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스포츠 클라이밍

상체 근력이 약한 관계로 오버행 벽에서는 수직벽에 비해 난이도를 한단계 내려 타도 고생을 한다. 클린하게 한번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엔 아무리 시도해도 못해 포기했던 벽을 오늘은 두번의 휴식을 포함해 완등했다. 다음의 목표는 휴식을 한번으로 줄이는 거다. 아예 쉬지 않는 목표는 너무 거창한 거 같고.

벽을 타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파트너가 바뀌게 되는데 – 파트너가 멀리 이사를 간다거나,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등반 시간대를 옮긴가거나 – 그런 때를 대비해 새로운 인물과 기분을 열심히 쌓아두어야 한다. 왠지 혼자인 듯 한데 실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에 있다? 혼자 왔냐 묻고 파트너가 있는지 물은다음 없다, 상대도 누군가를 찾는다 이러면 바로 작업들어간다. 같이 타보겠냐고.

그렇게 만난 체코인 파트너와 클라이밍을 하고 탈의실에서 짐 챙기는 중 홍콩인을 만났다. 왠지 나를 흘끗흘끗 보는데, 말 거려나? 생각하며 손을 씻는데 입술에 묻은 초크가 너무 무서워서 실소가 터진다. 입술에 하얗게 자주 초크 바르고 다니게 되서 거울 보다가 깜짝 놀래곤 한다고 말의 물꼬를 텄다. 그러자 자기도 종종 그런다면서 나 리드 벽타는 거 구경했다는거다. 쉬다가 리드 타는 거 봤는데 잘 하더라, 하면서.

덴마크 온 지 두달 된 학생인데 파트너가 없어 혼자 클라이밍을 한다고 하길래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친구랑은 또 다르지만 클라이밍이 은근히 소셜한 스포츠라서 이렇게 사람 만나는 재미가 또 있다. 벽 위에서는 혼자의 싸움같지만, 또 그 안전을 도모해주고 내려와서 담소를 나누고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데에서 꽤나 소셜한 취미이다.

오늘 힘든 루트 두개 했더니 팔이 후들후들… 힘드네…

내 몸 사용법 이해하기

지난번 한국 방문 때 발레 개인레슨을 받았었다. 춤의 숨이라는 뜻의 릴 드 당스라는 발레스튜디오에서.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lilededanse) 방배동에 있는 이 곳에 가기 위해 홍천에서 2주간의 자가 격리가 끝난 후 바쁜 짬을 내어 두 번의 레슨을 받았다. 세번 받고자 계획을 했으나 내가 지낸 기간 중 몇차례 있던 폭설이 이 중 하루와 겹쳐 한번은 아쉽게도 취소했다. 이 수업 시간 중 크게 춤을 추지는 못했으나 애초에 이 시간은 안무와 동작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몇가지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할애한 것이기에 목적은 완전히 달성했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던 김유경 선생님. 내 발가락과 발, 허벅지, 엉덩이, 골반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래저래 조물조물 만지고 밀고 당기시며 문제를 파악하고 내가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해주셨다. 발레를 하다가 뭔가에서 정체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경우 꼭 상담을 받아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추천한다.)

내 문제는 발가락. 그리고 발의 무게중심, 골반중립이었다. 알고보니 나는 셋째부터 다섯째 발가락은 거의 쓰고 있지 않았다. 발바닥과 엄지, 둘째 발가락만 쓰고 있었던 거다. 발가락 사용과 발의 무게 중심 문제는 연관된 문제였다. 약간의 척추 측만에서 오는 오른쪽 갈비뼈 열림 현상은 이미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바이지만, 다시한번 확인했고. 이 것 또한 발가락 사용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발가락 세 개가 문제의 원인이었다니! 골반 중립도 어찌보면 이와 연결되어 있던 게, 발가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중둔근 사용이 잘 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있는 다리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니 그 중둔근도 워킹다리의 중둔근도 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거다. 그걸 골반 앞쪽의 힘으로 뒤로 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걸 교정함으로서 다리를 알라쎄꽁으로 들어올릴 때 잘못된 근육으로 들어올려 야기되던 고질적 골반인근 인대의 통증 문제를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다리를 옆으로 90도 이상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를르베와 파세도 안정적이 되었다. 또한 무게 중심 이동이 쉬워지면서 춤의 안무간 이동이 안정적이 되었다. 또한 쁘띠 알레그로 센터를 할 때 선생님의 통통 튀는 느낌이 나에게서 안느껴지던 문제도 해결되었다.

