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현황 미팅과 채용/업무부장 배경

오늘은 센터장님과 첫 월간 현황 미팅을 했다. 현재까지 직장동료들에 대한 느낌이나 내 경험은 어떤지, 일하는 건 어떤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에 대한 것을 이야기 나눴다. 공개 회의에서는 내가 못알아듣는 부분을 그때그때 물어보기 어려워서 회의가 끝난 후에 따로 이해가 안된 부분을 일대일로 팔로우업 해야하는 게 조금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아직은 여러 분야별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어서 큰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조각퍼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지금은 주어진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고, 아무래도 이 또한 남들보다느릴 수밖에 없다고. 그랬더니 그 큰 그림은 오래 있어도 다 알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제도가 살아움직여서 내가 지금 시점에 다 이해해도 또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해한 거에서 또 바뀌어있다고 하시며 걱정 말라고 해주셨다. 또 외부로 발간되는 자료나 장관 보고 자료를 아직은 혼자 쓸 일이 없으니 덴마크어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고 내 프로젝트의 경제적 분석에만 집중하라고 해주셨다. 또한 아카데믹 트랙으로 뽑는 사람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업무에 집중하라고 비서가 있는 거니까 서무업무는 다 비서에게 일을 맡기라고 하시더라. 다들 비서에게 필요한 업무를 주는 것에 약한데, 그 또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시면서.

동료들은 다들 적극적으로 업무를 도와준다. 문의사항이 있으면 상세히 설명해준다. 바쁜 걸 아니까 나도 물어보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현황판 앞에 모여서 단기 데드라인이 있는 프로젝트와 롱텀 프로젝트로 나눠서 진행 상황에 대해 공유한다. 각자 자기의 업무가 나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자원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예산의 틀을 정하는 게 근본적인 우리 핵심업무로서 그에 각기 다른 기여를 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를 알아두어야 그게 자기 업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진행할 수 있고 또 중간중간 내 업무의 인풋을 위해 팔로우업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자기가 도와줘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주 처음 이게 뭐하는 미팅인지 소개가 없이 그냥 듣다보니 어벙벙하게 앉아서 듣기만 했는데, 해당 미팅을 총괄하는 선임컨설턴트 (직급체계가 간단하다. 나와 같은 섹션헤드 (음… 밑에 아무도 없는데 섹션헤드다. Fuldmægtig라고 직급이 되어있는데 나같이 석사를 졸업하고 아카데믹트랙으로 들어오는 모든 일반 직원은 이 직급으로 시작한다. 오늘 받은 명함을 뒤집이보니 Head of section이라고 써있다.) , 선임컨설턴트, 센터장, 부청장, 청장으로 되어있다.) 가 오늘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회의에 이야기나왔던 새로운 이코노미스트 포지션엔 몇명이 지원했냐고 물었더니 지난번 나 지원했을 때보다 한자리 더 늘려서 두자리에 채용하는데 그때랑 달리 지원자 규모가 확 줄어서 아홉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아마 연말에 이코노미스트 채용이 많았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근거없는 추측…) 두 명 채용을 계획하는데 아홉 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많지는 않다. 물론 좋은 지원자들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단다. 나 지원했을 때는 몇명이 지원했냐 물으니 40여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다른 두 명을 채용했단다. 어라? 같이 지원했는데 어째서 그 둘은 나보다 한달이나 먼저 일을 시작했냐 물었더니, 업무가 다른데다가 내 업무는 올해 시작되는 업무라 그랬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는 담당 수자원기업이 따로 없을 거 같다고, 내가 이러저러한 좋은 경력이 많아서 중요 연구 프로젝트 두 개를 맡을 예정이라 그런 걸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 두둥… 은행에서 전행예산 담당했던 이력이 크게 작용하고 기타 코트라 이력도 반영이 되었던 걸로 아는데, 아무튼 덕분에 다소 루틴한 부분이 있는 업무에서 배제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 덜컥 부담도 되었다.

이제 서서히 이메일이 오고가고 하면서 조금씩 일이 돌아가고 있는 거 같다. 경영진에게 프로젝트를 킥오프를 보고하는 미팅도 준비하기 시작하고 내외부 미팅도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가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이렇게 부딪히며 해나가다보면 다 할 수 있는 거야 하는 생각 사이에서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생존하다보면 어느새 2020년이 와서 프로젝트 마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날이 갑자기 눈앞에 와 있겠지?

