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7

Samuelsen får advarsel af virksomhedsledere: »Ultimative krav er en skandale i et demokratisk samfund«

사뮤엘슨, 산업계로부터 경고를 받다 “최후통첩식의 요구조건은 민주사회에 있어 스캔들감이다.”

기사 링크: http://www.politiko.dk/nyheder/samuelsen-faar-advarsel-af-virksomhedsledere-ultimative-krav-er-en-skandale- (Berlingske)

Liberal Alliance (자유연합당)은 현 정권을 잡고 있는 Venstre 정당이 제시한 2025년 경제정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안은 최고 과표구간의 한계세율을 5% 인하하는 것으로,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 정부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원안은 보다 파격적인 것으로 약 7.5%를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각종 세금 인하정책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5%로 그었다. (자유연합당의 정책제안 원안: http://www.b.dk/kronikker/anders-samuelsen-her-er-las-bud-paa-et-bedre-danmark)

덴마크 미래 경제정책의 향방을 정하는 중요 중장기 정책안이 부결될 경우, 현 Venstre 정권은 향후 정책 추진에 대한 동력을 상실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체 득표수는 청색블록이 약간 더 많아 청색블록이 정권을 잡았지만, 최대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은 적색블록에 있었기에,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좌파정권이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조기 총선 및 정권 교체는 그간 청색블록의 집권을 고대해왔던 산업계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덴마크의 전경련과 같은 Dansk Industri (DI)는 자유연합당 총수인 사뮤엘슨에게 이러한 최후통첩은 용납될 수 없다며, 덴마크 산업계의 미래를 혼돈속으로 내몰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뮤엘슨은 이와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는 단지 협상을 위해 내건 미끼로 건 조건이 아니라고, 이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맞섰다. 라스무센 총리는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없고 각 당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입장에서 약간씩 타협을 해야만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더이상의 평은 하지 않고 있다.

덴마크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어 원래 시끄러운 정치판이 눈에 띄는 것인지, 아니면 덴마크 정치가 최근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집권 연정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조금 더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긴 한 것 같지만 말이다.

 

관련 블로그 포스트

  1. 예상과 다른 결과로 전국을 흔든 2015년 덴마크 총선 결과
  2. 덴마크 정당의 정치성향 스펙트럼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6

Elever ville have hævn over efterskolen: »Flæk dem, tak«

학생들이 에프터스콜레(기숙사형 자율고등학교)에 대한 복수를 청했다: “학교를 부숴버려줘. 고마워”.

기사 링크: http://www.b.dk/nationalt/elever-ville-have-haevn-over-efterskolen-flaek-dem-tak (Berlingske)

최근 Fyn섬의 Middelfart에 소재한 한 학교에서 해쉬 흡연이 적발된 10명의 학생을 정학시킨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중 몇명의 학생이 최근 덴마크에서 청소년 폭력 문제로 크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페이스북 그룹인 Offensimentum에 학교에 대한 복수를 요청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학교 교직원에 대한 인격적 비난이 담긴 메세지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쇄도하는 등 해당 그룹의 보복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학교 폭력의 정도는 심하지 않다해도 이 곳의 학교폭력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몇 일 전에는 이 그룹에 좋은 데이팅앱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언어 폭력이 가해져 이 학생이 사회생활을 기피하는 것을 다룬 기사가 크게 보도된 적 있다. Offensimentum이라는 그룹은 10살부터 10대 후반까지 기가입된 친구의 승인에 의해 가입할 수 있는 폐쇄적 그룹으로 학생의 실명과 누드사진이 공유되는 것부터 해서 사회적 물의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왜 사회가 갈 수록 이렇게 무섭게 되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5

Større utryghed sender tilliden til politikerne mod bunden

증대된 불안감이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으로 내리꽂고 있다.

