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뉴스 – 2016/09/29

Elever i god kondition scorer højere karakterer

신체건강한 학생이 성적도 잘 받는다.

기사 링크: http://www.b.dk/nationalt/elever-i-god-kondition-scorer-hoejere-karakterer  (Berlingske)

 

올보어대학교가 올보어 꼬문 8학년-10학년 학생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사회경제적인 여건이나 인종적 배경에 상관없이 신체가 건강한 학생이 학교 성적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덴마크어와 같은 인문학 과목뿐 아니라 수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였다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의 강도높은 체육활동에 학생들을 보다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덴마크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날씬하고 근육질인 편인데 학교 체육 활동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여자학생들도 남자학생들과 같이 축구를 하는 등 (성별 섞어서) 여자라고 강도 낮은 활동을 시키는게 아닌 듯 하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하듯 체력이 공부에도 중요한 건 개인적으로도 많이 느꼈지만, 이렇게 연구결과로도 나왔다 하니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다. 흠흠.

 

임신에 따른 불편함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향해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던 도중 뭔가 왈칵하고 쏟아지는 기분이 났다. 뭐지? 22주밖에 안되었는데 양수가 터진건가? 피가 흐르는 건가? 큰 길 한복판에 갈 곳이라고는 없어서 그냥 서둘러서 학교로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는가 싶더니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배에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어떻게 되었든 간에 허허벌판 같은 고속도로 옆길에서는 자리를 떠야 했기에.

10분여를 밟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서둘러 달려갔다. 최소한 혈흔은 아니었다. 딱히 뭐였는지 알수도 없이 무색 무취의 젖은 흔적 뿐이었다. 그냥 물같은 분비물의 경험이 없던 건 아닌데, 뭔가 그 양이 달랐다. 왈칵하는 기분이라니. 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하나? 응급 상황에 연락하라고 산파가 알려준 번호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책상에 앉아 태동이 있는지 여부를 한 10분정도만 관찰한 후 조치를 취하든 말든 해야겠다 싶었다. 등교전 아침에 바빠서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태동을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괜히 불안했다. 배를 쪼물락거리고 앉아있는데 ‘콩’하고 배 안을 울리는 느낌과 함께 안도감이 몰려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임신 중 흔한 일이라고 한다. 여러 세균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한 몸의 방어기제의 일환이란다.

저녁에 발레수업들으러 가던 중 옌스에게 전화가 왔다. 잠자리에 들러가는 길이란다. 중국과 이곳의 시차는 한국과의 시차보다 한시간이 부족해 페이스타임을 한다는게 참 힘들다. 이런 일이 있어서 학교 가는 길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별 일 없는 거 같다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다 지나간 일을 이야기해준 것임에도 엄청 놀랬는가보다. 임신하고 나니 여러가지 일에 엄청 걱정도 하게 되고 놀랄 일도 많다며 너무 과한 걱정을 했나보다고 하니, 늘 항상 조금이라도 걱정은 된다고 한다. 나야 내 몸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태동도 느끼기도 하고 좀 더 긴밀하게 변화 상태를 감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옌스는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니 더 불안하기도 한가보다. 이런 괜한 걱정은 임신에 따른 하나의 불편함이다.

 

임신을 하고 나니 얼굴이 자주 붉어지고 더워진다. 간혹 이야기하다보면 얼굴이 벌개질 때가 있는데, 수업시간 중 발표나 토론하다가 얼굴이 벌개지면 오해할까 싶다. 뭔가 감정 상했다고 오해할까봐. 그런 생각을 하면 얼굴이 더 달아오른다. 그리고 유독 덥게 느껴져서 나 혼자 창문을 자꾸 열고싶어한다. 요즘 조금 추워져서 그런지 다들 자꾸 창문을 닫으려하는데 말이다. 늘상 환기를 원하는 옌스 덕에 나도 시원함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임신 때문인 것 같다.

