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 미술관과 가을날씨

 

어제 저녁, 간만에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다녀왔다. Daniel Richter라는 독일 작가의 회화전이 열리는데, 전시 안내 우편에 실린 작품의 색에 매료되어 날 좋을 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일엔 저녁 10시까지 열기에 마침 외곽으로 이사를 갈 친구와 시간이 맞아 수업 끝나고 다녀왔다.

형광색과 비형광색을 절묘하게 섞은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이 많았다. 아노미적인 상황을 포착한 그림이 많았는데, 끔찍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색과 사람들의 기묘한 표정 등으로 인해 보고 피식 웃게되는 경우가 있었다. 난민 보트가 밤바다위에서 표류하는 장면이나 폭동이 난 도시가 불타고 있는 장면 등을 담은 작품이 바로 그랬다.

덴마크는 미술관 뿐 아니라 많은 문화시설이 연간회원제를 운영하는데, 루이지애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1+1 멤버십을 가입할 경우 혼자 세번 가는 것에 못미치는 가격에 나 이외에 한 명을 동반해 연간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추가 2명까지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동반할 수 있어서 손님 모시고 갈 때 참 좋다. 또한  안에서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것을 10% 할인된 회원가격에 살 수 있다. 뮤지엄 샵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기에, 같은 것을 산다면 미술관에서 사는 게 이득이다. 일년에 대여섯번은 가는 나에게는 이 멤버십이 최고이다.

어제는 덕분에 겨울에 쓸 베레모와 화려한 반지도 샀다. (사실 마음에 들어도 비쌌으면 안샀는데, 정말 놀랍게도 다 싸서 사버렸다.) 같이 간 친구 왈,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하얀 베레모를 쓰고 나타나서 놀랐다고 하는데, 난 다른 모자모다 베레보가 제일 잘 어울려서 이것만 쓰고 다닌다 하니 잘 어울린단다.

스웨덴이 바로 바다 건너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보인다. 해질녘 은빛으로 변한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명확히 나눠주는 건 스웨덴 땅이다. 산이 없어 얇은 띠처럼 보이는 땅이 하늘과 바다를 둘로 나눠주는데 그 풍경이 참 아름답다. 임신만 안했어도 와인 한 잔 사들고 그 바다를 보며 마시는 건데, 아쉽게도 임신을 한 탓에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여유는 내년 이후로 기약하며…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나에겐 휴식과 같은 공간이다.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좋고, 가면 마음이 차분하고 풍요로워진다. 특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둑어둑한 플랫폼에서 기차를 잡아 타고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여행을 다니는 기분마저 자아낸다.

배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고, 그 무게도 이제 조금씩 느껴지지만, 임신 기간 중 몸이 제일 가벼울 기간이라고 하니 이 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며 혼자의 여유를 즐기련다. 내년 1월만 지나면 이런 자유와도 작별이니까.

오늘은 아침 잠시 시내에 다녀오는 길에 Østerbro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깔끔하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라 좋아하는 곳. 해는 여전히 쨍하지만 간만에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 옷을 노랗게 갈아입기 시작한 나무들이 솨아…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게 어찌나 상쾌하던지. Hyggeligt한 그 길의 정취와 가을 나무가 어우러져 마음을 포근하게 했다. 덴마크의 가을은 좀 우울하고 축축하지만, 오늘은 손에 꼽는 아름다운 가을날씨를 보인 것 같다.

마침 금요일이라 마음도 가벼운데 기분이 참 좋구나. 추석은 멀리 있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은 그런 좋은 날씨다.