기사 링크: http://www.politiko.dk/nyheder/stoerre-utryghed-sender-tilliden-til-politikerne-mod-bunden (Berlingske)

 

신규 경제정책 패키지 발표 이후 이에 대한 국회동의가 과반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기 총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라스무센 현 총리는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이 경우 차기 당권을 노릴 것으로 유력시되는 정치인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조기 총선이 이뤄지고 레드블록으로 정권이 넘어갈 경우 사회민주당이 총리를 낼 확률이 높은데, 이민 정책을 포함해 환경정책 등 다양한 정책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다. 흥미진진하다.

 

Breathtakingly beautiful sunset of the day

I love watching sunset. It was almost impossible in Korea due to surrounding buildings or mountains. Therefore, it was rather a view that I could only enjoy when I went to the west coast. In Denmark, where the  landscape is like a flat pancake, sunset is what you can enjoy all the time, unless it is cloudy.

Sunset in the clear sky is beautiful. But the most beautiful sunset to me is when there are clouds that are reflecting and diffusing sun rays and painting the sky with unexpected diverse colors. Shapes of the clouds vary a lot in Denmark due to its coastal location and strong winds generally from the west.

Quite often, I sit down on the couch in the living room and watch how the sky changes over time until it gets dark. What a peaceful time of the day.

산파 면담기

아침부터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나섰다. 산파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자전거로 7분거리에 있는 겐토프트병원에서 면담이 예정되었는데, 응급실 말고 제대로 가본 적이 없는 병원이었던 터라 내부도 궁금했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내 담당 산파는 젊은 여성이었다. 경력은 어느 정도 있는 듯 안정된 모습이었고 침착한 성격으로 보여 앞으로 함께 할 출산의 여정을 맡겨도 괜찮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약 30분간 인터뷰와 촉진을 했는데, 주로 임신 경험 (임신까지 걸린 시간, 입덧, 체중 변화추이, 기타 힘들었던 사항) , 유전관련 참고사항 (가족병력 – 당뇨 등을 포함해), 생활 습관 (흡연, 음주, 운동, 식이요법, 영양제 복용), 출산에 대한 희망사항 등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촉진으로는 자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또한 의료 정보에 대한 제공동의, 내 응급상황의 보호자 정보 수집, 응급상황시 연락할 곳 안내 등이 이뤄졌다.

임신 경험

6주~14주 사이의 입덧으로 4킬로 빠진 걸 제외하면 내 임신경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입덧 기간 중 먹은게 없어 움직이지 못하니 근손실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 전에 축적해둔 근육이 있었고, 입덧이 끝나자마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시작하며 체력을 조금씩 다졌다. 발레도 시작해서 잃어버린 근육들의 흔적을 찾아헤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집 나간 근육들이 다 돌아오진 않았다.) 몸에 근육이 있어야 나오는 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릴렉신이란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 가동범위가 늘어나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살이 한번에 과도하게 찌지 않아야 해서 운동하라는 것도 있지만, 근육 운동도 하라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단다. 살면서 항상 배에 긴장감을 주고 지내왔는데, 그 긴장감을 한번 풀어보니 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여하튼 운동이 체력을 키워준다는 말은 임신과 상관없이 맞는 말인 모양이다. 물론 운동의 선택에 있어 제약은 따르지만.

우리는 임신을 계획하자마자 했기에 인고의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고, 한국에서 미리 하고 온 산전 검사에서도 내 난소의 기능이 20대 중반의 기능이라 했던 것처럼 1차 초음파 검사 결과 기형아 발생 확률도 1/4000을 훨씬 밑돌았기에 큰 걱정 없이 임신기간을 보내왔다. 체중도 이제야 입덧기간 중 빠졌던 체중을 회복했는데, 22주에 4킬로면 정상적이라고 듣고 왔다. 기타 사항은 약간의 치골통이 있는 것? 서서히 좀 아프긴 하지만, 남들 다 겪는 일이니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유전관련 참고사항