수업을 할 때 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의문점을 구체화해낼 수 있다면 그 수업의 핵심 레슨을 수업이 끝나고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개인 레슨이 다소 비싸다 하더라도 나는 가치가 있다 믿는다.

마흔이 된 지금, 나는 그 어떤 시절의 나보다도 균형잡힌 몸을 갖게 되었다. 출산으로 배의 피부가 탄력을 다소 잃은 것은 어쩔 수 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으면 배의 피부는 출산 전에는 본 적 없던 미세한 주름을 보인다. 그래도 내 몸에 붙은 근육들이 과거의 어떤 때보다 균형잡힌 형태로 고루 쓰이고 발달했으며, 이는 전신에 해당한다. 이번엔 발가락까지. 목은 길어지고 턱 아래 둥글게 붙어가던 턱살도 없어지고, 어깨는 내려갔으며, 배와 등판 모두에 근육이 고루 붙었다. 두껍다 생각했던 팔뚝 상부는 어깨가 말려 생겼던 현상인데, 이를 잘 펴 앞뒤로 평평하게 만들고 나니 나의 짧은 팔뚝도 두꺼워보이지 않고 그 전보다 덜 짧게 보인다. 이와 함께 항상 달고 살 던 뒷목의 뻣뻣함은 다 사라졌다. 짧아보였던 다리는 길이가 달라지지 않았지만, 골반의 후방경사를 교정하고 중립골반을 찾으면서 다리도 길어보이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길이를 찾은 거라고 해야하나. 그와 함께 임신 후기와 출산 이후 심각하진 않아도 잘 해결되지 않던 치질문제, 요실금 문제도 해결되었다. 하체 비만으로서 위아래 옷이 항상 두사이즈 차이가 나서 아무리 체중이 적게 나가도 하의는 상의보다 한두치수 크게 입어야 하고, 다리의 체형이 두드러지는 바지를 피해 주로 치마만 입었던 일도 다 졸업했다. 이제 위아래 옷의 사이즈가 일치하고 말이다.

발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이 아니다. 발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다리를 들어올릴 때 몸 뒷편의 근육을 잘 쓰지 못해 골반 앞쪽 인대에 부담을 줘 왔던 것처럼 무슨 운동을 해도 잘못된 몸의 사용은 부상으로 연결된다.어떤 운동을 하든 그게 내 몸의 균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젊을 때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예전에 몸짱아줌마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을 때 그녀가 사십대였던 것처럼 나도 지금 마흔이고, 나는 앞으로도 내 몸을 끊임없이 튜닝할 수 있다 믿는다. 완벽한 몸의 모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몸을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한 형태로 단련하고 잘못된 사용법을 교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변화는 지난 십년의 시간동안 천천히 일어난 변화이니 말이다. 하나를 고치면 새로운 문제나 부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를 또 고치고 다른 것을 고치다보면 내 몸의 구석구석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그러다보면 전반적인 균형이 좋아지게 되고 내 몸 사용법을 새로이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구부정한 자세나 여러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관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애티튜드 드 방

발레 기록-2020년 11월 마지막클래스

코로나 2차 파동이 불고 있음에도 10명 이내의 실내체육활동은 허용이 되는 덕에 발레를 계속 할 수 있었다. 클래스 두개를 듣고 있는데 하나는 학생 수가 9명이라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13명이라 9명씩 조편성을 해 돌려야 해서 조금 영향을 받았다. 그래도 큰 틀에서 봤을 때 거의 영향 없이 발레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발레가 이미 내 삶을 이끄는 하나의 축이 되어버린 터라 이게 빠지면 체력, 정신적으로 모두 영향을 받는다.