야외 오페라 극장 Opera Hedeland

2013년 7월 21일 덴마크에 도착했다. 늦여름부터 시작한 덴마크 생활을 시작부터 재미있게 열어주었던 것이 바로 이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본 나비부인이었다. 매년 8월에 한편을 세번에 걸쳐 상연하는 이 오페라 극장은 Hedehusene라는 곳에 위치한 Opera Hedeland이다. (홈페이지: http://www.operahedeland.dk/)

2013년 나비부인, 2014년 일 트로바토레, 2015년 코시 판 투티, 2016년 라 소남불라까지. 총 네편의 오페라를 봐왔는데, 이제 이는 옌스와 나의 연례가족행사가 되었다. 시작은 Expat 모임의 문화행사였는데, 야외오페라라고 해서 찾아보니 무대의 스케일이나 그 지형이 참 마음에 들어서 냉큼 참석하겠다고 했다. 피크닉을 준비해오라고 해서 이런 저런 먹을 것을 싸갖고 갔는데 맑은 여름 날 저녁 와인과 함께 많은 사람과 간단한 요기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게 어찌나 좋던지. 바로 그 다음 해부터 옌스를 만나 세번의 오페라를 함께 했다.

시부모님이 오페라를 좋아하셔서 따로 오페라 투어도 다니고 하시는 터라, 작년에는 시부모님을 초대해서 함께 관람했다. 역시나 좋아하시며 그 다음해엔 두분이 우리를 초대하시겠다 하여 서로 초대를 돌아가며 하는 시부모님과 함께 하는 연례행사로 확대가 되었다. 거긴 차 없이 가기 어려운 곳인데,회사를 관두고 작년에 차를 팔아 안그래도 차를 렌트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했었다. 시부모님이 함께 가시게 되면서 그런 문제도 해결되고, 이런 건 사람이 많을 수록 더 좋으니 말이다.

예전엔 자막이 덴마크어로 나오니 미리 오페라 스크립트를 읽어가는 준비를 좀 꼼꼼히 해가야 했는데, 이제는 대충의 줄거리만 훑어보고 가서 자막을 보면 되니 외국어 오페라라 해서 부담느낄 것도 없다. 또한 해가 갈 수록 피크닉 준비 요령과 함께 해가 지고 난 시간의 추위를 해결하는 방법도 요령이 늘어 관람의 편의성도 크게 늘었다.

호수 및 인근 초원, 무대 이외의 원형극장 시설 (관람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야외라는 것을 이용해 헬리콥터나 말, 자동차 등 실내 무대에서는 동원할 수 없는 것들을 신선한 형태로 이용하는게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올해는 과거의 농촌 환경을 진흙과 물웅덩이를 활용해 조성하고, 오페라 오케스트라 룸 지붕 또한 무대로 활용해서 이렇게도 무대를 확장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또 자아냈다. 여름이라도 꽤 쌀쌀한 날이었는데 배우들이 춥지 않나 했는데, 나중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 그 안에 wet-suit을 입어 추위에 대비를 했었다.

내년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의 하나인 라보헴을 상연한다는데, 그땐 애가 너무 어릴 타이밍이라 한 해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쉬워라. 혹시 가능하다면 시부모님께는 애를 맡기고 나와 옌스만이라도 다녀오든가 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상연 기간에 덴마크에 있고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Culture Night in Copenhagen

Copenhagen is full of charm when it comes to culture. Culture night is a good example of it.

Culture night(Kulturnatten in Danish) is organized on the Friday before autumn vacation week every year. Autumn vacation is called ‘efterårsferien‘ in Danish and it is in the week 42 of the year. If you don’t know what is week 42, you are not Danish at least, since all Danes love week numbers. It used to be the week when people harvested potatoes and children had a vacation from the school and helped their parents. Now kids don’t help parents’ harvesting potatoes and parents are normally not working in the agricultural industry, but they still have autumn vacation at school and a lot of families spend holidays. So the culture night is scheduled in the season that a lot of people can easily enjoy.

This year's Culture Pass Badge image.

This year’s Culture Pass Badge image.

The first kulture night in Copenhagen was in 1993 where 45 cultural institutions participated. It was known that roughly 4,000 culture pass were sold. (Source: Politiken) So, this year was the 22nd culture night.

Museums, libraries, educational institutions, theaters, government organizations, churches, musical and performance venues and many more other institutions representing arts and culture open up to the public from six p.m. until midnight. Many shops or cafes open till pretty late as well. UN also participates in this event and opens up its door to the public and proudly showcase its environmentally conscious building. Plus, all the public transportations are free with the culture pass.