 

요즘 걸을 때 치골 부분이 그렇게 아프다. 양 골반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릴렉신 호르몬에 의해 이완되면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내가 그 중의 하나인 모양이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 것 같은 이 치골통은 엄마도 느끼셨었다는데. 계속 심한 건 아니지만 간혹 자면서 옆으로 돌아누울 때가 특히 아프고, 한참 앉아있다가 걷거나 뛸 때 아프다. 자전거 탈 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비가 자주 와서 열차를 타고다녀야 하는 일이 늘어날텐데, 그럴 때가 영 번거롭다. 한참 걸으면 오히려 괜찮은데 움직이기 시작하는 초반에 영 불편하다. 아마 자다가 돌아누울 때 아픈 것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등으로 바로 누워자면 허리 아래쪽이 아파서 깬다든가 등의 이유로 인해 바로 요 몇 일 전부터 잠을 잘 못자겠다. 입덧으로 빠진 4kg도 4.5kg의 체중증가로 원상태를 넘어섰는데, 몇달안에 이렇게 체중이 늘어나니 계단 오르는 것도 서서히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내일이면 만 23주 되는데, 남은 17주동안 5.5kg정도 늘리게 될테니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로 인해 계단오르기도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이정도 불편한 거 외엔 딱히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힘들다는 식의 문제는 없으니, 그냥 아이가 잘 커가고 있다는 것으로 참 감사한 일이다. 열흘 정도 후엔 오래간만에 주치의도 만나고 할테니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해야겠다.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8

Hvad er en ‘rigtig’ mor egentlig?

‘진정한’ 엄마란 정말 무엇인가?

기사 링크: http://www.b.dk/nationalt/hvad-er-en-rigtig-mor-egentlig  (Berlingske)

약 2주 전에 한 로펌의 여변호사가 출산 몇시간전까지 이메일을 쓰고 일하다가 일주일만에 일선으로 복귀한 기사가 베얼링스커 1면을 장식하며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 적이 있다. 어느 나라나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에 대해서 엄마의 전통적 성역할을 강조하듯이 덴마크 또한 그렇다. 나라에서 제공하는 보육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웨이팅 리스트가 긴 보육원을 제외하면 6개월부터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엄마는 직업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 전업주부로 눌러앉는 것은 사회의 복지시스템에 커다란 짐이 되기에 (덴마크 사회복지 시스템은 심신이 건강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일을 하며 세금을 낸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난하는 시선도 있지만, 엄마가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아이를 남편이나 오페어(Au pair, 입주 가정부)에게 양육의 상당부분을 맡기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시선도 존재한다.엄마가 야근 열심히 하고, 애를 보육원에 일찍 맡기고, 늦게 픽업하면 비난의 시선이 꽂히고, 남편에 대해서는 이중적 잣대가 적용되어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다. 결국 여기도 수퍼맘을 원하는 것이다.

해당 여변호사의 열혈 근로의욕에 대해서 진정한 엄마가 아니라는 평론도 실리는 등 뜨거운 토론이 되고 있는데, 오늘 기사는 오후스와 코펜하겐을 원거리로 통근하며 일주일 2회는 코펜하겐에서 지내되, 근로시간을 주 31시간으로 단축해 금요일은 집에 머물며 애들을 보육원에 보내지 않는 엄마에 대해서 다뤘다. 그녀의 경험담과 의견을 통해, 양육이 부부 양측의 합의에 의해 잘 조율되고 애들이 만족한다면 상관 없는 일이 될 것도, 자신의 이런 근로 방식에 대해 비난의 눈길이 쏠리는 현상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당 여변호사처럼 열혈로 근무를 해야 커리어 우먼이 된다고 프레이밍하는 것도, 그렇다고 엄마가 애를 시스템이 수용해주는 대로 일찌감치 보육원에 보내고 일을 한다고 진정한 엄마가 아니라고 프레이밍하는 것도 모두 반대한다. 이런 때 보면 덴마크의 성평등은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이 아니라 사회가 기반으로 설계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도 세금을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를 가능하게 하려 남성이 양보를 조금 한 강요된 성평등의 면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진정한 의미에서 애를 키우는 것은 애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18년이다. 그 외에는 더이상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가족으로 함께 살고, 서로 기대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18년의 시간동안 나는 내 인생의 일부분을 희생해야 할 것이고 그게 힘들 것이지만 그 대신 얻게되는 기쁨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그렇지만 양육이 내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게 큰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면, 난 내 인생의 공허함을 느낄 것임을 내 성향으로 보아 충분히 알고 있으며, 나중에 그러한 희생이 내 아이에게 짐으로 작용할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내가 투사가 되어 페미니즘의 선봉에 서거나, 남편에게 나의 커리어 성공을 위해 당신이 무조건 양보하라 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위해 내 커리어를 마냥 희생하고 싶진 않다. 솔직히 보면 남편보단 내가 권력욕이나 사회적 성공 욕구가 더 크기에 나의 희생이 효율적이지도 않다.

