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nah startede i vuggestuen!

 

Hannah er nu lidt over 10 måneder og kan meget mere end før. Det føles som om, hun har været sammen med os for altid, selvom der kun er gået 10 måneder. Tiden er gået meget hurtigt. Det er meget sjovt, at det føles sådan, fordi jeg nogle gange klagede over, at tiden gik rigtigt langsomt efter fødslen. Måske var det fordi, det var ret fysisk hårdt at passe et lille barn, der ikke kunne gøre så meget selv. Jo hun kan stadig ikke så meget – hun er kun 10 måneder – men hun er ikke længere bare en baby. Hun er næsten en tumling!

Hun startede officielt i vuggestuen i går, hvis jeg ikke regner det første uofficielle besøg i mandags som den første gang. Det gik udmærket. Hun havde det sjovt og kravlede hele vejen rundt i vuggestuen. Hun så ud, som om hun godt kunne lide at lege med andre børn eller i hvert fald at være sammen med dem.

Nogle gange kunne jeg mærke, at andre børn udviste lidt aggressiv adfærd, mens pædagogerne ikke kunne mærke det på situationen. Der var, for eksempel, en dreng, der var lidt aggressiv generelt og skubbede Hannah og trådte på hendes fod. Jeg blev nødt til at sige, at han ikke måtte gøre det, og tog hende væk fra ham. Men det kan altid ske, og jeg kan ikke være der altid for at beskytte hende fra den slags situationer. Der er mange af mine venner, der selv har børn, som har fortalt mig, at jeg skal vænne mig til at se hende komme hjem med nogle skader i forskellige grader, store eller små. “Det gør ondt at se hende blive skadet, men det er den måde, man vokser op på.”, sagde de. Ja. Der er også det udtryk, at man bliver klog af skade. Hun vil også blive klog på den måde. (Men det er jo nemmere sagt end gjort!)

 

덴마크 산후조리

영국 왕세자비가 출산 다음날에 퇴원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 논란이 많이 있었다. 한국의 산후조리 관점으로 봐서 동양인도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우선 한국인의 출생시 머리둘레는 WHO 기준으로 평균이기에 애 머리가 커서 산후조리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또 흔히 이야기 되는 것으로 서양여성의 골반이 크고 근육량이 많아서 산후조리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 있다.

같은 체중의 아이를 출산할 경우 서양모계가 동양모계보다 출산이 용이하다는 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논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원을 다녀서 저널 논문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간혹 임신과정에 대해 일반 책자로 알 수 있는 이상 더 파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이를 읽어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서양인과 동양인의 혼혈아기 출산시 제왕절개율로 보는 서양인과 동양인간 출산 난이도 차이 같은 것 말이다. (Michael J. Nystrom, Aaron B. Caughey, Deirdre J. Lyell, Maurice L. Druzin,Yasser Y. El-Sayed (2008). Perinatal outcomes among Asian–white interracial couples in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199 (4), (385.e1-385.e5) DOI:10.1016/j.ajog.2008.06.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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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췌한 표이다. Cesarean delivery (CD, 제왕절개)율을 보면 아시아 모계와 백인 부계의 자녀는 33.2%이고 백인 모계와 아시아 부계의 자녀는 23.0%이다. P value가 0.001보다도 낮아 매우 유의미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같은 아시아-백인 혼혈자녀를 출산할 경우 백인 모계 출산시 제왕절개율이 아시아 모계 출산의 경우보다 10.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골반 골격 차이 등을 포함한 생물학적 차이가 이런 차이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논외의 발견이지만, 각각의 하위그룹 중 인종간 커플의 샘플사이즈를 보면 아시아 모계와 백인 부계는 690, 아시아 부계와 백인 모계는 178로 아시아 부계와 백인 모계 결합이 훨씬 드문 것을 볼 수 있다.)

단지 이것만 놓고 이야기하면  동양 여성의 골반이 작아 산후조리도 더 길게 해야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백인커플과 동양인커플의 제왕절개율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더 크게 태어나는 태아로 인해 백인커플의 출산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골반 사이즈 등의 체격 조건은 서양 모계가 출산에 더 용이하지만 아기가 더 커서 서양인의 출산시 충격이 동양인보다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골반 사이즈 차이로 인해 서양여성이 더 쉽게 출산할 수 있고, 따라서 산후조리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근육량은 어떨까? 인종간 선천적 근골격계 질량 차이를 보면 설명이 될 것 같다. (Silva AM, Shen W, Heo M, et al. Ethnicity-Related Skeletal Muscle Differences Across the Lifespan. 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 : the official journal of the Human Biology Council. 2010;22(1):76-82. doi:10.1002/ajhb.2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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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래프의 여성 근골격량을 보면 빨간색이 백인, 보라색이 아시아인이다. 남성의 경우 아시아인은 생략되었다. (아마 적은 샘플사이즈 등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안나와서 생략된 것 같다.) 여성의 인종간 근골격량 차이는 남녀의 근골격량 차이에 비하면 근소한 차이를 보이나 회귀분석으로 나타나는 백인과 아시아인 여성간 근골격량 차이는 전연령대에 걸쳐 개략적으로 3-4킬로그램 정도로 나타난다.  어쩌면 이 근골격량의 차이가 모체에 주는 출산의 충격에 차이를 빚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근골격량 3~4킬로그램 차이는 백인여성과 아시아인 여성의 키차이를 고려하면 골반 인근 근골격량 차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사실 난 덴마크식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 덴마크식 산후조리는 사실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조언하는 바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의학계의 산후조리에 대한 조언이 덴마크 의학계의 그것보다는 우리나라 전통 산후조리 방식에 근접해 있으나, 임신 기간 중 체중 관리 및 운동에 대한 조언과 출산 후 그것에 대한 조언은 원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산후조리방식은 사실 구전으로 내려온 전통적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지금과 많이 다른 과거의 주거문화 및 생활방식에 기초해 형성된 것으로 지금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출산 후 산후조리의 차이는 임신 기간 중 산모의 신체관리 방식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는 임신 기간 중 꾸준한 운동을 권장한다. 근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출산시 용이하고 출산 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신중에는 무조건 휴식을 권장하고, 임신 초기 몸가짐을 조심하여 신체활동을 극히 줄이도록 주문하는데 그게 근손실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의사가 체중관리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임신 기간 중 먹고 싶은 것 못먹으면 스트레스가 애에게 간다든지, 몸이 요구해서 먹는다든지, 그때 남편이 원하는 것 안사다주면 평생 한이 된다든지의 이유로 원하는 대로 먹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체중 증량은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부종, 아이의 체중 증가 – 이는 아이의 장기적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살이 트는 것도 피부가 감당하기에 너무 빠른 체중 증량과 관계가 있다.)

근손실과 과도한 체중증가의 결합은 출산 후 신체가 받는 충격을 가중시킨다. 출산에 대비해 관절을 유연하게 만드는 릴렉신 호르몬의 본비는 출산후 6개월여까지 지속되는데, 이로 인해 출산 후 가볍게 걷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고, 애를 안거나 돌보는 일도 힘들어진다. 그 와중에 급격히 체중이 느는 아기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하다보면 신체에 무리가 오고 소위 말하는 산후풍이라는 것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진짜 모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임신과 출산후 산후조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신 전부터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 임신기간 중 일부 근손실에 대비하고 임신 기간 전체기간 중 기간별로 알맞는 운동을 통해 근육량의 손실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출산 후에도 초반부터 기간 별로 권장되는 운동을 함으로써 골반저 회복부터 시작해 신체 회복을 돕고, 가벼운 걷기를 포함해 서서히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산 다음날 나는 퇴원을 해 복귀했는데, 경산의 경우 출산 후 6시간 내 퇴원하는 (산모가 난산 등으로 별도의 이유가 있지 않는한) 것이 이해가 간다. 나의 경우 초산이라 출산 후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잘 예상하기 어려워 산파와 건강상담사 (Sundhedsplejerske, 간호사 중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자격을 획득한 전문상담사) 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하루 머물렀지만, 지나고 보니 바로 퇴원해도 상관없었다.