당뇨를 포함해 각종 유전병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당뇨병이 있고, 아빠는 엄청 체중을 관리하시는데도 위험군에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시기에, 아마 나에게도 당뇨병 유전인자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점 이야기 했는데, 1형 당뇨병이 아니면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엔 유전관련 위험인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생활습관

옌스나 나는 생활습관은 좋은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흡연과 음주 등 안좋은 것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사실 임신 이후 샴페인을 총량 기준으로 2잔 정도 마셨다. 친구 결혼식과 우리 결혼기념일 저녁식사때 반 잔씩,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서 야외에서 한 잔을 마셨으니. 산파 왈, 한달에 1~4잔 이내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권장사항은 안마시는 것이니 그 점 알아두라했다.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2잔 정도 마셨음을 다 컴퓨터에 기록해두었다. 흠흠.

운동양은 적당하다고 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극한의 운동 및 몸에 충격을 꾸준히 주는 승마와 같은 운동만 제외하면 다 좋다고 한다. 자전거든 발레든 향후 체형의 변화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라질 텐데 그 정도를 감안해 강도나 양을 조절해주라는 것만 잊지말라고 했다.

영양제 복용 문제로 갔을 땐 내가 좀 부끄러워 했는데, 사실 비타민을 열심히 먹는 편이 아니라 이실직고하는데 왠지 꼼지락거리게 되었다. 특히 철분은 변비가 너무 심해서 복용을 시도하는 자체가 무섭다고 하자, 철분제제마다 변비 유발 정도가 다르니 영 안맞으면 다른 것을 먹어보도록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해서 우선은 복용해보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유는 어쩌냐 해서 많이 마시고 있다 하니, 잘 하고 있다며, 애는 알아서 다 필요한 만큼 칼슘을 다 빼가니까 애와 상관없이 나를 위해 마시라고 했다. 또한 내 피부가 태닝되었기에 광량이 부족하기 시작한 요즘시기부터 충분히 태양광을 흡수하지 못해 비타민 D 소요량만큼 충분히 생성이 안될 것이라며, 이 또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관련 희망사항

혹시 출산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 바 있냐고 해서, 우선은 에피듀럴 없이 자연출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회음부가 찢어지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낮춰보려고. 그리고 고통은 심하더라도 출산을 좀 빨리, 자궁의 수축 리듬에 따라 힘을 줘가며 수월하게 해보고자 함이었다. 자연주의를 추종하고 뭐 그런거랑은 상관없이, 내 몸이 가장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촉진

누워보라며 배를 이래저래 만져보더니 자궁의 위치와 크기가 적당하단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냐하니,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거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이틀 전 헤얼레우 병원에서 들었던 아기 심장소리를 한번 더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들은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고, 조금 옆으로 이동해 들어보니 아기 심장소리가 들렸다.

응급상황시 

응급상황시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받았다.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았고. 지금부터는 매일매일 태동을 느끼는 게 맞고, 하루라도 태동을 못느끼는 날이 있으면 그 또한 응급상황이라고.

임시 또는 최종 이름

옌스가 저글링클럽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어 공부 복습을 하다가 ‘유레카’하는 순간이 있었나보다. ‘하나’라는 이름 어떠냐고. 첫째기도 하고, 두음절 이름에다가, 덴마크에서도 쓰는 이름 (그러나 아주 흔하지는 않은) 이며, 약간은 이국적이기도 한 이름이라고 한다. Hanne면 완전히 덴마크 이름인데 Hannah면 약간 이국적인 스펠링이라, 검은 머리 아기일 우리애에게 적당한 이름이라며. 또한 ‘한’이라는 글자가 한글, 한국을 뜻하기도 하니 아주 적합하지 않냐한다. 나도 매우 공감하며, 우선 이 이름으로 아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간 부른 ‘아기’라는 태명이, 실제 덴마크 이름 (Aggi) 으로 존재한다. 이 사람은 평생 아기.)