우리보다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진보적인 이 나라도 아직도 나아갈 길이 멀다. 오늘 기사에서 인터뷰한 여성이 언급한 것중에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왜 남편이 잘 하고 있어도 내가 떨어져 있으면 애들이 불쌍하다고 하는 것인가? 우리 남편은 좋은 아버지이고 남편이 비는 날 내가 그의 빈자리를 잘 메우듯 그 또한 나의 빈자리를 잘 메울 수 있는데. 그리고 내가 떨어져 있음으로 애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불쌍한 건 내 아이들이 아니라 나다.’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7

Samuelsen får advarsel af virksomhedsledere: »Ultimative krav er en skandale i et demokratisk samfund«

사뮤엘슨, 산업계로부터 경고를 받다 “최후통첩식의 요구조건은 민주사회에 있어 스캔들감이다.”

기사 링크: http://www.politiko.dk/nyheder/samuelsen-faar-advarsel-af-virksomhedsledere-ultimative-krav-er-en-skandale- (Berlingske)

Liberal Alliance (자유연합당)은 현 정권을 잡고 있는 Venstre 정당이 제시한 2025년 경제정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안은 최고 과표구간의 한계세율을 5% 인하하는 것으로,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 정부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원안은 보다 파격적인 것으로 약 7.5%를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각종 세금 인하정책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5%로 그었다. (자유연합당의 정책제안 원안: http://www.b.dk/kronikker/anders-samuelsen-her-er-las-bud-paa-et-bedre-danmark)

덴마크 미래 경제정책의 향방을 정하는 중요 중장기 정책안이 부결될 경우, 현 Venstre 정권은 향후 정책 추진에 대한 동력을 상실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체 득표수는 청색블록이 약간 더 많아 청색블록이 정권을 잡았지만, 최대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은 적색블록에 있었기에,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좌파정권이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조기 총선 및 정권 교체는 그간 청색블록의 집권을 고대해왔던 산업계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덴마크의 전경련과 같은 Dansk Industri (DI)는 자유연합당 총수인 사뮤엘슨에게 이러한 최후통첩은 용납될 수 없다며, 덴마크 산업계의 미래를 혼돈속으로 내몰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뮤엘슨은 이와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는 단지 협상을 위해 내건 미끼로 건 조건이 아니라고, 이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맞섰다. 라스무센 총리는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없고 각 당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입장에서 약간씩 타협을 해야만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더이상의 평은 하지 않고 있다.

덴마크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어 원래 시끄러운 정치판이 눈에 띄는 것인지, 아니면 덴마크 정치가 최근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집권 연정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조금 더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긴 한 것 같지만 말이다.

 

관련 블로그 포스트

  1. 예상과 다른 결과로 전국을 흔든 2015년 덴마크 총선 결과
  2. 덴마크 정당의 정치성향 스펙트럼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6

Elever ville have hævn over efterskolen: »Flæk dem, tak«

학생들이 에프터스콜레(기숙사형 자율고등학교)에 대한 복수를 청했다: “학교를 부숴버려줘. 고마워”.