물론 앞으로도 산후조리는 시간에 걸쳐 해야하는 일이기에 추가적으로 관찰해보고 판단할 사항들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시아인이라 해서 꽁꽁 싸매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지루하게 산후조리원에 앉아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다. 초기 한달 정도는 모유 수유 및 기타 육아의 리듬과 패턴을 수립해 가는데 적응기간이 필요하기에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막대한 돈을 들여 산후조리원에 가서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사도우미를 쓰는게 더 낫지 않나 싶다. 그리고 모자 동실 쓰는게 엄청 힘들다고 하는 글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읽었는데, 사실 애가 가장 가볍고 요구사항이 가장 간단한 신생아 시절에 미리부터 아이에 대해 알아가고 밤중 수유의 패턴 등에 익숙해지는 것이 산후조리원 생활 이후 불쑥 커진 아기와 갑자기 둘이 앉아 그제서야 아이에 대해 배워가는 것보다 수월한 것 같다. 이제 13일차 된 하나를 보면 대충 뭘 원하는 지 우는 형태로 알겠고, 아이도 부모에 대해 빠르게 익혀가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게 여러모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내 지인들은 내가 특별한 경우라고 하지만, 사실 내가 특별히 다른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신체적으로 유별나게 좋은 조건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경험을 공유함으로서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니 내가 쓰는 글이 절대적이거나 한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덴마크 육아기] 아기 선천성 심장기형 코호트연구 참가기

출산후 열흘째 되는 날인 월요일, 출산 병원인 헤얼레우 병원에 다녀왔다. 2016년부터 2018년 기간 중 태어나는 아이를 대상으로 선천성 심장기형에 대한 전향적 추적연구 (Copenhagen Baby Heart, http://baby-heart.dk/)가 이뤄진다고 해서 참가를 신청하였다. 첫 초음파 검사를 하던 날 해당 연구에 대한 안내자료를 받았는데, 출생 직후 탯줄에서 제대혈을 체취해 연구용으로 보관하는 것과 출산 후 약 일주일 되는 시점에 병원에서 정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었다.

덴마크에서는 매년 450명의 신생아가 선천성 심장기형을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중 70%가 성장과정 중 적절한 시점에 기형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선천적 심장기형을 안고 태어난 사람은 현재 22,000명 정도라 한다.

Copenhagen Baby Heart에 따르면, 이 연구는 얼마나 많은 신생아가 심장 기형을 안고 태어나는지, 연구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은 조기의 일상적인 심층적 초음파 검사가 신생아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 조기에 심장기형을 발견한 아이의 경우 장기적으로 추적검사를 하며 필요한 후속 진료를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선천적 심장기형이 어떻게 생애주기를 거쳐 발전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체취한 제대혈에서는 해당 심장질환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동의서를 읽어보니 보호자로서 우려할 수 있는 것은, 선천성 심장기형이 있다고 발견되었을 때 부모가 갖게 되는 심리적 우려였다. 우선 30%는 진료가 필요없는 경우인데, 이 또한 나중에 진행과정을 보면서 진료 필요 여부가 결정되고, 70%에 해당되도 즉각적인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치료를 해야 하기에 그 시점까지 부모가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옌스가 보건경제학자라 병원에서 진행하는 코호트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했고, 미리 심장질환을 알 수 있다면 그게 더 낫다라고 생각을 했기에 우리는 연구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론 출산한지 얼마 안돼서 병원을 가야한다는 것이 부담이긴 했으나 말이다.

열차로 두정거장 가서 버스를 타고 한 20분이면 가는 곳에 병원이 있는데 2시 반에 가기로 약속이 잡혔다. 1시 반에 집을 나서서 병원에 도착해 미리 수유를 하고 (검사 전 요건이었다.) 검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장 간단히 본 것 뿐인데 4시 반이 넘었다. 애가 있으니 뭘 해도 행동이 느려지게 돼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하나는 울지 않고 검사를 잘 마쳤고, 검사하는 중 기저귀에 큰 실례를 하는 소리를 내며 소노그래퍼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노그래퍼가 초음파 장비를 다루는 솜씨는 흡사 프로게이머가 마우스를 다루는 듯 하여 놀랐는데, 마침 옆에 있는 의사가 “당신처럼 장비를 빠르게 다루는 사람 처음 봤다.”고 말해서 내 놀라움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간에 하나가 약간 칭얼거리자 소노그래퍼가 새끼손가락을 입에 물려보라고 했다. 며칠전 집에 방문했던 건강방문사 (Sundhedsplejerske) 도 그렇게 하던데 싶어서 손가락을 물려보니 애가 젖을 물릴 때처럼 빨더라. 얼마나 강하게 빨던지 깜짝 놀랐다. 4주 정도까지는 공갈젖꼭지를 물리지 말라면서 애가 공갈젖꼭지로 살살 무는 것에 적응하면 힘들게 엄마 젖 안빨려 한다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을 물리는 트릭으로 하나를 진정시켜 무사히 검사를 잘 마쳤는데, 다행히 하나는 문제가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선천적 심장기형은 왜 발생하는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는데, 임신 기간 중 정밀초음파로 확인할 수 없는 기형이 많기 때문에 출생 후 확인이 된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은 소아과 및 흉부외과의 진료 및 외과적 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 관리형 질병이라고 한다. 의료 비용에 있어 자기 부담 비중이 상시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덴마크는 나라에서 의료비용을 전액 부담하기에 (약제비용은 자가부담 비중이 있으나 연간 부담 상한이 있어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나라에서 부담하며 처방이 빈번한 만성질환용 약품의 경우 처방 빈도에 따라 자가 부담비중이 경감되는 구조로 설계) 이런 관리형 질병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된다. 그 점은 공공의료가 참 좋다. (일부 질병의 경우 철저히 가정의-전문의-종합병원 순으로 철저히 이뤄지는 공영의료 시스템이 병을 키우게 된다고 해 공공의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나, 100% 공공재원으로 이뤄지는 공영의료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 (Cost effectiveness) 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갑자기 옆에서 자고 있는 하나가 꿈결에 까르르 웃더니 엄청 크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눈을 떠서 한번 더 씨익 미소를 짓더니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다. 언제 이렇게 웃는 법을 배웠는고? 아이가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익힐 때마다 감격을 하는 우리는, “예전에 이런 것에 감동하며 웃는 사람들 보고 나중에 나는 그렇지 말아야지…”했던 기억을 하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게 우습다.

첫 감기에 걸려 (심하진 않지만) 고생을 한 하나가 앞으로 크고 작게 아플 일은 많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 애가 조금이라도 아파 울면 마음이 영 좋지 않고 해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는게 마음이 힘들어서 말이다.

덴마크스러움이란?

11월 말이 되니 Spotify에 캐롤 믹스가 넘쳐난다. Julesange du kender (Christmas songs you know)라는 믹스가 추천으로 떠서 틀어보니, 덴마크 크리스마스 노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Jul-Det’Cool이라는 노래가 첫곡으로 나온다. 이젠 나이가 꽤나 든 덴마크 래퍼인 Mc Einar의 노래인데, 소비지향적인 크리스마스를 덴마크인 특유의 아이러니한 유머로 비꼰 노래다.

