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ll walk to a neighboring school yard

We enjoy a small picnic or walk to a neighboring school yard when it is a sunny day. We left home a little too late, so we couldn’t enjoy the sun sitting down on the lawn. It was still nice to do some activities such as juggling for Jens, taking pictures for me.

In some part of Copenhagen, cherry blossoms shed a long while ago. But in my neighborhood, spring has just arrived. It is amazing that weather conditions are quite different that I see differences in trees among areas in the small Greater Copenhagen region.

Summer is about to come. My favorite season was fall in Korea, but now it is spring. Winter is so long and dreary that spring stands out dramatically with so many small changes that I can easily spot. And yet, summer cannot be underestimated anyway. Summer in Denmark is exceptionally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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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

내 오래된 DSLR 카메라는 배터리의 수명으로 인해 오랫동안 장롱안에 쳐박혀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래된 모델의 배터리를 취급하지 않는 탓에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삼성 미러리스 카메라로 갈아탔다. 그렇지만 캐논 카메라의 색감 그리고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촬영시 감각이 그리워 아마존을 뒤져본 결과 독일 아마존에서 원하는 배터리를 받아볼 수 있었다.

사월 마지막 주 막판 사흘은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며 눈까지 내리는 최악의 날씨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오월로 넘어오면서 날씨는 급격히 변해서 오늘은 20도에 육박하는 최고의 봄날을 선사하였다.

매일 사진은 엄청 찍으면서도 정리를 하지 않는게 아쉬웠는 바, 그냥 그 날 그 날의 기록으로 공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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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탈출 단상

시험이 끝났다. 이번은 그 어느 때보다 적정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공부했던 시험기간이었다. 집안을 딱히 어지르는 것도 아니고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되 엉덩이 붙잡아 앉혀두고 꾸준히 공부했던 시기. 이번 블록이 시작되고 5주간은 쉬는 시간도 별로 없이 무지막지한 리딩리스트를 클리어해가며 수업을 들었는데, 그게 역화가 되어 돌아와 부활절 휴가를 한주 앞두고 번아웃상태에 돌입했다. 집안일도 대충대충…의욕 저하 상태에 시험은 서서히 다가오고 부활절 휴가는 잘 즐길 수 있으려나 걱정하며 짐에 무거운 책들만 괜히 바리바리 싸들고 떠났었다. 비행기 회항으로 휴가 일정이 다 흐트러지니 더더욱 의욕상실…

한국에서 짧은 72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남은 2주간의 수업은 그냥 수업에 빠지지 않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리딩은 거의 갖다 버리다시피했다.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그게 다.  번아웃이라는 건 모르는 듯한 옌스에게 내 상태를 설명하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에만 주력했다. 그런 때일수록 너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더 바닥으로 상태가 떨어지니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상황을 인정하고 대신 뭘 하든간에 최소한만이라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은 얼마나 서핑을 해대는지. 뭔가를 하지 않는 시간이면 핸드폰에서 이것저것 읽어대곤 했다. 깊은 사고를 요하지 않는 많은 소비형 컨텐츠들을 중심으로.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말그래도 뉴스 피드에 가까워서 시간 보내며 읽기가 참 좋다. 문제는 이런 컨텐츠 소비가 너무 많아진 나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혐오감을 감내하면서도 내가 당장 해야 하는 것 (리딩 등)을 미루고 더이상 읽을 것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계속 뉴스거리를 찾아 읽고있는 내가 더 어이가 없었다. 인터넷 중독을 해결하는 방법을 읽을만큼 내가 살짝 걱정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기 직전 해를 갈구하는 몸이 기력을 다해 그런거였나 싶기도 하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감기까지 걸리고 나니 정말 몸과 마음이 다 바닥을 치더라. 날이 밝아지고, 나무에 순이 오르고, 잔디밭에는 봄꽃이 피고, 새들이 울고, 어느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날이 밝아져 눈이 뜨이는 시기가 되자 마치 마술처럼 그간 중독자처럼 관심이 가던 뉴스거리들도 더이상 흥미롭지 않아졌으며 공부에 흥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꼭 이렇게 시험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다행히 초반에 엄청 열심히 해둔 가락과 함께 수업은 빼먹지 않고 (주당 22시간) 가서 열심히 듣고 참여해둔 덕에 시험 공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라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에 남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라 그런지, 내가 공부한 것이 충분하긴 한건지, 좋은 성적이 나올지,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리를 채우니 괜한 조급한 마음과 스트레스가 함께 찾아오더라. 그 마음 다잡아 내려,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고 내가 잘해야 한다는 자만심 내려놓고 한자라도 더 읽자하는 마음으로 애써 공부를 했다.

