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3주 하나

내일은 학부모면담이 있는 날이다. 아침 8시에 하나를 등원시키고 나는 면담까지 하고 돌아오면 된다. 옌스는 자기가 주재하는 외부전문가 미팅이 있어 새벽같이 나가는 터라 나 혼자 가야한다. 월요일에 리허설까지 다녀온 거니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내용도 재미있어보이긴 했는데…

요즘 하나는 엄청 말이 늘고 있고, 요즘은 말을 가려해야지 (물론 딱히 가려할 건 없긴 하지만.) 듣는 걸 그대로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 선생님들이 초콜렛케이크 (쇼콜렐케이) 를 이야기하자마다 쇼콜렐… 쇼콜케이..하면서 따라했다며 긴 음절도 빠르게 따라한다며 놀랍다고 했다. 보육원에서 몇개월 차이나는 큰 애들도 많은데 가장 말을 잘하는 아이라고 하니 언어재능이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자기가 말한 단어를 못알아 듣는 것 같으면 한국어에서 덴마크어로 바꿔 말하고. 선생님들도 하나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겠는 거 같으면 한국어려니 미루어 짐작을 하고 그게 틀렸다고 하지 않고 덴마크어로 표현하게끔 도와주는 게 좋다. 

키를 재보지는 않았지만 바지들이 급속히 짧아지고 신발들도 사이즈를 바꿔줘야 하고 언뜻 봐서도 커진 느낌이니 꽤 큰 것 같다.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만 들고다니더니 다른 인형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강아지 인형 (훈이)에게 다른 인형을 소개시켜주고 대화를 시키기 시작했다. 돼지를 꿀이라고 부른다. 돼지가 뭐라고 말하냐 하면 꿀꿀 하는데, 그 소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훈이에게는 기저귀를 채우기 시작했고, 보육원에서도 인형 밑에 방석을 깔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씽크대 장난감에 아기를 데려가 엉덩이 씻긴다는 거 보면 세면대에서 내가 엉덩이 씻겨주는 습관을 그대로 옮기고 있어서 깜짝 놀랬다. 

보육원 아이와 선생님 이름을 노래를 부르며 연습하는 걸 좋아하며, 밖에 나가면 낙엽을 하늘로 뿌리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길을 건널 떈, 하나, 둘, 셋을 덴마크어로 세고 누! (지금) 이렇게 외치면 후다닥 건넌다. 보행신호가 엄청 짧아서 어른도 서둘러 걸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왜 애들이 이 신호에 뛰는 연습을 했는지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요즘은 좋아하는 옷들이 생겼다. 옷 고르고 있으면 옆에 와서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이런게 있다. 주로 동물이나 꽃 같은게 그려있거나 달린 옷이다. 그래서 오늘은 사이즈 큰 양말 사 올 때 동물이 그려져 있는 걸 열심히 찾아서 사왔다. H&M에서. 하나가 엄청 좋아하더라. 

하나 엄청 웃긴건 오페라를 매우 좋아한다는 거다. 다른 음악 틀면 오페라로 바꾸라고 한다. 그 특유의 발성을 알아챈 게 놀랍다.

아. 피곤하다. 얼른 정리하고 자야겠다. 오늘 여기저기 엄청 돌아다녔더니 커피를 사발로 들이켰음에도 피곤하네. 화요일밖에 안되었는데 곧 주말이어야할 것만 같다…

거울방이 이제는 무섭지 않아요!
역시 오페라야. 플라시도밍고가 역시 좋구만.
소세지빵을 즐기며 집으로 가는 유모차안에서 훈이와
기저귀를 찬 훈이
친구들과 기차로 15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숲에 나들이를 나선 나비그룹 아이들
엘리자벳 선생님 찍어주신 하나 독사진. 너무 귀엽다!

21개월의 하나

하나는 이제 만 21개월이 조금 넘었다. 두돌까지 세달도 채 남지 않았다니, 세월이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는구나. 보육원에서 부모와의 첫 면담이 좀 늦어졌지만 곧 시간을 잡는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요즘 부쩍 사회성이 늘어가는 것 같아서 그걸 지켜보는 게 즐거운데 내가 보는 일과 시간 밖의 하나에 대해 차분히 앉아 이야기할 시간을 갖는 게 참 기대된다.

하나는 보육원에서 가장 말을 잘하는 애 중 하나라고 한다. 이중 언어인 아이는 말이 늦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예전 친구의 아이에게 본 것처럼 하나에게서도 확인한다. 보육원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선생님이 이야기하기를, 물론 개인차이는 있지만 아이에게 언어 인풋을 많이 늘리면 이중 언어라도 늦게 말을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충분한 언어 인풋을 주었는지는 내 주관적인 경험이니 알 수 없지만, 유아 언어 없이 애가 알아듣든 말든 어려서부터 많이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고 아이의 옹알이때부터 섀도잉을 포함해 아이의 말에 피드백을 열심히 해주었다. 그리고 하나는 말을 어찌나 열심히 연습하는지. 저렇게 끊임없이 연습하니 말이 늘지 싶을만큼 집요하다.

