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었던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전체 공공부문에 해당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중앙정부는 점심시간 30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구내식당은 회사의 지원이 어느정도 있어서 1인당 대충 6천원 언저리를 내면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하는 형식이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도 꽤 된다. 여기서 도시락이라 함은 꼭 다 완성된 음식을 싸오는 것 뿐 아니라 오이, 당근, 토마토, 햄, 치즈, 아보카도, 후무스, 버터 등을 회사 냉장고에 두고 자리에 둔 호밀빵을 가져다가 필요한 것을 얹어 먹는 식의 것도 포함한다.
우선 점심시간이 30분에 불과하기도 하고, 이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기도 하니 대부분 구내식당에 내려가서 같이 먹는게 일상이다.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나누는데 각자 일상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된다. 배우자와 파트너 이름과 직업, 아이들 이름, 나이, 취미는 뭐고, 주말엔 뭐 했고, 뭐 할 거고, 휴가엔 뭐할 건지 등등 서로 시시콜콜 다 안다. 한국같았으면 ‘어떻게 이런걸 물어보지?’ 싶은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too much information이라고 할법한 것도 이야기해준다. 아마 이런 시간이 “회식”이라는 것 없이도 직장생활의 단합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전직장에서는 간혹 이 점심시간이 부담스러웠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다양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이 난무하는 점심시간은 당시 큰 구내식당의 엄청 울리는 어쿠스틱과 함께 덴마크어 리스닝 시험과 같은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이다. 내 왼쪽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던 왼쪽 사람이 갑자기 오른쪽에 앉은 나를 보며,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음… 나 소리가 잘 안들려서 뭔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네?”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왼쪽 오른쪽, 맞은편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공을 튀기듯이 무질서한 탁구같은 대화를 하는 상황에 나는 뭐를 받아쳐야할 지 몰랐다.
일이 바쁘던 때면 간혹 점심을 책상에 갖고 와서 식사하던 센터장을 보면서 나도 간간히 그랬고, 그게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렇게 식사를 갖고 와서 책상에서 먹곤 했다. 그당시에만 해도 뭘 물어봐도 되는지, 뭘 물어보면 안되는지를 몰랐기 떄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뭘 물어보면 안될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 물어보면 되는 거였다는 생각이다. 서로에 대해 시시콜콜이 다 알고 있는 그들에게 그게 사석에서 친해서 그런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나는 안물어봤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었던 거다. 간혹 내가 생각하기에 안물어보는게 맞을 것을 물어보는 그들을 보며 취조당하는 기분도 가졌는데, 같은 질문을 지금 들었으면 아마 그런 생각 안하고 흔쾌히 다 답을 해줬을 것 같다.
즐거운 점심 식사/수다시간. 특별히 회의가 겹치거나 하지 않는다면 함께할 것을 기대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익숙해진다면 사실 동료들과 정말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