Jul-Det’Cool by Mc Ei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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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MC Einar. (Source: BT)

Det skete i de dage i november engang
at de første kataloger satte hyggen i gang

Det’ jul, det’ cool, det nu man hygger sig bedst
det’ julebal i Nisseland, familiernes fest
med fornøjet glimt i øjet, trækker folk i vintertøjet
til den årlige folkevandring op og ned ad Strøget
der bli’r handlet, pakket ind, og der bli’r købt og solgt
tøsne, snot i næsen, det’ pisse koldt
det er vinter, man forventer vel lidt kulde og sne
men det’ da klart at en såd’n sag må komme heuj bag på DSB
intet vrøvl har de forsvoret, det de helt sikre på,
men ved den første rim på sporet, går møllen i stå
folk de tripper, skælder ud, og ser på deres ure
og sparker efter invalide, ynkelige duer
der er intet, man kan gøre, de sure buschauffører
gør det svært at praktisere lidt julehumør
“Gå så tilbage for helvede” råber stodderen hæst
men det’ jul, det’ cool, det nu man hygger sig bedst

Det’ jul, det’ cool, gran og lirekasser
der er mænd, der sælger juletræer på alle åbne pladser
12 bevægelige nisser og en sort mekanisk kat
i et vindue ud mod Strøget trækker flere tusind watt
kulørte gavepakker i kulørte juleposer
selv i Bilka og i Irma og i alle landets brugser
er der ægte julestemning og gratis brune kager
der er hylder fyldt med hygge, der er hygge på lager
og hos damerne i Illum kan man få det som man vil
“Kontant eller på konto, hr.? Ska’ prisen dækkes til?”
de smiler og er flinke, mest for fruerne i minke
og gi’r gode råd om alt fra sexet undertøj til sminke
og vi andre fattigrøve, vi ka’ gå i Dalle-Valle
der er damerne så flinke, at de smiler pænt til alle
der er masser tøj i kasser, der helt sikkert passer
det’ jul, det’ cool, gran og lirekasser

Det’ jul, det’ cool, kig dig lidt omkring
15.000 mennesker i Magasin
de har våde lædersko, de har halstørklæder på
de har overfrakker, gavepakker, masser de ska’ nå
men de hygger sig, sel’fø’lig gør de det
plasikstjerner, plasikgran og plastiksne
sætter stemning i systemer, det’ så nemt og nul problemer
køb blot julestuens julesæt med fire fine cremer
eller sukkerkrukker, pyntedukker, pænt, mondænt og ganske smukt
søde sæt med proptrækker, glas og øloplukker
fra en skjult højtalerinstallation,
“Et barn er født i Bethlehem” i Hammondorgelversion
vi’ traditionsbundne folk, i traditionernes land,
så vi hygger os, li’så fint vi kan
og særlig uundværlig, det er Magasin,
det’ jul, det’ cool, kig dig lidt omkring

“Højt fra træets grønne top”
“Mød julemanden klokken 13, 15, og 17 på julestuen på 3. sal”
“Vores velassorterede vinafdeling kan tilbyde et komplet gløgg-sæt for kun 39.95”
“Lille Øjvind på fem år er blevet væk fra sin mor, han kan afhentes i kundeservice”

“Jamen du godeste er det allerede…”
Jul det’ cool sikke tiden den går, der er intet lavet om siden sidste år
det’ de samme ting vi spiser, det’ de samme ting vi laver
de samme ting i TV, de samme julegaver
samme pengeproblemer, det’ dyrt og hårdt
udelukkende overtrukne kontokort
overflod og fråds med familie og med venner
samvittigheden klares med en ulandskalender
det’ julefrokosttid, traditionspilleri, spritkørsel, utroskab, og madsvineri
vi har prøvet det før, vi ved præcis hvad der sker
slankekur i januar og alt det der
det’ et slid, men der er lang tid til næste år
det’ jul, det’ cool. sikke tiden den går

“Jeg drømmer om en hvid sandstrand,
med palmetræer og sommervejr
der vil jeg fejre julen
i swimmingpoolen
langt væk fra sne og juletræer”

옌스는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걸 매우 웃기게 생각한다. 가사도 모르던 이 노래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라디오 방송에서 자주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출근 길에 화장하면서,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항상 들었는데, 거기서 이 노래를 정말 자주 틀어줬다.

옌스가 간혹 나보고 자기보다 더 덴마크인스럽다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다. 덴마크 캐롤을 좋아하는 것,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Ris a la mande (프랑스 메뉴인 척 하는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디저트)나 Æbleskiver를 먹고 싶어하는 것, 덴마크식의 self-irony 유머를 즐기는 것 등 말이다. 사실 self-irony 유머는 그냥 여기에 와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덴마크 문화와 맞아떨어진 개인적 특성일 뿐이지만…

그런데 막상 옌스는 덴마크인스럽지만 덴마크인스럽지 않은 사람이기도 해서 진짜 덴마크인스러운 게 뭔지는 집 안팎을 두루 관찰하고 이야기를 골고루 듣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실제 옌스는 전형적 덴마크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한다. 남들끼리는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는 공감하기 어렵고, 반대로 내 경험을 남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덴마크인스럽지 않은 것들을 꼽아보자면… Rugbrød(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에서 주로 먹는 호밀빵으로 점심때 먹는다.)은 가족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행사같은 날 빼고는 안먹는 것 (자기는 어려서 평생 먹을 Rugbrød을 다 먹었다며…), 있으면 먹지만 Lakrids (감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각종 종교적 전통을 좋아하지 않는 점 (크리스마스때 선물 교환은 딱 조카들과 나에게만 하고, 가족들에겐 선물 안주고 안받는다고 못을 박아두었다.), 새로운 음식이나 새로운 문화, 언어를 배우는 것 등을 좋아하는 점, 덴마크를 좋아하지만 굳이 덴마크를 자랑스러워하거나 덴마크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거나 그런 게 없다는 점, 그래서 내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점, 덴마크 국기인 Dannebrog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맥주를 안좋아하는 점 등이다.

덴마크인스러운 점도 물론 많다.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하루라도 운동을 빼놓는 날이 없다는 점, 매사 성실한 점, 개인생활도 중요하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시하고 가사분담 참여비율이 높다는 점, 직업 윤리가 투철하다는 점,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점, 집에서 밤에 불 밝게 켜는 것 싫어한다는 점 (현광등은 정말 질색팔색한다. 한국가서 한두달 지내려면 적응하느라 고생 좀 할 듯), 겨울에도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자야하는 점, TPO에 맞는 옷을 잘 차려입는 것 좋아하고 패션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점 (자기 것 쇼핑은 반드시 자기가 한다. 의견은 수렴하지만, 결정은 자기의 몫. ) 등

물론 이러저러한 특성을 굳이 덴마크인스러운 점과 그렇지 않은 점으로 나눴지만, 사실 외국인 남편과 그의 모국에서 살다보니 국민적 특성이란 것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개별특성의 스펙트럼이 평균으로부터 워낙 넓게 펼쳐져 있어 저 구분이 틀리다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이 또한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각자 자기가 교제하는 사람과 준거집단을 중심으로만 살펴보게 되서 덴마크인스럽다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겐 전혀 덴마크인스럽지 않은 것들도 많고, 내가 덴마크인스럽지 않다고 하는 것도 덴마크인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친구를 초대해서 음식을 넉넉히 하다보니, 다음날 저녁에 데워서 먹을 만큼 넉넉히 남았었는데, 난 그에 곁들일 탄수화물로 빵을 굽고 있는데, 옌스는 밥을 달라고 했다. 서양음식인데 밥을? 이라는 나의 반응과 달리 옌스는 내가 해준 쌀밥이 덴마크 어느 식당에서 먹는 쌀밥보다도 맛있다면서 그걸 달라하고, 간장에 참기름을 달라해서 그 쌀밥위에 끼얹어 먹는걸 보면서 기함했다. Rugbrød위에 남들과 다른 컴비네이션을 얹어먹는 걸 봐도 크게 놀라지 않는 옌스인 걸 생각해보면 그만의 기이한 조합도 딱히 놀랄 일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방송에서 “진정한 덴마크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걸로 이것 저것 다양하게 다룬다. 토론, 뉴스, 다큐멘터리 등등… 옌스는 그런 토론 자체가 정말 피곤하고 언론에서 덴마크인이라는게 뭐 대단한 거고 그게 얼마나 통일성이 있는 것이고 독창성이 있는 거라고 그걸 그렇게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공동체 의식, 개인주의 등 가장 핵심적인 가치만이 지켜진다면 사회는 항상 변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고, 개인마다 덴마크인다움에 대한 정의가 다 다른데 그걸 dansk함과 udansk함을 나누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다. 나에게도 “너는 한국인이고, 한국인 다움이 있지만, 이곳에서 살면서 이곳의 가치에 영향을 받으며 한국에서 갖고 있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너도 덴마크인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내가 한국인인 것만큼 덴마크인도 되어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에게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 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과 함께 덴마크인의 행복함의 원천에 대해서 휘게와 기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찾고 이를 홍보하고 수출하는 것도 피곤하다고 한다. 그냥 타인과 비교 별로 안하고, 현실감있는 목표를 정하고,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서열의식이 적고 자연환경이 좋은 편이어서 다른 나라사람들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덜 받고, 그래서 행복한 거 아니냐고. 그게 우리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란다.