근무 일주일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매일 7시 반에 출근해서 캔틴에서 갓 구운 롤을 반으로 자르고 버터를 발라 치즈를 한장씩 얹고, 한 쪽에는 캔틴에서 만든 산딸기잼을 얹어 자리에 가져가 먹는다. 그렇게 하면 14크로나. 2400원 쯤 되는 아침 식사. 여기 외식물가가 두 배 정도 되는 걸 생각하면 저렴하다. 물론 제대로 먹는 점심식사가 27크로나 (4500원) 인 걸 생각하면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저렴하다. 꽤 괜찮은 커피 기계가 캔틴에 24시간 무료로 오픈되어 있어 그걸 곁들이면 훌륭한 아침식사다. 10분이면 자리에 돌아와 앉아 먹으며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잡담은 거의 없다. 업무 이야기를 하며 한두마디 건네는 게 다이고 근무 시간엔 정말 강도높게 일한다. 오리엔테이션 미팅은 지금도 간간히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업무에 할당된 자료를 읽고 프로젝트 킥오프를 준비하는 게 가장 크다. 기존 규제방식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인데 다른 유틸리티 섹터에 도입된 규제를 참고하고 있다. 상하수도 섹터는 다른 에너지 유틸리티 섹터와 재정운용 방식이 달라서 다른 유틸리티 섹터에 도입된 규제를 그대로 이식할 수 없는데, 상하수도 섹터의 재정운용방식은 바꾸지 않으면서도 정치권에서 해당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해당 규제 도입은 올바른 결정이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녹여낼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최종 보고서가 나와 입법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은 없다.

법 읽는 것은 시간이 생각보다 덜 걸리는데, 우리처럼 꼬아 쓰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여기 법 읽는 것보다 한국 법 이해하는 게 간혹은 더 어려운 것 같으니 놀라운 일이다.

오늘부터는 사전 찾는 시간이 진짜 많이 줄은 것 같다. 덕분에 읽는 속도도 느는데, 지난 일주일간 찾은 단어 숫자가 엄청난 덕이다. 단어장 노트의 반을 거의 다 채운 것 같으니 말이다. 다만 덴마크어를 읽고 이해하는 수동적 어휘와 내가 말을 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는 능동적 어휘 간에 차이가 많이 나니 간혹은 답답하다.

내 의견을 피력할 때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설명하려다 보면 어휘의 한계로 갑갑할 때가 있다. 덴마크어로 머리를 풀가동해 쓰는 거라 생각안나는 단어를 영어로 꺼내기엔 쉽지가 않다. 처음 덴마크어를 배울 땐, 덴마크어->영어, 영어->덴마크어로 번역해 대화를 했기에 말이 안나오면 바로 그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를 뽑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덴마크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그 기저엔 모국어인 한국어가 무의식중에 깔려 있는 거라 덴마크어로 생각이 안나면 아예 이를 중단하고 영어 문장을 뽑아내야지, 한 두단어 갑자기 영어로 전환해서 말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덴마크어로 말이 막히면 어버버 할 때가 있다.

오늘 잠깐 나의 보스인 센터장님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이 남미에서 몇년 지내신 경험이 있으셔서 그 기분 잘 아신다며, 내 언어의 제약이 내가 멍청해서의 표현이 아님을 아주 잘 이해한다고 하셨다. 그걸 다 알고 채용한 거니 걱정 말라시며 내 불안을 잠재워주려 하셨다. 본인의 경험으로 (그 전에 한번 점심 때 이야기 해주신 적이 있었다.) 아시는 거니 빈말이 아닌 거 같아 위안이 더 되었다고나 할까?

3일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일주일이 아니라 사실 일주일하고도 이틀 더 일을 했다. 연말에 쪘던 살도 일 시작하고 나니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는지 다 빠지고 살아있는 기분도 들고 좋다. 그러니까 하나와 옌스도 더 보고싶고 집에 와서 둘에게 더 잘 하고 싶고 그렇다.

얼른 나도 내 업무에 적응하고 덴마크어도 늘어서 온전히 1인의 몫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 날은 언제쯤 오려나. 한달은 너무 야심찬 거 같고, 3월 정도면 좀 그렇게 되려나?

덴마크어로 취직을 하기까지

덴마크어를 공부하기 시작한지 4년 4개월. 정말 언제 늘까 하던 덴마크어로 벌써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과 작년 3월인가 4월인가 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Graduate program (싼 값에 대학원생을 고용해서 2년정도 국내외로 이동시키며 다양한 업무경험을 시킨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일반적이다.) 에 덴마크어로 처음 지원서를 썼던 게 시작이었다. 영어로 먼저 지원서를 써서 이를 덴마크어로 바꾸어 번역한 뒤 옌스의 첨삭을 받았더랬다. 어찌나 오래 걸렸는지… 하루 꼬박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논문을 쓰던 와중에 거의 막바지 들어 한두개 정도 지원서를 내봤는데, 이렇게 저렇게 작성양식을 바꿔가며 이력서와 지원서를 써봤다. 그때만 해도 내 문장에 정말 자신이 없었고, 한문장 써내려가는게 너무나 힘들었다.