내 생각에 아마 태명이 아니라 정말 이름이 될 것 같다. 🙂

앞으로 11월에 또 산파를 만나서 그때는 임신중독증 및 임신성 당뇨 등을 검사하게 될텐데, 그 때는 내 배가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목요일이 또 거의 다 지나가며 주말이 되는구나.

뇌가 토할 것 같은 하루

오늘은 명상이 필요한 날이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30분의 시간동안 ‘inhale’, ‘exhale’을 되뇌이며 페달을 밟았다. 무엇을 하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을 무심히 두면 명상이 된다는 티벳 승려의 인터뷰를 마침 본 탓이다.

오후 수업은 Applied General Equilibrium Analysis. 작년엔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했다던데, 해당 과정을 담당했던 교수가 다른 곳에 취직을 하면서 교수진과 함꼐 과정 내용도 바뀌었다. 올해는 Input-Output model에 기반한 Quantity model을 가르친단다. 덴마크의 National 및 Regional Accounts Data를 기반으로 지역경제학 + 생산경제학을 배운다. 환경경제학에서 어떤 한 산업의 생산을 늘릴 경우 그로 인한 영향이 다른 지역으로 어떻게 확산되는 지 등에 활용한다고 해서 배워두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솔직히 재미는 정말 없다. 수학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은 선형모델을 이용하는데, 그 모델이 구축된 배경을 이해하고 이 모델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교수의 단조로운 목소리도 그렇고 쉬운 컨셉과 어려운 컨셉 할 것 없이 단조로운 속도로 빠르게 진도를 빼는 것이 고역이다. 간혹 이해가 안되서 질문을 해도 그 설명이 참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이 지난 2주간 차곡차곡 쌓여 오늘은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았다. 뇌가 더이상 이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나 할까. 수업이 끝나고 속이 안좋은 기분마저 들었다.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토하는 것 같은 기분.

안그래도 Political Ecology의 철학적이고 긴 텍스트를 읽고 그룹 프로젝트를 매주 준비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 수업마저.

집에 온 옌스가 집에 오자마자 스트레스 받은 내 상태를 눈치채고 괜찮냐고 물어본다. 읽을 거리와 수업으로 스트레스 너무 받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8주간 더 가야하는데, 벌써 이런 기분이 들면 어쩌나. 일체유심조라는데 자꾸 싫다는 생각이 들면 더 싫어져서 힘들 거 같아 자전거 통학길 마지막 순간에는 ‘다른 여러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거야. 감사한 마음으로 읽자.’라고 되뇌이며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고자 노력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부를 하기 싫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라 봐야한다.

취침 전까지 남은 네시간,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우선 하루살이 인생으로라도 버텨봐야지. 아자아자!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멀리 한국에서 출장온 대학교 후배와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점심 먹고 후배가 가져다준 바나나킥을 먹을 때까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는데… 오늘 오후가 참 힘들었다.  ㅠㅠ )

덴마크에 돌아온 가을

가을이 돌아왔다. 흐린 하늘과 함께.

덴마크의 가을날씨 흐린 하늘, 비가 오지 않아도 항상 젖어있는 땅 (특히 42번째 주 이후), 잦은 비, 간혹 오는 폭풍 등으로 요약된다. 기온은 10~15도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여름대비 평균 5도~10도 가량 낮아진다. 한국에 비해 선명하지 않은 단풍. 딱히 매력적인 계절은 아니다. 그래도 여름내내 줄어들었던 바람이 다시금 세차게 불기 시작해 바람의 나라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줘 싫지만은 않다.