이럴 때 난 덴마크인이지만 덴마크인이기만 하지 않은 옌스와 결혼을 한게 참 안도가 된다고 할까? 안그래도 타국에서 살면서 적응할 게 많은데 그걸 강요당한다거나 기대를 받는다면 어땠을라나? 여기의 룰에 맞춰가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다름을 같음으로 맞춰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것과, 내가 다른 건 옌스가 다른 덴마크인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다르다고 전제를 깔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무리 없이 편입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고 적응을 도와주는 것은 엄청난 차이이다.

이번에 새로 주문한 한국어 책에서 (한권을 드디어 끝냈다. ㅠㅠ) “하다”동사를 활용한 한국어 동사변형의 여러가지 유형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걸 패턴드릴로 연습한다고, 몇가지 동사를 주면서 이걸 같은 형식의 테이블로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어줬더니, 다음날 회사에서 출력을 해갖고 온 것을 보여주며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사실 옌스랑 나는 주중엔 퇴근 후 30분정도 그날 있었던 이야기 좀 하고, 같이 뉴스 보고, 각자 할 일 하다가 소파에서 30분 정도 같이 앉아 쉬고, 또 각자 할 일 하다가 잠자리 들어서 조금 이야기 나누는 것 정도가 일상이다. 각자 할 일 하다가 시덥잖은 말 한 두마디 던지면서 낄낄대는 것 외엔 자기 할 일 할 때는 자기 것만 따로 하기에 각자의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다. 평일엔 저녁도 둘다 뉴스 보면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 간단히 먹으니까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게 둘이 필요로하는 공통사항이라 서로 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참 좋고 고마운 거다. 우리는 서로 뭐 배우고 하는 거 좋아해서, 같이 있지만 또 각자 저녁에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닮아서 정말 좋다고 하니까, 인생의 목적은 배우는 데 있는게 아니냐고 한다. 항상 옌스가 강조하는게 general education의 중요성인데, 이걸 덴마크인스러운 것이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옌스스러운 것이지.

이런 옌스와 살아서 딱히 문화충격을 받을 일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인도에서 겪은 문화충격이 워낙 커서 웬만한 다름에 충격을 크게 받지 않는 것도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어떻게 적응하고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하면 되는가 싶기도 하고. 또 곰곰히 뒤를 돌아봐 생각해보면 나름 여기서도 큰 문화충격을 받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 힘든 시간들이 대부분 잊혀지고 그냥 그 틀에 내가 녹아들어가 바뀌어 더이상 놀라울 게 크게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시 들춰보며 과거의 추억에도 잠겨보고, 스스로의 과오나 성과에서 배워도 보려고 별거 아닌 이런 생각의 조각들을 그래서 그때그때 남겨두는 거니까… 몇 년이 지나서 지금을 반추해보면 그땐 또 무슨 생각이 들런지…

산파 면담기

아침부터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나섰다. 산파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자전거로 7분거리에 있는 겐토프트병원에서 면담이 예정되었는데, 응급실 말고 제대로 가본 적이 없는 병원이었던 터라 내부도 궁금했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내 담당 산파는 젊은 여성이었다. 경력은 어느 정도 있는 듯 안정된 모습이었고 침착한 성격으로 보여 앞으로 함께 할 출산의 여정을 맡겨도 괜찮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약 30분간 인터뷰와 촉진을 했는데, 주로 임신 경험 (임신까지 걸린 시간, 입덧, 체중 변화추이, 기타 힘들었던 사항) , 유전관련 참고사항 (가족병력 – 당뇨 등을 포함해), 생활 습관 (흡연, 음주, 운동, 식이요법, 영양제 복용), 출산에 대한 희망사항 등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촉진으로는 자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또한 의료 정보에 대한 제공동의, 내 응급상황의 보호자 정보 수집, 응급상황시 연락할 곳 안내 등이 이뤄졌다.

임신 경험

6주~14주 사이의 입덧으로 4킬로 빠진 걸 제외하면 내 임신경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입덧 기간 중 먹은게 없어 움직이지 못하니 근손실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 전에 축적해둔 근육이 있었고, 입덧이 끝나자마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시작하며 체력을 조금씩 다졌다. 발레도 시작해서 잃어버린 근육들의 흔적을 찾아헤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집 나간 근육들이 다 돌아오진 않았다.) 몸에 근육이 있어야 나오는 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릴렉신이란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 가동범위가 늘어나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살이 한번에 과도하게 찌지 않아야 해서 운동하라는 것도 있지만, 근육 운동도 하라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단다. 살면서 항상 배에 긴장감을 주고 지내왔는데, 그 긴장감을 한번 풀어보니 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여하튼 운동이 체력을 키워준다는 말은 임신과 상관없이 맞는 말인 모양이다. 물론 운동의 선택에 있어 제약은 따르지만.

우리는 임신을 계획하자마자 했기에 인고의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고, 한국에서 미리 하고 온 산전 검사에서도 내 난소의 기능이 20대 중반의 기능이라 했던 것처럼 1차 초음파 검사 결과 기형아 발생 확률도 1/4000을 훨씬 밑돌았기에 큰 걱정 없이 임신기간을 보내왔다. 체중도 이제야 입덧기간 중 빠졌던 체중을 회복했는데, 22주에 4킬로면 정상적이라고 듣고 왔다. 기타 사항은 약간의 치골통이 있는 것? 서서히 좀 아프긴 하지만, 남들 다 겪는 일이니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유전관련 참고사항

당뇨를 포함해 각종 유전병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당뇨병이 있고, 아빠는 엄청 체중을 관리하시는데도 위험군에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시기에, 아마 나에게도 당뇨병 유전인자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점 이야기 했는데, 1형 당뇨병이 아니면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엔 유전관련 위험인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생활습관

옌스나 나는 생활습관은 좋은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흡연과 음주 등 안좋은 것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사실 임신 이후 샴페인을 총량 기준으로 2잔 정도 마셨다. 친구 결혼식과 우리 결혼기념일 저녁식사때 반 잔씩,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서 야외에서 한 잔을 마셨으니. 산파 왈, 한달에 1~4잔 이내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권장사항은 안마시는 것이니 그 점 알아두라했다.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2잔 정도 마셨음을 다 컴퓨터에 기록해두었다. 흠흠.

운동양은 적당하다고 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극한의 운동 및 몸에 충격을 꾸준히 주는 승마와 같은 운동만 제외하면 다 좋다고 한다. 자전거든 발레든 향후 체형의 변화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라질 텐데 그 정도를 감안해 강도나 양을 조절해주라는 것만 잊지말라고 했다.

