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맛있는 바나나빵

하나가 유당불내증이라 빵을 구우려면 유당이 들어가지 않은 레시피를 써야한다. 우유나 크림 양이 많아지면 배가 아프니까. 보육원에 두돌 때 빵을 들려보내려다보니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걸 만들면 안되서 이런걸 만족하는 바나나 빵을 찾다보니 아래 레시피를 찾았다.  

Healthy banana bread recipe—you’re only a few simple ingredients and one bowl away from the best banana bread ever! cookieandkate.com

처음엔 빵틀이 없어서 알루미늄 포일을 높이조정만 해서 썼더니 열 전도율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번엔 이케아에서 빵틀을 샀더니 레시피 시간대로 정확히 구워졌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짱. 설겆이도 별로 안나와서 좋다. 덴마크 사니 엄마가 해야할 일이 참 많다. 생일 때 케이크도 만들어 보내야 하고 (사서 보내는 건 설탕이 많아서 안된다고 거절당하고 또 주문은 너무 비싸고…) 두번 해보니 요령도 생겨서 빨라진다. 덴마크 발령 전 밤마다 빵굽던 기억이 나네… 

Livet forandrer sig, når man får barn.

Min livsstil har jeg ændret ret meget takket være Hannah. Jeg har ikke så meget råd til at udsætte ting længere, for jeg skal regne med, at pludselig kan Hannah blive syg, og én af os, enten Jens eller jeg, skal blive hjemme og passe hende. Det er næsten umuligt at arbejde hjemme, mens jeg passer hende. Og det fleste tilfælde er det mig, der skal blive hjemme, fordi jeg ikke arbejder fuldtid indtil nu. Så hvis der er én eller anden stilling, jeg skal søge, så skal jeg gøre det nu eller snarest som muligt uden at udsætte det. Når jeg tænker på, hvor meget jeg har udsat så mange ting i mit liv, er der en kæmpe stor og positiv forandring. 

I dag har jeg søgt en anden stilling hos et ministerium. Jeg håber, at den 2. runde jobsamtale hos en offentlig styrelse går godt, og så behøver jeg ikke at tage nogen samtale bagefter. Den afdelings chef og hendes kollegaer var virkelig søde, og deres arbejde lyder rimelig spændende. 

Hannah har været lidt svær siden i går. Måske er der noget stort udviklingsforløb er i gang, og Hannah har det også svært ved det lige som, hvilket hun har oplevet i løbet af mange Wonderweeks. Hendes sproglig udvikling er næsten voldsom. Der sker noget hele tiden. Hun kan imitere mange nye lyde med flere stavelser. Hun kan også synge mange sange med temmeligt korrekte udtaler. Impornerende.

Jeg lærer meget fra hende. Jeg vidste ikke, at menneskes læringsproces er så kompleks og nuanceret. Nu har Jens og jeg fået mange udfordringer ved at få Hannah med at passe og opdrage hende, hvilket har vi aldrig haft inden, vi har fået hende. Men det er hende, som har givet mig stærkere vilje og mod mod livet og lært mig, hvordan jeg kan elske én så højt uden overhovedet vilkår. Jeg er glad hver eneste dag på grund af Hannah. Jeg har også lært, hvordan mine forældre kunne have elsket mig, mens jeg vokset op. 

Mit liv har været fyldt op med mange gode oplevelser og overraskelser, efter jeg fik Hannah. Hvor er jeg heldig!

인성검사는 항상 어렵다

항상, 절대, 간혹, 자주… 이런 부사가 들어간 질문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나도 어떤지 잘 모르겠는 것이 많다. 거기에 덴마크어로 물어보니 간혹은 숙어 표현 때문에 이게 뭔 뜻인가 싶은 것까지 있었다. 혹시나 싶어 옌스가 집에 있을 때 검사를 치렀는데 잘한 결정이었다. 왜 나를 이해하는 건 이렇게 어려울까? 나 하나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남을 이해하는 건 얼마나 더 어려울까? 

면접을 통해 인성검사 결과를 좀 들어보면 좋겠다. 나도 좀 나에 대해 더 잘이해해보게.

