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살려면, 덴마크 유학, 덴마크 이민… 요즘 눈에 띄는 유입검색어다. 덴마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나 했는데 또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덴마크에 사는 건 어떤가? 난 덴마크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 다만 지금 좋아하는 덴마크의 모습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여기식의 삶의 모습은 현지 여건에 맞춰 살기 적합한 형태이다. 여기의 장점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도 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살면서 좋다고 느꼈던 걸 여기로 다 갖고 오면서 덴마크의 좋은 점을 같이 취해서 살 수 있고 그런 건 없는 거다. 그게 가능하려면 엄청 부자이면서 여기 비자를 획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래도 한국에서 좋았던 모든 것을 여기서 그대로 누릴 수는 없다. 돈으로 대접을 사는 게 힘드니까. 한국식 고객의 까다로움을 갖고 오면 스스로도 피곤하고 경멸의 눈길도 받을 수 있다.
유학으로 이민을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건 아닌데 꽤나 챌린징한 것 같다. 그전엔 좀 상대적으로 쉬웠는데 시간이 갈 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덴마크어가 안되면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서 더 그렇다. 영어만으로 취직을 하려면 글로벌 기업에 취업을 해야하는데, 대부분 아주 유창한 영어실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에서 대기업이 채용하듯 대규모로 채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영어를 모국어수준으로 사용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그런 자리를 지원하니까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따라서 취업 가능성을 올리려면 덴마크어를 활용해서 일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이게 유학기간 내에 학업과 병행해서 이 수준으로 올리기엔 대학원 학업 강도가 상당히 세다.
여기 사람에겐 취업에 있어 학점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유학 온 외국인에게는 학점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덴마크에서의 학업 후 유관분야로 신입 자리를 노리는 경우에는 더 그런 듯 하다. 내 한국에서의 이력이나 학력의 수준을 이들이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덴마크 학교내에서 보여주는 경쟁력으로 기존의 성과도 같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그러니 덴마크어 공부하면서 학업을 잘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나도 학교 다니는 와중에는 덴마크어를 손에서 거의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냥 등하교길 신문 읽고, 라디오 듣고, 주말이나 저녁에 아주 간혹 티비 보고, 집에서 남편이랑 이야기하고 그런 거 외에는 말이다. 학원도 잠깐 다녀봐도 학교공부에 치여서 숙제를 몇번 못하고 자꾸 수업도 빠지다 보면 그만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원래 go against all odds, 불도저 같은 사람이다, 실패도 상관없이 도전하다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할 유형의 사람이라면 사실 어떻게든 여기서 자리잡고 잘 살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그런 타입이 아니라면, 녹록하진 않다. 나처럼 처음 일자리를 잡고 여기에 와서 덴마크어를 공부할 시간도 갖고, 현지인인 남편과 결혼해서 학비 없이 대학원 다니고 (그냥 유학생은 돈 내야한다.) 몇개월 실업기간동안 버틸 돈도 있고 직장다니고 있는 남편이 있어서 비빌 언덕이 있으면 좀 모를까.
오늘 생일인 직원이 있어서 그 직원이 구워온 초콜렛 케이크를 먹으며 20분정도 담소를 나눴는데, (생일인 사람이 케이크나 초콜렛이나 간식을 갖고 와서 나눠 먹으며 축하를 받는 기묘한 문화가 있다.) 나 채용할 때 같이 채용되어 들어온 다른 덴마크 직원 두명은 인성 검사만 받았고, 나만 적성검사(라 하고 아이큐 검사 비스무레한…)와 인성검사를 다 받았더라. 누군가는 적성검사만 보고, 누군가는 인성검사만 보고, 또는 다 보는 사람도 있는데,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확인해보고 싶은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로 필요한 시험 타입을 정해서 알려준다고 한다. 오늘 보아하니 전체 센터에서 우리 청에 들어오기 위해 적성검사를 한 건 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인적성 검사는 우리 청에서 우리 센터가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농담으로 “내 지능에 의문을 가졌군! 다행히 내가 살아남았네!”라고 말했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는데 외국인에게는 진입장벽이 알게모르게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덴마크 직장에 첫 발을 들이고 나면 그걸 기반으로 해서 다른 덴마크 직장으로 이직하는 건 수월해지지만 이런 진입장벽으로 인해 첫 발 딛는게 아무래도 더 어려울 수 있겠다. 집에 와서 옌스랑도 이야기해보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는지 서로 잘 알지 못하니 불안함이 더 크고, 확인해보고 싶은 게 많지 않겠느냐 한다.
결론은 아무런 비빌 언덕 없이 2년동안 석사해서 바로 취직하는 걸 머리에 그리고 오는 유학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박사자리 오퍼받고 오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건 한국과 달리 취직해서 오는 거니까. 물론 박사자리가 끝나서 무조건 스테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석사보다는 훨씬 높은 확률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월급도 아주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없을 정도로는 나오니까. 그리고 학계는 덴마크어가 모자라도 장기적으로 덴마크어를 배우면서 정착하기에 괜찮은 국제적인 환경이니까.
이 나라 사람들 영어 참 잘하는데, 그래도 모국어가 더 편하고, 영어가 그닥 안편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굳이 영어로 일할 이유가 없다. 거기에 고객 업무가 있을 경우 고객을 불편하게 하기 싫을 거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한국말 못하는 사람 안뽑듯이 여기도 덴마크어 안되는 외국인은 잘 안뽑는다. 영어를 잘하면 덴마크어 배우기 많이 수월해지지만, 그래도 분명 다른 언어도 배우는 데 시간이 또 걸린다. ‘덴마크 사람들이 영어 잘 하니까, 대학원 대부분의 과정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거기서 석사 유학하고 나면 취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한국에서 다른 나라 외국인이 한국어 없이 우리나라에서 취업하려는 것과 진배 없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만든다.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덴마크가 행복한 나라라기에 유학 이민을 꿈꾸는 사람일 경우라면 이런 이유로 매우 비추라고 말해주고 싶다. 올 경우 이런 상황에 대한 인지 후 엄청 노력해서 살아남을 각오를 하고 올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 한국 티비에서 덴마크를 보여줬었나봐요. 제 일기장같은 블로그에도 갑자기 방문자가 늘었고, 이웃님들 네이버 블로그에도 이 글과 비슷한 논조의 글이 올라왔었어요.
덴마크는 굉장히 작은 나라인데 사이즈에 비해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느낌…
적응 멋지게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멋져요!
안녕하세요 아침새님! 오. 그 무슨 포차 프로그램이었나보네요. 아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나온 사진 올린 거 봤었는데. 진짜 사이즈에 비해 기대치가 높은 느낌이라는 거 공감해요. 응원 감사합니다! 아침새님도 멋지게 적응하셔서 잘 지내시는 거 같아요. 저희 화이팅해요!!! ❤
만약 한국인인 제가 덴마크의 대학원을 가도 학비가 다
무료인가요??
아니오. 덴마크 배우자와 결혼해서 가족재회비자 (Family reunification visa)를 받은 경우에 한해 학비가 무료입니다. 대학원 학비는 학과마다 다르지만 대충 학기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범위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문과 중 실습이 적고 학과 수업시수가 적은 과는 500만원정도 하는 경우도 있고, 실습비가 들어가고 학과 시수가 많은 학과의 경우 한학기 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고요. 정확한 학비는 학과마다 다릅니다. 해당 학비를 덴마크 배우자와 결혼해 해당 비자로 들어온 경우에 한해 정부에서 전액 보조를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