너무 읽기 싫은 마지막 순간엔 머리에 안들어와도 소리내서 조금 읽다보면 한 한페이지 읽어내려갈 때쯤 되면 긴장감이 조금 안정되면서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내 일상엔 가족, 학교, 덴마크어, 몇안되는 여기 친구 이게 다가 되어버렸다. 생각도 단순해졌고, 어느정도 여기 생활에 적응이 되어버려 차이점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내가 여기에 맞춰 변해버렸다는 것이겠지. 오히려 한국가면 놀라게되니, 반대로 사람들이 나를 보면 다르게 느낄 것 같다. 소비지향적 삶을 벗어던진 것도 그렇고.

쓸 거리의 빈곤이 느껴진다는 데에서 뭔가 마음이 묵직했었는데, 이젠 블로그는 좀 쉴까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덜 한다고 부담감 느낄 이유는 없지. 마지막 블록에 집중하고 여름 휴가를 기쁘게 맞이해볼까 한다. 화이팅!

해가 뜨면 밖으로 밖으로

오늘 뜬 태양이 내일에도 뜬다는 보장이 없기에 해가 뜨는 날이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선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했던 오늘, 점심시간 동기들과 함께 밖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바람도 약간 불고 온도는 6도 정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추운데도 불구하고 굳이 밖에 나와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참 대단하다고 평했던 나인데, 이젠 해가 뜨면 밖으로 나선다. 추위에 약간 떨면서도 밖에 앉아서 밥을 먹고야 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여름에 건조한 30도가 덥게 느껴질때면 인도의 습한 50도를 어떻게 견뎠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음주에 느낄 한국은 이보다 따뜻할테니 몸과 마음이 모두 훈훈해질 것 같다.

 

소논문 프로젝트 시작

다음 블록에는 그간 배운 내용을 이용해 20페이지에 해당하는 소논문을 작성하는 수업이 있다. 수업은 8주간 진행되는데 전체 학생이 발표하고 디펜스 하는데 2주가 걸리기에 실제 작성은 6주간에 걸쳐 이뤄진다. 향후 논문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바, 써볼 수 있는 주제를 찾지 말고 자기가 쓰고 싶은 주제를 찾아오라고 한다.
 
난 재생에너지(핵발전 등 신에너지는 제외)에 관심이 있었지만 막연한 관심 뿐이었고, 이를 경제학적으로 풀만한 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 지는 보다 막막했다. 지난 주말 옌스와 함께 카페에 가 앉아 뭘 쓰고 싶은지를 컴퓨터를 앞에 놓고 생각해보았다.
 
그간 공부하면서 관심이 있었던 주제는 뭐가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잘 보급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와 인센티브 도입의 정책적 도구에 관심이 갔다. 이를 토대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위한 최적 정책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어떤지, 얼마나 주제를 줄이는게 좋을 지 등을 상의해보고 싶다고 교수에게 문의했다.
 
