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면접 일정이 잡혔다.

덴마크가 요즘 완전고용수준에 달해있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가보다. 어제 이력서를 한군데에 더 냈는데 오늘 전화가 와서 금요일에 면접을 보자고 한다. 8군데 지원했는데 4군데 면접이니 나쁘지 않다. 우리 동기들도 보면 덴마크어와 스웨덴어만 하면 각자 자국에서 바로바로 직업들 잡았던 것 보면 언어만 되면 몇달 안에 자리 잡는게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덴마크어가 안되는 친구들은 다 자기 나라로 결국 돌아갔다. 직업을 1년이 지나도록 못구해서… 슬프다.

덴마크도 기업이나 기관간 면접형태나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큰 기업이나 기관의 경우 나름의 공통의 특징이 있다. 기관 소개나 면접관 소개와 같은 것, 우리보다는 면접이 친절한 것 같다. 그리고 면접은 반드시 1인 단독으로 본다는 것. 구직자가 여럿이 들어가는 우리네 대기업 면접을 이야기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도 면접을 하느냐며.

그렇지만 또 기관별 특성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재미도 있다. 여기는 뽑는 부서장의 의견이 일반적으로 제일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노조와 같이 동료의 의견을 반영할 사람이 꼭 들어간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부서장과 구직자의 전문지식을 확인할 동료 하나, 동료대표 한명 이렇게 세명이 기본으로 들어오더라. 목요일 2차 면접을 치를 경쟁소비자국에서는 2차엔 HR 담당자 한명까지 추가해서 네명이 들어온단다. 금요일 면접을 치를 에너지/유틸리티/기후부에서도 세명이 들어온다고 하고. 

산별노조가 우리는 직장의 산업에 따라 나뉜다면 여기는 자기가 속한 직종에 따라 나뉜다. 나는 DJØF라고 법률 및 경제 분야에 공부/근로하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에 가입해 있다. 오늘 여기서 하는 커리어 수업에 갔는데 나처럼 커리어체인지를 하는 사람 같은 경우 미리 커리어와 기관 연봉 통계 분석을 통해 가능 연봉을 확인하고 연봉협상에 임하라고 하더라. 아직 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는 것 같아 내일 전화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지난 한달 일한 COWI에 가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왔다. 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읽기 좋은 형태로 줄 수 없는 건 알지만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떤 식으로 줬으면 더 좋았을 지를 설명해준다고 해서 좋은 설명 들었다. 고객 미팅에 내 분석 내용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형태로 탄탄한 근거하에 고객의 궁금증을 잘 해소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태도 및 컨텐츠 모두. 120시간 정도 일했는데 200만원 정도 받기로 했으니 세금 때고 뭐하면 진짜 저임노동을 했지만 그게 나에게 좋은 경력이 되니 불평은 안하련다. 지금 면접보는 곳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관련된 그의 조언도 들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추천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길래, 면접보는 곳들에서 요청이 들어올 것 같으니 그럼 잘 좀 부탁하겠다고 했다. 고객의 컴플레인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프로젝트가 정리되어 만족스러웠다고 했으니 추천도 잘 해줄 것 같다. 실제 경쟁소비자국에서 그 짧은 기간이지만 COWI와 일했다고 하니 높게 사줬던 만큼 나에게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COWI는 싸게 내 노동력을 사고 나는 경력을 얻었으니 윈윈이지. 

금요일 면접볼 부처에서는 1차 면접만 있는건지 뭔지 이미 인적성검사를 보고 면접을 보자고 한다.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듯. 여기는 인적성검사도 다른 회사를 이용하더라. 내일 하나 학부모 면담이 있으니 그거 끝나고 좀 맑은 정신으로 풀어야겠다. 이번건 12분동안 50문제 푸는 적성검사와 (아마 이게 가장 세계적으로는 표준인듯. 지난번 30분 80문제가 좀 덜 일반적이었던 듯하다.) 20분정도 걸리는 인성검사이다. 인성검사는 시간제한이 없고 정답이 없으니 내일 옌스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려 이해 안되는 문장도 물어가며 해봐야겠다. 

일은 목, 금 면접볼 두 곳 모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목요일에 볼 곳은 좀 더 스페셜리스트로서 경제학자의 역량을 활용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 같고, 분야는 수자원 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내가 논문을 쓴 방법론과는 다르지만, 주제 면에서는 홍수를 다뤘기에 이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금요일 면접볼 곳은 에너지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졸업을 하기 위한 전략수립을 위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관 보좌 업무도 들어가있으니 계량적 분석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요구수준이 낮은 것 같다. 약간 제너럴리스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국제 협업이 많아서 해외 대사관으로 나가는 업무도 많은 일자리가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외국인으로서 덴마크에 뿌리 내리려는 나에겐 큰 메릿은 아니다. 하지만 2050년 화석연료 졸업을 위한 전략수립이라니… 내용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이미 면접을 본 곳은 상사가 될 분이 너무나 좋은 것 같고 (아마 나랑 동갑이거나 한살 어릴 듯?) 같이 일하게 될 동료도 좋은 것 같아서 사실 마음이 확 기울어있긴 하지만…

대충 유관분야에 맞아야만 지원하는 대신, 지원한 곳에서는 어디든 받아주면 감사하면 들어가겠다고 했었는데, 여기저기 면접을 보기 시작하니 어디가 나에게 더 맞을까 하며 비교하는 간사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중요한 결정이긴 하니까 잘 생각은 해봐야겠다. 하긴 김칫국을 마시진 말아야하는데… 환경경제학은 아무튼 잘 선택한 것 같다. 수요가 꾸준하고 앞으로 전망이 밝은 곳이니까. 오늘 다녀온 곳에서도 유망 분야라며… 

요즘 입사지원 이외에는 별로 뭐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바쁘다. 다음주말엔 시댁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갔다 와서 연말 전에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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