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휴가 기간이면 보언홀름에 계신 시부모님댁을 방문한다. 특별하지 않은 경우 주로 사흘밤을 묵고 돌아오는데, 하루 정도 어디 가서 뭘 보고 경험하고 나머지는 옷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동네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페리 타는데까지 한시간 반 정도 운전을 하고, 페리를 타고 한시간 반 가는 거가 조금 일이지만 그것만 빼면 짐도 무겁게 챙길 게 없고 가볍게 출발해 편히 쉬다가 오는 즐거운 휴가 기간이다.
다 좋은데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본인 자식들에게는 엄했던 시어머니의 설탕관련 관리가 손녀에게는 느슨하다는데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항상 서빙되는 주스와 그 사이사이 권하시는 간식들. 이번에는 하나가 좋아하는 주스가 없어서 과즙음료 – 과즙에 물과 설탕이 추가된 음료 – 를 준비하셨는데, 이미 준비하신 것을 낭비하기는 애매해서 가만히 있다가 마지막 날 식사가 끝난 후에 한말씀 드렸다. 혹시나 싶어서 여쭈는데, 과즙음료가 주스와 다른 것임을 아시냐고 여쭤보니 아신단다. 그 맛의 주스가 없었는데다가 요즘 주스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셔서, 과즙 음료는 주지 않고 싶고, 주스 또한 자주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물이면 충분하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가 할머니가 주시는 모든 것을 먹지 않는 절제심을 발휘한다는 것인데, 그래도 평소에 비해 과도하게 건강하지 않은 식단으로 식사를 하고 온다. 채소의 섭취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 나는 별도로 파프리카를 왕창 사서 곁들여먹었지만, 아이가 매 끼 섬유질이 없는 식사를 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물론 사흘에 불과한 기간이기에 그러려니 넘기긴 하지만 나의 통제적 성향이 불편함을 속에서부터 은근히 나를 자극한다.
집에 오는 길에, 이제 한동안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자고 아이에게 한마디 건냈다. 휴가 기간동안 건강하지 않은 음식 잔뜩 먹었으니까 그런 거 먹을 일 있으면 한동안 줄이자고. 자기도 친할머니댁 가면 그런거 많이 먹는다고, 외할머니댁에 가면 그렇지 않은데… 라길래, 외할머니는 엄마가 미리 그런 것에 대해 말씀드려서 그런거고, 친할머니는 그렇게 말씀드려도 손주가 좋아하는 것을 먹이고 싶으신 마음에 주시니까, 그걸 야박하게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에 왔는데, 아이가 이제 엄마 아빠 먹는 샐러드를 – 드레싱은 여전히 뺴고 – 먹겠다고 한다. 방도 싹 정리하고 내려오더니, 올해의 챌린지로 스크린 타임 제로를 선언했다. 아이가 그러니까 나도 청소나 요리할 때 빼고는 스크린 타임을 없애겠다고 했다. 아쉬움을 보이지 않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데, 얼마나 갈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스크린 타임을 빼고 방도 싹 정리하더니 책상에 앉아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그리고, 일기도 쓰고. 뭔가 성취의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일기 쓰는 게 재미가 붙은 모양이다.
학교에서 합창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음악 선생님의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악보 보는 법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에 대해서 배우고, 장조라는 단어를 배운 것 보면 음악시간에 뭔가 배우기는 하는 것 같다. 집에서 간간히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다시 한번 가르쳐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둘다 인내심을 잃지 않고 가르치고 배우기를 바란다. 다행히 첫날은 아주 좋은 무드로 넘어갔다. 아이에 대해서 높은 기대심을 갖지 않고 아주 작은 성공에도 기뻐해주는 것이 아이가 잘 배우는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 발레학원 선생님이 아이를 어떻게 칭찬하고 가르치는지를 보면서 조금씩 배워보고 있다.
아이가 부쩍 크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