지도교수와 약속한 시간에 찾아가지 마침 재생에너지 정책을 전공으로 하는 다른 교수님과도 동석을 하게 되어 추가적인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덴마크의 2050년 화석연료 제로 정책에 대한 소논문을 쓰기로 결정했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없애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U의 정책 목표보다 훨씬 야심찬 계획이다. 해당 정책의 목표와 경제학적 이점과 불리를 수학적 모델을 포함하지 않고 푸는 게 목표다. 기존에 있는 수리적 모델을 갖고 써내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라 상당히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교수가 한마디 했다. 그러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프로젝트니 열심히 해보라며, 대신 어려운 프로젝트이니 만큼 풀 서포트를 해주겠다고 했다. 
 
마침 이달 초 덴마크 환경경제위원회가 연도별로 발표하는 정책제안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덴마크의 2050 Fossilfri 정책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영문 요약이 있긴 하지만, 덴마크어로 되어 있는 본보고서를 꼭 읽어보기를 추천받았다. 소설이나 신문보다는 아무래도 보고서가 어휘면에서 반복되는게 많으니 내용이 어려워도 읽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있을 거라는 옌스의 말을 믿어보며 천천히 준비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생각만해도 머리가 저릿저릿하지만, 앞으로 계속 마주할 덴마크어 보고서를 조금 미리 마주한다고 생각하고 읽어보련다.
의외로 주제가 빨리 정해져서 정말 다행이다. 중간중간 어려움도 있겠지만, 불가능할 건 없다. 덴마크어 보고서가 한 50페이지정도 되는데, 옌스가 두페이지까지 어휘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도 해주었으니 열심히 해봐야지.

농업정책 패키지가 불러온 덴마크 정국 파장

덴마크 정치판이 새로 발표된 농업정책 패키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환경식품부에서 발표한 농업정책 패키지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주무장관인 Eva Kjer Hansen(에바 키어 핸센, 소속정당 Venstre)은 불신임 투표의 대상이 될 지 모르는 상태이며, Venstre의 총수이자 국무총리인 Lars Løkke Rasmussen은 중요 정치인인 Eva를 불신임하느니 총선을 다시 하겠다고 나서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참고 링크 덴마크 정당의 정치성향 스펙트럼예상과 다른 결과로 전국을 흔든 2015년 덴마크 총선 결과

논란의 배경은 이렇다. Venstre가 집권한 후 환경정책이 많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는 환경관련 학계에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전통적으로 농민이라는 풀뿌리에 기반한 정당 Venstre는 농업 및 관련 산업계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 공약으로 농업진흥책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과 환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기에, 농업진흥책은 환경규제완화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이 정책은 비료사용상한량을 현재보다 20% 증가, 하천으로부터 9m 간격으로 설정되어 있던 농업완충지대(Randzoner)를 2m로 축소, 6만 핵타르에 해당하는 간작물 대상지 규제를 철폐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농업진흥책이 추진될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책은 예상보다도 더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정책 근거로 삼은 자체용역 연구결과도 같이 발표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정책 추진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 농업 생산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그간 자연과학계에서 정책예상안을 토대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의식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학계가 지적해온 문제는 다음과 같다. 비료사용을 현재보다 증가시킬 경우 질소 및 인이 토양에서 용탈하고 인근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하천, 호수, 피오르드, 인근 해역 등 각종 수체의 부영양화가 가속되고, 녹조현상을 유발해 용존산소가 부족해지고 심할 경우 어족자원이 폐사하는 등의 문제도 심화된다. 현재 덴마크가 준수하도록 되어있는 EU의 Water Framework Directive의 수자원 품질개선 목표에서도 오히려 퇴보하게된다. 농업완충지대를 2m로 축소할 경우 사실상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토양에서 용탈하는 질소, 인 등이 인근 하천과 호수, 늪지대 등으로 쉽게 유입될 것이다. 간작물 규제 철폐 또한 토양 영양분의 용탈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를 야기하며, 땅이 비는기간 중 광합성을 통한 CO2 배출 감축 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알비도(태양 단파복사광선의 반사율)을 낮춰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는 아주 단편적인 영향만을 언급한 것이며 이러한 단편적인 영향이 종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덴마크가 지난 8년간 추진해온 정책을 반대로 돌리는 행위이다.

