부페부터 오후 티타임까지. 바다에 붙은 아파트라 이 시설에 바다수영을 할 수 있게 하도록 데크며 실내 공간이 깨끗하게 되어 있는데, 손님이 쉽게 알아보라고 입구에는 레드카펫까지 깔아놓았다. 대단하네! 주인공인 아기는 세례식 내내 힘들었을텐데 막판에 오르간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울었던 거 빼고는 울지도 않고 대견했다. 옷도 낯선 세례식복이라 불편하고 더웠을텐데. 부모들도 그 바빴을 와중에 이쁘고 멋있게 차려입고.

파티장에서는 아이들이 많아서 하나가 시끄럽게 하는 걸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어른들이 많아서 하나는 여기저기 인사하고 다니고 신나있었다. 음료를 차갑게 넣어두려고 얼음 띄워 물채워둔 큰 플라스틱 통이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여기에 들어있는 물과 음료캔에 꽂혀버렸다. 두번이나 빠져서 놀라 울고. 두번째는 덜 울긴 했지만. 나중에 한통이 거의 비고나자 친구가 아예 여기 음료를 옆에 통으로 옮기고 하나 놀게 하자고 제안해줘서 그 안에서 신나게 놀았다. 하나가 주인공 아기를 제외하고는 제일 어려서 바다수영은 영 부담스러웠고 또 다른 애들이랑 제대로 놀기엔 너무 어려서 이게 딱이었다. 완전 히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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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번 제대로 빠져서 옷을 갈아입혔는데, 또 한번 살짝이긴 해도 빠졌다. 금방 옷이 마르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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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는 바다수영을 한번 하고 나와 몸을 조금 말리는 중.  하나는 겁없이 데크 가장자리로… 아빠는 바짝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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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기저귀로 갈아입히기 전 나신의 하나. 나중에 말안들을 때 압박용으로 쓰자는 옌스. 그렇지만 중요 부위는 다 가렸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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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의 욕조를 신나게 들락날락하고 있다. 어느새 선크림으로 뿌옇게 물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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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신의 하나와 한장 남겼네. 즐거운 하루였어요 하나씨~

덕분에 하루 종일 낮잠 한번 안잔 하나는 끝까지 신나게 놀고 음식도 맛나게 먹고 잘 놀다가 집으로 왔다. 돌아오는 길, 유모차에서 3분안에 조용히 골아떨어져서 2시간이나 낮잠을 잤다. 요즘 한시간에서 길어야 한시간 반 자는데… 덕분에 평소보다 30분 이상 늦게 재우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재웠으니 그또한 괜찮았다.

친구네 시부모님과 같이 앉아서 점심을 먹었는데, 결혼식때도 뵙고 이래저래 이야기 전해서 많이 듣기도 했고, 시부모님도 내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던 터라 이야기가 편하고 재미있었다. 어머님이 워낙 상냥하신 분이시기도 하고 아버님도 편한 분이셨다. 오래 되지 않았는데, 이제 파티같은데 가서 앉아서 여럿이 대화해도 다 들리고 어린 아이들하고도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진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파티 같은데서 느꼈던 이질감이 없어지면서 이런 자리 가는게 편해져서 불편함 없이 오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친구네 시부모님하고는 이번에 처음 길게 이야기 해봤는데, 우리 시부모님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지만, 아무튼 비슷하게 따뜻한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국제결혼이라고 다 시댁과 잘 맞는 건 아닌데, 그녀도 시댁 스트레스 없을 좋은 분들 만나서 참 좋다는 생각이다.

이제 다음주 바짝 교정보고 최종 편집 해서 제출하면 논문도 우선은 일단락된다. 남은 건 디펜스뿐. 이렇게 여름의 피크가 지나가는구나. 올 여름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Min mand, Jens

Jens er dejlig. Jeg beundrer ham, for den han er. Han er moden, men barnlig, klog, men skør, logisk, men varmhjertet. Han er fuld af ironi. Jeg elsker ham. Det er næsten fire og et halvt år, siden jeg mødte ham for første gang i Magasin du Nord på Kongens Nytorv. Det var da en lille smule mærkeligt at give et fremmed menneske et kram, selv om vi havde kommunikeret flere gange på beskeder. Han var anderledes. Som en date havde jeg aldrig mødt én, som lignede ham. Det var overhovedet ikke svært at snakke med ham, og det var en hel ny oplevelse, fordi det næsten altid har været ret akavet for mig, når jeg skulle møde nogen for først gang. Vi blev kærster, kun efter vi mødtes tre gange.