기사 링크: http://www.b.dk/nationalt/elever-ville-have-haevn-over-efterskolen-flaek-dem-tak (Berlingske)

최근 Fyn섬의 Middelfart에 소재한 한 학교에서 해쉬 흡연이 적발된 10명의 학생을 정학시킨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중 몇명의 학생이 최근 덴마크에서 청소년 폭력 문제로 크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페이스북 그룹인 Offensimentum에 학교에 대한 복수를 요청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학교 교직원에 대한 인격적 비난이 담긴 메세지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쇄도하는 등 해당 그룹의 보복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학교 폭력의 정도는 심하지 않다해도 이 곳의 학교폭력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몇 일 전에는 이 그룹에 좋은 데이팅앱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언어 폭력이 가해져 이 학생이 사회생활을 기피하는 것을 다룬 기사가 크게 보도된 적 있다. Offensimentum이라는 그룹은 10살부터 10대 후반까지 기가입된 친구의 승인에 의해 가입할 수 있는 폐쇄적 그룹으로 학생의 실명과 누드사진이 공유되는 것부터 해서 사회적 물의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왜 사회가 갈 수록 이렇게 무섭게 되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덴마크 뉴스 헤드라인 – 2016/09/25

Større utryghed sender tilliden til politikerne mod bunden

증대된 불안감이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으로 내리꽂고 있다.

기사 링크: http://www.politiko.dk/nyheder/stoerre-utryghed-sender-tilliden-til-politikerne-mod-bunden (Berlingske)

 

신규 경제정책 패키지 발표 이후 이에 대한 국회동의가 과반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기 총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라스무센 현 총리는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이 경우 차기 당권을 노릴 것으로 유력시되는 정치인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조기 총선이 이뤄지고 레드블록으로 정권이 넘어갈 경우 사회민주당이 총리를 낼 확률이 높은데, 이민 정책을 포함해 환경정책 등 다양한 정책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다. 흥미진진하다.

 

간혹 읽기 또는 공부하기가 싫어지는 이유

간혹 읽기가 싫어질 때가 있다. 물론 날이 좋아 놀고싶은 마음이 들어서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걸 떠나서 읽기위해 앉는 자체가 싫은 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왜 그런지. 지금처럼 읽을 거리가 많은 때 미뤄봐야 돌아오는 건 스트레스일 뿐인데.

두려움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못 읽을까봐.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 안갈까봐. 또는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텍스트가 설득력있게 다가와 혼란에 빠질까봐. 두려움의 근원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두려움이 나를 막는다. 얼마전 읽은 글에서 두려움을 나의 일부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 대항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라고 했는데, 내가 읽기 싫은 게 아니라 두려움이 나를 못읽게 하는 것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 것을 또 한번 알게 되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내가 평생 싸워야 할 괴물이다.

난 완벽주의자로 살아왔다. 내가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고,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은 건 쉬이 포기했다. 그렇게 하면 완벽하지 않은 내가 내 선택에 의해 이런 모습으로 구현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내 학부 성적표가 A와 C로 대부분이 채워진 것을 들 수 있다. 딱 봐서 A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과목은 재미가 없다는 말로 포장하며 관심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것만 해 C가 나오게 하는 것이다.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는 이유를 들며 포기의 여지를 주었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물론 아주 심각한 완벽주의를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이고 내 완벽주의의 정도가 딱히 심각한 것이 아니기에 실제 병으로 분류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그러한 성향이 있음을 언젠가부터 인지해왔다.