경쟁소비자국 1차 면접후기

오늘 konkurrence- og forbrugerstyrelsen에서1차 면접을 보고 왔다. 여기에 center for vand이라고 수자원과 관련된 자연독점형 공기업의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벤치마킹 분석을 통해서 관련 기업의 수익한도를 설정하고 경영효율화 가능 부분을 찾아 평가하고 규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역난방과 전기, 가스는 에너지국에서 모두 담당하는데, 수자원은 경쟁소비자국 산하에 수자원센터를 둬 여기서 관리를 하고 있는게 조금 생소했다. 

면접은 여태까지 본 데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케미가 맞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만큼 그쪽도 좋은 느낌을 받았나보다. 1차 면접자 5명중 내가 가장 마지막 면접자였다고 했는데 면접을 보고 30분 안에 합격 및 2차 면접 일정을 통보받았다. 일정 리스트를 보아하니 나를 포함 2명이 2차 면접에 든 것 같았다. (1차엔 타임 슬롯이 7개였는데 5명 초대했다고 했는데 2차엔 타임슬롯이 2개였다. 그러니 2명일 확률이…) 면접은 다음주 목요일. 그 전에 아이큐테스트와 인적성검사를 미리 집에서 봐야한다. 인적성검사와 아이큐테스트는 옛날 국민은행 입사할 때 15년 전에나 해본 건데… 그 사이에 머리가 많이 퇴보했을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인다. 

면접 내용은 뒤죽박죽으로 기억나긴 하지만, 내가 왜 오랜간의 경력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부를 해 커리어체인지를 하는지, 1개월간 했던 COWI에서의 프로젝트를 두고 그 경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전 직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수리적인 분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밖에 기타 개인적인 성향이나석사논문 내용, 국민은행에서 했던 일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수자원 기업의 투자 분석도 해당 부서의 새로운 업무 중에 하나거 될텐데 이런 일도 관심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하나 재미있던 질문은, 사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과도 관련있었지만, 내 덴마크어와 관련된 거였다. 경제적 분석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덴마크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떤지를 물었다. 영어와 달리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서 틀린 것을 찾고 교정할 때, 완전히 다 잘 고쳤는지 확인을 했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수 없이 글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을 했더니, 덴마크 사람도 글을 쓰면 실수를 하고, 내 덴마크어는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내가 글을 쓰는 자체에 부담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정은 동료들이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니 그런 문법적 실수는 크게 괘념치 말라면서. 그래서 글을 쓰는 건 좋아하고, 덴마크어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점에서 난 오히려 너무 좋다고 했다.

내 논문 내용에도 관심을 갖길래 간단히 설명을 했더니, 이 부처 업무와도 관계가 있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기뻐했다.

덴마크 에너지 협회가 뭔가 직원들관 화합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면 (모두 장기 근속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협력이 중요해서 너무 경쟁적인 것 같은 사람은 자기네랑 안맞는다며, 내 학점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해서 다소 우려를 하며 관련 질문을 했었다.) 여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나 서로 협력한다, 이런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너무 좋아보였다.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우선 인적성 검사 및 아이큐검사를 어느정도는 잘 봐야할 것 같은데, 덴마크어로 봐야해서 짧은 시간안에 얼마나 빨리 풀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언어 부분도 평가를 하는데, 덴마크어의 부족으로 인한 부분도 있을테고… 뭐 걱정해봐야 소용은 없으니까.

지난번 덴마크 에너지 협회 면접은 너무 바빠서 아무 준비를 못하고 봤다면 이번엔 통보받고 너무 짧은 기간 후에 면접이 있었고 사이에 미리 잡아놓았던 일정들로 너무 바빠서 준비를 별로 못했다.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도 있던게 원래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요청하는 거 아니면 통역 안하는데, 덴마크에 계시는 동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연대 선배님이 계셨다. 여기 국립박물관에 교환큐레이터로 나와계셨던 분이었는데, 그분 소개로 국립박물관 지방분원에 관장님 및 큐레이터 분들 이렇게 세분이 오셨다. 당초에 이걸 맡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화요일에 금요일 일정을 통보받고 보니 통역 끝나고 아슬아슬하게 가야 간신히 면접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의 일정도 길어져서 마지막엔 너무 초조했는데, 속도제한 110에서 140으로 달려가며 시간을 아주 조금 남겨두고 도착해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하나의 동영상을 보면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싹 풀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채 면접 외에는 면접을 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1인 면접에 평균 한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보고 면접관이 조직에 대해서 왜 채용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 건지, 자기는 무슨 공부를 했고 어디서 사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먼저 소개하고 시작한다. 면접자도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할 기회를 받는다.