Nu er vi gift og har et barn, Hannah, vores guldklump. Det er gået meget stærkt. På et tidspunkt, inden jeg mødte ham, havde jeg opgivet at møde den rigtige for mig. Nogle gange tænker jeg stadig, hvordan jeg kunne møde ham og være her i Danmark og skabe vores egen lille familie. Jeg skal ikke glemme, at de små ting i vores liv, vi oplever og bygger sammen, er de vigtigste. Livets glæder er ikke nogle store ting. De ligger i de små ting, f.eks. at drikke en kop kaffe sammen i weekenden, at sidde sammen og læse noget eller se en film og at lege med vores datter, smile og grine sammen.

Det er bare dejligt at tænke på ham. Hvor er du dejlig, J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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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 아이와 나들이는 Den blå planet으로!

수족관 Den blå planet (The blue planet) 나들이에 나섰다. 하나가 동물들에 관심을 많이 갖고 만나는 동물들의 소리를 내가 흉내낸 대로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시 따라하는 걸 보면서 이제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내내 휴가를 즐기지 못한 옌스에게 자유시간을 줄 겸 하루는 내가 하나를 보겠다고 했는데, 마침 친구가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어떠냐고 제안을 해줘서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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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은 정말 빅 히트였다. 물고기 자체도 신기했던 것 같고 많은 아이들이 옆에 돌아다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른 애들에게 관심이 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친구를 포옹하려는 데에서 큰 변화가 왔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수족관 안에 장난감 잠수함 시설이 있었는데, 안에 버튼과 핸들이 많이 달려있었다. 불이 들어온 버튼과 누르면 불이 번쩍하는 큼직한 버튼 등 하나가 좋아할 만한게 너무 많았다. 안에 앉을 수 있는 작은 벤치도 있었는데, 괜히 넓은 옆자리 두고 다른 애 옆에 붙어 앉고, 다른 애들 누르는 버튼을 옆에서 참견하며 “hej?” 라고 인사하곤 했다. 같이 오래 옆에 있던 여자에에게 다가가서 그 애가 노는 버튼을 자기가 누르겠다고 성질을 내길래, 그러면 안된다고 내가 타이르니까 갑자기 그 애를 안아주겠다고 팔을 벌리고 다가가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건 또 어디서 배웠데? 같이 놀던 친구도 여러번 안아주려하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한게 아니라 하나의 의지로 안으려는 거 맞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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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보다는 계단과 잠수함, 같이 간 친구에게 더 관심이 많았지만, 물고기 자체에도 흥분하면서 놀았기에 이번 놀이는 정말 성공이었다. 물고기 티셔츠도 일부러 입고 갔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

애들이 잠든 동안 점심을 먹으러 간 인근 카페 Kystens perle도 정말 이름답게 해변의 진주다운 좋은 카페였다. 넓직한 안뜰이 있어서 애들을 유모차에 재울 수 있었고 음식도 맛있었다. 🙂 벌들이 나중에 미친듯이 달려든 게 흠이었는데, 벌들이 요즘 번성하는지 마침 집에 돌아와서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재작년 여름에도 학교 야외에서 점심먹을 때면 벌들이 오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 시즌이 돌아왔나보다. 아무튼 그건 까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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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나게 놀아서 그랬는지, 낮잠을 한시간밖에 안잤지만 하루종일 하나가 기분이 좋았다. 좀 더 야외 활동을 늘려봐야겠다. 아… 그래봐야 휴가는 이제 다 끝나서 보육원으로… 보육원에서는 야외활동이 항상 충분하다. 돌아가서 애들이랑 노는 게 얼마나 어떻게 변할 지 기대된다. 흠흠…

Jeg har søgt to stillinger i sidste uge.

