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동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살아왔다. 그게 마음의 병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런 사람이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은데, 남들이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할텐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면 나에게 척을 지지 않을까,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서 진가를 보여줘야지, 내가 무시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해 줄 거야, 등과 같은 형태로 내 마음에 짐을 지워주고 독이 되게끔 하는 생각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참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었구나.

내가 이런 말을 할 때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어디까지 물어봐도 될까? 상대의 말을 깊게 듣고 그 뒤에 할 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는 답을 어떻게 해야할까를 더 고민하느라 듣는 것을 소홀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했다.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고였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대한 생각은 떨치고, 지금 내가 뭘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나라는 사람은 그냥 나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뭔가 궤변같으면서도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거나, 모순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간간히 하곤 했는데, 나를 정의하려 하지 말고 나는 내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 행동하고, 그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면 또 그걸 수정해서 행동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기로 하니 뭔가 이상적인 잣대나 엄격한 잣대로 나 뿐 아니라 타인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일도 떨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다시금 스물스물 돌아오려하면 그걸 알아차리고 다시금 그런 생각을 내려놓는 방법도 배웠다.

타인의 평가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 평가를 내 존재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행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방법도 배웠다.

여러가지로 나에게 자유를 선사한 심리상담에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이를 권유한 옌스에게도 고맙고…

가면증후군, nervous breakdown, 심리상담

나의 능력은 타인의 기대만큼 미치지 못한다, 내 동료들은 나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이상으로 평가한다, 사실 다른 이들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동료들이 알아채면 나는 배척당할 것 같다, 타인이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줘도 그것은 그냥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함인 것 같고, 그 말을 하는 속내에는 크게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을 하고자 할 수록 그 내 머릿 속 타인의 기대와 내 능력의 괴리에 생각이 미쳐 불안감이 커져 집중을 하기 어려워지고, 또 그러다보니 그 불안이 더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여름휴가와 각자 다른 재택근무의 날로 내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던 어느날 도저히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고 breakdown이 찾아왔다. 회사를 관두고 뭔가 지적인 능력을 덜 써도 되고 사람과의 교류가 더 많은 일을 찾아야할 것 같다고 느낀 바로 그날이었다. 옌스는 지난 번 직장을 관둔것과 같은 패턴이라고 느끼고, 회사를 관두는 일을 하기 전에 심리상담을 해보라고 권했다. 

주 1회 하고 있는 상담은 이번주면 네번째 상담인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 무의식적 사고의 흐름을 읽어내고 어떤 점을 시도해 이를 바꿀 것인지 보는 인지행동요법인데 이에 따라 행동한 지난 3주간 마음이 크게 편해졌다. 상사와 동료와도 내 상황을 공유하고, 상사가 상담가와 통화를 통해 진행상황을 공유하며 진행되고 있어 일관성있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내 이야기를 공유하며  나뿐 아니라 비슷한 이유로 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있거나 받았던 경험을 가진 동료들도 있다는 점,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은 나만이 갖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 등을 느꼈다. 

사실 그냥 원칙적인 이야기로만 두고 보면 크게 마음이 와닿지 않았을 이야기인데, 내 상황을 기술하고 그에 맞춰 내 마음의 소리를 인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방법에 대해 듣다보니 마음에 쏙 와닿는다. 비용이 비싸 처음엔 망설였지만, 회사를 관두는 것도 고민했던 마당에, 관뒀으면 받지 못했을 급여를 생각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지나고 보니 직전 직장에서 관뒀을 때 심리상담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 그 사이에 얻은 일도 많고 는 것도 많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다가 공황/우울 상태로 넘어가기 직전이면 관두는 패턴을 이제라도 알아차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