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만 8주 + 하루의 하나에게

하나야. 엄마는 아기를 낳고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단다. 그래. 너를 낳고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진 않더라. 엄마는 너를 낳기 전까지 36년이 넘는 시간을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 살았는데 그게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니. 그래도 네가 태어나고 나니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더구나. 아마 그게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딱 하나 확 바뀐 게 있다면 내가 네 아빠와의 관계랄까? 결혼을 하고난 뒤 우리는 가족이라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피를 나눈 가족과는 다르다고 생각을 했는데, 너의 출산을 기점으로 놀랍게도 네 아빠가 내 마음속으로 더욱 더 확 다가왔단다.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말야.

엄마는 네가 처음에는 하나의 과업처럼 느껴졌단다. 잘 수행해 내야 하는 과업 말이야. 처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 모든 일은 효율적, 효과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인지라 육아마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단다. 네가 울면 빨리 왜 우는지 파악해서 해결해주고 싶었고, 기저귀 갈고, 목욕하고, 산책시키고, 토하면 치우고 등등 이런 일들을 최대한 잘 해결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걸로는 부족하더라. 네 아빠가 너를 다루는 모습에서는 효율성은 부족하지만 나와 다른 여유가 있어보였어. 그리고 어떤 날은 젖토한 것으로 엉망이 된 너를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서두른다는 것이 오히려 토한 뒤의 불쾌감으로 우는 너를 보듬어주기보다 치우는 데 급급하고 있었어. 소리만으로도 똥이 기저귀 밖으로 곧 샐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다른 날엔 똥 빨래를 최대한 피하고자 마음만 급해서 너를 눕히지 않고 한손으로 안아 바지와 바디수트를 벗기려고 하며 너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단다. 그럴 때마다 아차 싶었어. 어느 날 이런 저런 육아 글을 읽다가 갓 태어난 아기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말에 그거구나 싶었어. 엄마가 너를 인격체보다는 엄마가 수행해야 할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었구나 하고 말야. 이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너를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러면서 너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도 처음으로 엄마가 되다보니 하루하루 깨닫는 것이 많단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었어. 물론 그 말이 정말 말그대로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사람을 새롭게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말이겠지.

엄마가 너를 낳기 전에 보리를 입양해 키운 것은 참 잘한 일이었구나 생각해. 지금은 살고 있는 집의 조건상 보리와 함께할 수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고 계시지만, 그 경험이 없었으면 너를 키우는 게 한층 더 힘겨웠을 것 같아.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를 한층 낮은 수준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거든. 엄마는 한국에 가서 지내는 동안 네가 보리와 지내며 동물과 가까이 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알려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어.

세월호가 인양되서 항구로 옮기는 중이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만 해도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어. 그건 너를 임신하고 있는 기간중에도 마찬가지였단다. 지금도 여전히 완전히는 알 수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하루하루 너와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렇게 사랑과 공을 들여 키우는 자식과 20년이 가깝도록 매순간 조금씩 더 가까워졌는데 하루 아침에 차가운 물속에 잃어버리고 찾지 못하는 심정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로구나.

너를 키우다보면 아찔한 순간들을 상상하게 되는 찰나들이 있어. 너를 안고 걸어가다가 발에 뭔가 채여서 살짝 흔들린다거나 하는 찰나. 그에 걸려 넘어졌으면 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이 드는 거지. 집안일을 하는 도중 혼자서 목이 터져라 우는 너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바운서에 앉혀 부엌에 두고 부엌일을 하다보면 혹시 뭐가 떨어져서 너를 다치게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과민하다싶을 정도로 조심하게 되곤 해. 그러다가 아주 일순간 습관처럼 일을 하다 손이 기름병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아차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신을 차리곤 하지. 그러다 보면 네 아빠도 괜히 걱정이 된단다. 세상일이란건 정말 모르는 일이니까. 예전에 엄마, 아빠가 나보고 길조심 하라고 매일 이런저런 걱정어린 말씀들을 하실 때면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냐고 핀잔을 드리곤 했는데,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이해가 되는구나. 왜 어제 한 이야기인 것을 알면서도 또 이야기 하셨는지.