졸업을 하고 1개월 정도 프로젝트 알바로 아주 바쁘던 시기와 한국 방문시기만 빼고 1주일에 한개 정도씩 이력서를 냈는데, 두어개를 내보고나니 지원서 쓰기도 조금씩 손에 익었다. 6월까지 덴마크어 수업도 열심히 듣고 8-9월 중 한달간 바짝 들었던 수업이 그렇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걸까? 첫번째 인터뷰에서 덴마크어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제없이 하고 나서 나 스스로도 너무 놀랐는데, 덕분에 경쟁소비자청 면접에는 덴마크어에 대한 불안을 상당부분 잠재우고 갈 수 있었다. 논문을 쓰면서 문제제기 부문을 작성하고 관련 정부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덴마크어 자료를 많이 읽은 게 도움이 은근 되었던 거 같은게 일련의 전문용어는 그런 자료를 읽는데서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쥐가 나는 것 같은 경험은 대학원 1학기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땐 수업시수와 과제만으로도 치였던 계량경제와 생태학에 덴마크어 수업까지 동시에 들으면서 쏟아지는 자료를 읽다가 머리가 쥐가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경력직으로 들어가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신규 업무를 익히는데 그걸 덴마크어로 해야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 회의에 들어가서 설명을 들으면서 질문도 해가며 이해해야해서 그렇다. 엄청난 자료 더미를 받았는데 그걸 제대로 이해하려다보니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던 단어도 제대로 확인하고 넘어가야해서 시간이 배로 걸린다. 다행인건 페이지를 넘길 수록 이미 찾은 단어가 다시 반복해 나오고 불확실한 단어나 모르는 단어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읽고 이해한 데에 그친 단어면 내 능동적 활용단어에 포함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걸 미팅에 들어가서 내용을 설명듣고 질문하는데 쓰다보면 머리에 빠르게 남는다. 나에겐 일을 하는 거이자 무료 덴마크어 수업을 받는 거다. 물론 이메일 쓰고 공문 쓰고 하는 일은 심적으로 큰 부담이긴 하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맞닥뜨려야만 한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9월, 덴마크어 수업을 끝으로 수업이고 뭐고 내려놓고 본격적 덴마크어 공부도 손에서 잠시 논 후 잘 다져왔던 문법적인 디테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것 같았는데, 지난 며칠 사이에 이런 모든 게 다 빠르게 돌아오는 기분이다. 결국은 이런 도전의 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때 정체되어 있던 언어습득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물론 이제 도전의 시작일 뿐이다. 이제 앞으로 내 분야에서 내가 전문가가 되어 덴마크어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한다는 게 두렵기만 하지만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차근히 일을 해나가는 수밖에. 직장 동료들도 자기들이 외국에 가서 영어가 아닌 그나라 말로 취직하려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4년여 시간동안 덴마크어로 일자리를 구했느냐고 묻는다. 왕도는 없다. 그냥 무조건 부딪히고,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새 조금씩 조금씩 늘 거다.

[덴마크 Vs. 한국] 업무 이틀째, 덴마크와 한국 공공부문 업무스타일의 차이점

정책결정과정

덴마크 정책결정과정은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이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연정이든 하나의 다수당이든 집권여당이 장관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미리 관련부처간에 조율된 정책을 입안하면 나중에 이에 대해 국회에서 찬반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오늘 이에 대해 일부지만 정책을 국회에서 찬반 표결에 부치기 전에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 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주요 정책의 경우 관련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어서 월에 한번 주요 정책을 모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부처별 찬반여부를 표기한 의결안을 작성한다. 정책안에 대한 찬반 내용 및 이와 관련된 이견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이 결정될 경우 야당에서 보면 안될 내용 등을 고려해 해당 자료는 기밀자료로 분류된다. 물론 해당 정책이 완전히 통과되서 입안되면 더이상 기밀자료는 아니다. 이렇게 입안이 결정된 정책은 국회 본회에 상정하기 전에 미리 관련 관련 정당 정책담당자가 모여 해당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의한다. 정당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찬성을 결정하나 의원 각자에게 투표의 자유를 맡기는 경우, 해당 정당의 정책에 대해 의원 모두가 따라 투표를 하기로 강제하는 경우와 같이 두가지 형태로 정책에 대한 합의를 미리 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책에 대해 의원들이 투표를 한다.