나는 연식이 오래되서 그런지 옛날 취직할 때 같은 긴장감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소개도 따로 준비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상대방의 소개에 비슷한 레벨로 맞춰서 진솔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게 내가 면접을 본다면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일 것 같기도 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우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테스트를 봐야겠다. 다른 곳에 지원서도 써야 하고. 

아… 취직이 얼른 되면 좋겠다. 벌써 졸업한지 3개월이 거의 다 되어가네…

플레이데이트 주간

오늘은 하나의 보육원 친구인 빅토리아네이자 내 엄마그룹 동기 엄마네 집에 초대를 받아 브런치를 하러 다녀왔다. 우리는 초콜렛과 주스를 사들고 갔는데, 우리도 맛있게 준비된 브런치와 대화도 즐기고 하나도 빅토리아의 색다른 장난감을 즐기는 등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또래 애네 가족과 어울려서 좋은 점은 생활 리듬이 비슷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플랜을 하기도 수월하단 것이다. 9시 반부터 일찌감치 만나서 11시 반까지 놀고나니 하나도 지쳐서 금방 잠이 들었다. 물론 한시간 15분밖에 자지 않긴 했지만. 아마 크면서 점차 잠이 줄고 있는 거 같다. 원래도 잠이 많은 애는 아닌데… 잠 부족으로 짜증만 내지 않는다면 낮잠이 짧아도 상관은 없긴 하지만.

하나와 빅토리아는 1주일 차이로 태어난 아이들인데 둘이 발달이 조금씩 달라서 재미있었다. 하나는 걷거나 말이 빅토리아에 비해 많이 빨랐다. 이미 하나는 보육원 애들 이름을 다 말할 수 있고 그 발음도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빅토리아 이름을 발음하는 걸 듣더니 빅토리아 엄마가 이렇게 정확히 발음하는 또래 애들을 못봤다면서 감탄을 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것에서는 하나는 자기가 해보다가 원하는 대로 안되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반면 빅토리아는 절대 엄마에게 도움받기를 거부하고 항상 혼자 해내야 하는 아이란다. 하나의 독립심은 자기가 내킬때만 작동하는 건데 빅토리아는 완전 독립스타일. 덕분에 자기 옷은 이미 혼자 입고 벗는단다. 하나는 양말 신는 것이나 하지 벗는 것은 해도 입는 것은 못하는데. 아이들은 다 자기만의 강점이 있다. 그래서 어떤 아이로 커갈지 지켜보는 게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 된다.

집에 돌아와서는 부엌 살림 장난감을 사줬다. 나무로 된 건 600-700 크로나 사이로 제법 가격이 나가서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동네 독일 마트 리들에서 250 크로나에 독일산 플라스틱 부엌 장난감을 파는 게 아닌가. 냉큼 사왔다. 하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놀 지 모르겠어서 괜히 비싼 걸 사기가 싫었다. 엄청 좋아하더라. 음. 좀 더 좋은 걸로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가, 어차피 싼거라도 좋아할 거면 굳이 비싼 걸 사줄 필요도 없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일은 익스페리멘타리움에 또 간다. 비오는 날, 옌스가 카약가는 날은 무조건 익스페리멘타리움. 내일은 친구 티칭하는 동안 집에서 애를 데리고 밖으로 떠돌아야 하는 친구 남편을 만나서 시설도 소개시키고 하나도 친구와 놀리도록 하기로 했다. 옌스는 카약 갔다가 돌아와서 뒤늦게 합류하기로. 시안이와 이미 많이 놀아봐서 이제는 좀 더 잘 놀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혼자 노는 것보다 아는 애랑 놀 때 노는 게 달라 기대가 된다. 내일 갖고 갈 바나나 빵도 구웠는데, 이제 가서 한번 맛을 봐야겠다. 하나 생일 때 구워 갈 바나나빵을 미리 몇번 연습해보는 중인데, 이번엔 메이플시업을 넣어봤고, 보육원에 보낼 땐 당류는 다 빼고 만들어야 한다. 당이 추가된 음식은 제공이 안되기 때문에. 맨날 하나 혼자 데리고 가서 조금 미안했는데, 마침 홀로 떠돌아야 하는 친구 남편도 구제(?)하고 우리도 하나를 혼자 노는 상황에서 구제(?)하니 윈윈이다. 끝나고는 역시나 커피 한잔. 애들이 잠이 잘 들어 조용히 커피 한잔씩 할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21개월의 하나