이번에 덴마크에 방문을 하고 가신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비행기 안에서 난기류에 기체가 흔들리는 순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셨대. 할머니가 “여보, 혹시 이 비행기가 추락이라도 하면 걱정되는 일이 있수?” 하고 물어보시자 할아버지는 “아니, 이제 해인이도 결혼생활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하나도 낳아 잘 기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아들, 딸 자식 모두 잘 살고 있어 걱정하는 거 하나 없소.” 라고 하셨대. 그리고 할머니도 그 생각이셨다고. 그 마음이 어떻셨을런지는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언젠가 나도 너를 보고 그런 마음이 들런지. 그게 진짜 너를 독립시키는 순간일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8주밖에 되지 않은 네가 벌써부터 엄마와 힘겨루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며 앞으로도 참으로 많은 밀고 당기기가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 어느새 부모와 너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며 요구사항을 밝히는 너. 이제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땐 너는 바운서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으로 룰이 정해졌고, 너는 칭얼거리거나 울음으로 젖을 빨아보겠다고 한 두번 시도를 해보지만 기다리라며 손을 뻗어주지 않는 단호함에 참고 기다리게도 되었구나. 방금 젖을 먹고도 저녁에 엄마를 찾는 너를 보며, 벌써 떼를 쓰기 시작하는 네가 정말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알게 된단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밀당을 하겠지만 너의 마음은 보듬어주면서도 네가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훈육은 놓지 않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 거란다. 서운한 순간도 많겠지만, 엄했던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잘 이해하는 나이기에 너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힘든 밀당을 할 거란다. 그 시기가 이렇게 일찍 온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란다.

오늘부터 썸머타임이 시작되었어. 컴퓨터 시계엔 8시로 되어있지만, 사실 어제까지 7시였던 시간이지. 내 앞에선 네가 자다가 지금 막 용을 쓰며 기지개를 키는구나. 매일 밤 수유하느라 세번은 깨지만 이젠 그게 크게 힘들지 않단다. 사람의 몸이 다 적응하게 설계가 되어있구나 싶어. 솔직히 일년이라는 육아휴직기간이 두려워. 공부로부터 손을 확 뗀 상태로 두 달이 벌써 지나가버렸는데, 앞으로 8개월 후 논문으로 잘 복귀할 수 있을런지 걱정도 되고. 그렇지만, 조금 더 네가 크고 나면 아주 조금이나마 여유가 더 생기고, 진득하게 앉아서 아티클이라도 읽을 시간을 확보하게 되면 그때 공부는 걱정하기로 하고 지금은 너에게 집중하기로 했단다.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하는 토막난 시간에 긴 호흡으로 집중하며 읽고 생각해야 하는 아티클은 정말 읽기가 어렵더구나. 그걸 다 잘 하는 엄마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신에 엄마는 신문과 텔레비전을 마음 놓고 보기로 했단다. 너 수유하는 시간과 다 먹고 젖토하는 지 지켜보는 시간 동안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지난 두달 간 엄마의 덴마크어가 한층 더 늘었음을 느껴. 그러다 보면 더 단어도 열심히 외우고 작문도 해보며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늘지만, 채우기 힘든 욕구를 쌓아두면 스트레스가 되니 우선은 그 마음은 한켠으로 미뤄두고 말이야.

이제 너도 곧 일어날 시간이 되었구나. 엄마도 배가 참 고프다. 너에게 젖을 먹이려면 엄마가 먼저 잘 먹어야 한단다. 오늘 하루도 같이 잘 해보자꾸나, 하나야.

 

하나의 베이비샤워 @ 베스터브로

38주차에 접어들었다. 예정일까지 3주도 채 남지않은 셈. 하루하루 컨디션이 다르다. 어떤 날은 앉았다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때 억소리나게 많이 아프기도 하다가, 어떤 날은 또 너무 멀쩡하기도 하고. 하나의 머리가 골반으로 내려와 고정되면서부터는 간혹 한쪽 다리 신경이 눌리는지, 걷거나 서 있다가 전기가 통하듯 찌릿하거나 저리기도 한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이를 보상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려 하게 되는데, 이게 허리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의하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고 바로 서면 뭔가 앞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는 듯 해 꼭 앞으로 기울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학교 잘 다니고 있고,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닌다. 오늘은 출산 전 할 거리 중 하나였던 머리자르기도 해결했다. 출산 후 3개월부터면 앞머리가 많이 빠진다고 해서 미용사가 긴 앞머리를 내줬다. 앞머리 안좋아하지만 나중에 생길 무수한 잔머리를 숨기려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많이 짧아져서 한동안 머리를 틀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난 주말엔 친구들이 베이비샤워 파티를 열어주었다. 이는 덴마크가 아니라 영미권문화지만, 이 친구들은 덴마크 친구들이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핀란드, 미국, 한국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친구들이라 베이비샤워를 하게 되었다. 영국으로 귀국한 친구의 생일파티에 모였을 때, 1월 중 베이비샤워를 열어주고 싶다며 괜찮겠냐고 물어보길래, 물론 좋다고 했다. 우리 문화의 파티는 아니라 영화로 본 게 다이고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만나는 데에 새로운 핑계는 언제나 좋고 하나를 위해 파티를 열어준다는 게 참 고마웠다.

