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 합쳐 한시간 반이 빠지니까 하루에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정신없이 문을 나서느라 느끼지 못했던 몸의 신호도 조금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클라이밍을 좀 힘들게 하고 온 다음날이면 오른쪽 승모근 아래가 약간 뻐근하다. 힘들거나 무서운 구간에서 팔꿈치를 들고 용을 써서 생기는 일이다. 늘어난 상태에서 힘을 써서 생긴 근육통은 스트레칭이 아니라 반대로 약간 수축을 해줘서 풀어야 한다. Theraband를 양손으로 댕겨 잡고 몸 앞에서 뒤로 보냈다가 반대로 되돌리는 동작을 몇번 하면 뭉쳤던 부위가 좀 풀린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발레바를 잡고 스트레칭을 한다. 창밖의 풍경을 천천히 스치듯 응시하면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낮의 기온은 높은데 밤 기온은 떨어지니 집 앞 들판에 낮게 안개가 낀다. 눈높이의 안개 위로는 깨끗한 초록과 그 위의 하늘이 어우러져서 마치 산 정상에 올라 구름 위를 보는 것 같다. 잠시 창문을 열어보니 차가운 습이 들어온다. 반바지를 잎은 다리 위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문을 열어두고 스트레칭을 이어간다. 몸이 구석구석 부드러워진 것 같으면 발레바와 Theraband를 주섬주섬 치우고 가방을 꺼내들어 거실을 업무공간으로 바꾼다. 랩톱을 키면 팬 소리가 작게 윙 하고 들린다. 쇼팽의 노래로 팬소음을 덮고 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오늘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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