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아파서 쉰 날이 한손에 꼽을 수 있을만큼 건강한 한 해였다. 애매한 감기기운은 잦았지만, 또 그렇다고 아프다고 할만큼 한 건 속한번 뒤집어진 것 한번 있었으니 정말 건강한 한해였다. 격년으로 병치레가 돌아오던 것을 생각해보면 올해는 조금 더 자주 아프지 않을까 예상되기도 한다.
2024는 척추와 골반, 온 몸의 체형의 틀어짐을 많이 개선한 한해였다. 어려서부터 척추측만이 있었는데, 강도높은 운동들을 하다보니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척추측만은 발가락, 발등, 발목, 무릎, 골반, 요추, 흉추, 갈비뼈, 견갑, 어깨, 목, 턱, 팔꿈치, 손목까지 정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를 달리 써보려하면 그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통증신호를 보내오고. 일년간 다양한 교정운동, 일상생활 교정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바꿨다. 2023년부터 2년간 노력해온 부분인데, 첫 일년은 한두군데 고쳐보려 하면서 온 몸에 보상행위로 틀어진 곳곳의 문제를 드러내는 시기였다하면, 2024년은 그걸 어떻게하면 고칠 수 있는지 인지도를 높이고 실제 고치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우리의 몸은 계속 사용하고 바뀌어가는 것이기에 끝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큰 틀에서 척추측만의 많은 부분을 고칠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고관절의 사용에 대해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2024년이었다. 이제 거울을 통해 등을 보면 척추가 S라인을 그리지 않고 곧게 서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개선인지.
발레가 강도높은 운동인 것은 맞지만, 몸을 길게 쓰는 운동인지라 그것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걸 클라이밍으로 보완해왔다. 코로나 락다운 직전인 2019년 말에 유치원에서 클라이밍벽을 좋아한 하나를 데리고 암장을 처음 찾았는데, 보다 안전한 클라이밍을 시켜주고자 빌레이 코스를 들은 것이 내 클라이밍생활의 시작이었다. 그 전에도 친구 따라 높은 벽을 올라본 경험도 있고, 한국에서도 실내의 작은 암장에 가서 볼더링을 잠깐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내 것으로 된 적은 없었는데. 석달 클라이밍 하고 났더니 락다운이 되고, 락다운이 풀리고도 제약이 좀 많았어서 거의 2년정도 완전히 쉬었다. 2022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1년후 한나가 시작하고, 또 반년 후 혜민이 시작했었으니 총 3년정도의 클라이밍에 이 둘이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었네. 클라이밍 모임인 기쁘게 집요한 애들이 좀 더 커지긴 했지만, 역시나 같이 한 시간이 길어지고 가까워진만큼 이들 둘과 함께하는 클라이밍이 즐겁다. 함께 성장해가는 시간이 즐겁고, 그와 함께 단단해지는 근육은 보람이자 덤. 2024년은 내가 클라이밍에 있어서 중급의 입문단계에 들어가게 한 시기였다. 2025년에 클라이밍 얼마나 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제 초보티는 확실히 벗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할까. 클라이밍가면 이제 간간히 보이는 얼굴들도 생겨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덴마크어는 이제 투자하는 노력에 비해 한계적 발전이 크게 떨어졌다. 정말 미묘한 발전들이다. 그래도 그 중 눈에 띄는 것을 꼽자면, 더이상 신문을 보는데 있어서 사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속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씀에 있어서도 문법적 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웅얼거리면서 말하는 습관이 있는 화자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정도가 줄어들었고, 빠르게 전환되는 점심식사의 화제에서 간혹 하는 딴소리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어디가서 덴마크어로 말하는 것에 있어서 긴장되거나 하는 게 사라졌다. 더이상 내가 표현하지 못할 게 없다는 사실이 편안함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2025년에는 2024년보다 숙어적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자한다. 주로 일을 하면서 덴마크어를 사용하다보니 내 단어는 문어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좀 더 일상생활에 많이 쓰는 숙어와 섞어보고자 한다. 여름엔 Studieprøven의 말하기 시험도 등록했으니, 그거 완료해서 Studieprøven도 완전히 잊어버리고자 한다. 읽기, 쓰기부분은 이미 2020년에 성적을 받았는데, 구술시험날 아파서 시험을 못봤은게 너무 아쉬웠다. 그 당시는 그냥 학원다니며 덴마크어를 좀 더 공부한 김에 시험을 보려던 것였는데, 이제 시민권 딸 때 요건으로 추가될 가능성도 있어 기왕에 반쯤 한 거 2025년에 끝을 보려고 한다.
아이는 너무 잘 크고 있고, 아이와 남편 모두 건강하고, 우리 모두 행복하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여러 일상에 부침이 있더라도 가족의 베이스가 단단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살면서 일상에 대해 감사를 크게 갖지 않고 살아왔는데, 지루할 수 있는 일상도 감사하게 만드는 것이 내 가족이라는 단단한 뿌리 덕이다. 일상의 힘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앞으로도 이 일상을 굳건히 키워가기 위해 더 사랑하고 더 노력해야지. 아이와 클라이밍을 좀 더 같이 해봐야겠다.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다른 가족들을 암장에서 보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지금 하는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힘들고 지치지만 4월이면 끝난다.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잘 버텨봐야지. 그러고 나면 또 한층 성장해있을 거라는 믿음을 굳게 갖고. 내 업무의 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한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