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 열흘째 되는 날인 월요일, 출산 병원인 헤얼레우 병원에 다녀왔다. 2016년부터 2018년 기간 중 태어나는 아이를 대상으로 선천성 심장기형에 대한 전향적 추적연구 (Copenhagen Baby Heart, http://baby-heart.dk/)가 이뤄진다고 해서 참가를 신청하였다. 첫 초음파 검사를 하던 날 해당 연구에 대한 안내자료를 받았는데, 출생 직후 탯줄에서 제대혈을 체취해 연구용으로 보관하는 것과 출산 후 약 일주일 되는 시점에 병원에서 정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었다.
덴마크에서는 매년 450명의 신생아가 선천성 심장기형을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중 70%가 성장과정 중 적절한 시점에 기형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선천적 심장기형을 안고 태어난 사람은 현재 22,000명 정도라 한다.
Copenhagen Baby Heart에 따르면, 이 연구는 얼마나 많은 신생아가 심장 기형을 안고 태어나는지, 연구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은 조기의 일상적인 심층적 초음파 검사가 신생아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 조기에 심장기형을 발견한 아이의 경우 장기적으로 추적검사를 하며 필요한 후속 진료를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선천적 심장기형이 어떻게 생애주기를 거쳐 발전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체취한 제대혈에서는 해당 심장질환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동의서를 읽어보니 보호자로서 우려할 수 있는 것은, 선천성 심장기형이 있다고 발견되었을 때 부모가 갖게 되는 심리적 우려였다. 우선 30%는 진료가 필요없는 경우인데, 이 또한 나중에 진행과정을 보면서 진료 필요 여부가 결정되고, 70%에 해당되도 즉각적인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치료를 해야 하기에 그 시점까지 부모가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옌스가 보건경제학자라 병원에서 진행하는 코호트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했고, 미리 심장질환을 알 수 있다면 그게 더 낫다라고 생각을 했기에 우리는 연구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론 출산한지 얼마 안돼서 병원을 가야한다는 것이 부담이긴 했으나 말이다.
열차로 두정거장 가서 버스를 타고 한 20분이면 가는 곳에 병원이 있는데 2시 반에 가기로 약속이 잡혔다. 1시 반에 집을 나서서 병원에 도착해 미리 수유를 하고 (검사 전 요건이었다.) 검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장 간단히 본 것 뿐인데 4시 반이 넘었다. 애가 있으니 뭘 해도 행동이 느려지게 돼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하나는 울지 않고 검사를 잘 마쳤고, 검사하는 중 기저귀에 큰 실례를 하는 소리를 내며 소노그래퍼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노그래퍼가 초음파 장비를 다루는 솜씨는 흡사 프로게이머가 마우스를 다루는 듯 하여 놀랐는데, 마침 옆에 있는 의사가 “당신처럼 장비를 빠르게 다루는 사람 처음 봤다.”고 말해서 내 놀라움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간에 하나가 약간 칭얼거리자 소노그래퍼가 새끼손가락을 입에 물려보라고 했다. 며칠전 집에 방문했던 건강방문사 (Sundhedsplejerske) 도 그렇게 하던데 싶어서 손가락을 물려보니 애가 젖을 물릴 때처럼 빨더라. 얼마나 강하게 빨던지 깜짝 놀랐다. 4주 정도까지는 공갈젖꼭지를 물리지 말라면서 애가 공갈젖꼭지로 살살 무는 것에 적응하면 힘들게 엄마 젖 안빨려 한다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을 물리는 트릭으로 하나를 진정시켜 무사히 검사를 잘 마쳤는데, 다행히 하나는 문제가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선천적 심장기형은 왜 발생하는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는데, 임신 기간 중 정밀초음파로 확인할 수 없는 기형이 많기 때문에 출생 후 확인이 된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은 소아과 및 흉부외과의 진료 및 외과적 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 관리형 질병이라고 한다. 의료 비용에 있어 자기 부담 비중이 상시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덴마크는 나라에서 의료비용을 전액 부담하기에 (약제비용은 자가부담 비중이 있으나 연간 부담 상한이 있어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나라에서 부담하며 처방이 빈번한 만성질환용 약품의 경우 처방 빈도에 따라 자가 부담비중이 경감되는 구조로 설계) 이런 관리형 질병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된다. 그 점은 공공의료가 참 좋다. (일부 질병의 경우 철저히 가정의-전문의-종합병원 순으로 철저히 이뤄지는 공영의료 시스템이 병을 키우게 된다고 해 공공의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나, 100% 공공재원으로 이뤄지는 공영의료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 (Cost effectiveness) 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갑자기 옆에서 자고 있는 하나가 꿈결에 까르르 웃더니 엄청 크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눈을 떠서 한번 더 씨익 미소를 짓더니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다. 언제 이렇게 웃는 법을 배웠는고? 아이가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익힐 때마다 감격을 하는 우리는, “예전에 이런 것에 감동하며 웃는 사람들 보고 나중에 나는 그렇지 말아야지…”했던 기억을 하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게 우습다.
첫 감기에 걸려 (심하진 않지만) 고생을 한 하나가 앞으로 크고 작게 아플 일은 많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 애가 조금이라도 아파 울면 마음이 영 좋지 않고 해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는게 마음이 힘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