요즘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다리를 높이 들 때 턴아웃 정확히 유지하기, 바닥을 최대한 사용하기, 상체와 하체를 유기적으로 사용하기, 아라베스크할 때 상체가 틀어지는 것 방지하기, 피루엣 할 때 잘 통제된 움직임으로 흔들림없이 착지하기 등이 있다.

예전에 옌스가 자기도 나 발레하는 것 보고 싶다고 하면 보여줄만한 게 없었는데, 이제는 센터에서 추는 것들도 나름 길어지고, 내가 춤추는 것도 춤다워져서 보여줄 거리도 생겼다. 2018년부터 찌워온 살 9킬로그램도 500그램 남기고 다 덜어내고 등 근육도 많이 길렀고, 출산과 함께 늘어졌던 뱃가죽도 완전하진 않지만 코어근육의 강화에 힘잆어 많이 원상태로 돌아왔더니 춤의 선도 보기 좋아졌다.

어제 저녁에 선생님이 몇가지 팁을 주신 게 있어서 집에서 쉬는 시간 틈틈이 연습을 해보다가 처음으로 5번 피루엣을 매우 절제된 동작으로 깨끗하게 해냈다. 요즘 느는게 눈으로 보여서 그런지 선생님이 동작을 세심하게 잡아준다. 이런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고자 집에서 스트레칭, 발운동, 근력 트레이닝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가면 창틀에 비스듬히 45도로 기대서 팔굽혀펴기도 틈틈히 서른번씩 하고 데미포인트에서 풀포인트로 서는 데 필요한 발 근력도 키우고자 여러 종류의 발 운동도 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팔굽혀펴기를 제대로 해도 열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일할 때도 바른자세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쉰 달리기도 좀 하면서 점프 트레이닝도 좀 해야할 것 같다. 그래야 큰 도약 점프에서도 스테미나 부족으로 헉헉거리지 않고 가볍고 탄력있게 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선생님에게 이메일로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내 소중한 발레를 계속 아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챌린지를 주는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 벅찬 나머지 꼭 표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발레 사랑

친교는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발레를 통해 일주일에 한두번씩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부터 그들과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중 한명과는 집에 가는 길을 함께 하면서 친분이 쌓이기 시작했다. 친구가 모자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와 같이 열정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다. 아무래도 내 발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발레를 하지 않는 다른 친구들이 진정으로 공감해주긴 어려울 것이지 않는가. 발레는 건강 뿐 아니라 나에게 정말 여러가지를 주는 것 같다.

2012년 봄에서 여름사이 어딘가였던 것 같다. 발레를 처음 시작한 게. 어느 학원에서 시작해야할 지 감이 안서서 당시 코트라 다니던 감각으로 우선 발레학원협회부터 찾아본게 시작이었다. 협회에 회원학원 리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그런 리스트가 있었고, 그 리스트의 무수한 페이지 중 첫 페이지에 국립발레단이 있었던 게 발레와의 첫 인연이었다.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 성인취미반이 있었는데, 마침 코트라와 그리 멀지도 않았고, 당시 업무로드가 심각하지 않아 야근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은 부서에 있다는 것도 다 잘 맞아 떨어져서 초보로서 아주 좋은 곳에서 발레를 시작할 수 있었다.

스트레칭은 괴로웠지만 수업을 끝내고 나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신경 쓸 게 많은 동작들과 함께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는 강한 운동수준이 버무려져서 복잡한 머릿속은 깨끗이 비워지고 몸은 한껏 달아올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충전된 상태.