하나는 이제 만 21개월이 조금 넘었다. 두돌까지 세달도 채 남지 않았다니, 세월이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는구나. 보육원에서 부모와의 첫 면담이 좀 늦어졌지만 곧 시간을 잡는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요즘 부쩍 사회성이 늘어가는 것 같아서 그걸 지켜보는 게 즐거운데 내가 보는 일과 시간 밖의 하나에 대해 차분히 앉아 이야기할 시간을 갖는 게 참 기대된다.

하나는 보육원에서 가장 말을 잘하는 애 중 하나라고 한다. 이중 언어인 아이는 말이 늦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예전 친구의 아이에게 본 것처럼 하나에게서도 확인한다. 보육원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선생님이 이야기하기를, 물론 개인차이는 있지만 아이에게 언어 인풋을 많이 늘리면 이중 언어라도 늦게 말을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충분한 언어 인풋을 주었는지는 내 주관적인 경험이니 알 수 없지만, 유아 언어 없이 애가 알아듣든 말든 어려서부터 많이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고 아이의 옹알이때부터 섀도잉을 포함해 아이의 말에 피드백을 열심히 해주었다. 그리고 하나는 말을 어찌나 열심히 연습하는지. 저렇게 끊임없이 연습하니 말이 늘지 싶을만큼 집요하다.

신체적으로는 키는 표준인 거 같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고. 몸도 딱 표준. 몸을 쓰는 건 참 열심히인데, 선생님들 표현으로는 작은 스파이더맨이란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까지 몸을 제법 사리는 편이면서도 자기 딴에 검증이 된 것에 대해서는 겁이 없다.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져서도 피곤한 시간이 아니면 아주 아프기 전엔 아프다고 징징거리거나 울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 막 기고 어디 잡고 일어서고 할 때부터 덴마크 엄마들이 하는 것처럼 하려던 건, 아주 위험한 게 아니면 넘어지고 부딪힐 기회를 주고 그런 일이 있고 난 후엔 상황을 차분한 얼굴로 얼른 판단한 후 필요 이상으로 과잉 반응하지 않고 괜찮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털고 일어나게 해줬다. 애들은 어떤 수준의 통증에 대해 얼마만큼 울어야 하는지를 엄마의 표정을 통해서 배우고 거기에 기준점을 잡는다고 들었는데, 하나의 기질 탓이 크겠지만 하여간 하나는 그런 면에서 참 강한 아이로 큰 것 같다.

내가 데릴러 가면 절대 그냥 옷을 입는 법이 없어서 보육원에 앉아 같이 거의 20분씩 놀다 오다보니 그 떄 남아있는 애들과 같이 노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는데 아이들과는 제법 같이 놀이를 즐긴다. 우리가 집에서 하나에게 Goddag, goddag하면서 악수를 자주 시키는데, 요즘 간혹 우리에게 Goddag, goddag하면서 손을 잡아 흔들고 하더니, 보육원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그렇는 걸 봤다. Norma라고 하나보다 생일이 며칠 늦은 여자애가 있는데, 걔한테 그러고 Dagmar라는 다른 큰 여자애에게도 가서 또 그러더라. 그러니 Norma도 Dagmar에게 가서 똑같이 하고, 나에게 와서도 그러는 거였다. 공도 같이 던지고, 춤도 같이 추고. 어느 날은 Norma에게 가서 자기 모자와 자켓을 가리키며, “모자”, “자켓” 이러는 거다. 한국말로. Norma가 그런 하나를 보다가 나를 보더니 뭔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짓는다. 또 여기저기 애들한테 뛰어다니며 한명한명 짚어가며 이름을 불른다. 나에게 가르쳐주듯. 선생님 왈, 하나는 보육원 애들 모두의 이름을 다 알고 이름 외우는 거 좋아해서 새 아이가 들어오면 그 날부로 바로 이름을 외운다고 한다. 집에서 하도 연습을 해 나도 애들 이름 상당수를 알 정도니 말 다했다.