덴마크에서는 여닫이 창문이 보통이라 이런 계절 창문을 잘 고정해두지 않으면 꽝하고 귀를 때리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아파트엔 우리집 창문처럼 이렇게 열리는 창문이 흔한데 (거의 360도 가량 회전이 가능해서 집 안에서 창을 안밖으로 닦기 편하다. 사실 애 있는 집에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창문은 중간에 고정할 수 있는 걸쇠가 아주 조금 열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밖에 없어서 이렇게 확 180도 열어놓지 않으면 바람 많은 시기엔 열어둘 수가 없다. 가을엔 바람이 잘 안부는 날이 별로 없기에 거의 항상 이렇게 열어둬야 한다. 덕분에 창문을 활짝 열고 싶은 날은 제대로 열어둘 수 있지만, 또 활짝 열고 싶지 않은 날도 열어두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활짝 열어놔야 한다는 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창이 찔끔 열 수 있는 창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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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보이는 하늘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아이 심심해.

그런데 날이 이렇니까 실내가 좋아진다. 이곳의 실내 조명은 노랗고 우리보다 훨씬 조도가 낮아, 어렸을 때 좋아하던 스탠드만 켜놓던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이 hygge를 중시하고, 불 밝게 켜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내가 뭘 찾는 것도 아니면서 천장등이라도 켜놓고 있으면, 옌스는 아직도 덴마크의 hygge를 못배웠냐며 스탠드를 켜주고 천장등을 끈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맛있어지는 것도 이맘때쯤. 밖이 조금 쌀쌀해지니까 창문 열어두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는 지. 야외커피 느낌이랄까?

주말, 한인회에서 여는 추석모임에 다녀왔다. 서울 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주요 도시에 가도 도회지에 나온 느낌이 든다며 기분이 전환된다고 하는데, 이리 심심한 덴마크 삶이 좋은 나는 촌이 좋은 모양이다. 매일 빠르게 바뀌는 일출, 일몰시간, 시기별로 차이나게 꽃을 피우는 다른 종류의 식물, 헐벗음에서 연한 초록과 또 짙은 녹음으로, 녹음에서 스리슬쩍 노란색으로 조금씩 옷을 갈아입는 나무, 새끼 오리와 백조가 성장하는 모습, 계절별 구름과 하늘 색깔의 변화, 시기별로 바뀌는 새소리 등 그런 변화를 느끼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나는 마냥 신기하고 좋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문화생활은 충분히 즐기면서 말이다.

한국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나무들이 노랗게 옷을 갈아입는 것을 관찰하는 건 좋다. 변화는 사람을 자극하니까. 이렇게 올 한해도 후반기로 들어서는구나.

 

 

덴마크 근현대 변화상을 보여주는 Matador

덴마크가 지금처럼 평등한 사회를 이룬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남녀간, 사회계층간 차이가 명확했던 사회가 지금의 모습으로 어떻게 탈바꿈 했는지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마타도어 (Matador)’는 보드게임 ‘모노폴리(우리나라의 부루마블)’게임 또는 ‘실업계의 거물’, 두가지를 모두 의미한다. 실제 드라마에서 모노폴리 게임이 자주 등장하는데, 진정 의미하는 바는 Mads Skjern이라는 주인공의 사업이 성장해 해당 지역의 거물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덴마크가 어떻게 현대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지를 그려낸다.

마타도어는 다음과 같은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 Episode 1.     Den Rejsende / 1929
  • Episode 2.     Genboen / 1929
  • Episode 3.     Skiftedag / 1930
  • Episode 4.     Skyggetanten / 1931
  • Episode 5.     Den Enes Død / 1932
  • Episode 6.     Opmarch / 1932
  • Episode 7.     Fødselsdagen / 1933
  • Episode 8.     Komme Fremmede / 1934
  • Episode 9.     Hen til Kommoden / 1935
  • Episode 10.   I Disse Tider / 1935
  • Episode 11.    I Klemme / 1936
  • Episode 12.   I Lyst og Nød / 1936-1937
  • Episode 13.   Et Nyt Liv / 1937-1938
  • Episode 14.   Brikkerne / 1938-1939
  • Episode 15.    At Tænke og Tro / 1939
  • Episode 16.   Lauras Store Dag / 1940
  • Episode 17.   De Voksnes Rækker / 1941-1942
  • Episode 18.   Hr. Stein / 1943
  • Episode 19.   Handel og Vandel / 1944
  • Episode 20.  Den 11. Time / 1945
  • Episode 21.   Vi Vil Fred Her til Lands / 1945
  • Episode 22.   Det Går Jo Godt / 1945-1946
  • Episode 23.   Mellem Brødre / 1946
  • Episode 24.   New Look / 1947