주중 평일 2회 한시간 반씩 참석하던 수업이었는데, 주말 클래스에도 신청을 하며 주 4회가 되고, 중급반 참석도 허락받게 되며 평일에는 세시간씩 클래스를 들을만큼 몰입을 했더니 한달에 1킬로그램씩 빠지면서 한국 귀국 후 베이킹으로 찌운 살을 다 떨어냈더랬다. 덴마크에 와서 딱 나에게 맞는 수업을 찾기가 어려워 중간중간 수업을 다녔다 안다녔다 하기도 했지만 임신 후기 및 출산 후를 포함한 2년반 정도의 휴식기를 제외하면 손에서 발레를 완전히 놓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2020년 지금까지 해온 발레. 나에게 이렇게 오랜 기간 열정을 투자해온 일은 없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집에서 이래저래 연습을 해보고 배울 게 너무 많지만, 예전보다 테크닉적으로 훨씬 많이 늘고 이제 조금 춤을 춤답게 출 수 있어서 훨씬 더 즐겁다. 스트레칭도 예전처럼 괴롭지 않고 달아오른 몸을 약간 진정시키며 몸을 가다듬는다는 느낌에 시원하고 좋다. 상체와 하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느끼면서 몸의 근육이 눌린 스프링마냥 장력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꼭 튕겨나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너무 좋다. 몸과 표정으로 그 긴장감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쾌감으로 다가오고, 춤을 추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무대의 우아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에서도 설레인다. 높고 딱딱한 토슈즈를 신고 움직이다보면 물집도 생기고, 물집이 생겼음을 알기도 전에 이미 터져있고 하는 통증도 있지만, 사실 그걸 알기도 어려울 만큼 동작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게 직업이라면 다른 일이겠지만, 취미로서 접근하는 나에게 발레란 정말 아름다운 열정의 대상일 뿐이다. 끊임없이 추구해가는 그런 대상.

다음 시즌부터는 고급반에 등록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콤비네이션도 많이 길지만,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이제 거기 등록할 예정이다. 요일이 내가 원하는 타이밍은 아니지만, 이번주 시즌 마지막 수업을 대타로 뛴 분이 고급반 담당 선생님이 될 분인데, 수업이 너무 즐거웠고 몸 뿐 아니라 두뇌적으로도 챌린징해서 희열이 느껴졌다. 이분이랑 다음주 월, 화, 수요일에 썸머 캠프 수업도 함께 할 예정인데 너무 기다려진다. 이제 주말만 지나면 바로네. 아…

코로나 그리고 발레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발레클래스에 가지 못하는 건 정말 슬프지만 그나마 여기저기서 무료 온라인 발레 클래스가 범람하는 덕에 생존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발레를 시작하다보니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금방 몸의 이곳저곳에서 경고의 신호를 보내온다. 덕분에 몸속 근육과 관절의 구석구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몸을 비자연스러운 형태로 사용하는 발레이기에 잘못 사용하면 금방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에 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젊어서는 그냥 살았지 굳이 누가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겠는가. 발레를 시작한 때만해도 31살이었으니 여기 저기 조금 문제가 미미하게 생겨도 그러려니 넘기고 말고 했는데 이게 누적되기도 하고 나이도 더 들어 정말 이제 몇달 내 마흔이 되는 시점이 되니 미미한 문제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문제가 금방 커질 수 있으니까.

요즘처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습 동영상, 발레 클래스 등과 넘치디 넘치는 블로그 등이 아니었으면 일련의 자세교정이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상하, 좌우, 앞뒤로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치마나 바지도 안돌아가고 바 없이 파세 발란스를 잡고 몇초 서있는 게 양발 모두로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제 선생님들이 여러번 말씀하셨던 그 느낌이 뭔지도 감을 잡았다. 코로날 수업에 못가는 건 참 안타깝지만 또 그게 계기가 되어 미묘한 교정들도 하고, 턴아웃 근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기간이 된 건 또 나쁘지 않다.