때론 이 완벽주의로 삶의 모든 분면에서 버둥거릴 땐 삶이 참 힘들어졌다. 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데 꽉 쥔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흘러내리면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말이 이런 순간에 큰 위안이 된다.  발에 쉬이 걸려차일 듯 널리고 널린 흔한 말일지언정 정말 중요한 말이다. 완벽을 추구하며 결과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도전하고 노력해서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첫 시험 이후로 줄곧 12점을 받아온 터라 이젠 잃을 것만 있는 것 같고 두려움 마저 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옌스는 꼭 최선만 다해서 네가 네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되지, 결과에 연연해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 거기에 내가 최선을 항상 다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고 이야기 하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있냐고. 삶은 항상 힘든 것이라고. 또한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걸 알면 고통스럽지 않거나 그 고통이 덜해진다고. 삶이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 힘든 일이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고 마음이 고통스러운 건데, 누구나에게 삶은 힘든 것이라 생각하면 그건 당연히 다뤄야 하는 일이 되고, 고통스럽지 않다고.

옌스의 말과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이기도 하고, 다른 맥락일 수도 있는 말인데, 어디서 본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소화한 바로는 이렇다. 사회적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 같은 건 내가 노력한다고 꼭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떤 순간에는 참 불공평한 것 같다는 분노가 들 때도 있지만, 그거에 분개해봐야 달라지는 것이 아닌 것이 참 불공평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그러한 불공평함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보다 공평한 방향으로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런 불공평함에 싸우는 것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현실을 살아야 하는 또 다른 역할이 있기에 그 불공평함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때로는 그 불공평함이 나로 하여금 타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부여하기도 하고. 이 글귀를 읽고 타인에 대한 부러움이나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자격지심 등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오히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음을 잊고 간혹 이런 두려움이 찾아오는 순간이 많다. 내가 노력을 했는데도 안될까봐, 그러면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아니면 스스로에게 실망할까봐. 그런 때면 다시금 그 두려움은 괴물이라는 걸 생각하며 극복해야 한다.

산파 면담기

아침부터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나섰다. 산파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자전거로 7분거리에 있는 겐토프트병원에서 면담이 예정되었는데, 응급실 말고 제대로 가본 적이 없는 병원이었던 터라 내부도 궁금했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내 담당 산파는 젊은 여성이었다. 경력은 어느 정도 있는 듯 안정된 모습이었고 침착한 성격으로 보여 앞으로 함께 할 출산의 여정을 맡겨도 괜찮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약 30분간 인터뷰와 촉진을 했는데, 주로 임신 경험 (임신까지 걸린 시간, 입덧, 체중 변화추이, 기타 힘들었던 사항) , 유전관련 참고사항 (가족병력 – 당뇨 등을 포함해), 생활 습관 (흡연, 음주, 운동, 식이요법, 영양제 복용), 출산에 대한 희망사항 등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촉진으로는 자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또한 의료 정보에 대한 제공동의, 내 응급상황의 보호자 정보 수집, 응급상황시 연락할 곳 안내 등이 이뤄졌다.

임신 경험

6주~14주 사이의 입덧으로 4킬로 빠진 걸 제외하면 내 임신경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입덧 기간 중 먹은게 없어 움직이지 못하니 근손실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 전에 축적해둔 근육이 있었고, 입덧이 끝나자마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시작하며 체력을 조금씩 다졌다. 발레도 시작해서 잃어버린 근육들의 흔적을 찾아헤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집 나간 근육들이 다 돌아오진 않았다.) 몸에 근육이 있어야 나오는 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릴렉신이란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 가동범위가 늘어나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살이 한번에 과도하게 찌지 않아야 해서 운동하라는 것도 있지만, 근육 운동도 하라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단다. 살면서 항상 배에 긴장감을 주고 지내왔는데, 그 긴장감을 한번 풀어보니 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여하튼 운동이 체력을 키워준다는 말은 임신과 상관없이 맞는 말인 모양이다. 물론 운동의 선택에 있어 제약은 따르지만.