내가 할 일은 이제 정당 합의만 완료된 일이고 상수도 및 하수도 업체의 이해관계에 연관된 일이라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쓸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해당 섹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 바로 투여되서 공부도 하고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놀랍다. 부담된다고 하기보다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고 또 내외부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같이 찾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긴장감이 든다. 다음주 우리 센터를 관장하는 부청장님과 회의가 잡혀있는데, 이 분야에 인사이트가 있으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다.

이에 맞춰 읽을 거리를 산더미처럼 받았는데, 사전 찾아가면서 열심히 찾아봐야한다. 그래도 확실히 처음 몇페이지 읽는 동안은 부처 특수의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사전을 많이 찾아봐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더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또 이를 활용해 회의에 들어가서 설명도 듣고 질문도 하고 토론도 해야하다보니 읽은 표현을 활용하는 연습도 되서 표현 습득도 된다. 다만 하루종일 덴마크어로 읽고, 생각하고, 말하다보니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마냥 졸렵다. 뇌가 아주 피곤해하는 모양이다.

출퇴근 및 업무관리

여기서는 하루에 뭘했는지 카테고리별로 시간을 입력하게 되어있다. 이걸 기준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확인하고 야근 수당도 이걸 기준으로 산정된다. 오늘 7시 반에 출근해서 3시 반에 퇴근했는데 조용할 때 업무를 시작하니까 집중도 잘되고 정말 좋았다. 나와 옌스의 하나 보육원 등하원시키는 스케줄과도 잘 맞아서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은 옌스가 드롭하고 내가 픽업하는 대로 유지하게 될 것 같다.

KPI

여기도 KPI가 있지만 한국보다는 덩어리가 크고 지표 설정에 있어 부처 재량도 크고 부처 특성에 맞춰 각자 차별화가 되어있다. 내 업무는 아직 2019년 KPI가 안나와 있어서 모르지만 나름 정성, 정량 평가가 잘 조화되서 KPI가 설정되는 것 같아서 어떤 형태가 될 지 궁금하다. 하나 좋은 건 워낙 덩어리가 크게 지표들이 설정되어 있어서 뭔가 빠뜨릴까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도 된다는 거다.

문서관리

우리랑 문서시스템이 크게 차이가 있는데, 어떤 사안별로 “사안”명을 넣은 문서그룹을 설정하고 그 안에 관련된 문서와 저장이 필요한 이메일 수발신 내용을 전부 기록한다. 우리처럼 어떤 형식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물론 문서에 따라서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메일의 경우는 그런 것이 없으니 말이다. 아웃룩에 연동된 문서저장시스템을 통해 쉽게 이메일을 문서로 저장할 수 있고, 관련 문서번호는 자동으로 채번된다. 쏟아지는 문서에 매몰되는 일이 없어서 좋다.

금요일 아침식사

금요일엔 대부분의 회사가 아침식사로 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는 9시 15분부터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데, 각자 당번을 맡아서 한번씩 돌아가며 아침식사를 사오는데, 빵, 치즈, 버터 등 대충 정해져있다. 이 식사에 붙여 주간 회의를 하는데, 업무보고는 아니고 전달사항 같은 게 있으면 하는 식이다. 먹으면서 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근무 이튿날도 무사히 흘러갔다. 사람들도 너무 나이스하고 각자 하는 일이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어서 협업이 많아야 하는 점도 재미있을 거 같고 (물론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좋다. 그래도 주말이 좋은 건 엉망진창이 된 집을 정리하고 싶어서라 해야하나. 그간 그렇게 취직하고 싶어하더니 주말이 바로 좋은 건 너무 간사한 거 같다. 흠흠. 하나와 같이 보낼 내일, 모레 이틀이 기대된다.

새직장 출근 첫날 기록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건 정말 오랫만이지만 새로운 업무를 맡아보는 건 처음이 아닌지라 쏟아지는 정보 속에 압도되는 기분 자체는 아주 낯설진 않았다. 물론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압도되는 기분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파일에는 환영파일이라는 라벨이 컴퓨터에 내 이름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천장이 눈에 띄게 높은 사무실 공간에는 여유롭게 큰 책상들이 파티션 없이 두 개, 네 개씩 붙어있다. 오픈된 공간이지만 각자 엄청 큰 모니터 두개를 앞에 두고 있어서 앞에 앉은 직원과는 혹여나 나나 상대방이 책상을 높여두고 있으면 얼굴 보고 말하기 어렵다. 사무실 공간은 조용해서 서로 이야기는 낮은 목소리로 나누고 대화할 거리는 회의공간을 항상 따로 예약해서 별도로 이야기한다. 개인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 따로 들어가서 서서 전화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있다. 옌스네 사무실에도 그런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그런 걸 보니 그게 특별한 게 아닌가보다 싶다.