하나는 새로운 일에 너무나 즐거워하는 즐거운 아이란다. 별거 아닌 거에도 엄청 크게 웃고 즐거워하고 노래에 즐겁게 춤을 추는 흥이 많은 아이. 호기심도 엄청 많고 보육원 생활 태도도 좋다고 한다. 여태까지는 참 잘 커준 것 같다.

둘째는 없다라고 할 만큼 충분히 힘들었던 시간이지만, 둘째가 하나같이만 건강하고 씩씩하고 이쁘게 커준다면 둘도 낳고 싶을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보장은 전혀 없고 애들은 형제라도 너무나 다른 인격체일 것임을 알기에 둘째는 갖지 않을 거다. 그런 만큼 지나가는 이 시기가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매 순간이 소중하다. 하나를 키우면서 나도 엄청 큰다.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에 맞춰 대응하려고 하고 인내심을 키우게 되는 등 말이다. 아이라면 참 싫어했던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나 싶을만큼. 내 아이가 이쁜 만큼 다른 집 아이도 이뻐지고.

아기였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아기라는 말은 붙일 수가 없을만큼 큰 하나. 어느새 이렇게 컸누. 지금은 내가 안아주겠냐고 물어보면 멀리 있다가도 확 뛰어와서 안아주고 내가 볼이 떨어져나갈 듯이 뽀뽀를 해주면 까르르 뒤집어지며 웃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허벅지와 종아리를 마사지해주면 간지러워 몸을 이리 굼실 저리 굼실 하며 배를 잡으며 웃고, 내가 하는 이런 저런 유치한 장난들 좋다며 또 해달라며 수십번이고 조르지만 이게 언제까지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 같다는 표현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야 와닿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렴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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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내야겠다.

면접 본 곳들에서 연락이 왔다. 한군데는 이미 1차에서 나와 안맞는 거 같아 나 스스로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었고, 다른 한 군데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던 곳에서는 일찌감치 메일로 불합격 연락이 왔고, 다른 곳에서는 오늘 전화로 연락이 왔다. 가장 이력이 잘 부합하는 사람과 계약이 오래 걸려서 혹시나 그게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나에게 연락하려고 하다보니 연락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었다. 원하던 바가 명확하던 곳이었는데, 해당 분야와 프로그래밍 쪽으로 1년여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전화로 연락을 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몸이 안좋아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받았던 전화라 정신이 다소 없어서 면접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요청할 생각도 못했다. 그 점이 참 아쉽다.

6개 지원한 결과 면접 2회로 모두 쓴 물을 마셨다. 졸업하자마자 금방 취직을 할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해도 짧아지는 계절적 변화로도 몸이 가라앉는데 주변 네트워크도 좁아지니 기분이 더 가라앉는다. 그러다보니 다음 주에 있을 스투디프뢰운 시험은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 덴-덴 사전만 된다고 하는데 그거 사는 것도 너무 늦어서 원하는 시기 안에 배송이 올 지 모르겠다. 내일 서점에 전화해보고 안되면 취소하고 서점에 직접 가서 사는 걸로 생각해봐야겠다.

요즘 좀 우울했다. 사실 지금도 우울한데, 텔레비전 방송 하나를 보고나서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ALS)를 앓으면서 2년의 병색 끝에 세상을 뜨는 남편과 그의 부인, 네 아이, 그리고 그 주변의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2부작 다큐멘터리였는데, 참 잘 그렸고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이 아팠다. 그 남자, 아내, 남자의 아버지, 여동생,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하나 다 와닿고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내가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마음이 이기적이긴 하지만… 살다보면 내 삶에 매몰되어 주변을 돌아보기도 어렵고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게도 된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도 그냥 그렇게 되기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해하고,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덜 중요한 것에는 집착하고 불평하고 불만을 갖지 않는 것, 그리고 지금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것. 거기에 집중해야겠다. 이런 우울한 마음을 보듬어 주려고 친구가 사다준 CD를 들으며, 내 마음 위로해주는 따사로운 그니의 마음에 감사하고 그래서 더 힘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