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부터였나. 바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애를 낳고 지금의 순간 그 사이 어딘가에 생긴 변화였다. 극이나 책을 보며 극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게 불편해졌다. 조금이라도 갈등이 고조되는 조짐이 보이는 장면을 보게되면 책을 덮었고 영화를 껐다. 그 감정이 내 안에서 너무 크게 울렸다. 뱃속에 나비가 있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확 와닿는 그런 느낌. 감정이 무뎌져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일렁이는게 불편해서 그런 감정에 일부러 노출되는 걸 피하게 되었다.
한강작가의 책을 보다가 앞에서 멈추고 덮어버렸던 건 바로 그래서였다. 책을 읽는데 내 속에 뭔가 스멀스멀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 나를 뻘로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다시금 이런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마주해보고자 한다. 불편한 순간을 피하지 않기로. 책도 영화도 불편함 때문에 고개를 돌려버리지 않기로. 그런 외면이 내 감정에 철갑을 두르고 하는 것 같아서. 다시금 감정을 풍성하게 일깨워보고싶다. 평상심과 안정적 감정의 파도는 좋지만 나이가 들어간다고 그런 감정의 파도가 주는 풍성함 – 때로는 불편할지라도 – 을 완전히 놔버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