학계는 정부가 근거로 삼은 결과가 그간 관련연구를 수행해온 학계 등에서 제출한 자료와 상반된 결과를 낸다는데 주목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로비활동을 벌였다. 해당 근거자료를 분석하니, 해당 자료가 정부 정책 추진을 유리하게 하도록 자료를 부적절하게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초 현 여당진영인 Blå blok 정당은 모두 의견을 조율해 해당 정책을 지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중 하나인 Det Konservative Folkeparti (6석 확보)가 근거수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해당 장관인 Eva Kjer에게 해당 수치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돌연 해당 법안 표결안 당일 해당 장관과 수치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 당일에 이렇게 반대의견을 표시한 건 아주 극적이고 의아한 상황이다. 물론 관련 학계 및 환경론자들은 어찌되었든 반기고 있긴 하지만.)

야당진영인 Rød blok이 이미 이와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상황에 Konservative 정당이 돌아섰다는 것은 해당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경질을 하지 않을 경우 불신임 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Eva Kjer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부와 결혼한 여성으로 농업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고, 농업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고 있다. 농업계를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Venstre 입장에서는 그녀를 경질하는 것은 농업계를 등지는 것과 같은 선택이거니와 Eva Kjer가 그간 Lars Løkke 총리를 여러모로 어려운 순간 많이 도와왔기 때문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총리는 해당 장관 경질을 해야한다면 내각을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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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erlingske Facebook (링크) “네 놈들은 그녀를 데려가지 못한다! by Løkke”

덴마크 정치에서 “내가 멍청해서 수치를 잘 이해 못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용서의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신뢰를 깨는 행위는 용서받기 어렵다. 그래서 Konservative 정당이 “우리는 그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표현은 “그렇든지 말든지”하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관련 뉴스 팔로잉하기: http://www.dr.dk/nyheder/tema/eva-kjer-hansen-sagen

덴마크에서는 신뢰가 일반 사회 뿐 아니라 정치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된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또다시 느낄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이렇게 숫자를 조작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통해 이 사회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우리 국회도 과거처럼 최루가스가 터지고 육탄전이 벌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이 곳의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또한번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참담한) 4대강 사태를 보며 환경 정책이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먼지,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바뀌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등 또한 느낀다.

배움에 대한 두려움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진리와 지식 중 티끌만큼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바를 삶의 매 순간에 지속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내가 알고 있는 바를 마치 모르는 것처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움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낀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원래 어려울 수 있고 따라서 배우는 것을 한번에 다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지만, 술술 읽히지 않는 책을 접할 땐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유독 크게 느끼고 그 부족하다는 감정을 느끼기 싫어 아예 읽는 것을 피하기조차 한다.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집중해 대여섯시간을 내리 읽어야 다음날 수업 준비가 될만큼 많은 읽을 거리가 주어지니 여유를 갖고 읽을 새가 없다. 수업시간이 주당 24시간의 수업과 덴마크어 수업 7시간을 제하고 나면 휴식을 취할 시간따위는 없다.

문제는 빨리 읽어내려가야 할 교과서나 논문이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 전날 가졌던 의문의 대부분이 해소가 됨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로운 읽을 거리를 마주함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있다. 최대한 의문거리를 줄이도록 깊은 사고를 하며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질문 거리를 빠르게 체크하면서 읽어나가야 한다. 많은 질문거리를 쌓아내고 나면, 과연 내가 이것들을 충분히 이해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더 많이 이해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 마음속에 휘몰아친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매일 피부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 그래서 미룰 수 있는 순간까지 최대한 읽는 행위를 미룬다. 주중엔 미룰 수 없으니 그렇다지만, 주말엔 일요일 오후가 되기까지 미루고 또 미룬다. 참 어리석다. 왜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이게 나인가 싶다. 배움이 즐겁기도 하지만, 과연 내가 이 교육이 끝난 후 내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을 만큼 다 흡수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아예 중도에 안하면, “안해서 그랬어. 하면 다 할 수 있는데.”라는 변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유치한 생각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전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매일, 매순간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하기에 뒤로 미루기를 하는 것 같다. 회피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찾는 나를 알기에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미룬다고 달라지지 않거나 혹은 더 악화된다는 것, 조금이라도 더 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것 등을 스스로에게 자꾸 이야기해 준다던가, 아니면 주중에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50시간 이상 되니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읽을려는 노력이 실패해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이 모든 생각의 저변에는 난 사실은 이만큼을 해내야 해, 하는 자만심이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생각을 하면서 또 인간성이 덜 된 나를 질책하게 되지만, 그보다는 이 부족한 모습의 내가 나 스스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앞으로 조금은 더 나아진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날로그적 그리움