아침은 컴퓨터 비밀번호 세팅과 자리에 놓인 서류에 대한 멘토 (나보나 1년정도 먼저 일을 시작한 동료로 대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많이 들었었다. 이미 한 컨퍼런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눠서 같이 일할 걸 알고 있었다.) 의 설명으로 시작해서 전체 팀원의 환영 커피타임, 내 아이디카드 사진 촬영과 수령 (Danish government official 이라 쓰인 신분증을 받아드니 다소 생경했다), 핸드폰 수령 (뭔가 세팅이 다 안되서 다시 반납하긴 했지만…), 환영 파일에 포함된 문서 읽기로 오전을 시작했다. 업무 파악엔 KPI 읽는 게 제일인지라 그것부터 시작했는데 업무에 쓰이는 어휘 익히기에 좋더라. 중요한 건 앞으로 사전을 사무실에 비치해야겠다는 점. 내가 쓰는 온라인 사전이 이상하게 로그인이 안되더라.

점심은 30분동안 후다닥 동료들과 캔틴에서 함께 하는데 전 부서원이 함께 점심을 하더라. 이는 점심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서 그러는데 그 조건으로 30분 이내에 먹어야함이 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확실히 점심시간엔 나에게 직접 내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고 크게 이야기하지 않고 빨리 이야기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다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덕분에 중간중간 뭔 이야기인지 다시 물어봐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새해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1월 1일이면 시무식으로 다 같이 모여 조회를 하던 문화와 참 다르다는 걸 느꼈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안났는데 옛날 국민은행 입행동기들이 카톡으로 시무식에서 상을 탄 동료의 사진을 공유하는 데서 역문화충격을 느꼈다고나 할까. 덴마크식 캐주얼한 문화에 너무 젖어있었나보다. 우린 시무식이 다음주에 잡혀있던 것 같던데… 그것도 오후 시간에. 흠…

오후엔 내 보스와 함께 면담을 통해 조직 전략과 목표, 중요시 하는 가치관과 조직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내가 할 일 중 가장 먼저 시작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나도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고. 달에 한번 꼴로 상황미팅이 있어서 업무 및 개인 조직적응 등에 대해서 평가와 피드백, 건의사항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한다. 물론 상시 상사와 업무 협의야 할 수 있지만, 이건 조금 더 내 개인에 맞춰진 구체적 미팅. 업무 결과가 중요한 것이므로 출퇴근 시간은 상당부분 내 재량에 맞춰진다는 것도 참 신선하다 못해 상큼했다. 바로 내일부터 출근은 7시 반에 하는 걸로 했다. 그러면 3시 반에 퇴근해서 하나를 픽업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할 일들을 읽어보면서 참 앞으로 1년 동안 상당히 챌린징한 시간을 겪겠구나 싶으면서도 기대도 되고 아주 즐거운 한 해가 될 거란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강제로 덴마크어 몰입환경에 내몰리니 덴마크어도 빠르게 늘 것이고.

어제 밤에 잠이 어찌나 안오는지… 낮에 친구를 만나 두잔이나 마신 커피 탓인지 아니면 다음날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 때문인지 밤에 잠을 엄청 설쳤다. 거의 안잔 듯 얄팍하게 자면서 아주 여러번 깼으니 말이다. 대신 태어나 두번째로 (첫번째도 덴마크였지만) 유성도 보고 (소원은 못빌을 만큼 순식간이었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덕분에 지금 너무 피곤하다. 신문만 보고 자야지… 잊기 전에 오늘을 기록해둔다.

