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 전통 (a.k.a. 크리스마스 전통)

12월 1일이 되기 전 집안을 크리스마스에 맞게 장식했다. 정확히 말하면 Jul. 예수 탄신인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중세에 기독교의 색깔이 덭칠해진 덴마크의 오랜 전통인 율, 동지 축제를 기념하는 것이다. 그래서 덴마크어로 보면 예수 탄신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지붕 밑 다락, 숲속 등에 사는 요정같은 Nisse이 전통의 핵심을 차지한다.

올해는 진짜 나무대신 가짜 나무를 사기로 했다. 나무를 매년 자르는 것이 좋지 않다는 하나의 의견에 따라 우리도 편하게 가짜 트리로 옮겨탔는데, 가짜를 할 거면 정말 가짜같은 것을 사야한다는 옌스의 의견과 그도 괜찮다는 하나의 의견을 수렴해 분홍색으로 주문했다.

집에는 문틀, 창틀, 선반 등에 장식을 했고, 작년에 이어 손수 리스를 만들어 집 앞을 장식했다.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짚으로 만들어진 틀에 작식을 꽂는 것으로 바꿔봤는데,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아이와 사슬고리를 만들어 창틀에도 달았고, 캘린더 촛대 장식도 만들어서 여기에 매일 불도 붙이며 율레휘게 (julehygge)를 내보고 있다.

굳이 안해도 된다 하고 하지 않던 것을 아이가 생기면서 하게 된다. 덴마크 사람들은 전통이라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게 어디서 내려온 전통을 중시한다기 보다는 우리만의 전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가 좀 크면서 보니 아이들은 어떤 반복적인 것을 좋아하더라. 써프라이즈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런 써프라이즈 마저도 한번 너무 좋았으면 다음에 또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뭔가 좋아하는 것을 그 시기에 다시금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예측 가능한 즐거움을 좋아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작년에 했던 똑같은 것들을 또 하고 싶어서 기다리게 되고. 그 중 하나는 바로 이 율레퓐트 (julepynt)다

격변의 시대에 자라왔던 나는 그 전통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이를 간소화하자 이런 움직임을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들었기에 전통이 가지는 부담에 초점을 두고 커왔다. 그래서 나에게 그냥 일상 생활 속 전통은 갈수록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것 같다. 해외에서 살면서 더욱 그래왔는데, 아이가 그런 전통을 좋아하고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어하고 싶어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이에 동원되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전통의 행사와 그 뒷정리에 익숙해지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어둡고 칙칙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함도 있고. 율과 신년을 지내는 기간 만큼은 이 어둡고 긴 겨울도 따뜻하고 밟게 느껴지니까.

아이와 율레베이(julebag)라고 율 기간에 먹을 과자를 굽는 것도, 율레퓐트를 만드는 것도 다 휘글리하게 느껴진다. 율레개우(julegave), 즉 선물은 아이에게만 주고 우리끼리는 주고 받지 않는데, 선물 사는 일만 제외하면 포장하는 것부터 다양한 전통들이 나름 기대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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