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ærløse

시작은 내가 원해서였다. 우리가 이사를 결정한 것은. 조금 더 넓은 수납 공간과 부엌 조리 공간에 대한 열망, 복도를 지나거나 길, 주차장 등을 건너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녹지 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조건, 충전소를 찾아다니지 않고 차를 충전할 수 있는 여건.

옌스는 기존 아파트가 위치한 동네 여건이나, 코앞에 있는 유치원, 시내로의 높은 접근성, 다양한 놀이터 등 여러가지로 기존 동네를 많이 좋아했기에 – 나도 좋아했지만 그래도 그 집이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아쉬웠다. – 내가 들이대는 어떤 집들도 다 시큰둥해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발견한 지금 이 집. 나는 보지도 못하고 옌스가 괜찮다고 하자마자 계약을 추진해 사흘만에 샀더랬다.

집도 페인트칠하고 마루도 손질하고 이사하고 이사 나오는 집도 청소하고 집 정리하고 하느라 주변 동네를 탐험하지 못했다. 그나마 나는 여유 시간이라곤 발레학원에 다 쓰고 나니 볼 여유가 없었달까?

발레스튜디오의 이번 시즌 수업이 끝나고 방학을 맞이한 김에 달리기도 하고 산책도 하며 구석구석 둘러보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 마음에 든다. 조용한 주변 환경에 자연보존구역, 숲에 주거지를 녹인 도시 계획, 구석구석 숨어있는 산책길. 동네 중심에는 우리가 상시적으로 필요한 건 다 있고. 또한 우리는 막상 시내에 거의 나가지를 않는다. 애 생기고, 애가 좀 커서 주말이면 애와 놀아주라 바쁜데 시내에 나갈 일이 없어졌다. 그러니 오히려 아이와 놀곳과 탐험할 곳이 훨씬 많은 이곳이 우리에게 더 재미있다.

인근 호수엔 물을 가둬 아기들도 수영할 수 있는 그런 수영공간이 있단다. 하나랑 거기도 한번 가볼 예정인데 어떤 곳일지.참 궁금하다.

이전 직장 동료가 이 동네를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옌스 직장 상사도 이 동네를 강추하더니만 이유가 있었다. 첫 인상도 좋았는데 볼매라니.

동네 주민들도 너무나 친절하고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셔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벌써 엄청 늘었다. 하나는 우리 바로 옆집을 자기 발로 혼자 들락날락거리며 놀고. 마치 나 어린 시절 이웃집 드나들던 그런 느낌이다.

앞으로 옌스랑 꼬부랑 영감, 할매 될때까지 잘 살았으면 좋겠다. ♥️

Værløse, 새로운 터전

여러가지가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다. 5월 7일부 이사를 가게 되면 새 지자체에서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제일 이른 날짜가 6월 1일인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치원 자리가 나서 바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 지 몰라서 그냥 보내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서 본 건 아닌데 유치원 밖에서 봤을 땐 규모도 적당하고 괜찮아보였다. 지금 유치원에 익숙해져 있어서 너무나 아쉽긴 하지만, 또 하나에게 다른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이다. 마침 한국에 다녀온 한달 사이에 친구들의 다이나믹이 달라졌는지, 자기가 놀이를 만들어내는 인기있는 주축이었던 것에서 조금 밀린 탓에 간간히 재미없다고 불평도 하고 집에 있고 싶다고도 하는데, 새로운 유치원에 가기 전에 그런 경험을 작게나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집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넓어보이거나 좁아보이는 곳 등 방이나 구획마다 느낌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쏙 들고, 여기가 내 집이 될 곳이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일부러 짐 싸기 전에 불러서 집의 느낌을 보여주는 매도자의 마음 씀씀이도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집을 어떻게 쓸 수 있을 지에 대한 느낌이나 그런 것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실용적인 것들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도 듣고 알찬 한시간을 보내고 왔다. 우리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대신에 지하 창고도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공동 공간도 있고, 차고도 널찍하고 해서 이런 곳들에 있는 짐들을 잘 보관할 장소들이 있을까 했더니 왠걸… 다 곳곳에 수납공간이 숨어있었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니 자연이 큰 틀을 차지하고 있는 동네였다. 집집 사이사이마다 작은 공원이나 오솔길이 숨겨져있고, 약간 외곽으로 벗어난 곳 답게 높은 건물이 없어서 시야가 탁 트여있고 말이다. 그 동네 사는 사람들 중에 동네에 대해 좋지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못봤다. 우리 집을 팔고 나가는 매도인은 바로 같은 길 끝의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가고, 하나 친구네 조부모님도 같은 길에 사신다는데 이번 7월에 같은 동네 다른 집으로 이사가신단다. 나쁘지 않은 사인… 벌써 기대가 너무나 된다. 이사를 가서 우리 터전을 다질 그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