Jeg søgte to stillinger i sidste uge, da jeg og min familie var på ferie på Bornholm. Teknisk kan jeg sige, at jeg ikke var på ferie, for jeg blev nødt til at arbejde på et lokalt bibliotek. Det var et tilfælde, at jeg fandt et meget relavant job på nettet en aften på Bornholm, mens jeg lå på sengen, hvor jeg ikke kunne sove så godt på grund af mange værdiløse tænker.

Jeg havde afleveret den vigteste del af mit speciale: teorierne, metodologierne, resultaterne og diskussionerne, så jeg havde lidt tid til at koncentrere mig om at skrive en enkel ansøgning. Det tog en hel dag at skrive den ansøgning. Jeg synes, at det var meget givende, uanset hvad for noget resultat det at skrive ansøgningen medfører.

Det var anden gang, jeg har skrivet en ansøgning, og derfor vidste jeg godt, hvad jeg skulle gøre. Jeg ringede til kontaktpersonen og spurgte om jobbet (Det at ringe kontaktpersonen lyder mærkeligt for nogle, som ikke kommer fra Danmark, men det er meget normalt og anbefalet her.), og bagefter skrev jeg en målrettet ansøgning. (Det har hjulpet rigtig meget at have deltaget en karrierdagbegivenhed i marts, for det var der, som har givet mig lidt insigt om det danske jobmarked, og ellers kunne det være svært ved at finde ud af, hvordan man skriver CV’er og ansøgninger i Danmark.) Jeg tog hjem og viste Jens og min svigermor og bad dem om at tjekke nogle gramatisk fejl. Jens sagde, at der var kun meget små fejl, og der ikke var så meget, han skulle rette. Han mente, at jeg kan arbejde på en arbejdsplads, hvor der som udgangspunkt kræver dansk for ansøgerne.

Jeg tror ikke, at jeg nemt kan få et job, for jeg er udlændinge, som ikke kan tale og skrive flydende dansk. Men jeg tror eventuelt, at jeg kan få et job, som jeg ønsker, fordi jeg vil prøve og prøve. Jeg elsker at lære nyt, og tør prøve nye tilgange og tage risici, og derfor tror jeg, at manglende sprog hurtigt vil læres.

Jeg har læst dansk i næsten fire år nu, dog ikke altid så aktivt på grund af min uddannelse på universitetet. Nogle kan sige, at jeg skulle da tale og skrive dansk meget bedre end det, jeg kan nu. Men jeg synes stadig, at det er imponerende for mig selv, at jeg kan tale og skrive dansk så meget, som jeg kan nu, fordi i forhold til hvor meget tid, jeg har brugt til mit engelsk, kan jeg meget bedre på dansk.

Jeg har bestemt mig for at skrive noget på dansk lidt oftere, så jeg kan øve min skriftlig fremstilling lidt mere, for ellers har jeg ikke så mange chancer for at skrive på dansk. Jeg håber på et tidspunkt, at jeg bliver ansat hos en firma, som jeg højt ønsker at arbejde for, og kan dele gode idéer og anbefalinger til dem, der er i den samme situation, jeg er i nu. Jeg krydser mine fingre. 🙂

힘들었던 체류 초기시절. 지금은 덴마크가 좋은 이유

5일의 시간이 어느새 흘러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휴가로는 딱 좋은 기간. 집에 돌아가고 싶은 이유 중 가장 큰 건 하나가 일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밤에 잠에 들기까지 우는 것도 그렇고 우리와 같은 방에서 자니까 아침 너무 일찍 일어나서 놀고 싶어해서 더이상은 휴가가 힘들다. 애가 좀 클 때까진 긴 여행은 힘들 듯 하다.

어제 저녁엔 시어머니가 여기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셨다. 시누가 남편 주재기간동안 두바이에 사는 건 돌아올 기약이 있는 건데 내가 여기에 사는 건 뿌리를 내릴 생각으로 사는 거니 그 무게가 다르니 간혹 내가 어떤 느낌을 갖는지 궁금하시단다. 그래서 생각을 과거로 더듬어가봤다.