신체적으로는 키는 표준인 거 같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고. 몸도 딱 표준. 몸을 쓰는 건 참 열심히인데, 선생님들 표현으로는 작은 스파이더맨이란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까지 몸을 제법 사리는 편이면서도 자기 딴에 검증이 된 것에 대해서는 겁이 없다.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져서도 피곤한 시간이 아니면 아주 아프기 전엔 아프다고 징징거리거나 울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 막 기고 어디 잡고 일어서고 할 때부터 덴마크 엄마들이 하는 것처럼 하려던 건, 아주 위험한 게 아니면 넘어지고 부딪힐 기회를 주고 그런 일이 있고 난 후엔 상황을 차분한 얼굴로 얼른 판단한 후 필요 이상으로 과잉 반응하지 않고 괜찮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털고 일어나게 해줬다. 애들은 어떤 수준의 통증에 대해 얼마만큼 울어야 하는지를 엄마의 표정을 통해서 배우고 거기에 기준점을 잡는다고 들었는데, 하나의 기질 탓이 크겠지만 하여간 하나는 그런 면에서 참 강한 아이로 큰 것 같다.

내가 데릴러 가면 절대 그냥 옷을 입는 법이 없어서 보육원에 앉아 같이 거의 20분씩 놀다 오다보니 그 떄 남아있는 애들과 같이 노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는데 아이들과는 제법 같이 놀이를 즐긴다. 우리가 집에서 하나에게 Goddag, goddag하면서 악수를 자주 시키는데, 요즘 간혹 우리에게 Goddag, goddag하면서 손을 잡아 흔들고 하더니, 보육원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그렇는 걸 봤다. Norma라고 하나보다 생일이 며칠 늦은 여자애가 있는데, 걔한테 그러고 Dagmar라는 다른 큰 여자애에게도 가서 또 그러더라. 그러니 Norma도 Dagmar에게 가서 똑같이 하고, 나에게 와서도 그러는 거였다. 공도 같이 던지고, 춤도 같이 추고. 어느 날은 Norma에게 가서 자기 모자와 자켓을 가리키며, “모자”, “자켓” 이러는 거다. 한국말로. Norma가 그런 하나를 보다가 나를 보더니 뭔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짓는다. 또 여기저기 애들한테 뛰어다니며 한명한명 짚어가며 이름을 불른다. 나에게 가르쳐주듯. 선생님 왈, 하나는 보육원 애들 모두의 이름을 다 알고 이름 외우는 거 좋아해서 새 아이가 들어오면 그 날부로 바로 이름을 외운다고 한다. 집에서 하도 연습을 해 나도 애들 이름 상당수를 알 정도니 말 다했다.

하나는 새로운 일에 너무나 즐거워하는 즐거운 아이란다. 별거 아닌 거에도 엄청 크게 웃고 즐거워하고 노래에 즐겁게 춤을 추는 흥이 많은 아이. 호기심도 엄청 많고 보육원 생활 태도도 좋다고 한다. 여태까지는 참 잘 커준 것 같다.

둘째는 없다라고 할 만큼 충분히 힘들었던 시간이지만, 둘째가 하나같이만 건강하고 씩씩하고 이쁘게 커준다면 둘도 낳고 싶을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보장은 전혀 없고 애들은 형제라도 너무나 다른 인격체일 것임을 알기에 둘째는 갖지 않을 거다. 그런 만큼 지나가는 이 시기가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매 순간이 소중하다. 하나를 키우면서 나도 엄청 큰다.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에 맞춰 대응하려고 하고 인내심을 키우게 되는 등 말이다. 아이라면 참 싫어했던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나 싶을만큼. 내 아이가 이쁜 만큼 다른 집 아이도 이뻐지고.

아기였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아기라는 말은 붙일 수가 없을만큼 큰 하나. 어느새 이렇게 컸누. 지금은 내가 안아주겠냐고 물어보면 멀리 있다가도 확 뛰어와서 안아주고 내가 볼이 떨어져나갈 듯이 뽀뽀를 해주면 까르르 뒤집어지며 웃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허벅지와 종아리를 마사지해주면 간지러워 몸을 이리 굼실 저리 굼실 하며 배를 잡으며 웃고, 내가 하는 이런 저런 유치한 장난들 좋다며 또 해달라며 수십번이고 조르지만 이게 언제까지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 같다는 표현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야 와닿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렴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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