호주에서 온 에밀리네 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이사한 지 일주일도 안된 집을 정리하고 수선하느라 엄청 바빴다고 한다. 유명한 건축사무소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친구인데 주로 특급호텔과 레스토랑 건축+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다. 평소에도 미적 센스가 탁월한데, 감각도 감각이고 여기저기 이쁘고 세련된 것을 많이 보는 경험이 더해져 그녀가 지내는 집마다 참 디자이너답게 센스있게 꾸민다. 주중엔 일하느라 정신없었는데, 가구 조립에 짐 풀고, 여기저기 수선하느라 얼마나 바빴을 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저것 먹을거리며 케이크와 쿠키, 음료 등 어찌나 다양하게 준비했던지 깜짝 놀랐다. 그냥 차에 케이크나 쿠키 같은 거 먹을 거라는 기대에 갔는데 너무 융숭한 준비에 정말 놀랐다. 주말 오전 11시 반까지 준비하느라 얼마나 정신없었을런지… 집안 장식까지 말이다. 모든 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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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완전 감격! ㅠㅠ

호스트인 에밀리가 따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초대하라고 해서 미국에서 온 친구와 한국에서 온 친구는 내가 따로 초대했다. 우리 문화가 아닌 영미권 문화 파티라 다른 한국 친구들을 초대하기엔 약간 애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한 한국 친구는 고등학교부터 오랜기간을 미국에서 지내서 베이비샤워라는 컨셉에 익숙할 것 같았고, 다른 친구들과도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초대했다. 약혼자네 가족 방문차 영국에 갔을 때 영국 근위병이 그려진 옷을 샀다며 손수 뜬 아기 양말과 함께 선물해주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그 작은 양말 두개에 들어간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다.

베이비샤워를 열어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뭔가 선물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적여봤다. 역시나 Thank you gift 같은 걸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되어, 뭐가 좋을 지 고민을 했다. 베이비 샤워라는게 아기에게 선물로 샤워를 시켜준다는 의미이니 뭔가 샤워와 연관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의 스윗한 마음을 고맙게 여기며 친구들의 샤워를 스윗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로 달콤한 향이 나는 샤워오일을 준비했는데,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남아공에서 온 폴로소는 감정이 풍부한 예술적인 친구인데, 그 이야기에 괜히 눈물이 난다며 눈가를 훔쳤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다보니, 거의 다섯시간을 앉아서 있었던 것 같다. 임신전보다 7킬로나 불어 제법 동글동글해진 얼굴에 웃음이 떠날 새가 없었다. 선물을 열 때는 얼마나 두근두근대던지. 🙂

이렇게 행복하고 기억에 남을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들에게 모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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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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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온 마리아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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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푸드와 음료, 케이크와 빵 등 다양한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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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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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고 쓰기엔 작지만, 하나에게는 완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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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정말 고마워!!!

산파 면담기

아침부터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나섰다. 산파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자전거로 7분거리에 있는 겐토프트병원에서 면담이 예정되었는데, 응급실 말고 제대로 가본 적이 없는 병원이었던 터라 내부도 궁금했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내 담당 산파는 젊은 여성이었다. 경력은 어느 정도 있는 듯 안정된 모습이었고 침착한 성격으로 보여 앞으로 함께 할 출산의 여정을 맡겨도 괜찮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약 30분간 인터뷰와 촉진을 했는데, 주로 임신 경험 (임신까지 걸린 시간, 입덧, 체중 변화추이, 기타 힘들었던 사항) , 유전관련 참고사항 (가족병력 – 당뇨 등을 포함해), 생활 습관 (흡연, 음주, 운동, 식이요법, 영양제 복용), 출산에 대한 희망사항 등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촉진으로는 자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또한 의료 정보에 대한 제공동의, 내 응급상황의 보호자 정보 수집, 응급상황시 연락할 곳 안내 등이 이뤄졌다.

임신 경험

6주~14주 사이의 입덧으로 4킬로 빠진 걸 제외하면 내 임신경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입덧 기간 중 먹은게 없어 움직이지 못하니 근손실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 전에 축적해둔 근육이 있었고, 입덧이 끝나자마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시작하며 체력을 조금씩 다졌다. 발레도 시작해서 잃어버린 근육들의 흔적을 찾아헤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집 나간 근육들이 다 돌아오진 않았다.) 몸에 근육이 있어야 나오는 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릴렉신이란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 가동범위가 늘어나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살이 한번에 과도하게 찌지 않아야 해서 운동하라는 것도 있지만, 근육 운동도 하라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단다. 살면서 항상 배에 긴장감을 주고 지내왔는데, 그 긴장감을 한번 풀어보니 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여하튼 운동이 체력을 키워준다는 말은 임신과 상관없이 맞는 말인 모양이다. 물론 운동의 선택에 있어 제약은 따르지만.

