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첫 공식 외출

동네 산책이나 병원 방문 등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외출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목적이 있는 외출 말이다. 남편과 매주 하던 주말 커피데이트가 그리웠다. 수퍼에 장보러가거나 산책을 겸해 남편 안경 맞추는 거 디자인 같이 보러 나가고,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 돌아온 것 외엔 제대로 나가서 일반적인 활동을 해본지가 보름이 되었더니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병원 외출과 동네 산책으로 외출 준비는 해본 적이 있기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런 외출은 몰링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리고 몇 개 없는 몰 중 어디로 갈 지 선택을 했다. Fisketorvet는 S tog로 한번에 가지만 내려서 플랫폼이 지상에 있는데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리위로 올라가 좁고 긴 인도를 유모차를 밀며 걸어야 한다는 게 영 불편하게 느껴져서 제외. Field’s는 메트로가 붐비는 쪽 방면으로 오래 가야돼서 제외. S tog에서 메트로로 한번 갈아타야 하지만 붐비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메트로인데다가 환승시 지상으로 나올 일 없이 쉽게 갈 수 있는 Frederiksberg Centret로 가기로 했다. 항상 상대적으로 덜 붐비고 괜찮은 샵들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는 이 곳이 그나마 애 데리고 가기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가서 한 것이라고는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 한잔 하고 하나 먹을 비타민 D과 손톱깎이, 기타 옌스가 필요한 것을 산 것 뿐이다. 약간의 윈도우쇼핑과 함께. 그렇지만 그냥 그런 게 필요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시도는 옌스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미 2주간의 출산휴가를 썼기에 옌스는 2주 후면 회사로 돌아가야 하고 말이다.

수유 한 번 하고 기저귀 한 번 갈아주는 정도였으니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커피마시는 때와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 길을 제외하곤 내내 안아주어야 해서 (우는 탓에) 팔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성공적인 외출이었어서 주말 커피데이트는 우리와 하나의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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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출 인증샷. 아직 화장까지 할 여유는 없었다. 목에는 수유용 커버를 두르고… 

3주~한달 된 아기들의 외출은 봤으나 우리도 2주 갓넘은 아기의 외출은 본 바가 없으니 여기에서도 아주 흔한 건 아닌 모양이다. 몰에 애를 데리고 이 시기에 나오는 것이. 물론 여기 아기들은 1주일만 넘어도 다 밖에서 낮잠을 재우니 외출 자체가 드문 건 아니지만, 이런 몰 산책 말이다. 좀 오래 집에 박혀있었더니 생각보다 답답했던 모양이다. 다녀오고 나니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은 걸 보니.

하나가 태어나고 나서 삶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내 성격의 단점도 나오고 반성하게도 되고. 옌스가 집안일에 있어 나보다 서툰데, 좀 더 꼼꼼하거나 빠릿하게 일을 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금 더 못해주나 하는 마음에 짜증이 났다. 생각해보니 사실 일을 그렇게 꼭 잘 해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을 내내 깔끔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내 페이스대로 해주지 않는 옌스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진짜 중요한 것, 즉 우리 관계와 우리 삶을 간과하고 별 것 아닌 것에 집중하는 격이 아니던가. 갑자기 옌스가 내 로맨틱한 대상인 남편에서 내 아이의 아빠로 변하면서 관계의 축과 동력이 다 바뀌고 옌스에 대한 마음도 많이 바뀌었다. 진짜 가족이라는 강력한 유대감 같은 것이랄까? 그 전에도 이미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그것이다.

외출을 하고 보니 그전보다 아기와 함께 있는 가족이 그렇게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 또한 커플이 단 둘이 온 경우를 보니 우리가 그랬듯이 눈과 몸짓에서 로맨틱한 사랑이 묻어나오는 게 눈에 띄던데, 우리도 그런 로맨틱함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6 thoughts on “출산 후 첫 공식 외출

  1. 와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아기데리고 병원한번 다녀올때도 아직 긴장이 되서 몰에 나갈 생각도 못하고 있어요. 아기가 울거나 힘들어하면 바로 들어올 수 있게 집 주변만 유모차로 가끔 도는데 (그것도 저희 엄마는 이 추운 날 갓난 아기를 데리고 나간다고 질색을 하시네요) 정말 신기하게도 잠을 깊이 잘 자더라구요. 아기가 태어나니 새롭고 신기한 일 투성이에요. ^^ 이제 다음주부터 mothers group시작해요. 저는 영어 그룹과 데니쉬 그룹 둘 다 일단 신청해놓아서-데니쉬는 거의 못하지만 가능하다면 데니쉬 엄마들 사이에서 좀더 이곳 컬쳐를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좀 더 외출이 잦아질 듯 해요.
    잠은 잘 주무시나요? 저는 초반 두주 정도는 우왕좌왕, 잠은 잠대로 부족하고 정말 예민했다가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요. 아기 목욕은 아직 거사치르듯이 하고 있고요. 우리 힘내요!

    • 하나가 특별히 까다로운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대부분의 경우 뭘 원하는지 빨리 파악이 되니까요. 밖에 추운데 데리고 나가면 잘 자지요? 저도 그게 참 신기하더군요. ㅎㅎㅎ 저희 부모님은 여기 와서 애들 밖에 유모차 세워두고 재우는 거 많이 보셔서 이해하시더라고요. ㅎㅎ 한국 기준으로는 놀랄 일이지요.

      전 덴마크엄마 그룹으로 선택했는데 좋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씩 볼 거 같은데 이번 주 첫 모임은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도 어떨지는 지켜봐야죠. 아직 평가하기엔 너무 일러서요.

      아직 밤중 수유가 세번정도 되서 잠의 질은 떨어지지만 열시정도에 잠자리에 둘고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니까 토막난 잠이 좀 벌충이 되더라고요. 저도 첫 두주엔 젖몸살에 수면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저도 모르게 예민해졌더라고요. 아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목욕은 의외로 쉽게 하고 있는데 첫날만 자지러지게 울더라고요. ㅎㅎㅎ 이젠 그냥 얌전해서 괜찮아요. 자주 하지도 않고요. ㅎㅎㅎ 그게 좋은 거 같아요. 😉

      힘내세요! 다음주엔 친구 만나러 외출하는데 남편 없이 외출하는 건 처음이 될거라 걱정 반 기대반 그렇네요. ㅎㅎ 외출이 좀 익숙해지시면 언제 한번 뵈어요. 화이팅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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