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부터 초여름인 지금까지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가뭄의 무서움을 알지만서도 특히나 춥고 비가 많이 오던 봄을 지나고 맞은 햇살 좋은 기간이라 개인적으로는 좋기도 하다.
해가 쨍쨍하게 좋은 기간이 오기 전에 할 일이 있다. 바로 테라스에 기름칠하기. 해가 쨍쨍하기 전에 해야하고, 비가 오지 않는 기간에 해야하기에 대충 부활절 기간이 기름칠하기가 제일 좋은 때인데, 이때 한국에 다녀온지라 돌아와서 해야했다. 최적의 날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하긴 했다. 이제 벌써 세번째 하는 거라서 일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손에 익었다. 오랫동안 관리안한 테라스를 관리하는 건 힘들지만, 관리가 잘 된 테라스를 관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번의 작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한번, 새로 이사와서 한번 기름칠 할 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작년에 힘들게 하고 나니까 올해는 훨씬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특히나 지어진지 오래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살면서 여기저기 손질할 곳이 생긴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붕도 갈아야겠지만, 이처럼 크고 보험을 들기위해 자격증을 소유한 사람을 고용해서 해야하는 것은 빼고 나머지는 직접 할만한 일들이 많다. 한국같으면 무조건 남에게 맡겼을 일이겠지만, 인건비가 특히나 비싼 이곳에서는 할 수 있는 건 자기가 하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와서 처음 해본 것 중 하나는 미장일이다. 정원에 두줄짜리 낮은 블록이 우리집 테라스와 공유지 사이 공간을 나누고 이 공유지가 장미과 나무로 된 담장으로 시작된다. 뿌리들의 부피가 커져서 블록을 테라스쪽으로 밀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이 블록들 사이를 채우던 모르타르가 이 힘을 못견뎌 블록들이 더이상 같이 붙어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게 되었다. 아이가 밟고 돌이 굴러 넘어질 수도 있고 해서 이를 고쳐야했는데, 그게 내 첫 미장 작업이었다.
미리 배합된 모르타르를 사서 작업 했는데, 빠르게 마르는 모르타르를 산 것이 흠이었다. 나의 낮은 작업속도를 생각하면 그렇게 빨리 마르는 것을 사면 안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물을 얼마나 배합하면 되는지 써있긴 했는데, 이게 대략 얼마다 이렇게 나와있고, 작업하는 표면이 너무 젖어도, 말라도 안된다는데, 그게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시행착오끝에 잘 하긴 했는데, 대충 어떻게 해야한다는 느낌을 알듯말듯한 정도의 경험을 쌓았다. 그 다음 작업은 우리 카포트 기둥을 바치는 밑돌이 금이가 있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아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얼른 작업을 했는데, 금속과 블록을 결합하는 수리에 필요한 것을 모르타르를 사다가 작업했다. 거푸집을 만들고 했어야 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결국 거푸집 없이 원하는 결과를 내긴 했지만 이상적이지는 않은 작업과정이었다.
이번에는 나무로 된 외벽과 벽돌벽 사이의 매지를 교체하는 작업. 오래된 매지를 제거하는 것도, 이를 채우는 작업 모두 큰 작업이었다. 채우는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절반정도 끝나서 이 일에 필요한 경험치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종류가 다른 자재 사이에서 이를 묶어주는 재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매지가 다른 것보다 빨리 수선을 요하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일은 제거하는 작업도 그렇고, 채우는 작업까지 모두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었다. 물론 일도 힘들지만 머릿속으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실패 가능성을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직으로 매지를 채우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처음엔 중간에 포기하고 전문가를 불러야하나 생각을 하기도 했는게, 잘 붙지도 않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모르타르에 수분 함량이 조금 너무 많았고, 작업을 아래부터 해 올라가야 했는데, 위에서부터 해서 내려오려고 했던 점이 초기 난관의 원인이었다. 옌스에게 아무래도 전문가를 불러야할 것 같고, 벽돌 사이 몇군데 매지를 수선해야 하는데, 그것이나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은 수리작업을 통해 세로 매지 작업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고, 포기하기 전에 한번 다시 해보자 하고 한 게 성공이었다. 작업을 통해 깨끗이 작업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리 시작했고, 모르타르가 그렇게 위험한 자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혹여나 어디 튀고 떨어지면 물로 닦아낼 수도 있고 또 염산을 이용해서 닦아낼 수도 있다. 애초에 어디에 튀지 않게 하고 깨끗하게 작업을 할 수는 없고, 정리해가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뭔가에 대해 잘 모를때면, 이 무지가 초래할 결과도 잘 모르니, 그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 대상 자체가 무서워지곤 한다. 모르타르가 무서운 건 그래서였다. 흙도 잘 모를 땐 무서워했는데,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흙에 대해 덜 무서워하게 된 것처럼 모르타르도 비슷하게 되었다.
우선 자세히 연구를 하자.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시작하자. 잘 안되면 어때. 다시 하지뭐. 안되면 그땐 전문가를 부르자. 무서움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알면 덜 무서워진다.
집은 내가 가꿀 수록 구석구석 더 좋아지는 모양이다. 매지를 바꿨더니 바꾼 매지마저 좋아하게 되니 말이다. 사실 작업이 꽤나 힘들었는데, 내가 아주 나이들어 이런 걸 못하게 되는 때가 아니라면 이렇게 조금씩 배워가는 스킬로 집을 가꿔가면서 더 손떼 묻은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