이 코로나 락다운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빨리 끝나서 다시 발레를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발레, 발전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로 발전이 느껴지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로 발레강의 동영상을 꾸준히 듣고 거기서 배운 팁들을 활용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골반 중립에 대해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서는 다리에 주저앉지 않으면서 수평 골반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코어근육 중 속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되면서 그간 잘 이해되지 않던 고관절을 분리해서 사용하라는 말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풀업도 그렇고.  그와 함께 발레 턴을 위한 중심 이동에 대해 저 위의 문제가 해결되고 동시에 턴과 관련된 몇가지 나쁜 습관을 고쳐가면서 턴도 많이 좋아졌다. 앞뒤와 옆으로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도 좋아졌고. 

여러가지 집중해서 신경쓰던 일에서 자유로워지자 선생님의 동작을 보고 세세한 디테일이나 포드프라에 신경을 쓰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다.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오르쪽 방향으로는 여러 안무에서 춤을 추는 게 좀 더 춤 다워졌다. 

그런 이후 포인트슈즈 클래스가 열리고 두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는 거지만 그래도 이제 취미발레로나마 춤을 춘 기간이 제법되서 그런지 포인트슈즈를 신고 를르베로 균형을 잡거나 파세를 하는 것, 에샤페를 하는 것 등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데미포인트로 발을 꺾을 때 슈즈가 꺾이는 점의 발등이 조금 아픈 것이 가장 힘들지만 그것 빼고는 좋았다. 

언젠가는 작품 연습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지? 

균형골반과 발레

오랫동안 잘못 쓰고 있던 골반. 얼마전 한 다리로 섰을 때 수평이 깨지던 골반의 균형을 수정보며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턴을 할 때 자꾸 등이 뒤로 넘어가려는 것이나, 알라세꽁으로 다리를 들 때 90도 이상으로 다리를 들려할 때 고관절이 아픈 문제 등. 균형골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앞뒤모양을 기준으로 한 균형골반이 어디인지에 대한 걸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릴드당스라는 발레 스튜디오 페이지를 알게 되고 그 동영상을 보면서 그간 선생님들에게 들어왔던 여러가지 코멘트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파쎄 를르베로 서는 것도 쉬워지고 알라세꽁으로 데벨로페를 하는 것도 좋아졌다. 물론 그 동영상만은 아니고 발레 클레스를 두군데에서 들으면서 최근에 많은 교정을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균형골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수평골반 문제 해결과 합쳐지면서 너무 많은 동작이 쉬워졌다. 


등이 뒤로 넘어가는 문제가 골반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되니 그간 등 안뒤집어지게 하려고 노력하던 게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게 해결되니 피루엣이 쉬워지고 피케턴이나 스트뉴턴 등도 다 쉬워졌다. 또한 체중의 중심을 발끝에 싣는 것도 잘 안되다가 해결이 되면서 센터에서 몸의 방향을 돌리거나 뛰는 것도 안정적이 되었다. 


코어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떻게 안정되어야 하는 지를 발레 시작한지 순수하게 춤을 춘 만 4년이란 시간 동안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는 게 놀랍다. 아무튼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제 토슈즈도 곧 신을 것인데 말이다.


발레는 정말이지 중독성이 심한 취미임이 분명하다. 쉰 기간을 포함해 7년을 한 취미인데 지금도 이렇게나 발레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발레를 한 날이면 러너스 하이와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고 밤에는 잠이 들기 어려울 정도이다. 만으로 33살이 되면서 늦게 시작한 발레이지만 그때라도 시작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인생의 취미로 장식될 발레를 이제나마 접했으니 말이다. 

토슈즈

어제 발레 수업 중 선생님이 토슈즈 신어본 사람 몇명이나 있는지 물어보셨다. 덴마크에 와서 발레 다시 시작하고 일년 쯤 지났을때인가? 그때 선생님이 토슈즈 클래스를 듣는 걸 권유하셨는데 왜 그때 안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만이었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을 조금 쉬었었는데 왜 그때 쉬었더라…?


