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덴마크 여왕의 75번째 생일. 여왕은 DU? DE?

덴마크어에 유일한 존칭이라면 De(2인칭 존칭대명사, 일반 대명사는 Du이다.)가 있다. 사실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우리처럼 복잡한 존댓말이 없다는 것은, ‘다 반말하는게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나 여러가지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우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말도 엄청 깍듯한 존댓말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장(진지 잡수셨어요?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이런 말은 왠지 문어체처럼 들릴 지경이다.)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도 1848년 사회혁명 이후 평등사회로 전환하면서,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며 De를 안쓰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었다. (이 당시 유럽을 휩쓴 사회 개혁 혁명이 덴마크에서도 일어나, 왕정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이 되었으며, 따라서 그전 있었던 신분사회가 평등사회로 전환되었다. 세계 2차대전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사회 변화가 많이 일어나, Hellerup, Klampenborg 등지에 뼈대있는 집안의 일부 몰지각한 Snobbish를 제외하면, 차별이 드문 평등사회로 큰 변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아예 사용이 되지 않는 것은 또 아니라 배우긴 배워야 한다. 그래봐야 인칭 변형이 3인칭 복수와 같아서 어렵진 않다. 지난 화요일 수업에서 Du와 De의 사용에 대해 토의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고령의 보수적인 사람중 소수는 Du 사용에 기분 상할 수도 있으므로, 뭐라 부를 지 물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마침 월요일에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75번째 생일(남편인 헨릭은 뭐라 불리냐면, Prince Henrik이다.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이상해진다. 왕자. 왕의 아들… 음… 여왕의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니… 흠흠…)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 기자가 Du라고 여왕을 칭하며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는데?”라며 여왕이 대답했고, 주변 기자들이 웃었다.. 자신에게 Du 쓰지 말라는 이야기다. 상징적인 의미의 여왕이지만, 여왕에겐 De를 쓰는 것이 일반이다. 이 에피소드를 뉴스에서 다뤘던 게 마침 전날인데, 수업에 Du와 De 용처에 대해 논하니 웃음이 피식 나와서, “여왕에겐 Du를 쓰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라고 답을 했더니 선생이 자기도 봤다면서 피식 웃더라. 그렇지만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간에는, 막상 누군가를 De로 호칭하면, 나이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부담스러워하면서 다 나를 Du로 부른다고, 너도 나를 Du로 부르라고 이야기해준다. (헷갈리면, Hey, dude.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음…)

생일이면 나와서 왕실 가족이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든다. 제일 오른쪽 둘째 왕자 요아킴과는 대사관 행사 때 만나서 인사도 한번 해봤다. 인기는 별로 없는 왕자

생일이면 나와서 왕실 가족이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든다. 제일 오른쪽 둘째 왕자 요아킴과는 대사관 행사 때 만나서 인사도 한번 해봤다. 인기는 별로 없는 왕자

여왕의 생일이면, 여왕이 왕궁 발코니에 나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막대한 세금으로 유지되는 왕실은 언젠가 없어질 것이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옌스가 출근 전, “오늘 여왕 생일이다.”라고 이야기하길래, “나도 나가서 여왕 손흔드는거 보면서 환호해야해?”라고 물어보니, “아니. 라면서 창밖을 가리키며, 저기서 내일 그렇게 해.”라는 거다. 음? 여왕이 이곳 Dyssegård까지 촘촘히 순방을?하는 생각에 갸우뚱 하니, 자기 생일이니 그렇게 하라는거다. 하하하. 내일 동네방네 부끄러워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내려가서 해줄까 생각중이다. 우리는 황당한 커플이니까. 옌스도 은근 좋아할 듯?

여왕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왕실이 남아있지 않은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한 것들이 있다. 여왕 신년사와 같은 것들인데, 이는 나중에 또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