우리는 임신을 계획하자마자 했기에 인고의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고, 한국에서 미리 하고 온 산전 검사에서도 내 난소의 기능이 20대 중반의 기능이라 했던 것처럼 1차 초음파 검사 결과 기형아 발생 확률도 1/4000을 훨씬 밑돌았기에 큰 걱정 없이 임신기간을 보내왔다. 체중도 이제야 입덧기간 중 빠졌던 체중을 회복했는데, 22주에 4킬로면 정상적이라고 듣고 왔다. 기타 사항은 약간의 치골통이 있는 것? 서서히 좀 아프긴 하지만, 남들 다 겪는 일이니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유전관련 참고사항

당뇨를 포함해 각종 유전병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당뇨병이 있고, 아빠는 엄청 체중을 관리하시는데도 위험군에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시기에, 아마 나에게도 당뇨병 유전인자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점 이야기 했는데, 1형 당뇨병이 아니면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엔 유전관련 위험인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생활습관

옌스나 나는 생활습관은 좋은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흡연과 음주 등 안좋은 것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사실 임신 이후 샴페인을 총량 기준으로 2잔 정도 마셨다. 친구 결혼식과 우리 결혼기념일 저녁식사때 반 잔씩,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서 야외에서 한 잔을 마셨으니. 산파 왈, 한달에 1~4잔 이내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권장사항은 안마시는 것이니 그 점 알아두라했다.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2잔 정도 마셨음을 다 컴퓨터에 기록해두었다. 흠흠.

운동양은 적당하다고 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극한의 운동 및 몸에 충격을 꾸준히 주는 승마와 같은 운동만 제외하면 다 좋다고 한다. 자전거든 발레든 향후 체형의 변화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라질 텐데 그 정도를 감안해 강도나 양을 조절해주라는 것만 잊지말라고 했다.

영양제 복용 문제로 갔을 땐 내가 좀 부끄러워 했는데, 사실 비타민을 열심히 먹는 편이 아니라 이실직고하는데 왠지 꼼지락거리게 되었다. 특히 철분은 변비가 너무 심해서 복용을 시도하는 자체가 무섭다고 하자, 철분제제마다 변비 유발 정도가 다르니 영 안맞으면 다른 것을 먹어보도록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해서 우선은 복용해보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유는 어쩌냐 해서 많이 마시고 있다 하니, 잘 하고 있다며, 애는 알아서 다 필요한 만큼 칼슘을 다 빼가니까 애와 상관없이 나를 위해 마시라고 했다. 또한 내 피부가 태닝되었기에 광량이 부족하기 시작한 요즘시기부터 충분히 태양광을 흡수하지 못해 비타민 D 소요량만큼 충분히 생성이 안될 것이라며, 이 또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관련 희망사항

혹시 출산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 바 있냐고 해서, 우선은 에피듀럴 없이 자연출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회음부가 찢어지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낮춰보려고. 그리고 고통은 심하더라도 출산을 좀 빨리, 자궁의 수축 리듬에 따라 힘을 줘가며 수월하게 해보고자 함이었다. 자연주의를 추종하고 뭐 그런거랑은 상관없이, 내 몸이 가장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촉진

누워보라며 배를 이래저래 만져보더니 자궁의 위치와 크기가 적당하단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냐하니,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거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이틀 전 헤얼레우 병원에서 들었던 아기 심장소리를 한번 더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들은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고, 조금 옆으로 이동해 들어보니 아기 심장소리가 들렸다.

응급상황시 

응급상황시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받았다.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았고. 지금부터는 매일매일 태동을 느끼는 게 맞고, 하루라도 태동을 못느끼는 날이 있으면 그 또한 응급상황이라고.

임시 또는 최종 이름

옌스가 저글링클럽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어 공부 복습을 하다가 ‘유레카’하는 순간이 있었나보다. ‘하나’라는 이름 어떠냐고. 첫째기도 하고, 두음절 이름에다가, 덴마크에서도 쓰는 이름 (그러나 아주 흔하지는 않은) 이며, 약간은 이국적이기도 한 이름이라고 한다. Hanne면 완전히 덴마크 이름인데 Hannah면 약간 이국적인 스펠링이라, 검은 머리 아기일 우리애에게 적당한 이름이라며. 또한 ‘한’이라는 글자가 한글, 한국을 뜻하기도 하니 아주 적합하지 않냐한다. 나도 매우 공감하며, 우선 이 이름으로 아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간 부른 ‘아기’라는 태명이, 실제 덴마크 이름 (Aggi) 으로 존재한다. 이 사람은 평생 아기.)