영양제 복용 문제로 갔을 땐 내가 좀 부끄러워 했는데, 사실 비타민을 열심히 먹는 편이 아니라 이실직고하는데 왠지 꼼지락거리게 되었다. 특히 철분은 변비가 너무 심해서 복용을 시도하는 자체가 무섭다고 하자, 철분제제마다 변비 유발 정도가 다르니 영 안맞으면 다른 것을 먹어보도록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해서 우선은 복용해보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유는 어쩌냐 해서 많이 마시고 있다 하니, 잘 하고 있다며, 애는 알아서 다 필요한 만큼 칼슘을 다 빼가니까 애와 상관없이 나를 위해 마시라고 했다. 또한 내 피부가 태닝되었기에 광량이 부족하기 시작한 요즘시기부터 충분히 태양광을 흡수하지 못해 비타민 D 소요량만큼 충분히 생성이 안될 것이라며, 이 또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관련 희망사항

혹시 출산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 바 있냐고 해서, 우선은 에피듀럴 없이 자연출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회음부가 찢어지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낮춰보려고. 그리고 고통은 심하더라도 출산을 좀 빨리, 자궁의 수축 리듬에 따라 힘을 줘가며 수월하게 해보고자 함이었다. 자연주의를 추종하고 뭐 그런거랑은 상관없이, 내 몸이 가장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촉진

누워보라며 배를 이래저래 만져보더니 자궁의 위치와 크기가 적당하단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냐하니,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거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이틀 전 헤얼레우 병원에서 들었던 아기 심장소리를 한번 더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들은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고, 조금 옆으로 이동해 들어보니 아기 심장소리가 들렸다.

응급상황시 

응급상황시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받았다.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았고. 지금부터는 매일매일 태동을 느끼는 게 맞고, 하루라도 태동을 못느끼는 날이 있으면 그 또한 응급상황이라고.

임시 또는 최종 이름

옌스가 저글링클럽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어 공부 복습을 하다가 ‘유레카’하는 순간이 있었나보다. ‘하나’라는 이름 어떠냐고. 첫째기도 하고, 두음절 이름에다가, 덴마크에서도 쓰는 이름 (그러나 아주 흔하지는 않은) 이며, 약간은 이국적이기도 한 이름이라고 한다. Hanne면 완전히 덴마크 이름인데 Hannah면 약간 이국적인 스펠링이라, 검은 머리 아기일 우리애에게 적당한 이름이라며. 또한 ‘한’이라는 글자가 한글, 한국을 뜻하기도 하니 아주 적합하지 않냐한다. 나도 매우 공감하며, 우선 이 이름으로 아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간 부른 ‘아기’라는 태명이, 실제 덴마크 이름 (Aggi) 으로 존재한다. 이 사람은 평생 아기.)

내 생각에 아마 태명이 아니라 정말 이름이 될 것 같다. 🙂

앞으로 11월에 또 산파를 만나서 그때는 임신중독증 및 임신성 당뇨 등을 검사하게 될텐데, 그 때는 내 배가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목요일이 또 거의 다 지나가며 주말이 되는구나.

두번째 초음파 검사 – It’s a girl!

두번째 초음파 검사가 예정되었던 오늘. 수업이 12시에 끝나는데 초음파는 1시 15분에 잡혀있었다. 수업이 5분 늦게 끝나서 열차 타고 버스 갈아타면 오히려 빙 돌아가 늦을 거 같은 위기감에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끊임없이 미세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가다보니 40분 걸리는 길이 엄청 힘들더라.

만 21주를 딱 채운 그저께부터 좀 늦게나마 태동도 느끼기 시작했기에 태아가 잘 크고 있을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2차 발달검사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여러가지 신체적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니 긴장이 조금 되었다. 그리고 성별도 확인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에.

옌스와 1시 5분에 진단실 앞에서 만나 기다렸는데, 의외로 오래 걸려서 1시 35분이 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반차를 냈지만, 2시와 3시에 회의가 있어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던 옌스는, 3시 회의는 놓치면 안된다고 초조해하면서 왜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냐며 조바심을 냈다. 이번에도 우리 이름 안부르면 물어보자고 했는데, 우습게도 바로 우리 차례였다.

소노그래퍼와 악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무엇을 검사할 지 등을 듣고 의자위에 앉았다. 바르게 앉아있는 아기. 태반이 자궁 앞쪽벽에 붙어있어 이게 쿠션역할을 하는 탓에 태동을 남보다 늦게 느낄 거고 약하게 느낄거라 알려줬다. 그러나 자궁경부로부터는 충분히 떨어져있어 안전한 곳에 착상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늦게 느꼈구나 싶었다.

40분에 걸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여기저기 샅샅이 검사하고 보여주었다. 중간에 아기가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데 잘 안바꿔줘서 좀 걸어다니고 배를 흔들어보라더라. 초음파 젤이 바지에 뭍지말라고 배에 수건을 하나 껴둔 상태로 걷고, 한발로 뛰기도 하고, 허리를 숙였다 폈다가, 배를 양옆으로 흔드는 등의 생 쇼를 한 뒤에 다시 자리에 가 앉았더니 애가 자세를 바꿨다. 애가 아직까지는 말을 잘 듣는다는 소노그래퍼 말이 웃겼다. 앞으로 내 말 안들을 날이 얼마나 많을지를 예고하는 징표같다고나 할까.

눈, 코, 입 위치, 척추뼈 개수, 심장 움직임과 생김새, 뇌 발달, 혈류, 내장장기, 뼈 발달상황, 등등 다양한 것을 보더니 모든 것이 정상이고, 체중은 398그램이니 임신 주차에 맞게 찰 크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무게를 아냐니까, 두개골과 허벅지 뼈, 기타 신체 둘레 등을 입력하면 체중이 계산되어 나온단다. 회귀분석으로 모델링을 하는 듯) 임신 초기에 빠졌던 4킬로가 이제야 거의 다 회복이 되었는데, 필요한 영양분 다 엄마 몸에서 빼다가 잘 크고 있으니 앞으로 잘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임신 6~14주차의 8주간만 아니면 임신으로 크게 고생한 것도 없고 아주 잘 지내고 있기에 엄마 고생시키지 않고 쑥쑥 잘 커주는 아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머리 생긴거 보는데, 옌스를 닮아서 그러는지 머리가 앞뒤로 확연히 긴 짱구머리다. 난 전형적 한국인 얼굴이라 앞뒤가 짧은데. 코도 오똑한 것 같고. 이 점은 성공한 듯.

성별을 보려는데 다리로 얼마나 가리는지. 잘 못느끼던 태동을 팍팍 느끼게 해주며 초음파 검사에 항의하던 아기가 결국 자신의 private한 곳을 보여주었는데, 보여준 결과는 딸. 소노그래퍼가 딸이 shy한 것 같다길래, 아무래도 좀 privacy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답을 해주었다. 하하하. 난 사실 뭐래도 상관없어했기에 딱히 더 기쁘거나 실망할 일 자체가 없어서 덤덤했는데, 옌스는 아들을 조금 더 원한다고 했기에 어땠을런지. “딸이라도 축구는 같이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니 소노그래퍼가 웃는다. 그래도 옌스가 미니 해인이 나올 거라며 기뻐해주었다.

정상적이라 3차 초음파는 안봐도 된다고 해서 출산 전까지 아기를 만날 일은 더이상은 없다. 좀 아쉽기까지 하네. 고령출산이라 3차도 보나 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흠흠.

옌스는 시부모님께 안부인사를 전하고, 나는 집에 와서 페이스타임으로 집에 연락을 했는데, 모두 기뻐해주셨다. 이제 이름 정하기 작업이 한결 수월해지겠다. 남자 이름은 리스트에서 지우고 여자 이름을 정해봐야지.

