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신체능력, 부모의 역할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들어보니, 체육을 엄청 많이 시키는 나를 보며 아빠는 아이가 체육쪽으로 가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그게 긍정적인 코멘트인지 아닌지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약간은 우려를 하신게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아이가 체육쪽으로 가든 아니든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면 상관없다 생각한다. 우리가 길게 살게 되면 될수록 몸을 잘 관리해서 사는 건 중요하기에 신체의 계발과 관련된 쪽의 일에 종사하는 것은 좋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뭐라도 운동과 관련한 것에서 손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던 나지만, 그렇다고 한 종목을 진득하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의 사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이를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를 훈련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래서 내 몸의 사용법을 뒤늦게 배웠고, 잘못된 몸 사용법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신체 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부상과는 어떻게 연관될지 등과 같은 건 생각해보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렸다. 그나마 30대부터 발레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훈련을 한 덕에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고, 그래서 몸을 바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었다.

발레와 실내 클라이밍에 더해서 수영까지 더한 요즘 각각 다른 종목의 근육 사용이 어떻게 다른지,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요하는 것에는 어떤것이 있는지, 그래서 그 종목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체형을 갖는지를 관찰하고 알아가면서 아이들때부터 이렇게 다양한 체육에 노출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된다.

사실 이런 이유로 이미 아기 때부터 아이의 체력 발달과 관련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뭐가 있는지를 미리 관심있게 봐두었고 양육에 있어서도 초점을 두었다. 가장 중요한 건 코어 훈련. 갓난쟁이때부터 터미타임하기, 자력으로 앉을 수 있을 때까지 범보의자 같은 의자에 앉히지 않기, 바운서나 보행기 사용하지 않기, 아이가 W자로 앉을 경우 다리를 뻗어 앉도록 하기 등 별것 아닌 거 같지만 아이의 운동 능력에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했다. 아이가 W자로 앉는데 익숙해 코어가 안좋으면, 또는 코어가 안좋아 W자로 앉는 걸 선호해 코어가 계속 약한 상태로 유지가 되면 아이의 골반이 전방경사가 되며 코어의 조절이 중요한 운동을 잘 하기 어렵다. 뭔가 몸이 휘적휘적한 느낌이랄까?

매일 보육원, 유치원에서도 밖에서 놀고 했지만, 날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꼭 밖에 나가서 짧게는 삼십분에서 길게는 한두시간씩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것, 여러가지 체육 활동을 도와주는 것 등으로 신체 능력을 키워줬다. 나혼자 하면 못할 일이지만, 남편은 나보다 훨씬 외부활동에 적극적이고, 사람은 하루에 최소 한번은 야외에서 신체활동을 해야한다는 주의라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놀고, 방과후에도 체조, 발레, 수영, 태권도도 하고 우리와도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혼자서도 줄넘기나 훌라후프 등 여러가지 신체활동을 한다.

부모가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아주 어려서부터 몸을 쓰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다. 실제 학교에 가서 어린 아이들을 보면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따라가고, 체형도 그렇다. 사실 십대로 올라가면 또래에 영향을 받아 별도의 노력을 해서 부모와 다른 체형을 갖는 아이들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성격이고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부모의 유전자와 생활환경에서 많은 것을 물려받은데 체형도 이 두가지의 결합의 결과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 중 하나라 그럴 것이다. 거기다가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많은 IT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정적인 환경에 더욱 익숙해지곤 하는데, 그러다보니 저학년부터 거북목인 아이들도 많이 보인다. 거북목인 아이들은 대부분 어디 기대 앉는 것을 좋아하고 골반이 후방경사인 아이들이 많아서 체중이 뒤로 실리니 뛰고 점프하며 이동하는 운동에서 기능을 잘 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니 아이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겠지만, 어리기 때문에 통증이 없어서 모르고 넘어가고 오히려 일찍부터 나쁜 자세가 시작되서 어른이 되어서 더 문제가 고착될 수 있기에 아이들의 바른 몸사용에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려면 어른부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이를 라이프스타일로서 아이에게 보여주고, 아이도 적극적으로 동참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냥 아이만 보내는 것으로는 아이가 운동을 하는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날씬한 몸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높은 기능성을 갖는 몸에 대한 추구의 관점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물려주는 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다.

그리고 여기 애들 보면 체력을 엄청 길러서 공부는 고등학교에서 할 녀석들만 바짝 높은 강도로 한다. 대학교도 갈 녀석들만 가고, 가서는 우리 대학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한다. 그러니 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체력의 근간을 쌓는게 지금 하는 일중의 중요 요소이다. 한국에서 애들은 벌써 영어학원 다니고 수학학원 다닌다는데, 체육만 시켜서 되겠냐고 하는 걱정에 답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에 공부만이 길도 아니고, (이미 그렇지 않기도 하고) 체육 코치들이 정신과 의사가 가장 보기 어려워하는 환자 직업임을 생각한다면 체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