내 생각에 아마 태명이 아니라 정말 이름이 될 것 같다. 🙂

앞으로 11월에 또 산파를 만나서 그때는 임신중독증 및 임신성 당뇨 등을 검사하게 될텐데, 그 때는 내 배가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목요일이 또 거의 다 지나가며 주말이 되는구나.

두번째 초음파 검사 – It’s a girl!

두번째 초음파 검사가 예정되었던 오늘. 수업이 12시에 끝나는데 초음파는 1시 15분에 잡혀있었다. 수업이 5분 늦게 끝나서 열차 타고 버스 갈아타면 오히려 빙 돌아가 늦을 거 같은 위기감에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끊임없이 미세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가다보니 40분 걸리는 길이 엄청 힘들더라.

만 21주를 딱 채운 그저께부터 좀 늦게나마 태동도 느끼기 시작했기에 태아가 잘 크고 있을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2차 발달검사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여러가지 신체적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니 긴장이 조금 되었다. 그리고 성별도 확인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에.

옌스와 1시 5분에 진단실 앞에서 만나 기다렸는데, 의외로 오래 걸려서 1시 35분이 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반차를 냈지만, 2시와 3시에 회의가 있어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던 옌스는, 3시 회의는 놓치면 안된다고 초조해하면서 왜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냐며 조바심을 냈다. 이번에도 우리 이름 안부르면 물어보자고 했는데, 우습게도 바로 우리 차례였다.

소노그래퍼와 악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무엇을 검사할 지 등을 듣고 의자위에 앉았다. 바르게 앉아있는 아기. 태반이 자궁 앞쪽벽에 붙어있어 이게 쿠션역할을 하는 탓에 태동을 남보다 늦게 느낄 거고 약하게 느낄거라 알려줬다. 그러나 자궁경부로부터는 충분히 떨어져있어 안전한 곳에 착상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늦게 느꼈구나 싶었다.

40분에 걸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여기저기 샅샅이 검사하고 보여주었다. 중간에 아기가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데 잘 안바꿔줘서 좀 걸어다니고 배를 흔들어보라더라. 초음파 젤이 바지에 뭍지말라고 배에 수건을 하나 껴둔 상태로 걷고, 한발로 뛰기도 하고, 허리를 숙였다 폈다가, 배를 양옆으로 흔드는 등의 생 쇼를 한 뒤에 다시 자리에 가 앉았더니 애가 자세를 바꿨다. 애가 아직까지는 말을 잘 듣는다는 소노그래퍼 말이 웃겼다. 앞으로 내 말 안들을 날이 얼마나 많을지를 예고하는 징표같다고나 할까.

눈, 코, 입 위치, 척추뼈 개수, 심장 움직임과 생김새, 뇌 발달, 혈류, 내장장기, 뼈 발달상황, 등등 다양한 것을 보더니 모든 것이 정상이고, 체중은 398그램이니 임신 주차에 맞게 찰 크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무게를 아냐니까, 두개골과 허벅지 뼈, 기타 신체 둘레 등을 입력하면 체중이 계산되어 나온단다. 회귀분석으로 모델링을 하는 듯) 임신 초기에 빠졌던 4킬로가 이제야 거의 다 회복이 되었는데, 필요한 영양분 다 엄마 몸에서 빼다가 잘 크고 있으니 앞으로 잘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임신 6~14주차의 8주간만 아니면 임신으로 크게 고생한 것도 없고 아주 잘 지내고 있기에 엄마 고생시키지 않고 쑥쑥 잘 커주는 아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머리 생긴거 보는데, 옌스를 닮아서 그러는지 머리가 앞뒤로 확연히 긴 짱구머리다. 난 전형적 한국인 얼굴이라 앞뒤가 짧은데. 코도 오똑한 것 같고. 이 점은 성공한 듯.