허구의 도시인 Korsbæk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꽤나 빠르게 진행되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친구로부터 덴마크의 과거 남녀관계가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기 할머니가 젊은 시절, 몸이 안좋아 남편에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물을 들고 온 할아버지가 할머니 바로 앞에서 물잔을 뒤집어 물을 뒤엎으며, 본인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노발대발 했단다. 나보다 10살 어린 친구이니 대충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가 지금 80대쯤 되었을 거다. 보수적인 율란 출신이니 아마 코펜하겐보다는 더했겠지만,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도 경제성장과 함께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증가하면서 남녀관계의 볂화가 갈등의 형태로도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유교의 남존여비적 사상이 향후 20년 뒤에는 거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소비가 적은 삶을 지향하며

우리집의 가사분담은 대충 정해져있다. 옌스는 청소기를 돌리고, 다림질을 하고, 나는 부엌살림 및 나머지다. 노동 총량으로 놓고 보면 대충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옌스의 다림질은 99%가 자기 옷이니까 당연히 자기가 할 일이긴 하지만, 내 것이 껴 있을 경우 내 것도 해준다. (난 다림질 하는 옷은 거의 안산다.)

월요일 오전 7시 비행기로 떠나 일요일인 오늘 10시 15분에 랜딩하는 출장을 떠난 옌스는 이번 주 집에 없었으므로 내가 다림질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 그가 청소기를 돌리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꼼꼼하지는 않기에 간혹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옌스가 다른 일을 할 때가 있다. 이번처럼 이러나 저러나 내가 다 해야하는 경우를 포함해, 내가 청소기를 돌릴 때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힘도 더 들지만, 그래도 다 하고서 집이 깨끗해 진 것을 보면 속이 어찌나 후련한지.

치우고 사는 걸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깔끔하게 하고 사신 엄마 덕분에 청결에 대한 기준은 높다. 따라서 내가 어지르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이렇게 모든 것이 한번에 깔끔하게 정리되고 나면 속에 쌓인 묵은 짐을 다 비워낸 느낌이다.

이런 때면 소소하게 찬장 안도 정리하고 버릴 것들을 버리는데, 살면서 쓸 데 없는 것들을 왜이리 많이 사 모으는지. 예전보다 물건을 잘 사지 않고, 최대한 써서 없애는 편이라 정리할 게 없을 거 같은데도 막상 치우다보면 버릴 것들이 많이 나온다.

덴마크에 살면서 크게 변한 것 중 하나가 있다면 쇼핑이다. 지름신과의 작별. 물건을 사모으는 일을 크게 지양하고 있고, 세일이나 1+1에 현혹되지 않도록 필요할 때 물건을 사는 것으로 정했다. 과일이나 채소 등 기타 먹는 것도 다 하나씩 사고, 이미 산 것을 다 먹을 때까진 유사 품목은 사지 않는다. 1+1이나 세일 등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샀을 때, 결국 버리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 괜히 묵혀두다 버리게 되기도 해서 그렇다. 어느게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삶인가를 장기간에 걸쳐 관찰해보니, 이게 더 남는 장사인 것 같다.

