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17개월 발달사항

요즘 하나가 사용하는 단어가 많이 늘고 있다. 우선 Nej만 쓰던 것에서 벗어나 Ja도 적극적으로 쓴다. 뭔가를 원할 때 주세요나 giv mig 같은 표현을 쓰기 어려우니, 고개를 강력히 끄덕이면서 ja를 반복하면 그게 맞다거나 달라는 뜻이다.

요즘 다른 애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다른 애들이 노는 곳에 가서 같이 노는 것 같다. 데릴러 가서 하나에게 왔음을 알리기 전에 몰래 지켜보다보면 다른 애들이랑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행동을 따라하기도 하고 같이 어린 아이용 시소를 타기도 한다. 멀쩡히 가만히 있는 애에게 다가가서 옷을 당기거나 밀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다른 애들 이름에 관심을 부쩍 갖는다. 내가 아는 애들이야 주로 나와 비슷하거나 늦은 시간에 픽업하러 오는 부모를 두는 애들인데, 발음이야 미숙하지만 그 애들 이름은 내가 이해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 애들과 친해서 그런지 그 아이들 이름을 주로 연습한다. 어쩌면 내가 그 애들 이름을 주로 언급한 걸 듣고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애스거를 애꺼로, 앨마를 앨마와 앨나의 중간 발음으로, 앤톤, 요샌, 크리스치애이너 등등 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아무튼 비슷하게 흉내낸다. 선생님들도 나도 알아듣고 있으니 말이다.

사물에 두가지 이름이 있다는 걸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엄마와 아빠가 같은 사물을 두고 다른 이름을 말하는 걸 이해하고 두가지 단어를 다 사용한다. 물론 덴마크어가 더 우위를 차지하는 건 분명하다. 신발은 스꼬, 양말은 껌퍼 (스트룀퍼의 룀이 굄과 비슷하게 들려서 그렇게 발음한다.) 와 양말, 빵은 빵과 꾈 (브뢸의 뢸이 꾈과 비슷하게 들린다.), 물은 맨(밴)… 아니 이제는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단어를 말한다. 애가 말이 통하기 시작하니 애도 수월하고 우리도 수월하다.

다양한 새를 보고 구분해서 내가 알려준 소리들로 꼬꼬꼬, 구구구, 까악까악, 삐삐삐, 꽉꽉꽉, 이런 소리를 내는 것도 놀랍다.

계단은 혼자 옆에 바를 잡고 오르내리고를 하고 미끄럼틀을 혼자 탄지는 벌써 몇달이 되었다. 요즘은 트렘폴린에서 몸을 튀기다가 손잡이를 잡고 뛰는 동작을 아주 미세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팔과 배의 힘이 좋아져서 얼마 안있어 아기침대를 기어오를 것 같다. 침대의 한면을 곧 열어야 할 것 같다. 자칫하면 떨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밤중 수유를 15개월 좀 넘어서까지 했으니 좀 길게 했다. 밤중 수유를 끊는데는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그러고나니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7시부터 다음날 5시반-6시반 정도까지 쭉 잔다. 요즘 6시 반에 가까운 시간으로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 늦어진 것 같다. 보육원에서의 낮잠은 1시간 반으로 거의 패턴이 정해진 것 같다. 아직 집에서는 주말에 오전, 오후 두번 낮잠을 자지만 말이다.

어느새 애가 이렇게 컸을까? 사람들이 애를 낳고 키우는 건 힘든 일이지만 행복하다더니만 그게 뭔 이야긴지 겪고나니 알게 되었다. 매일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옌스와 하나가 믿을 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하며 맞장구를 치는데 이런 팔불출들이 따로 없다. 8월에 부모님이 오셔서 2주동안 하나와 바짝 같이 지내시고 가시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하나가 또 새롭게 잘 기억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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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가장 좋아하는 훈이(Hundi)를 데리고 달려가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