All you need to do is to plan ahead, to buy a culture pass and to enjoy! This year it cost DKK 90.

I went to the Glyptoteket and enjoyed their Transformation of Classical Sculpture in Color exhibition. You can take a look with a YouTube video clip about what it is like from here. Glyptoteket was so beautiful and magnificent as I was told many times. It was impressive especially with really tall palm trees in the middle of the museum and the exotic atmospheres.

The fire station also opened up their station and it was a good experience to sit in the fire engine and to touch those fire extinguishing equipments. I wished there wouldn’t be any big fire that day. And at the Politiken’s book store, there was a meeting with French authors and other programs continued. Post and Tele museum was on my wish list and I made it this time.

If you live in Denmark or visit Denmark this season of the year, you should try this culture night event. Try to find out what could be your favorite stuff. Last year, I discovered my favorite chocolate shop, Hotel Chocolat, and this year, Glyptoteket. Wouldn’t it be fun to add new things onto your cultural favorite experience list?

코펜하겐은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매력을 뽐내는 도시입니다. 문화의 밤 행사는 좋은 예시이지요.

문화의 밤 행사(덴마크어로는 ‘쿨투어냍은’로 읽습니다.)는 매년 가을방학이 시작하는 주의 직전 금요일에 개최됩니다. 덴마크어로 가을방학은 ‘efterårsferien’이라고 하는데, 매년 42번째 주가 바로 그 때입니다. 42번째 주가 언제인지 모르신다면, 당신은 덴마크인이 아닙니다. 덴마크인은 주 번호를 꿰고 있죠. 원래는 감자를 수확하던 주가 42번째 주라고 합니다. 그때는 부모의 감자 수확을 도우라고 학교가 방학을 했죠. 요즘은 애들이 부모의 감자 수확을 돕지도 않고, 부모도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드문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가을방학을 하고, 많은 가족이 이때 휴가를 떠납니다. 문화의 밤 행사는 많은 사람이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이 가을방학 시즌에 맞추어 개최되는 것이죠.

최초의 코펜하겐 문화의 밤 행사는 1993년, 45개 문화관련 단체가 참여해 이뤄졌습니다. 약 4천매의 입장권이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그러니까 22번째 행사인 셈이죠.

박물관, 도서관, 교육기관, 극장, 정부기관, 교회, 음악 및 기타 공연장,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단체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대중에게 개방됩니다. 많은 상점과 까페들도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지요. UN 또한 이 행사에 참여해 대중에게 개방을 하며,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된 기관 건물을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또한 코펜하겐 시내 모든 대중교통수단은 입장권만 지참하면 모두 무료입니다.

미리 뭘 볼지 계획하고, 입장권을 사고나면 즐길 것만 남지요. 올해 입장료는 90 크로나였습니다. (원화로 약 16,000원 정도합니다.)

저는 글륍토테겔(Glyptoteket)에 가서 색상으로 새롭게 태어난 고대 조각상 전시를 봤습니다. 유튜브에서 해당 전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으니, 한 번 보세요. 글륍토테겔은 듣던대로 정말 아름답고 웅장했습니다. 박물관 한가운데에 있던 거대한 야자수들과 이국적 분위기에 감탄을 했습니다.

소방서도 대중에 개방을 했는데, 소방차에 앉아서 소방기구들을 만져본 게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날 시내에 불이 안나기를 바랐습니다. (아마 소방서가 바빠서 불끄기 힘들었을테니까요.) 보수신문지 Politiken에서 운영하는 서점에서는 프랑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고, 다른 프로그램들도 계속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우편 및 전신 박물관은 그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 날 가서 관람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만약 덴마크에 살거나, 이 기간에 여행을 한다면, 문화의 밤 행사는 꼭 참여해보세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작년 이 행사에서 지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렛 가게인 Hotel Chocolat를 발견했고, 올 해는 글륍토테켈을 발견했지요. 가장 좋아하는 경험리스트에 새로운 것을 추가할 수 있다면 정말 즐겁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