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점심 (Julefrokost)

덴마크에서는 크리스마스 점심, 율리프로고스트(Julefrokost)를 뺀 크리스마스를 논할 수 없지요. 전통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첫날 25일, 크리스마스 둘째날 26일에 가족, 친척들과 먹는 크리스마스 점심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회사가 율리프로고스트라고 불리는 연말 파티를 개최하고, 친구들끼리 우리나라의 송년회처럼 율리프로고스트를 함께 하지요. 크리스마스 점심은 빠르면 늦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계속됩니다. 따라서 크게 24일까지 있는 연말파티와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점심,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어떤 율리프로고스트간에 율리프로고스트는 오랜시간 계속되는 식사와 덴마크 전통 감자술인 스납스로 버무려집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덴마크인은 술을 참 많이 마시지요. 불과 10~20년 전만해도 업무시간 중 점심 반주를 함께한 비즈니스가 흔히 용인되었으니, 덴마크인도 참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술 문화는 나중에 한번 다루려고 해요. 저도 덴마크인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해보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본 후 작성하려해요. 제 주변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파티 한번 하면 새벽 4~5시까지 하면서 엄청난 술을 소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죠. 율리프로고스트에 술을 많이 마시게 되니, 연말파티는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이뤄집니다. 회사 파티는 주로 금요일에 있지요. 따라서 12월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저녁식사를 밖에서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율리프로고스트에는 이에 맞는 전통식으로 메뉴를 구성합니다. 전형적인 율리프로고스트에 스뭐-브횔(Smørrebrød – Smørre : 바르다, 버터, Brød : 빵)이 빠질 수 없죠. 사실 버터바른 빵이란 의미지만, 영어로는 그냥 이해하기 쉽게 오픈샌드위치라고 해요. 덴마크의 전통 호밀통곡물빵인 후-브횔(rugbrød)에 다양한 전통 토핑을 얹어먹는거죠. 칼로 썰어먹기 때문에 일반적인 샌드위치와 보기 뿐 아니라 먹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토핑을 언저먹는데도 순서가 있어요. 시작은 생선부터 합니다. 초절임을 한 청어(덴마크어로는 씰(Sild), 영어로는 헤링(Herring)이라고 합니다.)를 그냥 또는 커리소스와 함께 먹고, 그 다음엔 생선 필레 튀김을 노란색 헤물레엘(Remoulade) 소스와 함께 먹지요. 훈제 장어나 연어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소세지 튀김(특유의 길게 만들어진 날 소세지를 기름에 딥 프라잉 합니다.), 튀긴 미트볼, 삶은 햄, 간 파테(Pâté)를 졸인 양배추를 사이드로 해서 먹지요.

디저트는 주로 디저트용 치즈 또는 히살라망(Risalamande)이라는 라이스 푸딩으로 하는데, 재료는 쌀, 아몬드, 우유, 크림, 바닐라빈, 설탕, 물 등으로 간단하죠.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요.

식사는 이렇고, 이 중간중간 스콜(Skål, 사발 또는 보울) 소리가 들리면 열심히 건배를 하면서 스납스를 마셔주면 됩니다.

예전엔 회사에서 하는 율리프로고스트에서도 사람들이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서 밤새 놀았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면 불륜도 많이 발생하고 해서 크리스마스 이후 이혼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러나 요즘은 그런 데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져서 건전한 율리프로고스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죠. 또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경우, 그냥 안가는 사람들도 많고요.

가족들이 함께 하는 율리프로고스트는 글쎄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저도 처음 해볼텐데 술을 크게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아마 오붓한 식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 달력시리즈

덴마크의 크리스마스는 한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실용주의의 대표주자인 덴마크인이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통을 따르는 것을 보면 기독교의 영향이 중세 이래로 유럽 곳곳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사실 따지고 보면 기독교 전통도 아닌지만 말입니다. (유럽의 파가니즘에 따르면 동짓날이 해가 가장 짧은 날로 빛의 죽음 또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로부터 3일 이후에 빛이 부활한다는 믿음을 기초로 명절삼아 지내던 크리스마스를 나중에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예수탄신일로 정했다고 하죠.)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요? 달력시리즈, 율리프로고스트, 독특한 캐롤, 크리스마스 이브 전통 등이 떠오는데요, 오늘은 그중 달력시리즈를 다룰까 합니다.

12월이 되면 덴마크에는 각종 달력이 넘쳐납니다. 초콜렛, 선물, 초, 스납스(감자로 만든 덴마크 전통 독주로 40도에 달합니다. 우리 소주와 비슷하나 독한 느낌이죠.) 달력과는 무관해보이는 이것들은 달력과 함께 소소한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으로 재탄생됩니다.

덴마크 아이들은 12월이 되면 초콜렛달력이나 작은 선물들이 달린 달력을 선물받습니다.  아이들이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목이 빠지게 기다릴 동안, 매일 하나씩 열면서 인내심을 갖게해주는 작은 수단이라고 하네요. 착한 어린이는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고, 그 이상 열어보면 선물은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 잘 듣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나씩 열어보면서 신나한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덴마크에서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선물달력을 준비해서 이를 열어보는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있다 하네요.

달력초콜렛

선물달력

아이들을 위해서 초콜렛과 선물이 있다면, 어른을 위해선 스납스가 있지요.

Holmegaard라는 덴마크 유리그릇제조사는 매년 병 오른쪽에 1부터 24까지 눈금이 새겨져 있는 병을 출시합니다. 바로 아래 사진이 2014년 에디션인데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스납스를 한잔씩 홀짝홀짝 마시는 거죠.  저도 벼룩시장에서 몇 개 샀어요.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다르게 나오는 병 모양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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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온 가족이 어두침침한 저녁을 밝히면서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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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인이 행복한데는 큰 데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이렇게 소소한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즐기는 태도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