우리는 임신을 계획하자마자 했기에 인고의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고, 한국에서 미리 하고 온 산전 검사에서도 내 난소의 기능이 20대 중반의 기능이라 했던 것처럼 1차 초음파 검사 결과 기형아 발생 확률도 1/4000을 훨씬 밑돌았기에 큰 걱정 없이 임신기간을 보내왔다. 체중도 이제야 입덧기간 중 빠졌던 체중을 회복했는데, 22주에 4킬로면 정상적이라고 듣고 왔다. 기타 사항은 약간의 치골통이 있는 것? 서서히 좀 아프긴 하지만, 남들 다 겪는 일이니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유전관련 참고사항

당뇨를 포함해 각종 유전병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당뇨병이 있고, 아빠는 엄청 체중을 관리하시는데도 위험군에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시기에, 아마 나에게도 당뇨병 유전인자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점 이야기 했는데, 1형 당뇨병이 아니면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엔 유전관련 위험인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생활습관

옌스나 나는 생활습관은 좋은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흡연과 음주 등 안좋은 것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사실 임신 이후 샴페인을 총량 기준으로 2잔 정도 마셨다. 친구 결혼식과 우리 결혼기념일 저녁식사때 반 잔씩,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서 야외에서 한 잔을 마셨으니. 산파 왈, 한달에 1~4잔 이내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권장사항은 안마시는 것이니 그 점 알아두라했다.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2잔 정도 마셨음을 다 컴퓨터에 기록해두었다. 흠흠.

운동양은 적당하다고 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극한의 운동 및 몸에 충격을 꾸준히 주는 승마와 같은 운동만 제외하면 다 좋다고 한다. 자전거든 발레든 향후 체형의 변화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라질 텐데 그 정도를 감안해 강도나 양을 조절해주라는 것만 잊지말라고 했다.

영양제 복용 문제로 갔을 땐 내가 좀 부끄러워 했는데, 사실 비타민을 열심히 먹는 편이 아니라 이실직고하는데 왠지 꼼지락거리게 되었다. 특히 철분은 변비가 너무 심해서 복용을 시도하는 자체가 무섭다고 하자, 철분제제마다 변비 유발 정도가 다르니 영 안맞으면 다른 것을 먹어보도록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해서 우선은 복용해보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유는 어쩌냐 해서 많이 마시고 있다 하니, 잘 하고 있다며, 애는 알아서 다 필요한 만큼 칼슘을 다 빼가니까 애와 상관없이 나를 위해 마시라고 했다. 또한 내 피부가 태닝되었기에 광량이 부족하기 시작한 요즘시기부터 충분히 태양광을 흡수하지 못해 비타민 D 소요량만큼 충분히 생성이 안될 것이라며, 이 또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관련 희망사항

혹시 출산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 바 있냐고 해서, 우선은 에피듀럴 없이 자연출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회음부가 찢어지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낮춰보려고. 그리고 고통은 심하더라도 출산을 좀 빨리, 자궁의 수축 리듬에 따라 힘을 줘가며 수월하게 해보고자 함이었다. 자연주의를 추종하고 뭐 그런거랑은 상관없이, 내 몸이 가장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촉진

누워보라며 배를 이래저래 만져보더니 자궁의 위치와 크기가 적당하단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냐하니,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거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이틀 전 헤얼레우 병원에서 들었던 아기 심장소리를 한번 더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들은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고, 조금 옆으로 이동해 들어보니 아기 심장소리가 들렸다.

응급상황시 

응급상황시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받았다.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았고. 지금부터는 매일매일 태동을 느끼는 게 맞고, 하루라도 태동을 못느끼는 날이 있으면 그 또한 응급상황이라고.

임시 또는 최종 이름

옌스가 저글링클럽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어 공부 복습을 하다가 ‘유레카’하는 순간이 있었나보다. ‘하나’라는 이름 어떠냐고. 첫째기도 하고, 두음절 이름에다가, 덴마크에서도 쓰는 이름 (그러나 아주 흔하지는 않은) 이며, 약간은 이국적이기도 한 이름이라고 한다. Hanne면 완전히 덴마크 이름인데 Hannah면 약간 이국적인 스펠링이라, 검은 머리 아기일 우리애에게 적당한 이름이라며. 또한 ‘한’이라는 글자가 한글, 한국을 뜻하기도 하니 아주 적합하지 않냐한다. 나도 매우 공감하며, 우선 이 이름으로 아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간 부른 ‘아기’라는 태명이, 실제 덴마크 이름 (Aggi) 으로 존재한다. 이 사람은 평생 아기.)

내 생각에 아마 태명이 아니라 정말 이름이 될 것 같다. 🙂

앞으로 11월에 또 산파를 만나서 그때는 임신중독증 및 임신성 당뇨 등을 검사하게 될텐데, 그 때는 내 배가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목요일이 또 거의 다 지나가며 주말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