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냉장고가 너무 작아서, 마땅한 김치 보장 용기나 스테인레스 대야 등이 없어서 한포기짜리 김치나 깍두기 등을 한손에 꼽을 만한 회수로 담가먹었을 뿐 덴마크에 와서 제대로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작은 냉동고를 따로 사고, 기존의 작은 냉장/냉동 겸용고를 아주 손톱만큼 조금 더 높아진 냉장고로 바꾸면서 조금이나마 공간에 여유가 생겨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이케아에 유리로 된 용기가 크고 납작한 것으로 있길래 그걸 사두었고, 아마존에서 적당히 큰 스테인레스 대야와 채반도 샀다. 마지막으로 무와 배추, 찹쌀가루를 사다가 김치를 담갔다.
기억했던 것보다 일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물론 프로세스가 길어서 일상의 다른 일정들과 잘 조율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 있긴 했지만 부엌도 예전 아파트보다 훨씬 크고 여유가 있어서 일이 수월했다.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풀을 조금 더 걸죽하게 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배추 절이는 것을 조금 덜 절였어야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요리가 그렇듯이 여러번 해봐야 나만의 레시피가 나오는 것이라 앞으로 꾸준히 해봐야 하겠다. 사먹는 김치가 맛이 갈수록 별로인 것 같아서 담근건데, 생각해보면 가격도 엄청 차이나고… 이래서 자꾸만 집에서 해먹는게 늘어나나보다. 엄마가 해주시던 것 같은 시원한 맛이 날까? 신선한 새우젖 같은게 안들어가서 그렇지 못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사먹는 것보다는 맛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옛날에 먹었던 김치 맛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