[덴마크 vs. 한국] 탄력근로제

덴마크에 있는 모든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경우 9시부터 3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있는 것으로 하되 그 외 시간은 주당 37시간을 채우도록 앞뒤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추는 것이 흔하다. 9시보다 늦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경우가 흔한데, 회의라던가 공동의 작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야근에 대해서는 전문직일수록 별도의 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평소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한다. 출산 전엔 6시 반 정도에 퇴근했는데 지금도 평일 저녁에 이틀 정도는 몇시간씩 일을 하고 주말 저녁에도 하루 정도는 일을 한다. 점심을 30분 이내로 짧게 쓸 경우 점심시간을 안쓴 것으로 간주하기에 평소에 점심을 30분 이내로 먹거나, 앞뒤로 연이은 미팅때문에 10분동안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곤 하는 남편은 주당 50시간 정도 일하는 것 같다. 주당 37시간이 기준 시간이지만 그 이상 일한다고, 툭하면 주말을 껴서 가는 출장의 경우 사무실을 비우는 기간 동안 쌓일 이메일을 비운다고 저녁에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며칠 바삐 야근을 해도 딱시 야근 수당 같은 건 없다. 이는 애초에 직무와 연봉에 이런 초과근무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라고 모두 일관된 출퇴근 정책을 갖는 건 아니다.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서 각자에 맞는 정책을 갖게 되는데, 경쟁소비자청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분기별 20시간은 야근을 할 수 있도록 급여에 야근 수당이 이미 책정되어 있다. 업무시스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기준으로 추가시간과 부족시간을 분기당 산정해서 네팅한 순초과시간이 20시간을 넘지 않으면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이보다 부족하다고 해서 토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소 근무시간은 근무해야한다. 물론 여기도 특정 직급 이상의 경우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chefkonsulent, specialkonsulent, chef 이런 사람들은 근로 상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정의되어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탄력근로제가 있었다. 마지막 해외파견 전 새로이 도입된 나름 현대적인 정책이었다. 육아가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조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조금 특별한 것이라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에 따른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터였다. 물론 여기서도 풀타임 채용인 자리에 파트타임으로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일찍 근무하고 실제로 일찍 퇴근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를 쓸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것 같은데, 일찍 근무를 시작한다 해도 일찍 퇴근하는 게 불투명하고, 늦게 출근하는 걸 신청할 경우 야근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까 싶어 그렇게 신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쓰는 게 탄력근로제였다.

남편과 나는 아마 내가 일찍 출근해서 남편이 애를 보육원에 드롭하고 내가 일찍 퇴근해 애를 픽업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기왕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게 아침에 조용한 때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출퇴근 혼잡을 피할 수 있으며, 저녁 장 봐서 밥 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기 때문이다. 7시 반 출근으로 잡으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반 사이에는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주는 정책 덕이다. 물론 아마 저녁에 집에서 일을 해야하는 날들이 제법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게 되니 둘이 다 일을 하면서 주변 가족의 도움 없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애 낳는다고 한차례에 그치는 출산수당, 애 키우면서 조금씩 나오는 양육수당은 애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 사회가 이런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 전체 비용 증가를 개개인이 용인해 줄 때 애 낳을 마음이 나는 것 아닐까? 옌스와 나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생각인데 한국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풀타임 근로자의 탄력근로제야말로 한국 출산율 증가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덴마크 vs. 한국]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

오늘 인사행정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채용과 계약을 담당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독특하게도 경쟁소비자청 소속이 아니라 경쟁소비자청 인사파트너로 기업부 소속이다. 우리 청이 기업부 소속이긴 하지만 별도 청으로 되어있는데, 인사 행정은 기업부에서 통합해서 담당하는가 보다. 규모가 엄청 큰 조직이 아니니 부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행정 담당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직운영 방향과 규정에 대한 감을 대충 잡을 수 있도록 읽어볼 자료들을 보내주었다. 자료로는 우리 청의 전략, 임금 정책 (임단협 서류), 공직자로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대외 행동요령, 경쟁력 및 재능 계발 정책, 정보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읽어볼 양이 꽤 많아서 연말까지 저녁마다 틈틈이 읽어둬야 할 것 같은데, 우선 대충 훑어본 것 중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가장 눈에 띄었다

Det er afgørende for et velfungerede demokrati, at offentligt ansatte deler deres viden i den offentlige debat. 

Demokrati og åbenhed er grundlæggende værdier i Danmark. Det
gælder også i den offentlige sektor. Derfor er det vigtigt, at offentligt
ansatte er trygge ved at bruge deres ytringsfrihed og deltage i den
offentlige debat med deres viden og synspunkter.

Vejledning om offentligt ansattes ytringsfrihed, oktober 2016, Justitsministeriet

https://www.justitsministeriet.dk/sites/default/files/media/Pressemeddelelser/pdf/2016/vejledning_om_offentligt_ansattes_ytringsfrihed.pdf

인용한 것은 들어가는 말과 서론에 헤드라인으로 뽑인 내용인데 번역하자면 이렇다. “원활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직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적인 토론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개방성은 덴마크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이는 공직부문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공직자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누림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들의 지식과 견해를 갖고 공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을 읽어보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하거나 소속 기관의 정책에 대해 비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여기도 비밀유지사항이 있으며, 개인의 견해를 표명함에 있어서 기관의견이 아니고 개인의견임을 표시해야 하는 등 규칙이 있다. 

