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주당 37시간 이상 일하면 정말 안될까?

덴마크에서 주당 37시간 이상 일했더니 국제채용 및 통합청 (Styrelsen for International Rekruttering og Integration, SIRI)에서 경고 서한을 받았다며 ‘무슨 이런 천국이 있냐?’ 또는 ‘이렇면 사회가 발전을 할 수 있나?’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면 정말 덴마크에서는 주당 37시간 일하면 안되나?

절대 그럴리가 없다. 주변에 주당 37시간 근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경고를 받지 않는다.

가까이는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부터 그렇다. 밀린 이메일을 처리한다고 주말에도 간간히 일하는 남편은 평일에 평균 9시간정도 근무를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 좀 안되게 일하고 그런 일상적 야근은 이미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며 별도의 추가 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휴가떄도 이메일이 쌓이면 복귀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틈틈히 이메일을 체크한다. 연간 6주의 휴가가 제공되지만 항상 조금씩 남겨서 다음해로 이월하는데, 이렇게 이월할 수 있는 한도가 제한되어 있고,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휴가비로 지급되지도 않는다. 예전엔 휴가비로 지급받을 수도 있었던 모양인데 요즘은 그렇게 안된다고 한다.

나는 공무원이라 조금 다른데 우리나라의 사무관에 해당하는 fuldmægtig로서 주당 37시간의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다. 근로시간을 매일 시스템에 기록하는데, 하루 기준 7,4시간에서 어떤 날은 더 많이, 어떤 날은 더 적게 근무할 수 있다. 9시부터 2시 반 사이에만 사무실에 있으면 되고 이 시간에 앞뒤로 시간을 추가해 평균 7,4시간을 일하면 된다. 마이너스 한도와 플러스 한도가 있는데, 마이너스 한도는 이틀정도 되고 플러스 한도는 영업일로 10일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이 한도를 넘겨 일하면 휴가를 써야 하고, 너무 바빠서 휴가를 쓸 수 없는 경우에는 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걸 flekstimer라고 해서 근로시간 시스템에서 밸런스를 보면서 알아서 자기 근로시간을 관리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나중에 직원이 이를 한꺼번에 몰아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기간에 휴가를 왕창 몰아서 써서 근무에 차질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이 하나 있고, 상사의 권한 남용으로 직원이 과다하게 일만 하고 자기 권리인 휴가를 못쓰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 또 하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승진을 해서 다음 직급으로 올라가면 flekstimer에 제약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쌓아놓고 날리는 flekstimer가 많다. 이 시스템은 직급이 올라가면 갈 수록 어느정도 야근은 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는 거다. 부서장급은 flekstimer의 컨셉이 없다. 그냥 휴가 딱 쓰는게 끝이다. 그나마 공무원은 이런게 가능한데 사기업은 그렇지 않다.

우리 집 이야기 말고도 많다. 컨설턴트나 법조계 사람들은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경고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왜 외국인에게는 이렇게 경고 서한이 날라오는 걸까? 이건 모든 외국인에게 오는 경고서한은 아니고 근로비자로 와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외국인청(Udlændingestyrelsen)에서 비자를 받아 와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고, 국제채용 및 통합청에서 비자를 받아 와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근로비자로 오는 사람에게는 근로시간과 급여 등 여러가지 세부정보가 국제채용통합청에 다 통보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덴마크 국내 고용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고를 하는 것이다. 정해진 급여만 주고 과도하게 외국인 노동력을 착취하면 덴마크 노동력을 채용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면 같은 급여만 준다 쳤을때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인센티브가 커질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을 다수 채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는 국제채용통합청에서 관리감독을 한다. 근로 여건이 근로 계약에 부합하는지를 대상으로 말이다. 영주권을 따면 더이상 그런 경고는 받지 않는다.

덴마크 사회도 끊임없이 발전을 한다. 그래갖고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나 싶은 제도들이 많지만 많은 기업들과 조직들이 우리나라보더 훨씬 적은 인력으로 같은 일을 수행한다. 생산성이 높은 거다. 한국처럼 일이 빨리 돌아가지 않는데! 라고 불평한다면 같은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고용인원이 훨씬 적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1인당 생산성은 높다. 그러려면 불필요한 절차를 최소화하고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런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예를 들어 공무원 조직은 민원인과 접촉하는 전화시간, 방문 시간 등이 우리보다 짧게 잡혀있어서 일하는 중간중간 오는 전화에 업무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는다. 이걸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공무원은 일을 안하나? 일찍 퇴근한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민원상담시간을 따로 정해둔 것 뿐이다.

그래서 결론은, 덴마크에서 주당 37시간 이상 일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다. 근로비자 받고 일하는 외노자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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