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에게 페북 채팅방에서 나가겠다고 한 이후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슈까지 겹쳐서 중간에 낀 옌스도 스트레스를 일부 받았으며, 시누는 내가 너무 갑자기 확 터졌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고 있었고, 바로 그 주말에 하나와 내 발레 공연에 오기로 한 시누이와 큰조카를 봐야 할 나도 불편했다. 옌스와 크리스마스 관련해 대안 세개를 갖고 얼마만큼 솔직히 이야기할지, 내가 갖고 있는 마음속 갈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지에 대한 상의를 미리 한 뒤에 만났다.
공연이 끝나고 마치 아무일이 없던 것처럼 집에 잘 돌아와서 시누이와 큰조카는 하나방에 올라가서 약간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나는 점심준비를 하고, 시누이가 내려와서 옌스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간단히 회덮밥을 준비하기로 한 터라 준비를 금방 끝내고 밥 하는 동안 같이 거실에 앉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양쪽 모두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만이 아니라 시누이도 이러저러한 서운함이 있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서운함 또는 이슈 – 주로 나 – 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했다.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인 시누 남편과 관련해서는 시누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시누의 남편이 시누의 주변 인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오는 여러 갈등에 대해서 설명해주며 그게 우리 가족을 향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해 자신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골이 깊은 갈등은 아니었지만, 아주 조금씩 시간을 두고 쌓인 갈등이라 이렇게 터지기까지 오래걸렸고, 그래서 마음이 꽤나 오랫동안 불편하긴 했다. 그래서 이번 갈등의 폭발은 어찌 보면 필요했던 일이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면 잘라내고 끝내고, 갈등에 크게 마음 고생할 일도 없겠지만 가족이라 작은 일에도 상처가 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취약해지는 거겠지. 적당한 갈등의 표출이었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양쪽 모두 속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로간에 이러한 감정의 분출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 될만큼 각자 쌓인게 있었고, 그게 뚜렷한 갈등의 형태로 드러났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가족이기에, 그래서 소중한 관계이기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정의되는 순간 해결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각자 속내를 깊은 곳까지 들춰내 보일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감정이 다소 울컥해 눈시울을 적시며 포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해결해야 할 갈등은 터뜨려야 하는 것 같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도록 그 전에. 물론 양쪽 모두가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