한국에서 준공무원으로서 공직규정을 준용해 적용받는 나로서는 이러한 내용이 너무 놀랍게 다가온다.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을 할 수 있고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다니… 요즘 규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원칙적으로 조직원은 개인의 정치견해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면 안됐고, 소속기관의 정책에 대해 대외적으로 비평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표현의 자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사행정 담당자의 메일 끝에, “의자나, 키보드, 마우스 등 당신의 좌석을 꾸미는 데 있어서 특별히 당신에게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의 서비스 센터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해당 요청사항에 최대한 빨리 대응해 드릴 것입니다.”라고 남겨져 있었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다. 일 시작하면 그때 컴퓨터 받고 자기 책상 자기가 세팅하고 했던 한국에서의 기억과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설렌다. 

경쟁소비자청 건물 소개

겉으로 보면 다소 삭막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공장건물이다. 원래는 비누공장이었는데 이를 2013년에 완전 레노베이션해서 몇개의 정부기관을 시내에서 외곽인 이곳으로 입주시켰다. 안으로 들어가면 밖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밝고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입구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지게 멋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찾아보니 2013년 건축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했다 생각이 들었다. JJW 라는 건축사무소에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여긴 찾아보니 학교나 정부기관, 주거단지 등을 주요 프로젝트로 하는 사무소같아 보인다.

경쟁소비자청에서 건축설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채용섹션에 올린 조직 소개 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주요 직무 몇가지를 추려 소개하는데 사무공간 여기저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보이니 말이다. 

덴마크는 정부기관 건물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가본 데 모두 겉으로는 좀 삭막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별세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청은 조금은 그보단 덜한 것 같지만 시청들도 나쁘지 않고.

청사 입구와 실내 1층 라운지, 조직소개 비디오와 끝으로 JJW에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에 올린 청사 내부 사진 갤러리 링크를 공유한다.

청사 입구
청사 라운지
청사 소개 비디오

JJW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갤러리 – 청사 사진

http://www.jjw.dk/?projekt=konkurrence-og-forbrugerstyrelsen 

취직 후 지도교수 방문

보언홀름에 오던 날 오전,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지도 기간 내내 따뜻하게 마음을 써주셨던 분이고 졸업 후 프로젝트를 뛰는 것도 교수님 덕이었다. 나랑 나이가 같은 분인데 나랑 참 달리 차분해서 중간점검 스트레스 받은 나를 조곤조곤 이런 저런 조언을 하며 안도시켜주셨다. 취업을 한 소식을 알리고 초콜릿을 사갖고 차 한 잔 하러 방문했다. 

영국에서 온 친구가 덴마크에서 일 구하기를 얼마나 어려워했는지를 들려주시면 3개월만에 일을 구한 게 얼마나 빨리 구한 건지 이야기해주시며 같이 기뻐해주셨다. 덴마크는 조직이 매우 수평적이거 일에 대한 자율권을 많이 주고 구체적인 지시를 주기보다 큰 틀을 중심으로 확인하고 책임을 많이 부여한다. 이런 경우 수직적이고 일에 대한 구체적 지시와 이에 대한 꾸준한 상사의 관리와 감독이 뒤따르는 조직이 사람을 믿을 필요 없이 시스템을 믿으면 되는 데에 비해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이라 나와 다른 사람을 믿기란 어렵다. 이건 본능적인거니까.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사회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면 경계를 쉽게 풀 수 있고, 대충 몇 가지만 보면 상대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수월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방인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은근한 또는 무의식적인 차별이 이뤄지게 된다는 거다. 

물론 일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주어진 일만 하면 되던 사람은 이 무한한 자율권이 부족한 관리감독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그게 힘들 수 있다.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내 논문 경험이 떠올랐다. 정확히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이어느 이유로 덴마크어를 잘하는 건 중요하다. 사회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덴마크 문화를 배우고 공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평균 취직에 6개월 쯤 걸리는데 일찍 취직했다며 우리 프로그램에 외국인이 꽤 있으니 관련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그런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안그래도 우리 학기에도 그러 기회가 있던 기억도 난다. 

직장에서 근무시작 전 이런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앞으로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교수님이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내 논문을 토대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박사 프로젝트로 새로 한명을 받았다는 걸 알게된 것도 좋았다. 그냥 졸업을 위한 쓰여 구석에 처박히는 논문으로 끝나지 않은 걸 알게 된 게 기쁘다.