그러나 이제라면 토슈즈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초에 다시 발레를 시작하면서 쉬는 기간동안 잊어버렸던 것들이 머리와 몸에 서서히 돌아온 것도 있고, 또 그간 이해가 안되서 잘못하던 것이 선생님의 몇마디와 함께 많이 고쳐져서 최근 좀 많이 는 덕도 있다. 그간 그렇게 이해가 안되던 고관절 균형자세와 복근을 풀업하는 방법, 턴아웃 근육을 쓰는 법, 한발로 서서 탕듀나 기타 자세를 할 때의 고관절 모양 등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늘었다. 발레 동작이 안정되고 부상이 없어지는 등의 수확이 있었다. 취미발레인으로 휴식 포함 7년의 기간, 휴식 제외하고 한 4년 정도 열심히 발레를 한 것 같은데 이제는 토슈즈를 시도해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일상은 발레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주중에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발레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고 주말에는 하나와 함께하는 발레 클래스도 있어서 주말까지 발레가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다. 일요일이면 월요일에 있을 발레가 기다려져서 얼른 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출산 후 발레 클래스 시간이 맞지 않아 미뤄두는 동안 몸의 라인이 영 별로였는데, 서서히 살도 빠지기 시작했고 온 몸에 다시 라인도 생기기 시작했다. 팔뚝 살도 없어지고 가슴팍에도 근육이 단단하게 붙고 복근도 단단해지고 있다. 등근육도 붙기 시작했지만 이건 따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다리도 다시 많이 강해졌고. 코어근육 중 다리를 턴아웃해서 드는데 관여하는 장요근 강화가 중요하다. 그래야 부상 없이 다리를 더 많이 들 수 있으니까. 


토슈즈라.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발레샵에 가서 신어보고 천천히 골라봐야겠다. 꼬매고 손질하는데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아… 발레여…

운동 다시 시작 – 자전거와 발레

살이 제법 쪘다. 작년 가을 한국에 갔을 때만 해도 조금 찌려나 했는데 그 이후로 조금씩 꾸준히 살이 붙더니 도합 6킬로가 늘었다. 회사다닌다면서 운동에서 멀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대학원 다닐때만해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저녁에 운동도 간간히 했는데 겨울 들어가면서 자전거를 타지 않고 통근거리가 길어져서 날씨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해져서도 자전거를 타지 않은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거기다가 떨어진 의욕을 탓하며 운동을 하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고. 회사 식당에서 주는 밥 싸고 맛있다며 열심히 먹은 것도 뺼 수 없을 것이고 하나 밥 먹인다고 매일 밥을 하면서 남기지 않겠다고 줏어먹은 것도 빼먹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져 온 접이식 작은 자전거와 중고로 여기에서 산 자전거 두개를 갖고 있다. 인구보다 많은 자전거로 유명한 나라이니 나도 여기서 살면 자전거 두대는 기본이지! 뭐 그런 이유는 아니다. 접이식 자전거는 바퀴가 너무 작아서 같은 거리를 뛸 때 기어를 21단으로 최대로 올려도 페달링을 너무 많이 해야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통근용으로는 무리였다. 장점은 작은 크기만큼 무게도 적게 나간다는 점. 10킬로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다른 자전거는 중고로 800크로나 주고 사서 800크로나 들여 정비해 타고 중간에 또 정비하고 갈 거 간다고 800크로나 정도 들인 자전거다. 킬러모스(kildemoes)라고 여기 자전거 브랜드로 새거 주고 사려면 5000크로나 정도 드는 자전거니 딱히 비싸게 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무겁다. 20킬로에 달한다. 기어가 내장기어라 비오거나 눈이올 때 부식에서는 조금 강한데 그런 날씨에 잘 타지 않는 나에겐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내장기어라서 더 무거울 뿐이다.

무거운 자전거로 투덜거릴 때마다 옌스는 하나 새로 사도 좋은데, 내부에 제대로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만 새로 사라고 했다. 사실 옌스도 밖에 주차해야 하는 경우 자전거를 절대 안타고 나간다. 비싼 자전거 도난당할까봐. 여기는 자전거 도난이 워낙 흔해서 그 점 주의해야한다. 그런데 대학원엔 그렇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어서 포기했었고, 또 그렇게 그냥 통근하는 거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 무거운 자전거로 매일 편도 25분짜리 길을 떄로는 왕복으로 때로는 편도로 타고 다녔다. 그런데 회사까지는 편도로 10분 이상 거리가 더 추가되는데다가 다소 높은 언덕길이 두번 추가가 되서 한번 통근 해보고는 너무 힘들어서 뻗었다. 이건 아니다 싶더라.

