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와 가스요금이 엄청나게 올라서 경제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기료가 하루 시간대별로 등락을 거듭하는 수준은 그냥 몇배, 몇십배가 아니라 몇백배 단위로 등락을 반복한다. 실제 사용시간대에 따라 과금의 단가가 변동하는 요금제를 택한 사람들은 그 시간대별 단가를 보고 언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돌릴 것인지,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불필요한 전력망 투자를 막으려면 소비자로 하여금 가격 신호를 통해 피크시간대 전력사용을 줄이고 전력 사용량이 주는 밤 시간이나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량이 많은 한낮 시간에 사용을 늘리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선결과제였다. 시간대별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전기 단가가 평소에 비해 이렇게 껑충 뛰고 나서 전력 소비시간이 전기요금의 규모에 큰 영향을 주니까 사람들이 요금제를 변동제로 돌리고 적극적으로 가격 신호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같은 이코노미스트에겐 이처럼 시장에 크게 쇼크를 주는 일은 자연과학계의 실험과 같은 일이라서 앞으로 이를 통해 들여다볼 것이 참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U 전기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뭔가 하나를 건드리려면 여러가지 사항을 동시에 건드려야 한다. 전력 송배전을 빼고는 시장자유경쟁체제가 도입되어있고 송배전과 같이 자연독점분야는 벤치마킹제도 등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가스 가격이 전기 단가에 큰 영향을 주어 가스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도 하늘 높이 행진하는 커플링 현상을 막기 위해 전기 시장의 가격 결정체계에 영향을 주는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는 것도 이번 주 결정되었다. 경제이론적 관점에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의 시장 개편이지만, 이처럼 가격이 너무 치솟하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정치적으로는 어떤 조치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정치 논리도 중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차악처럼 선택하게 된 방식이다. 내가 일하는 유틸리티청은 산업계에서는 잘 알지만, 일반 대중은 뭐하는데인지 잘 모르는 곳인데, 요즘 유례없이 매스컴에 많이 오르락내리락할만큼 에너지가 요즘 정말 큰 화두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에너지시장의 충격을 피부로 느끼는데, 세탁기를 시간대별 요금을 확인하고 싼 시간에 돌리는 것을 포함된다. 이에 더불어 전기차 충전기 요금이 오르게 된 것도 있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선발주자로 뛰어들어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Clever는 무제한 충전 상품을 갖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번주에 이 상품을 폐지하고 새로운 변동 단가의 조금 복잡한 상품을 출시했다. 충전회사를 바꾸는게 은근히 번잡한 일이라서 고민고민하다가 대안으로 제시된 상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쉽다. 전기차의 장점이 낮은 연료비용이었는데… 뭐 지금은 무슨 차를 갖고 있든간에 다 연료비용이 올랐으니 받아들여야지…
올 겨울 많이 추울 것 같다. 집에서 잘 껴입고 살아야지. 회사에서도 19도로 실내를 유지하기로 했다지만 이조차도 더 낮아질 지 알 수 없는 일… 정말 특별한 시기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역사책에 남을 현대사의 한 획에 남을 사건을 바로 피부로 겪으면서 말이다.
실내 온도 19도가 체감으로는 많이 낮은데…ㅠ.ㅠ 한국도 갑자기 전기세, 가스비를 크게 올려서 걱정인데 유럽 쪽은 아무래도 훨씬 심한가보네요;;
온돌 없는 나라는 어디든 겨울에 충분히 따뜻하기 힘들던데(일본 살 때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덜 추운데도 집은 어찌나 춥던지. -_-) 무탈히 잘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나중에 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우리는 꽤 격변하는 시대를 살았다고 회상하게 될 것 같아요.
네. 그냥 티셔츠 하나 입고 있으면 실내 공기가 좀 쌀쌀한 느낌이 드는 온도죠. 스웨터 입고 따뜻한 커피나 차 자주 마시면서 일해야할 거 같아요. 근데 예전에 한국에서도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할 때 전체 건물을 18도로 통제한다했는데 꼭대기층 온도를 18도로 맞추는 바람에 14도 이하에서 일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거 생각하면 괜찮을 거 같아요.
금융위기도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터라 80년 이전에 있던 두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이런 적은 없었다고 하네요.
인도는 바닥이 돌바닥인데 운동이 아니라서 얼마나 추웠던지요. 거긴 난방 개념이 없었어서요. ㅎㅎ 그거 생각하면 진짜 지금은 따뜻하게 지내는 거죠. ㅎㅎ
진짜 유래없는 성장의 시대를 살다가 고꾸러지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