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의 니즈가 각각 천차만별이다. 처한 언어환경 또한 제각기 다르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일 수도, 한명은 한국인, 덴마크인이거나 한명은 한국인, 다른한명은 비덴마크 외국인일수도 있다. 둘다 덴마크인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언어권인 사람도 있다. 이처럼 한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양해진만큼 최소한 한명의 한국인을 부모로 가진 아이에게도 한국어 수준은 정말 다양하다.
나처럼 한국인 부모 한명이 있는 경우에 파트너간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영어로 이뤄지는 경우 아이는 한국인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기에 그들의 한국어 능력은 꽤나 되는 듯 해 보인다. 아이가 한국에 관심이 많거나, 한국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에 조금이나마 여러번 다닌 경우, 아니면 조금 길게 다닌 경우, 한국에 한번 가면 길게 있는 경우 등 아이의 한국어 수준은 확실히 높아 보인다. 그와 다르게 나처럼 아이와 덴마크어로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한국어 능력이 높지 않은 집들도 보인다.
우리집이라고 처음부터 아이가 한국어를 못하던 것이 아니었는데, 아이가 어느덧 내가 남편 및 주변 세상과 덴마크어를 사용해 소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덴마크어로 답을 하기 시작했고, 아이의 덴마크어와 한국어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서서히 나도 아이와 덴마크어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요즘들어서야 아이가 다시 한국어에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이가 한국어로 답을 하지 않기 시작한 이래로 약 7년간 아이의 한국어 교육은 다양한 흥망성쇄의 길을 걸어왔다. 강하게 한국어를 몰아붙이면 된다는 이야기들도 여기저기서 들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한국어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는 엄마와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없냐고 크게 슬퍼하는 아이를 보고나서도 한국어 교육을 위해 그 감정을 무시하자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두명 모두 한국인인 부모를 둔 아이들 중에서도 한국어가 잘 안되고, 부모도 덴마크어가 잘 안되서 아이와 깊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약간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했다. 미국에 사는 한인 가정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는데, 덴마크라고 다를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며 지금 애가 어느정도 한국어를 잘한다 해서 나중까지 꼭 그런다는 보장이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다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이가 네살이 다 되어가는 지금 자기는 한국어 사용을 고수하고 있지만, 아이가 아빠와 대화하는 것이 자신과 대화하는 것에 더 깊이가 있음을 느낄 때 큰 마음의 갈등을 느낀다고 했다. 자기가 그냥 덴마크어로 언어를 바꿔야 하는 것인지.
아이가 예전보다 한국어에 많은 관심을 가진 지금, 이것을 최대한 이어가면 아이가 나중에 한국어를 정말로 배우고 싶을 때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목표를 여기로 정했다. 아이는 자신이 한국인의 뿌리와 덴마크인의 뿌리를 가진 사람이지만 덴마크인에 더 가깝다는 정체성을 가졌는데 그정도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아이는 한국어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임을 인지했고, 그래서 조금 더 신경을 쓰려하고 있으며, 나도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하니 아이와 관계에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졌다. 아이의 한국어 실력 부족이 나의 잘못인 것 같아 그로 인해 아이가 한국어를 하기 싫어하면 날이 서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게 무뎌졌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다보니 아이가 자라면서 끊임없이 어떤 기준을 정하는 문제로 마음의 갈등을 겪곤 하는데, 한국어는 이정도로 정리가 된 것 같다. 7년의 시간이 참 길었는데, 이제 편한 단계가 된 것 같다. 여기에는 물론 나 혼자의 마음의 갈등만 있던 것이 아니고, 남편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한국어를 지금껏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늘리고, 아이에게도 노출을 늘리려 많은 노력을 해온 그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렇게 못했을 것이다. 토요일에 한글학교 가는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빠 덕이다. 아빠가 다니고, 엄마도 가급적 항상 학교에 같이 가니까 자기도 가는 거고, 거기에는 작은 한국이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