나는 메신저가 싫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대화할 수 없다면, 아직도 난 전화나 편지,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이메일이 좋다. 편지를 쓰는 일은 아주 드물어졌지만 그 아날로그적 경험이 주는 감성을 사랑한다. 연락이 뜸해졌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어지는 이유는 바로 변한 채널 때문이다. 게으름 또는 마음의 거리를 감추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정말 메신저가 싫다.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 15분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난 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기도, 라디오를 듣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다. 매일 관찰하면 하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것들이, 그 관찰을 한달, 두달, 한철, 두철 이렇게 꾸준히 관찰하다보면 변화하는 것이 조금씩 느껴진다.

마침 열차가 Nordhavn (북항) 역으로 들어서는데 하늘과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게 만나고 있던지. Nordhavn 지역은 재개발이 한창이라 전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은색으로 시작해서 수평선으로 갈 수록 검푸른 색으로 변하는 바다의 색깔과 핑크색으로 시작해서 노란색, 하늘색, 푸른색으로 변해가는 하늘, 하늘이 어두운 건 아니지만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길거리 등이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어쩌면 내 완벽주의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느낌을 정말 온전히 전하고 싶은 마음때문에. 그냥 한 줄 메세지로 “이 순간을 너와 공유하고 싶었어.”라고 전해도 되는데, 그간 자주하지 못했던 연락에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그 마음의 크기만큼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 탓에 메세지는 선택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내 글들이 대체로 일방적인 것처럼 나는 그 마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도 있었다. 교류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 생기는 응답에 나도 재응신을 해야 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나누고 싶음과 혼자있고 싶음이 교차하는 순간, 난 다시금 연락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곤 한다.

메신저의 그 즉흥성 또는 가벼움이 싫다.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관심을 약간만 할당하는 게 싫다. 난 온전히 전하고 온전히 받고 싶은데…

내가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은 항상 그녀에게 닿아있다고 했던 것을 그녀가 언제고 알아주면 좋겠다. 세상이 아직도 충분히 느려서 사람들이 이와 같이 느린 교류를 마음의 거리와 동선에 두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녀에게 시간을 내서 편지를 써야지 한 것이 어느새 달을 넘기고 있다. 펜을 들어야지. 간혹 주고받았던 메세지 만으로는 전달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적도의 땅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그녀가 춥지만 맑고 아름다운 오늘 더욱 그립다.

만난지 2년째

2년전 발렌타인데인 하루 전날, 옌스와 처음 만났다. 미리 사둔 하트모양 핑크색 화이트 초콜렛을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날 반으로 두동강내어 먹고 만난 것은 그 유혹 탓도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때문이기도 했다. 콩엔스 뉘토어 정류장 밖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추운 날씨를 피하려고 백화점으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추운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이중 문으로 되어 있는 구조인데, 나는 문과 문 사이에서 곧 올 것으로 예상되는 옌스를 기다리며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뒤에서 “혹시… 당신이 해인…?”이라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사진으로만 봤던 옌스가 눈에 들어왔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과 함께 허그를 하는데, 같이 허그를 하면서 느낀 그 어색함이란… 아직 덴마크식 허그 인사에 익숙해있지 않았는데다가 초면에 허그를 예상하지 못한 탓에 너무나도 어색했다.

