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손이 조금씩 여물어간다고 해야할까? 소근육의 발달이 느껴지는 것이, 아이가 뭔가를 해낼때 기존보다 훨씬 미더워졌다. 덕분에 나도 조금 더 여유롭게 아이가 뭔가를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고, 그게 실패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빈도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순간에 애가 뭘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허락을 수월히 해줄 수 있고,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해도 되는 활동들의 범위가 늘어났다.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되는 것이 늘어나서 순간순간 깜짝 놀라곤 한다.
하지만 또 동시에 아이가 어린 아이처럼 구는 순간들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 침대로 기어들어와 십분동안 잠을 더 자는데, 그때 내 품으로 파고드는 순간. 학교에 애를 데리러 가면 나를 향해 달려와서 펄쩍 뛰어 나에게 메달리며 안기는 순간.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을 때 대성통곡을 하면서 방에 들어가서 울고 있는 순간. 이런 때면 아직도 어린 아이같은 면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사회성 측면에서도 크게 발달했음을 느낀다. 친구들에게 밖에서 나무 타고 놀자고 제안했는데 – 자주 하는 놀이이다. – 그 중 한명이 나뭇가지에서 미끄려져 떨어지며 손목이 부러져서 깁스를 했는데, 잠자리에 들어 불끄고 자기 전에 갑자기 자기가 가책을 느낀다며 자기가 놀이를 제안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어머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책임을 고려하는 모습에서 참 성숙해졌음을 느꼈다. 그냥 그건 사고였을 뿐이라고 해줬다. 마음이 아플 일이긴 하지만,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라고. 다른 친구가 제안한 술래잡기놀이를 하다가 혼자 네가 넘어져 다치면 그건 그냥 사고일 뿐이지 친구의 잘못이 아닌 것이랑 똑같은 거랑 똑같다고 말해줬다.
아직도 대성통곡을 하며 별것 아닌 일을 일부러 드라마로 만드는 순간도 있지만, 또 어른들이 필요에 의해 결정한 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할 때 빨개지는 눈에서 눈물을 꾹 참고 벌개진 얼굴로 받아들이는 때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상황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늘고 있음에서 성숙함이 느껴진다.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고, 타인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자기 객관화를 하는데에서도 성장이 느껴진다. 매일 청소년 뉴스를 시청하며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따라가고 있고 – 뉴스 좋아하는 부모의 아이라 – 자신 나름의 의견을 갖고 우리 일상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쇠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나, 요즘 사회에 서서히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마약 문제, 크리스마스 트리를 진짜 나무를 베어오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플라스틱 나무로 쓰자고 하는 거 (이게 더 좋은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등등 나름의 견해를 갖고 토론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제 만으로 아홉살이 되기까지 두달이 채 안남았는데, 이미 내 손을 많이 떠나간 아이를 보며 시간이 새삼 빠르게 흘렀음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시간의 삼분지 이만 지나도 거의 어른에 가까워졌겠지. 매년 애가 얼마나 클 지, 어떤 변화를 겪을지 정말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