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근육을 발견하기

발레를 시작한 것이 2012년이었으니까 어느새 13년이 흘렀다. 물론 그 간에 임신, 출산으로 2년 이상을 쉬긴 했지만 부상 등으로 인한 이슈로 쉬는게 아니면 주 1~2회 정도는 꼭 트레이닝을 이어왔다.

발레를 하면서 놀라는 것은 지금조차도 내가 쓰고 있지 않았던 근육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안되지? 하고 고민을 하며 몇년의 시행착오를 겪다가 우연히 그간 못쓰고 있던 근육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 팁들을 다 이용해보다가 어딘가에서 들어맞는 것. 누군가의 조언이 틀려서가 아니라, 워낙 오랜 기간 고착화된 근육 사용 패턴과 몸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던 근육은 다른 근육이 그 기능을 대체하게 되어 이를 잘 사용하지 못하게 될 뿐이다. 뇌도 계속 기억을 하려다보면 시냅스들이 계속 길을 찾아가며 새로운 시냅스를 만든다는 것처럼 근육도 안쓰던 근육에 전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발레를 오래한 사람들의 정형화된 엉덩이 모양이 있다. 발레가 요구하는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엉덩이 인근의 근육을 특정한 형태로 사용하고 나면 그런 모양이 나오는 거다. 반대로 말하면 그 엉덩이 모양이 안나오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내 엉덩이는 아직도 그 모양이 되지 않았다. 많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근육이 있는 것이다. 정면에서 보면 불과 1년전보다 골반 인근의 모양이 발레를 오래한 사람의 모양에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아직 다리를 옆으로 들 어 홀딩할 때 사용해야 하는 근육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나마 좋아진 점이라면 우선 이제 무슨 근육인지 알게 되기라도 한 것이긴 한데 부족하다. 바닥에 옆으로나 등으로 누워서 해보면 어떤 근육인지 얼마전 알게 되었는데, 그걸 서서 중력을 이기며 할 때는 바닥에서 싸워야 하는 방향과 다른 힘이 추가되다보니 다른 근육이 보상을 해버린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들 중 몇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매일 매일 내 몸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날 내 균형이 어디에 느껴지는지 찾으라, 골반을 중립으로 해라, 꼬리뼈를 내리지만 tuck-in하지는 말으라, 겨드랑이 아래로 등 근육이 아래를 감싸 내리듯이 쓰라, 옆구리 근육이 앞으로 감싸 내리듯이 쓰라, 등판을 옆으로 길게 해라, 골반을 열지만 뒤집지는 말으라는 등등의 말들. 수도 없이 많은 말들을 내 몸에서 느끼기 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게 틀려서 또 다르게 해야 하는 것. 발레를 해본사람은 알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오래 했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기본적인 것을 아직도 못할까라는 생각.

그런데 그래서 발레를 지금도 하는 것 같다. 동료가 물어봤다. 지금도 발레를 더 잘하고 싶고, 발전을 느끼냐고. 크지는 않지만 조금씩 지금도 발전을 느끼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며 어떤 의도의 질문이냐고 물어봤더니 답을 한다. 그냥 그 수준에서 재미로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새로운 질문이었다.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선한 충격을 준 질문이었달까? 물론 지금도 즐기고 있다. 이제 집에서 혼자 발레 바로도 가볍게 몸을 풀기도 하고, 그 끝엔 나만의 춤도 추며 춤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발레를 하는 이상은 끊임없이 더 잘하게 되고 싶을 것 같다. 그게 몸의 노화와 함께 불가능해져 현상유지만으로 기뻐해야 할 타이밍이 오기전까지는… 아니, 마음은 항상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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