생각해보니 회사에는 자전거 주차 공간이 직원 주차공간 안에 별도로 구비되어 있다. 직원 신분증을 찍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이니 안전하다. 요즘 살이 쪄서 운동 겸 자전거를 타려고 하니 자전거를 사야겠다 하니 옌스가 반색을 하며 훈수를 둔다. 1-2킬로가 크게 차이를 주고 자전거 프레임 구조도 큰 의미를 갖는다며 추천 브렌드를 내민다. 그래서 사기로 한 건 trek 자전거.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어서 가서 한번 타봤는데 자전거 처음 페달질할 때 느낌이 완전 다르더라. 10.5킬로라는데 내 작은 자전거랑 비슷한 무게에 큰 사이즈인 거니까 색다르더라. 12킬로짜리는 내 키에 맞는 미디움 프레임이 있었는데, 내가 사고싶은 모델은 큰 프레임만 있어서 대충 느낌만 봤고, 다음주에 자전거가 매장에 들어오면 테스트 해보고 사는 것으로 했다. 8500크로나니까 조금 비싸긴 한데 한달에 통근 기차권이 600크로나가 넘는 걸 생각하면 1년여에 원가를 뽑는거고 운동도 겸하는 거니까 크게 비싼 건 아니다. 여름엔 조금 더워서 땀도 나겠지만 출근해서 살짝 샤워를 하고 일을 하면 되니까 땀나는 거에 대한 부담도 없고.

거기에 발레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옌스네 카약클럽 근처에 성인 초중급반 발레반이 있는데 7시 45분부터 시작한다. 버스를 타면 30분 걸리는데다가 30분에 한번 오는 버스라 타이밍 맞추기도 어렵고 옷 갈아입고 뭐 하고 하려면 너무 일찍부터 집을 떠야 하는데, 차가 생겼으니 가는게 너무 힘들 지 않다. 그래서 옌스에게 발레 수업 나가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했는데 역시나 흔쾌히 지지해줬다. 자기도 저글링한다고 화요일마다 나갔었으니 말이다. 요즘은 팔꿈치 부상으로 조금 쉬긴 해도 다 나으면 다시 나갈 것이기도 하고.

내 몸이 싫어진 순간이 와서 이젠 다시 움직여야 한다. 내 몸이 싫어지면 다시 좋아지도록 해야지. 건강도 다시 찾고. 발목도 많이 좋아졌으니 재활도 해야하고.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은 거 같다. 다시 강인한 몸으로 돌아가야지.

35년 수영불능자의 수영 강습기

옌스가 카약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이제 거의 만 3년전 일이다. 클럽에서 카약 지도자 과정도 들으면서 주니어 강사로 봉사도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덴마크어로만 진행되던 옌스네 클럽 과정이 올해부터는 영어로도 진행하기로 하면서 원하기만 한다면 들을 수 있는 여건은 형성되어 있다. 바다에 나가서 육지를 바라보는 일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일임은 배를 타고 나가서 봤기에 잘 알고있고, 파도가 거칠 때는 파도와 싸워 노를 져 가는 일이 긴장되지만 두근거리는 멋진 경험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진작에 올해부터 카약클럽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영. 나는 수영을 못한다. 바다의 수온이 한여름에도 20도를 넘지 않고, 봄이나 가을에는 5도 내외로 내려가기에 수영을 하기 위한 여건이 수영장보다 열악하기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잘해도 추운 바다에서는 더 어렵게 마련이다. 따라서 카약을 홀로 타기 위해서는 600미터를 쉼 없이 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역 수영장의 초보자를 위한 코스는 항상 초과등록되어 있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연락이 잘 오지 않고, 오더라도 주중 대낮 한가운데 시간이 잡혀있어 등록하지 못하곤 했었다. 알고 보니 대학내 스포츠 시설이 참 저렴하고 좋더라. 수영 초보자 코스도 충분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게 개설되어 있었고. 물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코스를 들어야 하는지, 그냥 초보자 코스를 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초보자 코스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기에.

