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사람들과의 교류

클라이밍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클라이밍이랑 상관없이 다른 스포츠도 그럴까?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어느 것도 답은 없지만 클라이밍을 하면서 특히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가 늘어났다. 내가 잘 안풀리는 문제를 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저런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접근하나 싶었던 문제를 누군가가 용을 써가면서 하고 있으면 괜히 응원도 해주게 되고, 그러다가 보면 간혹 작은 대화도 하게 되는 듯 낯선 사람과의 교류가 늘어났다.

한국보다 덴마크는 낯선사람과의 인사나눔이 상대적으로 흔한 편이다. 여기도 예전보다 그런 교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길에서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 있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가벼운 미소를 띄어주는 것이 여전히 흔하고, 이제 나도 그에 맞춰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미소를 활짝 띄어줄 수 있는 순발력을 확보했다. 예전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그렇게 빠르게 미소를 짓기에 얼굴 근육도 마음처럼 따라주질 않았고, 애초에 그 순간을 잘 예측하지도 못했다면 이제는 그게 익숙하달까? 모든 건 연습이다.

이제 클라이밍짐에 가면 그런 식으로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과 간간히 마주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대화도 하고 같이 문제도 풀고 하게 된다. 원체 클라이밍이 재미있어서 혼자 가는 것도 상관없긴 했는데, 그런 식으로 낯선사람과의 사회적 교류가 있다보니 곁가지로 새로운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깊은 교류가 없이 그냥 취미만 공유하는 낯선사람과의 가벼운 관계는 즐겁다. 가까워지기 위한 대화나 탐색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그냥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이미 딱 정해진 대화라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그런 관계가 지속되다보면 또 새로운 친구가 생기게 되기도 하고. 주제 탐색에서 진빠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사람과의 교류가 그리 좋기만 하지는 않은 나라 외향적인 듯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사회적 요소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내가 참 외향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다양한 깊이의 인간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럴 때 보면 참 다행스럽다.

일상의 기록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서야 내 부모의 훌륭함을 느낀다. 게을러지고 싶은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조차 꾸준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내 그리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끈의 끝자락을 놓지는 않고 있다고는 하겠다.

바쁘다는 이유로 기록을 게을리했는데, 작은 하나하나 게을리하는 게 모여서 큰 게으름이 되는 것 같아 짧게라도 흔적을 남겨야겠다 마음 먹었다.

오늘 날이 좋다. 어제는 우박도 떨어지고 비도 엄청 왔다가 잠깐 해도 떴다하며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차가운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어제는 추석이었는데 여기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가족이 그립다고 이야기하기에 내 주변에 떠들썩함이 없으니 딱히 그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어쩌면 일주일이나마 잠깐 방문을 할 계획이 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부모님이 오고 가신지 오래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너무 적어진 것 같다. 내 발등에 떨어진 일들 때문인 것 같다. 해야할 일이 많을 때 사람들과의 교류를 줄이는 건 오래된 습관이다.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다. 줄이다 못해 거의 끊어지게 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보다 사람 관리를 못하게 된 것 같다. 내 인생의 중심이 사람에서 내 현재 생활에 뿌리를 내리는 것으로 옮겨진 것일테지. 그렇다고 뿌리를 내리는 일에 아주 몰입한 것만도 아니다. 요즘처럼 게으름이 다시금 움트고 있을 땐 죄책감 반 의무감 반으로 마음이 버무려져 다른 일에 손을 데기가 참 힘들다. 정신차려야지.

오늘 할 일이 있는데 이를 미루고 늦잠을 자다가 쨍하게 파란 하늘을 보면서 이를 못누린다 불평하며 이도저도 못하고 있구나 싶었다. 지금의 내 삶을 놓고 보면 부족함이 하나 없는데 뭐에 이렇게 움츠러 들었는지. 한동안 실천하던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조차 전에 실행하기” 원칙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운동을 줄여서 그런가? 덴마크어 학원을 다니면서 운동에 할당하던 시간이 애매해졌다. 어떻게 이 모든 일들을 조율해나갈 지 생각해봐야겠다.

이제 해야 할 일들을 조금 처리하고 난 후 하나를 데리러 가야겠다. 애를 보는 게 힘든 면이 있기야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있다면 하나를 낳은 것이다. 이제 이틀이면 20개월이 된다.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지. 나의 보석 하나. 정말 눈에 넣어서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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