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솔직함, 신뢰는 자유를 준다.

작년 심리상담을 마친지 어느 덧 일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마음 깊숙히 간직하고 있는 가르침/깨달음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괜히 짐작하지 말라.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믿되, 혹여나 그게 전혀 상황과 맞지 않아 믿기 어렵다면 직접 물어보라. 그리고 그걸 믿어라. 각자가 말하는 내용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 그걸 말하는게 두렵다면, 그 조차도 표현하라.
  • 타인은 내 행위를 평가할 수는 있지만 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나는 그 상황에서 그 타이밍에 판단한 바에 따라 행동한 것이고, 그게 나를 온전히 정의할 수 없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거지만 이걸 믿고 행동하는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걸 믿고 행동함에 따라 나를 좀먹던 불필요한 에너지가 사라졌다. 이곳에서 이렇게 행동해도 되나? 이런 불확실성이 사람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데, 그럴 것 없이 이렇게 해도 되냐고 주변에 물어보면 된다. 물어볼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내가 판단한 최적의 행동을 하면 된다. 뭔가 진짜 문제가 된다면 누군가가 저지하거나 언질을 줄 것이다. 또 언질을 받는다면 부끄러워 할 것 없이 행동을 수정하면 된다. 나는 그 상황에 최적의 행동을 하고자 노력한 것이니까. 이런 말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가 있다. 우선 내가 상황과 상대방에 대해서 선한 의도로 내 가치에 비춰 부끄럽지 않게 행동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전제가 되면 나는 떳떳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솔직함이 요구된다. 이에 더불어 상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상대도 선한 의도로 접근한다고 우선적으로 믿는 것이다. 대화의 과정에서 선한 의도가 아님이 드러나면 그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거나 그에 맞춰 행동한다. 사실 이는 익숙해지기 전까지 꽤 많은 연습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대화에서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는 – 물론 상대가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경우도 있겠지만 – 나 스스로 내 안에 해소되지 않는 갈등이 있어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되지 않고 싶은 것,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내가 내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괴리가 있어 내적 갈등이 있는데, 이를 누군가 어떤 형태로든 건드린 것 같다고 판단되는 순간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상한다. 사실 상대는 그걸 일부러 건드린 것도 아니고, 내가 마음에 갈등만 없었다면 크게 문제없이 넘길 수 있는 사안이었을수도 있는데 말이다.

해소되지 않는 갈등은 해결하던 상황을 받이들이던 하면 된다. 타인의 의도가 나쁜 것 같으면 속으로 기분나빠하지 말고 그런 의도냐고 물어보면 되고, 의도가 나쁜 게 아니었다면 그냥 내 생각을 답하면 된다. 답하기 싫은 거면 답하지 않으면 된다. 상대의 속을 읽으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눈치”게임이 우리를 평생 힘들게 해왔다. 눈치를 버리니까 마음의 평화와 자유가 찾아오더라. 타인의 눈치를 안보고, 타인이 좋게 이야기하면 좋은게 좋은 거지가 아니라, 정말 좋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남과 다르고 나라면 그렇지 않을텐데 하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소통하자.

남편과 싸우는 이유

남편과 크게 싸우는 일은 없어도 간간히 짧게 투닥거릴 일은 생긴다. 주로 내가 팩 하고 성질을 내는 경우이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왜 성질을 내나. 이는 자격지심과 동서양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의 버무림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내가 부족하다 스스로 느끼는 부분에 대한 주제를 (내가 느끼기에) 내포하고 있을 때, 그리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뭔가 시사점이나 의도를 (역시 내가 느끼기에) 내포하고 있을 때 나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며 팩 성질을 부리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 옌스라고 이기적인 생각이 없겠느냐만 이는 대체로 이타와 중립을 선택함에 있어서 중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에서 이기적인 거고, 나는 중립과 이기의 선택에서 이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에서 이기적인 것이기에 둘 간에는 차이가 있다. 이 이기적인 마음을 나라고 좋아하는 건 아닌데, 상황에 따라 자기합리화도 해가며 이기적인 선택을 하곤 하니 이는 내 숨기고 싶은 성격이다.

오늘 좋은 날씨, 시주모님과 함께 아파트 정원의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테이블이 딱 두개가 있는데 혹여나 이 좋은 날씨에 자리가 채일까봐 약간 부족한 찬거리를 장보러 가기전에 자리를 맡고자 했다. 삼십분 후면 상을 차릴 거라 크게 무리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옌스가 하나랑 잠시 화장실에 들르러 집에 돌아온 김에 테이블보와 살라미를 썰어먹을 도마릉 미리 갖고 내려가라고 했더니 그렇게 미리 갖고 가기 그렇다는 거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미리 테이블을 맡으연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걸 갖고 한 몇분 투닥거려도 결국 매번 그렇듯 옌스의 화해의 제스쳐로 별 일 아닌 듯 일은 마무리 되었다. 옌스는 바람도 많이불고 그 남은 삼십분동안 자기와 하나, 시부모님은 놀이터가러 자리를 비울텐데 그것만 거기에 덩그러니 두기 그래서 그랬다 말하는데, 그것까지 듣고 났더라면 그렇게 팩 하지 않았을 것을 나혼자의 자격지심에 갈등을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이래저래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관계에서 내가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조심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야겠다 느낀다. 넘고짚고 오해하고 불필요하게 상처받고 주는 일은 줄여야겠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부대끼는 시간도 많고 서로 잘 안다하는 생각에 더 넘겨짚고 오해하게 되는 것 같다. 더 조심하고 아껴야지.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