지금이야 하나도 태어나고, 시댁 가족과 관계도 훨씬 돈독해져가서 옌스네 외가 가족이고 친가가족이고 가깝게 지내는데다가 내 친구도, 내 일(직장은 아니더라도)도 있고, 말이 통하니 더이상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지낸다. 그래서 그런가 외국에서의 삶이라 힘들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낸지가 꽤 되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힘이 들긴 했는데…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 (그래서 이렇게 글도 써서 가록으로 남기는 거지만) 다행인 건, 힘든 기억을 잊는다는 거다. 말이 잘 안통해서 가족 모임이나 친구 모임에서 애매하게 웃는 것도 웃지 않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나 혼자의 상상의 세계를 펼치면서 너무 딴짓하지 않는 척 보이게 앉아있었던 게 참 힘들었던 거 같다. 나를 위해 영어로 바꿔주는 것도 큰 모임에선 한계가 있었으니까. 물건 하나 사는 것 조차 구글 번역기를 돌려야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점원을 발견하기가 너무 어려웠을 때, 뭘 물어볼 때 누구한테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줄을 서야 하는 건지 아닌지… 진짜 사소한 것을 알 수 없어서 허둥지둥댈 때 힘들었다. 내 친구가 별로 없었을 때, 밤에 시차로 인해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을 때도 힘들었다. 이웃들끼리 가까이 지내는 거 같은데,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말도 잘 안통해서 듣는 거 하나하나가 긴장되는 순간이었을 때 힘들었다. 머리로 힘들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편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그리웠을 때 힘에 부쳤다.

그런데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다. 5년은 그런 시간인가보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내 가치관도 바뀐다. 예를 들면 결혼에 대한 생각. 애를 낳고 보니 결혼은 그냥 서류일 뿐이다 라고 했던 옌스의 말을 이해하겠다. 우리야 비자 문제로도 결혼이 필요했지만 동거를 하다가 애를 낳고서야 결혼을 하는 (애가 생기면 혹여나 있을 지 모르는 일들로 인해 결혼을 하는 게 여러모로 수월한 경우가 많다.) 경우가 엄청 많은데, 이제는 그게 이해가 간다. 이런 걸로 예를 들며 서양사람들은 성에 개방적이다거나 문란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이야기같다. 어차피 연애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면에 있어서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매한가지인데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없는 척 한다는 점… 그래서 모텔 대실제도 생기고 성을 숨기다보니 왜곡된 성관념을 갖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건 오히려 동양이 훨씬 성에 몰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결혼이 제도적인 장치에 불과하고 가장 남녀사이를 강력하게 묶어주는 건 둘간의 사랑과 우정, 자녀라는 생각이다. 자녀는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있고, 자녀가 있고도 헤어지는 사람도 있으니 자녀가 관계를 묶어주는 존재라는 건 아닌데, 한번 누군가와 자녀를 갖게 된다면 아무리 헤어져도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묶어준다는 이야기다.

덴마크에서의 삶이 좋은 건 아주 시내 한복판에 사는 거 아니면 내가 어렸을 적 느꼈던 이웃과의 정을 아직도 느낄 수 있고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과도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거다. 바쁨과 짜증이 스며나는 가식적 친절이 아닌 좀 수더분하고 거칠더라도 마음이 느껴지는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점원들이 있는 상점이 좋다. 동네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도 자기들끼리 놀이터에 나와서 모여 놀 수 있는 안전함과 유모차를 몰고 거의 모든 곳에 비난의 눈길 없이 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좋다. 차보다 자전거가 대우받고 자전거로 왠만한 곳에 갈 수 있도록 도시가 아담한 사이즈인게 좋다.

결국 느낀 건 언어가 중요하다는 거다. 영어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만큼 덴마크어 없이도 살 수 있는 이곳이지만, 언어가 열리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어지고 나면 그 전에 차가운 것 같던 사람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나를 받아들여주고 생활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준다. 못알아듣는 대화가 줄어들 수록 내가 나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고, 꾸밈이 없어지다보니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더 드는가보다.

직장까지 구하고 나면 정말 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을 강하게 받겠지. 한번에 하나씩 하자.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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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해안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산책을 나섰다. 같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간 커플이 마침 같은 해안가에 앉아서 아이스림을 먹고 있네. 