얼굴은 앞으로 19주 뒤에 보자, 아기야! 그 전엔 이름도 지어줄게. 😉

임신, 입덧, 덴마크 생활

요며칠 입덧이 심해서 하루에 1~200 그램씩 빠지는 것 같다. 최소한의 먹거리만을 먹고 버티고 있는데, 먹고 토하는 일이 잦아지니까 먹기도 살짝 겁나고 안먹자니 애한테도 좋지는 않을 거 같아서 최소한 먹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와있는데, 공부도 요며칠 하나도 안하고 놀고 있다. 다행인건 스트레스도 별로 받는게, ‘아, 임신해서 몸이 안좋아서 시험 못치면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근거없는 생각 때문이랄까. 그나마 그간 성적을 잘 받아두어서 한두개 좀 못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거니와 하나는 내가 쓴 페이퍼를 근거로 시험보는 것이라 이미 고생해서 낸 것에 대한 평가가 시험의 큰 몫을 좌우하기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다.

어느덧 임신 7주. 시어머니와 함께 임신 후 처음으로 병원을 다녀왔다. 멀리 Bornholm에 살고 계시지만 내일 새벽같이 시누이와 첫손녀와 함께 셋이서 떠날 2박 3일의 짧은 런던여행을 위해 Holte에 잠깐 와계셨다. 그 전에 병원 갈 때 혼자 가기 그러면 언제고 이야기해달라고 하셨는데, 비행기로 오셔야 하는 시어머니 일부러 오시라 하기 뭣해서 그냥 혼자가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혹시 말씀은 드려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씀드렸는데 잘 한 일이었다. 마침 와계시기도 했고 기뻐하시며 같이 가주신다 하셨다.

시어머니와 함께 간 것은 잘한 일이다. 남편 CPR번호도 기억이 안났는데, 시어머니가 기억하고 계셨고 (그런게 필요할 줄이야), 남편 가족 병력 등에 대해서도 문진을 했는데 그 또한 시어머니가 답변해주실 수 있었다. 쌍둥이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우리 가족에는 그런 이력이 전혀 없다 했더니, 시어머니가 자기네에는 이력이 있다 하신다.

앞으로의 병원 일정은 12~13주 중 다운증후군 검사 1차, 25, 32주에 있을 초음파 검사 및 기타 아이에 대한 상세 검진이 거의 다 인것 같다. 나머지는 나의 출산을 담당할 산파와 만나서 할 일들이 있고, 출산 교육 등이 있는 모양인데, 그건 산파가 나에게 연락을 준다고 하니 그냥 기다리면 될 일이다. 아, 의사가 덴마크의 모든 병원 기록이 다 전산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임신과 관련된 것만큼은 문자 그대로 Paperwork이 아직도 살아있다면서 노란 봉투에 관련 내 임신 정보를 기록해서 넣어주었다. 앞으로 모든 진료시 항상 지참하라며. 이 아날로그식이라니. 모든 정보가 다 전산으로 날아오다가 갑자기 이런 노란봉투를 받아드니 월급봉투라도 받은 듯한 느낌이다.

다음 병원 일정에도 시어머니가 가주신다고 하니 이번엔 그냥 마음의 부담 없이 부탁하련다. 같이 가주시면 기쁘겠다고 말씀드리니 Bornholm에서 날아오신다고. 아. 이 감사함. 이 먼 덴마크에 내 부모와 떨어져살며 한켠으로나마 기댈 시댁이라는 구석이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시누이가 시어머니께 엽산 꼭 챙겨먹으라고 알려주라 했다는데, 시누이도 뭔가 참견하는 듯하게 보일까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나보다. 🙂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라는데 사실 뭘 물어봐야할지 잘 모르겠고, 책이나 각국 정부 보건당국에서 제공하는 홈페이지도 워낙 자세하게 정보를 담고 있으니 아무래도 먼저 연락하게는 잘 안된다. 참 좋은 시누이인데도 괜히 폐끼칠까봐 어려운 건 한국인이라 그런걸까?

병원을 나와 같이 커피한잔 (나는 초코우유 한잔)을 함께 하고 장을 본 뒤 각자 방향으로 향했다. 옌스랑 대화해도 쓰는 어휘가 한정되어 있는데, 병원에서 의사를 보거나 시어머니와 대화를 한다거나 할 땐 평소엔 잘 안쓰던 어휘도 쓰게 되서 좋다. 요즘 학원도 쉬다보니 듣기는 되도 뭔가 말은 퇴화하는 느낌이 조금씩 들고 있었는데, 역시 집중력의 문제인 것 같다. 꼭 써야된다는 생각이 없으니 요즘 다시 덴마크어 비중이 줄어 반반 정도 쓰는 거 같다. 복잡한 건 대충 영어로 이야기하고 일상 대화만 덴마크어로 하는? 집에서도 다시금 덴마크어 비중을 늘려봐야할 것 같다. 곧 방학도 하니 더욱…

뭔가 약간 퇴보하나 하는 불안이 드는 와중 하나 위안이 되는 건, 대학원 덴마크 친구가 자기는 지방 방언도 좀 심하면 못알아 듣는데 내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겠다면서 나에게 억양이 별로 없다고 해준 것이다. 옌스가 너 발음 좋다 이렇게 이야기해줘도 뭔가 그냥 자기 아내니까 격려해주려 하는 이야기로 들리고 덜 객관적으로 들렸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나의 덴마크어 미래가 전도유망하다는 착각을 더 하게 해줬다고나 할까? 흠흠.

시간이 지나면서 덴마크에 친구도 서서히 늘고, 이제 내 피를 나누는 가족도 곧 생기고 할테니 뭔가 정말 조금씩 뿌리를 내리는 기분이다. 아직도 나에게 내 나라는 한국이지만 이곳도 이제 내 나라가 될 것이니까.

입덧에 제대로 식사 못하는 아내를 위해 생일 아침상으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차려주는 남편도 있고, 병원간다고 멀리서 와주시는 시어머니도 있고, 다 감사하다. 인생의 많은 일들은 그간 걸어온 일과 우연이 만나 얽히면서 생기는 놀라운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떠나 일을 해보고 싶다 했던 아주 초등학교 3학년짜리의 꿈은 내 직장 선택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그를 통해 이곳에 와있었고, 그간 잡다하게 해왔던 취미와 한국에선 드세다고 들어왔던 나의 적극적 성격은 옌스가 나에게 관심을 갖게한 동력이 되었다. 많은 연애 실패담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를 깨닫게 해주었고, 결혼생활은 어때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리하여 만난 그는 나와 결혼과 인생관이 놀랍도록 흡사하게 닮아있었으며, 또한 다른 부분이 있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린 스스로의 자유를 갈망하면서 같이 함께 하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기에 서로 잘 이해해줄 수 있고 지지해줄 수 있다. 애가 생겨서 인생의 많은 변화가 생기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있다. 일부러 상처를 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성격덕분에 문제를 차분히 잘 해결해나갈 수 있으니까.

정말 애를 가져도 좋겠다고 확신이 선 순간 이렇게 아이가 찾아와준 점 정말 고맙다. 앞으로 남은 기간 별 문제없이 건강하게 커주고 태어나주기만을 바랄뿐이다.

SU 받기

올 1월부로 소급해서 월 100만원 조금 넘는 돈을 덴마크 정부로부터 받게되었다. 고등교육을 받는 덴마크인 또는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EU시민권자, 덴마크인과 결혼을 통해 덴마크시민권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은 SU를 받을 수 있다.

교육보조금(uddannelsesstøtte)라고 불리는 이 월급같은 돈은 인적자원이 중요한 개방형 소형경제 국가로서 고등교육을 받는 인력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돈이다. 이것 때문에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뭐라도 다른 일을 하면 이 이상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 돈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 뿐이고, 실제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파트타임 직장을 갖는게 일반적이다.