벌써 12월이 시작되었다. 딱 한 달 남았다. 직장에서 행정절차를 시작했는지 직장에서 나를 채용함으로써 관련 기관에 내 정보를 제공하는 걸 들려오는 이런 저런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 강화된 GDPR 때문인가보다. 정말 곧 일할 거라는 실감이 난다. 설레고 기대되기도 하면서 애와 관련해서 보육원 등하원하는 일에 걱정도 된다. 그리고 연말 바삐 보낼 시간도 기대된다. 이번 연말은 정말 오래간만에 아무 걱정없이 보내는 연말이 될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2차면접 후기

경쟁소비자국이라고 번역하고 보니 부처의 한 국단위인 것 같이 들려서 생각을 해보니 청이 보다 적합한 번역인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전문직이나 매니저급의 경우는 2차면접을 보는 게 흔하다고 한다. 사기업에 경우 1차에서 개인이 해당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보고 2차에서 전문성을 평가하고 케이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정부부처는 1차에서 업무능력과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를 직속상사와 같이 일할 동료가 함께 평가하고 2차에서 인적성 검사를 토대로 HR 전문가가 참석해서 인적성을 심층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차 면접 보기전 엄청 많은 정부부처의 채용 프로세스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는데, 큰 편차가 없었다.) 내가 본 경쟁소비자청도 1차에서 5명을 봤다고 했는데, 2차는 몇명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대충 1~2명을 두고 2차를 본다고 한다. 최소 2명은 두고 면접을 봤을 거 같은게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여러가지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차선의 후보자와 협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기 때문이다. 기존에 덴마크에너지협회에서 내가 차선의 후보였던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경쟁소비자청은 People Test Logik이라는 적성검사를 보았다. 덴마크 회사라는데 알고보니 미리 내 모국어나 가장 편한 제2외국어를 알려줬으면 그 언어로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적성검사를 덴마크어로 봐서 내가 문제 푸는 속도가 떨어졌는데, 다행히 그 와중에도 자기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적성검사 평균보다 상위로 나왔다고 한다. 난 미리 낮게 나왔을 적성검사 결과를 디펜스하려고 (언어문제 때문이라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니 적성검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안도했던지. 분야별로는 언어능력이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덴마크어의 문제였기 때문에 설명이 되서 다행이었다. 적성검사는 크게 이야기나눌 것 없이 넘어갔다.

진짜 챌린지는 인성검사를 토대로 한 면접이었다. 동기부여, 노력, 협업, 업무스타일과 신뢰성 이렇게 네가지 분야로 크게 나눠져서 결과가 리포트 되었는데, 어렵고 챌린징한 일에는 집중하고 동기부여가 강한데 쉽고 루틴한 업무에서는 동기부여가 어렵고 노력을 덜할 성향으로 나와서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협업에서 느린 동료에 대한 인내심이 평균 이하로 나와서 가상 상황을 주고 이럴 때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HR 전문가는 이런 사람은 리더가 끊임없이 챌린징한 업무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리더에게도 챌린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더가 난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꾸역꾸역 열심히 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꼼꼼함에서는 평균 이하로 나왔는데, 그걸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꼼꼼함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따라서 장기간 이에 트레이닝이 되었기 때문에 성향은 그래도 꼼꼼함이 충분히 있다고 답변했다.  

끊임없이 내가 못알아 듣는 거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덴마크어의 부족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덜 수 있었다. 속담 등 덴마크 사람 아니면 잘 모를 표현을 즐겨 쓰고 덴마크어를 열심히 하고 생활속에서 항상 쓰도록 한 옌스 덕에 덴마크어가 이젠 더이상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덴마크어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그런 와중 이런 세심한 배려가 환영받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

업무는 내 이력에 맞춰서, 만약 내가 채용된다면 공고에 나왔던 내용보다 내 프로필에 맞춰서 바꿔준다고 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데 예감이 사실 좋았다. 나를 고용하면 어떤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자체가 나를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를 1층으로 마중해준 동료대표가 “다음에 너를 다시 보기를 고대할께.”라고 말하는데, 거기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 낮잠을 청해도 잘 잠이 안와 간신히 잠에 들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합격했다는 통보. 나에게 잡오퍼를 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는 상사의 말해, 나야말로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서 진짜 기쁘다고 하면서 기쁘게 화답했다. 이에 상사가 오히려 놀래면서 기쁘다고 하더라.

이제 1월 3일까지 남은 5주동안 연말 잘 즐기며 덴마크어 시험보고 가족행사 준비하고 참여하고 하면 된다. 그간 찐 살도 좀 정리하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면서 항상 운이 많이 따라줬지만,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일이 이렇게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덴마크에 와서 남편을 만난 것부터, 회사 관두고, 대학원 진학하고, 하나 낳고, 논문쓰고, 취직하기까지 그냥 물 흐르듯이 다 이뤄졌으니 말이다. 

덴마크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력서 쓰는 거나 지원서 쓰는 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이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도움을 받은 것이 있듯 나도 나눠야 그런 게 또 돌아올테니까 말이다.

혹시나 누군가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