올 여름 휴가 최고의 날

올 여름 휴가 중 오늘이 최고인 이유는 오늘은 일을 안하고 정말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댁인 보언홀름에 와서도 아침 8시반부터 저녁 5시까지 매일 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쓰고 집에 와서도 하나 재우고서는 밤에 또 일을 했는데 오늘은 집에서 오전 일찍 세시간만 일하고 하루종일 놀기로 했다.

첫번째는 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 방문하기. 작년에 한국 다녀와서 거의 1년만에 처음 좋은 레스토랑을 가기로 한 거였는데 보언홀름에 미슐랭스타 레스토랑 Kadeau가 있어서 거길 가보기로 했다. 전형적인 뉴노르딕 식당이었는데 몇군데 가봤던 뉴노르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거 같다. 꽃과 인근에서 나는 베리, 발효 식자재를 많이 썼는데 프레젠테이션도 그렇고 맛도 좋았다. 분위기는 캐주얼한 스타일이어서 애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많았다. 물론 애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잘 즐기지는 못했지만…

스낵으로 나왔던 팬케이크는 꽃으로 뒤덮여있었다. 옌스는 약간 셀러리같은 향이 난다고 했지만 나는 정확히는 어떤 향이라고 표현하긴 힘들지만 셀러리 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러운 향도 아니었고…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주는 정도였고 시각적인 부분과 식감 부분을 담당한 것 같다. 팬캐이크는 구수하고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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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약이 워낙 일러서 그랬는지 한 팀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평일인데도 곧 꽉차서 놀랬다. 물론 휴가시즌이라 그럴 것 같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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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하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있었는데 꽤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주변에서 대화소리가 들리는데도 깨지 않고 계속 잤다. 잠든 얼굴을 보는데 어찌나 커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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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깨어난 하나와 놀다가는 옌스에게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피자 두판을 만들어 시부모님과 즐겁게 나눠먹었고, 저녁엔 국민 가수인 Kim Larsen의 야외 콘서트가 바로 옆 콘서트장에서 열리길래 발코니에 앉아 무료 공연을 즐기며 이렇게 블로그 포스트를 쓰고 있다. 물론 잠깐 가서 구경도 하고, 워낙 역사적인 가수인데다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이렇게 공연 가볼 일도 거의 없을 거 같아 셀피도 남겨두었다.

덴마크는 이번 여름 엄청 좋고 평년보다 엄청 더워서 25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많다. 아직 본격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잘 때 너무 더운 경우가 있는데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시원하고 열대야도 아니지만, 이제 엄청 시원하게 해두고 자는 데 익숙해 있어서 쉬이 덥게 느껴진다.) 다행히 보언홀름은 20도 내외로 시원했어서 피서를 제대로 하다 가게 될 거 같다. 너무 더우면 하나가 잠을 설치는데 그렇지 않은 게 가장 감사했다.

오늘 아침엔 이력서도 한군데 제출했다. 덴마크에는 석사 타이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어서 직업을 타이틀로 검색할 수가 있는데,  내 이력에 꽤나 관련된 자리가 올라와있는 거 아닌가. 이력서는 지난번 Marsh라는 회사 graduate program에 지원할 때 써둔 게 있어서 수정할 게 없었고, 지원서만 새로 써야했는데 덴마크어로 써야하다보니 하루를 씨름해야했다. 덴마크에서는 지원서를 내기전에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는 게 아주 일반적이고 그래야 회사가 채용하는 목적 등을 정확하게 확인해서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를 꼭 해야한다. 그 전화를 하기 전에 뭘 물어볼 건지 등을 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전화를 하고 담당자가 말해준 내용의 배경을 확인하느라 리서치 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 다음엔 그걸 덴마크어로 쓰느라 시간이 걸렸고.

저녁에 옌스가 교정을 봐주는데, 문장 구조 수정 없이 마이너한 문법만 몇개 고쳐주고 끝내면서, 나중에 덴마크어로 보고서 쓰는 것도 누가 문법만 초기에 조금 봐주면 큰 문제 없을거라고 했다. 지난번보다 덴마크식 지원서 쓰는 것에 대한 감이 더 잡혔는데, 뭐 되기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이렇게 하는 작은 경험들이 쌓여서 조금씩 발전이 되고, 그러다보면 취직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아무튼 좋은 날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