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결산

2016년이 하루밤 사이에 작년으로 바뀌어버렸다. 인간이 임의로 나눈 시간의 단위일 뿐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작년을 결산해보자면 임신이라는 이벤트 외엔 큰 일이 없었던 한 해였다. 2015년엔 결혼, 2017년엔 출산이란 정말 큰 이벤트들이 있지만, 2016년은 2017년의 출산으로 향하는 중간과정 같은 기분이라 내 몸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을지언정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올해 한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좋고 안좋았던 일을 결산해 새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간 그렇게 새해를 맞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가족은 모르겠지만, 우리집에서는 새해는 지나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았었기 때문이다.

  • 학업
    • 대학원
      • 상반기 정말 열심히 하고 하반기 설렁설렁하게 했다. 아무래도 어려운 과목일 수록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다. 이해가 안되면 더 파고 들게 되고, 좀 이해가 되면 설렁설렁하게 되는 것은 내 전형적 행동양태이다. 장점을 개발하고 단점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그러면 어려운 것만 하면서 골머리를 섞어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편한 길을 택하려 할 수록 삶에 대한 회의가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한 지적 도전이 필요하다.
      •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논문 쓰기 시작할건데, 그 전까지 데이터수집 및 관련 이론 공부를 육아와 병행해야 한다. 확 나태해짐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도 필요하다. 계량경제학 리프레시가 필요한데, 애가 태어나서 초반에 모유 수유 등으로 꼼짝없이 묶여있을 때 유튜브 강의 등을 보면서 수동적인 방식으로나마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림질 같은 큰 두뇌회전이 필요없는 노동을 할 때 주로 쓰는 방식인데, 모유 수유 및 애 재우는 타이밍에 유용할 것 같다.
    • 덴마크어
      • 학원을 그만두면서부터 신문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늘리게 되었다. 듣기와 말하기가 비약적으로 많이 늘기는 했지만, 내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실수를 체계적으로 고치는 일은 하지 않아서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시간을 정해서 문법 공부를 다시 하고, 작문을 하고 옌스에게 교정을 받으면서 정교함을 다져야겠다. 신문, 텔레비전 등의 노출은 꾸준히 늘리고, 어휘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외우도록 해야겠다.
    • 한국어
      • 옌스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일이 포함된다. 하나에게 말할 때 찬찬히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어휘를 자주 적어줘야겠다. 옌스의 첫번째 책과 리스트 등을 조합해 이야기를 써주기로 했는데, 이 또한 꾸준히 해줘야겠다. 내 일에 우선순위로 밀려 해준다고 하고 올 해는 아직 이 태스크를 완수하지 못했다. 아이, 미안해라.
  • 가정
    • 청소
      • 집안 관리를 좀 더 잘 해야겠다. 하나가 이것 저것 물고 빨 거라 어른들 살던 정도로 청소해갖고는 충분하지가 않을 것 같다. 청소의 빈도를 늘려야겠다. 애 빨레에 애보기까지 정신이 없긴 하겠지만, 좀 정신이 나게 해놓고 살아야지, 안그렇고서는 진짜 삶이 혼미해질 것 같다.
    • 파트너십
      • 옌스와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지만, 앞으로 육아와 집안살림, 공부, 회사일, 취미생활, 체력단련 등 두 명의 개인 생활을 잘 섞어서 하려다보면 여러가지 이해가 충돌되는 일도 생길 것이고, 조율할 일도 많을 것이다. 서로 어떻게 해야할 지 미리 상의도 해보긴 했지만, 애가 생기고 맞닥뜨리고 보면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어 다시 플랜을 짜야한다 싶은 때도 많을텐데, 이런 어려움을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은 표현하는 만큼 는다는데 (연구결과로도 그렇단다.) 그런 어려운 순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앞으로 보낼 시간들을 더 행복하게 채워갈 수 있길 바란다.

다른 것들도 있지만 이것들이 가장 메인이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의 관계 등도 있고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면 될 일인 듯 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새로운 가족이 태어날 격변의 2017년을 맞이하여 좀 더 체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