나야 옌스 살던 곳에 숟가락 얹고 사는 상황이고 모아둔 돈이 있어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추가적인 백만원의 돈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래저래 좀 꼬인 문제로 행정절차를 제 때 밟지 못해 초반 4개월은 돈을 날리나 했는데, 그런 것 없이 다 챙겨주니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 이야기하자마자 옌스는 그나마 내가 이돈을 받으니 조금 덜 속이 쓰리긴 하지만,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지 아느냐면서 나중에 세금 내봐야 그 마음 이해할거라 한다.

그 마음 이해도 가고, 앞으로는 더 이해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 사회가 이렇게 전반적인 행복수준이 유지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안정된 치안이 이런 시스템과 신뢰 아래서 생긴 것이라는 걸 생각할 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말 별것 없는 한국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정말 달에 몇백원 할 것 같은…)을 세무신고때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불평하고 싶지만 말이다. 아마 여기서 추가로 월에 몇 크로나 내야 할 것 같다. 이거 불평하니까, 옌스가 여기서 받는 정부지원을 생각하면 그거 불평하면 안된다고 한다. 께겡…

내 나라에서도 못받던 국가보조금을 여기서 받다니.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

농업정책 패키지가 불러온 덴마크 정국 파장

덴마크 정치판이 새로 발표된 농업정책 패키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환경식품부에서 발표한 농업정책 패키지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주무장관인 Eva Kjer Hansen(에바 키어 핸센, 소속정당 Venstre)은 불신임 투표의 대상이 될 지 모르는 상태이며, Venstre의 총수이자 국무총리인 Lars Løkke Rasmussen은 중요 정치인인 Eva를 불신임하느니 총선을 다시 하겠다고 나서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참고 링크 덴마크 정당의 정치성향 스펙트럼예상과 다른 결과로 전국을 흔든 2015년 덴마크 총선 결과

논란의 배경은 이렇다. Venstre가 집권한 후 환경정책이 많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는 환경관련 학계에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전통적으로 농민이라는 풀뿌리에 기반한 정당 Venstre는 농업 및 관련 산업계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 공약으로 농업진흥책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과 환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기에, 농업진흥책은 환경규제완화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이 정책은 비료사용상한량을 현재보다 20% 증가, 하천으로부터 9m 간격으로 설정되어 있던 농업완충지대(Randzoner)를 2m로 축소, 6만 핵타르에 해당하는 간작물 대상지 규제를 철폐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농업진흥책이 추진될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책은 예상보다도 더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정책 근거로 삼은 자체용역 연구결과도 같이 발표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정책 추진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 농업 생산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그간 자연과학계에서 정책예상안을 토대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의식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학계가 지적해온 문제는 다음과 같다. 비료사용을 현재보다 증가시킬 경우 질소 및 인이 토양에서 용탈하고 인근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하천, 호수, 피오르드, 인근 해역 등 각종 수체의 부영양화가 가속되고, 녹조현상을 유발해 용존산소가 부족해지고 심할 경우 어족자원이 폐사하는 등의 문제도 심화된다. 현재 덴마크가 준수하도록 되어있는 EU의 Water Framework Directive의 수자원 품질개선 목표에서도 오히려 퇴보하게된다. 농업완충지대를 2m로 축소할 경우 사실상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토양에서 용탈하는 질소, 인 등이 인근 하천과 호수, 늪지대 등으로 쉽게 유입될 것이다. 간작물 규제 철폐 또한 토양 영양분의 용탈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를 야기하며, 땅이 비는기간 중 광합성을 통한 CO2 배출 감축 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알비도(태양 단파복사광선의 반사율)을 낮춰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는 아주 단편적인 영향만을 언급한 것이며 이러한 단편적인 영향이 종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덴마크가 지난 8년간 추진해온 정책을 반대로 돌리는 행위이다.

학계는 정부가 근거로 삼은 결과가 그간 관련연구를 수행해온 학계 등에서 제출한 자료와 상반된 결과를 낸다는데 주목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로비활동을 벌였다. 해당 근거자료를 분석하니, 해당 자료가 정부 정책 추진을 유리하게 하도록 자료를 부적절하게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초 현 여당진영인 Blå blok 정당은 모두 의견을 조율해 해당 정책을 지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중 하나인 Det Konservative Folkeparti (6석 확보)가 근거수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해당 장관인 Eva Kjer에게 해당 수치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돌연 해당 법안 표결안 당일 해당 장관과 수치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 당일에 이렇게 반대의견을 표시한 건 아주 극적이고 의아한 상황이다. 물론 관련 학계 및 환경론자들은 어찌되었든 반기고 있긴 하지만.)

야당진영인 Rød blok이 이미 이와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상황에 Konservative 정당이 돌아섰다는 것은 해당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경질을 하지 않을 경우 불신임 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Eva Kjer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부와 결혼한 여성으로 농업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고, 농업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고 있다. 농업계를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Venstre 입장에서는 그녀를 경질하는 것은 농업계를 등지는 것과 같은 선택이거니와 Eva Kjer가 그간 Lars Løkke 총리를 여러모로 어려운 순간 많이 도와왔기 때문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총리는 해당 장관 경질을 해야한다면 내각을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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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erlingske Facebook (링크) “네 놈들은 그녀를 데려가지 못한다! by Løkke”

덴마크 정치에서 “내가 멍청해서 수치를 잘 이해 못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용서의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신뢰를 깨는 행위는 용서받기 어렵다. 그래서 Konservative 정당이 “우리는 그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표현은 “그렇든지 말든지”하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관련 뉴스 팔로잉하기: http://www.dr.dk/nyheder/tema/eva-kjer-hansen-sagen

덴마크에서는 신뢰가 일반 사회 뿐 아니라 정치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된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또다시 느낄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이렇게 숫자를 조작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통해 이 사회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우리 국회도 과거처럼 최루가스가 터지고 육탄전이 벌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이 곳의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또한번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참담한) 4대강 사태를 보며 환경 정책이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먼지,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바뀌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등 또한 느낀다.

예상과 다른 결과로 전국을 흔든 2015년 덴마크 총선 결과

정당별 정책 비교는 한국어로까지 번역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해 포기하고, 총선 결과만 포스팅한다.

이번 덴마크 총선은 뻔한 전개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함께 지루하다는 평을 받아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변수 하나가 전체 선거판을 흔들며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는 정부의 구성이 대선을 통해 명료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총선이 끝나도 불확실성이 많이 남은 현재의 상황이 매우 놀랍고 재미있다.

< 총선 결과 요약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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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덴마크 국영방송(Danmark Radio, http://www.dr.dk)
주: 선거율 85.8%

이번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덴마크 국민당(Dansk Folkeparti)의 약진이다.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erne)와 자유당(Venstre)의 경쟁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제 3자가 어부지리로 물고기를 낚은 격이다. 덴마크 국민당은 지난 총선대비 8.8% 늘어난 표심을 확보함으로써 여야 교체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연정의 책임정당인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erne) 수장 헬레 토닝 슈미트(Helle Thorning Schmidt) 총리는 소속정당이 지난 선거보다 1.5% 늘어난 표심을 확보하며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색블록이 패배한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권 교체가 되어도 꿋꿋이 버티는 라스무슨은 뚝심(?)의 사나이다. 당은 패배했어도 본인은 총리를 하니 일신상의 성과상으로는 분명히 성과다.) 