이 뿐만 아니라 집에 여백이 남는 것을 좋아하는데, 짐이 늘어나면 다 채워넣어야 하고, 그 부족한 공간을 마련해내느라 스트레스도 받는다. 크지도 않은 집, 그리고 벽에 그림이 많아 수납 공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물건을 새로 장만하면 자리 마련하는게 참 힘들다. 그리고 새 물건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그 유효기간이 극히 짧아 줄어든 잔고가 주는 스트레스에 비해 너무 적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미니멀리스틱한 삶을 사는 것까진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유가 적은 삶을 살고 싶다. 소유한게 적으면 관리할 것도 적으니까. 그리고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자연을 가까이 하면 그게 행복임을 알았으니까.

루이지애나 미술관과 가을날씨

 

어제 저녁, 간만에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다녀왔다. Daniel Richter라는 독일 작가의 회화전이 열리는데, 전시 안내 우편에 실린 작품의 색에 매료되어 날 좋을 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일엔 저녁 10시까지 열기에 마침 외곽으로 이사를 갈 친구와 시간이 맞아 수업 끝나고 다녀왔다.

형광색과 비형광색을 절묘하게 섞은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이 많았다. 아노미적인 상황을 포착한 그림이 많았는데, 끔찍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색과 사람들의 기묘한 표정 등으로 인해 보고 피식 웃게되는 경우가 있었다. 난민 보트가 밤바다위에서 표류하는 장면이나 폭동이 난 도시가 불타고 있는 장면 등을 담은 작품이 바로 그랬다.

덴마크는 미술관 뿐 아니라 많은 문화시설이 연간회원제를 운영하는데, 루이지애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1+1 멤버십을 가입할 경우 혼자 세번 가는 것에 못미치는 가격에 나 이외에 한 명을 동반해 연간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추가 2명까지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동반할 수 있어서 손님 모시고 갈 때 참 좋다. 또한  안에서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것을 10% 할인된 회원가격에 살 수 있다. 뮤지엄 샵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기에, 같은 것을 산다면 미술관에서 사는 게 이득이다. 일년에 대여섯번은 가는 나에게는 이 멤버십이 최고이다.

어제는 덕분에 겨울에 쓸 베레모와 화려한 반지도 샀다. (사실 마음에 들어도 비쌌으면 안샀는데, 정말 놀랍게도 다 싸서 사버렸다.) 같이 간 친구 왈,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하얀 베레모를 쓰고 나타나서 놀랐다고 하는데, 난 다른 모자모다 베레보가 제일 잘 어울려서 이것만 쓰고 다닌다 하니 잘 어울린단다.

스웨덴이 바로 바다 건너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보인다. 해질녘 은빛으로 변한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명확히 나눠주는 건 스웨덴 땅이다. 산이 없어 얇은 띠처럼 보이는 땅이 하늘과 바다를 둘로 나눠주는데 그 풍경이 참 아름답다. 임신만 안했어도 와인 한 잔 사들고 그 바다를 보며 마시는 건데, 아쉽게도 임신을 한 탓에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여유는 내년 이후로 기약하며…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나에겐 휴식과 같은 공간이다.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좋고, 가면 마음이 차분하고 풍요로워진다. 특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둑어둑한 플랫폼에서 기차를 잡아 타고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여행을 다니는 기분마저 자아낸다.

배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고, 그 무게도 이제 조금씩 느껴지지만, 임신 기간 중 몸이 제일 가벼울 기간이라고 하니 이 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며 혼자의 여유를 즐기련다. 내년 1월만 지나면 이런 자유와도 작별이니까.

오늘은 아침 잠시 시내에 다녀오는 길에 Østerbro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깔끔하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라 좋아하는 곳. 해는 여전히 쨍하지만 간만에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 옷을 노랗게 갈아입기 시작한 나무들이 솨아…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게 어찌나 상쾌하던지. Hyggeligt한 그 길의 정취와 가을 나무가 어우러져 마음을 포근하게 했다. 덴마크의 가을은 좀 우울하고 축축하지만, 오늘은 손에 꼽는 아름다운 가을날씨를 보인 것 같다.

마침 금요일이라 마음도 가벼운데 기분이 참 좋구나. 추석은 멀리 있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은 그런 좋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