만난지 세번째에 키스를 하며 사귀기로 이야기를 나눴던 이유로 그 날을 우리의 기념일로 정했지만, 올해는 첫 만남을 기념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의 예약이 기념일에 다 차있었기에 이날로 바꾸기로 했지만, 더 큰 의미도 있다면서 말이다.

“그 날, 우리의 첫만남을 재현해볼까?”

그렇게 해서 이날, 우리는 첫만남의 어색함을 재현해보았다. 같이 역에 도착해서 나는 역 바깥으로 해서 백화점으로 들어가고, 옌스는 역안에서 백화점으로 연결되는 통로로 들어갔다. 혹시 엉뚱하게 기억해서 다른 문으로 갔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첫 만남과 비슷한 초조함도 들었다.

“혹시… 당신이 해인…?”

“당신이 옌스…?”

만나서 반갑다는 말과 함께 한 포옹은 더이상 어색할 수 없었지만 그날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려주기엔 충분했다. 지난 2년간의 일들을 되새기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배가 터지도록 먹은 이날의 따스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덴마크 명절 단상

덴마크에 와서 보니 가족 모임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잦다. 그리고 모였다 하면 밖에서 외식하는 거 없이 대부분 집에서 모여 식사를 하고, 점심, 저녁까지 두끼는 기본이다. 모이는 장소는 자녀의 집에 처가, 시가 식구가 함께 모이는 경우부터 처가나 시가로 때에 따라 바꿔가며 방문한다. 딱히 정해져있는 건 없다. 음식도 나눠서 해가고 뒷정리도 다 같이 한다. 중요한 차이점은 남녀 모두 일을 한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남자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최소한 우리 시댁은 그렇다.
 
손님을 집에서 치르는 일이 잦은데, 서로 오고가며 그리 하다보니 조금씩 손님맞이가 익숙해지고 좋아진다. 뒤늦게 치우는 일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부부가 같이 정리하면서 그날의 저녁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일도 즐거움의 일부다.
 
불만은 한쪽이 일을 부담할 때 생긴다. 덴마크의 이런 남녀 평등이 찾아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의 참정권 확보가 불과 100년전이고, 1950년대를 전후로 해서야 여성의 경제참여 비중이 늘어나고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을 시점으로 한 변화가 지금의 사회 모습의 초석이 되었으니 꽤나 최근의 일이다.
 
우리가 덴마크에 비해 민주화나 근대에 들어선 발전의 시작이 늦기는 했으나, 그 시간의 격차가 아주 큰 것은 아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양성간의 차별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전통의 이름으로 이러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도 한다. 
대가족간의 모임이 예전같지 않고 갈수록 핵가족 되어가는 현상이 아쉽다. 현대화가 교류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텐데. 우리 명절 문화가 변화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아주 많이 부족하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떼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남자들이 조금 돕는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모두가 함께 일하고 먹고 즐기는 기회가 될 때가 충분히 되었다. 불만이 사라지면 교류에서 찾을 수 있는 과실이 눈에 보인다.
집안일을 추가로 더 하더라도 이곳의 명절은 즐거운 날이 되었다. 서로 위해주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나 또한 그 일원이 된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 내 아이들에게도 더 큰 가족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피로 섞인 내 가족이 아니기에 그와 같을 수 없다하더라도 그건 당연하다. 내가 그들에게 가족과 똑같은 애정을 부어주기엔 우리가 아는 시간이 아직 짧고 아직 더 가까워질 거리가 많이 남았기에 말이다.
물리적인 거리와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의 내 가족과 옌스가 내가 이곳에서 동화되는 만큼 가까워지지 못함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문제일 뿐, 양쪽의 문화를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멀지 않은 시기에 나도 우리의 2세를 가질 수 있고, 그 2세에게 두개의 다른 문화와 가족속에서 자랄 수 있게 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