지난번 포스트에 쓴 것과 같이 덴마크는 정당의 전반적 성향을 기준으로 청색블록과 적색블록으로 구분된다. 바로 이 블록별 총 의석수를 기준으로 어떤 색깔의 블록이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에 승리한 블록 내에서 최다 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이 정부구성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구성에 참여함으로써 책임정당이 된 다는 것은 국정을 잘 이끌어나가야 하기에 때로는 당의 입장만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수 없어져 꼭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정부구성에 참여하지 않고 제 2 정당의 위치를 가져갈 수 있다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정당의 색깔을 드러내기가 용이하며, 정부를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처럼 방탄 및 식물국회로 끌어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 청색 블록의 승리와 그에 따른 여야교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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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덴마크 국영방송(Danmark Radio, http://www.dr.dk)

이에 따라 덴마크 국민당이 연정구성에 참여할 지는 아직까지 물음표이다. 실제로 덴마크 국민당은 현재 정부 구성에 있어 망설이며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을 내릴 것이라 그런지, 덴마크 국민당(Dansk Folkeparti)의 대표인 크리스챤 툴러슨 달(Kristian Thulesen Dahl)은 정부 구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대화가 될 것 같다.”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연유로 지지난 총선으로 구성된 정부의 총리직을 수행했고, 덴마크 자유당(좌파당은 덴마크어 당명 Venstre의 의미로, 영어로는 자유당이라는 의미의 Denmark’s Liberal Party로 표기한다.)이 정부 구성을 이끌며, 그 당의 대표인 라스 뢰게 라스무슨(Lars Løkke Rasmussen, 우리나라에서는 라스무슨으로 자주 언급되나, 덴마크에선 중간이름인 그를 주로 뢰게로 칭한다.)이 총리를 맡을 것이 가장 유력한 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총리로 인준되는 것이 달가우면서도 달가울 수 없는 것이, 이번 자유당은 선거에서 참담하게 패했기 때문이다. 참담하게 패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총리를 맡을 라스무슨은 우리나라에 설립된 국제기구인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일등석 항공기를 타고 여행한 것이 문제가 되었고(관련 주간경향 기사 링크), 기타 정당 자금으로 속옷을 값비싼 속옷을 사입는 것이 적절하냐를 두고 속옷 스캔들이 터지며 그의 윤리성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집권정당과 헬레 토닝 슈미트 총리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조기총선이 실시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계속 설왕설래하고 있던 타이밍이었던지라, 라스무슨의 차기 정권 승리가 예상되고 있던 타이밍이었는데, 청렴도를 매우 중시하는 덴마크에서 그의 속옷 스캔들의 타격은 컸다. (아래 신문 만평에 뢰게 효과라는 제목으로, 현 총리가 라스무슨의 얼굴을 사람들이 많이 볼 수록 자유당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당 청년지부에 라스무슨 선거유세 포스터를 붙이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덴마크인들에게 그의 행동은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 뢰게 효과 >

løkke 효과

자료: 종합일간지 Berlingske 신문 만평(2015. 6. 12.)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정부구성에 대해 살펴보자. 국민당(Dansk Folkeparti)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이는 거론되는 대안에 포함되지조차 않고 있다.(아래 그래프와 같이 국민당은 청색블록 안에서도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민당 입지가 강하지 않다.) 아직까지 정부 구성이 자유당(Venstre) 단독, 자유당과 국민당(Dansk Folkeparti) 연정, 또는 자유당과 청색 블록내 3대 정당인 자유연합당(Liberal Alliance) 연정으로 구성될지를 논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자유당이 국민당을 배제하고 정부구성을 할 경우,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기에 라스무슨은 국민당을 연정파트너로 영입하고자 노력할 것이 쉽사리 점쳐지고 있다.

< 덴마크 주요 정당별 정치성향 스펙트럼 >

덴마크정치성향분면

덴마크 국민당은(Dansk Folkeparti)은 지난번 포스트에 기재한 바와 같이 청색블록에서도 가장 우측에 서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경제분배적 측면에서 보면 위의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청색블록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들고 나온 정당 중 하나다. 이민에 대해서 엄격하고, 공공분야 확장에 있어서도 0.8%의 성장을 지향하며 가장 적극적이며, 보건정책, 서민층 조세부담 경감, 실업급여 재수령 자격요건 완화 등 인기영합에 신경을 많이 쓴 정책이다.

경기가 호전되며 전체 선거가 포퓰리즘적으로 흐르기는 했으나, 덴마크 국민당(Dansk Folkeparti)가 이정도로 선전할 것이라고는 별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경제발전과 교육,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이 소외되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특정 정당이 이렇게 우세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던 탓이다. 현재 덴마크 국민의 평균적 정치성향이 중도성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인구 규모로는 대표성을 적게 갖는 소외지역에서 비경제분배적 정치측면에서 급진보수적 성향을 갖는 정당이 크게 선전한 것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 정당을 미국의 민주당과 비교하면, 여전히 좌파정당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자. 우리나라 언론에서 극우로 표방하며 엄청 심각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독일의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와는 종류가 다르다.) 

앞으로 망명을 통해 유입되는 이민자의 거주허가는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망명자 자녀에게 정부 보조로 모국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던 것을, 이민자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하자는 것과 망명국의 정치적 상황이 개선되면 망명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덴마크 국민당(Dansk Folkeparti)의 이민/사회통합정책의 골자다. 이에 따라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 전체 이민자라기보다 망명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 집단이다.

다른 이민자 집단보다 덴마크 사회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의 비중이 높은 무슬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냥 이민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사회통합 비율은 유사하더라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눈에 띄는 것 뿐일 수도 있다. 사회통합은 언어를 포함해 덴마크 사회의 전통적 가치로의 통합을 의미한다. 이에 반한 것으로는 돼지고기가 식문화에서 뺴놓을 수 없는 핵심인 덴마크인의 식생활에 있어, 학교 급식에 할랄 음식만을 허용해달라고 무슬림 사회에서 요청한 사례가 있다. 이는 한 때 언론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며, 정치권에서 반무슬림 정서를 고양시키는데 사례로 빈번히 제시되었다. 또한 망명으로 이민을 오는 비중이 높아 경제적 기반이 약해 자녀 교육에도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문제아가 되는 아동, 청소년 비중이 높아 사회질서를 흐트러뜨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하마드 만평 사건과 연관되어 최근에 총격테러사건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반무슬림 정서가 더욱 강해졌다.

우리나라보다는 출산률이 높지만, 역시나 고령화되어가는 덴마크 사회에서 사회의 통합수준 강화와 젊은 인구계층의 유입의 필요성을 두고 저울질 할 때, 어떤 것이 옳은 지는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는 청색블록에서도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어, 무조건적인 반이민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라 양질의 인력만을 이민 받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정책으로는 어떻게 나타날지가 궁금하다. 상대적 저임금 일자리를 동유럽과 무슬림 이민자가 채워주고 있는 상황에, 무조건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정책을 고수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경제정책면에서는 일부 진보정당보다도 더 진보적인, 확장적 정책노선을 취하고 있는 국민당(Dansk Folkeparti)가 다소 걱정이 되지만, 전체 선거결과를 놓고 볼 때 덴마크 경제정책이 급격히 확장적인 노선을 걸을 수 없고, 적녹연합당(Enhedshisten)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중도노선을 지향하고 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실제 그런 이유로 지난 정권이 좌파 정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은 충분히 중도노선을 지켜내며 보수층 유권자를 큰 불안에 빠뜨리지 않은 바 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국민당(Dansk Folkeparti)의 선전에 참담한 기분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한명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트에 매우 많은 사람이 공감의 댓글을 달았는데, 그는 다음과 같다. “이번 선거결과로 덴마크가 극우화되었다고 단정짓고 평가하는 것은 전체 덴마크인을 과하게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극도로 변한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작은 몇퍼센트의 변화에 불과하다. 오늘 밤 쉽사리 잠을 못이루겠지만, 내일이 되면 그 내일은 사실 우리가 마주치는 오늘의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날들이며, 더욱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력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또 하나의 날일 뿐이다.” 나도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이 건강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국민당 지지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으나, 그 다음 정국의 운영은 모든 정당에게 달려있다. 윤리적으로는 타격을 입고 인기가 없는 라스무슨이지만 정치력에서는 수완이 뛰어난 만큼, 향후 최대 4년의 기간 동안 어려운 정국을 잘 헤치고 좋은 정국을 만드는데 기여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