성별을 보려는데 다리로 얼마나 가리는지. 잘 못느끼던 태동을 팍팍 느끼게 해주며 초음파 검사에 항의하던 아기가 결국 자신의 private한 곳을 보여주었는데, 보여준 결과는 딸. 소노그래퍼가 딸이 shy한 것 같다길래, 아무래도 좀 privacy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답을 해주었다. 하하하. 난 사실 뭐래도 상관없어했기에 딱히 더 기쁘거나 실망할 일 자체가 없어서 덤덤했는데, 옌스는 아들을 조금 더 원한다고 했기에 어땠을런지. “딸이라도 축구는 같이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니 소노그래퍼가 웃는다. 그래도 옌스가 미니 해인이 나올 거라며 기뻐해주었다.

정상적이라 3차 초음파는 안봐도 된다고 해서 출산 전까지 아기를 만날 일은 더이상은 없다. 좀 아쉽기까지 하네. 고령출산이라 3차도 보나 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흠흠.

옌스는 시부모님께 안부인사를 전하고, 나는 집에 와서 페이스타임으로 집에 연락을 했는데, 모두 기뻐해주셨다. 이제 이름 정하기 작업이 한결 수월해지겠다. 남자 이름은 리스트에서 지우고 여자 이름을 정해봐야지.

얼굴은 앞으로 19주 뒤에 보자, 아기야! 그 전엔 이름도 지어줄게. 😉

뇌가 토할 것 같은 하루

오늘은 명상이 필요한 날이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30분의 시간동안 ‘inhale’, ‘exhale’을 되뇌이며 페달을 밟았다. 무엇을 하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을 무심히 두면 명상이 된다는 티벳 승려의 인터뷰를 마침 본 탓이다.

오후 수업은 Applied General Equilibrium Analysis. 작년엔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했다던데, 해당 과정을 담당했던 교수가 다른 곳에 취직을 하면서 교수진과 함꼐 과정 내용도 바뀌었다. 올해는 Input-Output model에 기반한 Quantity model을 가르친단다. 덴마크의 National 및 Regional Accounts Data를 기반으로 지역경제학 + 생산경제학을 배운다. 환경경제학에서 어떤 한 산업의 생산을 늘릴 경우 그로 인한 영향이 다른 지역으로 어떻게 확산되는 지 등에 활용한다고 해서 배워두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솔직히 재미는 정말 없다. 수학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은 선형모델을 이용하는데, 그 모델이 구축된 배경을 이해하고 이 모델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교수의 단조로운 목소리도 그렇고 쉬운 컨셉과 어려운 컨셉 할 것 없이 단조로운 속도로 빠르게 진도를 빼는 것이 고역이다. 간혹 이해가 안되서 질문을 해도 그 설명이 참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이 지난 2주간 차곡차곡 쌓여 오늘은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았다. 뇌가 더이상 이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나 할까. 수업이 끝나고 속이 안좋은 기분마저 들었다.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토하는 것 같은 기분.

안그래도 Political Ecology의 철학적이고 긴 텍스트를 읽고 그룹 프로젝트를 매주 준비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 수업마저.

집에 온 옌스가 집에 오자마자 스트레스 받은 내 상태를 눈치채고 괜찮냐고 물어본다. 읽을 거리와 수업으로 스트레스 너무 받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8주간 더 가야하는데, 벌써 이런 기분이 들면 어쩌나. 일체유심조라는데 자꾸 싫다는 생각이 들면 더 싫어져서 힘들 거 같아 자전거 통학길 마지막 순간에는 ‘다른 여러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거야. 감사한 마음으로 읽자.’라고 되뇌이며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고자 노력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부를 하기 싫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라 봐야한다.

취침 전까지 남은 네시간,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우선 하루살이 인생으로라도 버텨봐야지. 아자아자!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멀리 한국에서 출장온 대학교 후배와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점심 먹고 후배가 가져다준 바나나킥을 먹을 때까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는데… 오늘 오후가 참 힘들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