대학 수영장에는 다이빙 시설이 되어있는데, 그러다보니 물의 깊이가 일반 수영장보다 훨씬 깊다. 그쪽으로 수영을 하면서 깎아지르듯이 깊어지는 바닥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듯 답답해지면서, 그 정도는 크지 않아도 나에게 물공포증이 약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영을 잘 못하니 물이 무서운 것인지,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잘 못하는 것인지는 잘 몰라도 말이다.

어려서부터 그간 수영에 꾸준히 돈을 투자했지만, 자유형으로 10미터 이상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고, 수영 교육의 기초가 자유형에 있다보니 그를 통과하지 못한 나는 어떤 영법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냥 어쩌다보니 등으로 뜨는 것만 터득했을 뿐… 한두달 다니다 관두기를 여러차례, 항상 똑같은 자유형만 반복했는데, 강습의 순서는 어딜 가나 판에 박힌 듯 짜여져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달랐다. 우선 한명이 가르치는 수업과 달리,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시간씩 배우는 수영코스는 한 명의 전문 코치와, 또 다른 한 명의 아마추어 코치가 짝을 이뤄 가르치고 있다. 덴마크어로 가르치면 나는 세세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기에, 외국인은 나 혼자 뿐이지만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제일 처음 한 것은 입을 벌리고 물에 입의 반 정도가 잠기게끔 한다음 숨을 쉬는 것. 입에 물이 있어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항상 자유형 하면서 고개는 돌려도 숨을 쉬지 못한 이유는 입에 물이 있어서였는데, 입에 물이 있어도 숨을 쉴 수 있다니! 양치질을 하면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간 내가 얼마나 물을 무서워하면서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채며 깜짝 놀랐다.

수영에서 중요한 것은 물 속에서 몸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란다. 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되자, 우선 배영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균형도 잡아야 하고, 두려움을 뚫고 숨도 쉬어야 한다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니 방법을 바꾼 것 같다. 중간중간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서 유연하게 과정의 구성을 바꿔주니 내가 이번에는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자기 불신을 뚫고 매주 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호흡의 리듬을 찾지 못해 중간에 차오르는 숨을 참지 못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자, 그 리듬을 찾게 하고자 물속에서 점프하면서 전진하는 식으로 수영은 하지 않고 숨의 리듬을 찾는 것만 집중하게 하였고, 기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여러 항목에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시간까지만 해도 배영을 하면서도 코를 통해 마시게 되는 물이 두려웠는데, 오늘부터 갑자기 배영이 편안해졌다. 그러나 지난시간까지도 자유형은 여전히 그놈의 숨을 쉴 때마다 물을 들이키게 되고, 그러다보면 두려움에 빠져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곤 했었다.

결국 초급반에서 물을 두려워하고 숨을 잘 못쉬는 4명을 분리해서 얕은 풀에서 가르쳤다. 거기에는 나도 포함되었다. 물속에서 점프해 돌고래처럼 잠수해 바닥을 짚는 식의 트레이닝을 포함해 한국에서는 해본 적 없는 이러저러한 트레이닝을 시키는 대로 따라하다보니 얕은 풀에서 12미터 수영이 가능해진게 아닌가! 막판 5분을 남기고 다시 깊은 풀로 돌아가 25미터를 한번에 가는 연습을 했는데, 마지막 5미터 정도를 남기고 한번 일어났다. 20미터 가까이를 한번에 간 것이다. 내 개인 기록이고, 조금 자신이 붙기 시작한다.

흑. 이번 과정이 끝나고 나면 수영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나면 꾸준히 수영하러 다녀야지… 조금 자신이 붙고 나니 수영이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