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유낙하네 대한 공포라는 말을 쓰는 자체로 바로 손바닥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해 순식간에 흥건해진다. 리드 자격증을 딸 때 첫 추락 연습에서 내 빌레이 버디가 나보다 체중이 많이 무겁고, 줄에 슬랙을 거의주지 않은 탓에 벽에 강하게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클립한 곳으로부터 추락한 높이가 워낙 짧았기에 내 몸이 벽으로 너무 강한 힘으로 끌려갔고, 발목이 그 힘을 흡수하는 과정에 발목 인대에 충격이 가해졌다. 사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발목 가동성이 떨어져서 발레하며 플리에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졌었다. 그 이후 내가 마지막으로 클립한 위치보다 위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커졌다.
클라이밍은 신체 능력도 중요하지만 멘탈관리가 정말 중요한 운동이다. 무서우면 아무래도 내 발과 내 다음 동작을 신뢰하기 어렵고 그러면 늘기가 어렵다. 안전하게 추락하는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뭐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그 공포를 이겨내는 게 필요하다.
리드 클라이밍을 할 때 톱로프로 올라갈 때보다 그레이딩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줄을 클리핑 할 때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클리핑을 하는 동안 한 손은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실제 같은 등반 난이도의 루트를 탄다 할지라도 톱로프보다는 어려울 수 밖에 어렵다. 대회에서 같은 높이를 올라갔다 하더라도, 클립을 하고 떨어지느냐, 클립을 하지 못하고 떨어지느냐에 따라 점수를 달리 주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팀 트레이닝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덕에 빌레잉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추락에 대한 공포와 싸워보고자 한다. 예전에 빌레이 버디를 해주던 친구가 같은 팀에서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고, 다들 나보다 오랜 기간 클라이밍을 한 사람들이라 빌레잉에 대한 신뢰도가 충분해 추락 훈련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트레이닝에선 한 네번 쯤 떨어졌나? 워낙 루트가 가파랐던 곳에서는 중간에 힘들때 버디에게 잡아달라 그렇지 않고 손을 딱 놓고 추락을 했고, 나머진 톱을 잡고 나서 떨어졌다. 혹여나 주변에 부딪힐까 싶어 제일 안전할만한 곳에서 연습하려다보니 톱에서 하게 되었는데, 정말 매번 홀에 다들릴 거 같은 샤프한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곤 했다. 제일 마지막 추락은 톱을 잡고 마지막 클립을 안하고 떨어지다 보니 꽤나 낙하 거리가 길었는데, 얼마나 심장이 벌렁거리던지.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빠르게 돌며 온 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분이었다.
다음번 트레이닝은 다양한 추락 훈련을 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어떤 훈련을 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주 1회 팀 트레이닝하고, 따로 한번 정도 하면 체력이 좀 많이 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지구력 측면에서. 12월까지 얼마나 늘지 궁금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