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직장 찾기 / 동태적 최적화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 이는 한번 찾았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나와 직장,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동태적최적화 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 22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내 인생의 절반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낸 것과 마찬가지이니 직장생활은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그리고 깨어있는 시간의 가장 큰 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니 진정 중요한 요소이다.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기까지 여러번의 실패하는 관계를 토대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다면, 직장도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기까지 여러번의 실패를 겪어야 하는 것 같다. 실패가 쓰린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서 다음에 더 좋은, 알맞는 선택을 한다면, 그래서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가볼가치가 충분한 길이다. 간혹 어떤 부분에서는 맞는 배우자나 직장을 찾고서야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알게 되기도 하니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또 처음에는 안맞았다가 맞게 될 수도 있고, 맞았다가 안맞을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이 직장을 잡았을 때만 해도 전 직장에서 겪었던 내적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불안한 마음이 내 속 깊은 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잘 하고 싶었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빨리 아는 게 많아져 문제를 척척 해결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일의 성격이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호흡이 긴 프로젝트들에 새로운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분석해 발간, 발표를 해야했다. 끊임없이 배워야 했는데, 복잡한 것들이 서로 얽혀있어 그 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허우적대다보니 작은 분야지만 이해도도 조금씩 늘어나고 더이상 빠져죽을 것 같은 느낌은 없어졌다. 누가 나에게 내 프로젝트를 물어보면 답을 하고 나눠줄 수 있게 되었고, 작게나마 도움도 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워낙 방대한 분야이기에 배울건 태산이지만, 물어볼 수 있는 동료들이 더이상 부담스러운 대상이 아니고 지식을 공유받을 수 있고 스파링도 할 수 있는 진정한 동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을 진정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고, 회의를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손에 쥐게 되었다. 내 직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며, 내 동료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도 부끄럽지 않게 되도록 성장하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의 방향을 맞춰가며 발전시켜가고 있으며, 일할 수록 도태된다거나 하면 어쩔까 하는 쓸데없는 불안함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전에 언급했듯 내가 내 직장과 잘 맞느냐는 것은 동태적최적화 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라 이 마음은 내가 변하든 환경이 변하든 하는 과정에서 그 방향이 어긋나면서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지금의 상황을 누리련다.

시간은 흐르는데 머리는 복잡하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2월이 다 가고 있다. 어쩌면 시간은 이리도 잘 흘러가는지. 올 한해의 1/6이 거진 다 지나간 거 아닌가? 시간이 나이에 비례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하더니, 내 나이 마흔에 맞춰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인생의 전반전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구나.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것도 거의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포옹을 나누지 않은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언제 그렇게 포옹을 나누며 살았다고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데 가까운 품을 내어주고받지 않는 지금이 매우 어색하고 아쉽다. 제대로 인사나누지 못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포옹을 나누기에는 혹여나 있을 지 모르는 감염위험이 두렵다. 거리를 확 두는 것도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건 부담스럽다. 내가 옮을까봐서라기 보기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는 상황이고 각자가 어느정도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걸릴 수 있는 지 모르는 상태라 내가 옮기든 상대에게 옮든하는 상황이 혹여나 생길까봐서이다.

내 인생은 표류하고 있다. 정확히 뭘 원하는 지 모르겠다. 우선 지금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등 따숩게 잘 수 있는 집이, 단란한 가족이 있고, 먹고 입는 것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아이는 쑥쑥 잘 자라고 있으며,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을 다녀와 한국어에 관심과 자신감이 조금 늘었다. 그러니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제적 자립이 요원하다는 게 마음을 조금 불편하게 한다. 누가 번 돈이면 어떠랴하고 쿨하게 생각하면 좋은데, 그래도 그렇지가 않다. 너무 힘들다고 관둔게 너무 배부른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들면서도,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생활했을텐데 그게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마음도 한켠에 든다. 내가 새로이 벌인 일들에도 좋은 것과 아닌 것들이 섞여 있는데, 경제적인 요소에서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혹여나 내가 전공했던 일들로 돌아가고 싶어진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서 기웃기웃 채용공고를 들여다보고 지원도 하게되는데, 지원 가능한 것들은 대부분 내가 관둔 일과 비슷한 프로필의 일들이라 그게 내가 원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에 망설이게 된다. 솔직히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닌 것인데… 내가 원하는 것일거라 생각해서 뛰어들고 보니 그렇지 않은 시행착오를 자꾸 겪으니까 앞으로 나아가기 망설여진다. 다음 걸음이 또 잘못된 걸음이면 어쩌지? 그게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을 너무 어렵게 하면 어떻게 하지? 등등 생각이 많이 든다. 벌여놓은 일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고 인생의 판이 확 바뀌고 나니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등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절대, 완전히 등과 같은 말은 섣불리 쓰지 말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 전에도 몸을 쓰고 내 눈 앞에서 결과가 보이는 일들이 재미있었는데, 배운 게 아까워서, 돈을 잘 벌기 어려워서 또는 힘들어서 시도해보지 않은 일들이 많았는데, 그걸 지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발걸음을 내딛지는 못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천천히 표류하듯이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조금 더 해봐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