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의 휴가

휴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첫주의 시작은 집안 페인트칠로 땀을 빼는 육체노동이었지만 둘째주에는 시댁에서 먹고, 쉬고, 자고, 하나와 화끈하게 놀아주는 가족의 시간이었다. 마지막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나와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으면서도 우리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인이 된 후 이렇게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본 적이 없다. 아니 그보다 일찍으로 시간을 돌려 중학생이 된 이후 이렇게 3주의 시간을 연속으로 여유롭게 보내본 적이 있던가.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나는 모양이다. 다소 긴 시간 쉰 탓에 돌아갈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3주간의 여름휴가라는 게 아주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무섭게 크고 있고 한마디로 경이롭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이다. 애를 일반적으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다른 애들도 좋아하게 되고, 다른 부모들이 애들 자랑하는 걸 이해하지 못해하던 내가 그게 너무나 이해가 되고 애들의 성장 하나하나가 너무나 놀랍게 느껴진다. 기적같은 것이라 할까. 애들이 뛰어노는 혼돈의 상황이 평화로 느껴지게 바뀌는 기적. 관계의 축이 바뀌고 관심의 초점이 바뀐다.

이번 휴가는 그런 하나와 살갑게 부대끼는 그런 기간이다. 육아 초기, 사회생활이 없어지는 변화 속에 나의 시간을 간절히 그리워했다면, 그리고 육아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가장 힘든 시기가 지난 지금, 아이가 너무 이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이제 다시 가을 한국 방문휴가를 가질 때까지, 연말 연시 연휴를 맞이할 때까지 하나와의 집중적인 시간은 미뤄둘 수 밖에 없지만, 그 때를 기다리며 일상을 열심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내 사랑 하나

논문 중간 진행상황 및 여름 휴가

Theory와 variable construction description 파트를 쓰면서 꽤나 오랜 시간을 쓴 탓에 기가 엄청 빨렸다고 할까? 과연 8월 6일까지 최종본을 제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다행히 하나가 여름이라고 아픈 날이 줄어들어 주중에 쉬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다가 느리더라도 꾸역꾸역 쓰던 게 결합되면서 속도가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덕분에 Results section을 거의 썼고, 내일부터 결과를 theory에 쓴 것에 비추어 discussion을 쓰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열흘 전에 theory 부분을 중심으로 1차 드래프트를 제출했고 금요일까지 우선 중요한 내용은 최대한 다 써서 2차 draft를 낸 후 코멘트를 받아 최종본은 8월 6일에 제출하면 된다.

시험 일정 컨펌으로 교수의 연락을 받았는데, 이론 부분은 way above average이고 더이상 개선할 만한 사항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 섹션만 조금 더 클리어하게 쓰면 좋겠다고 했으니 이건 2차 draft 제출 후에 수정 보면 될 것 같다. 교수의 기대수준을 잘 모르겠었는데, theory가 무사히 통과를 했으니 나머지는 그냥 쓰는 대로 쓰면 될 것 같다는 결론이다. 이제 23000 단어를 썼으니 지난번 불평했던 일주일 전보다 4400단어를 더 썼다. 수식도 별로 없고 그래프도 그릴 게 없는데다가 source가 덕지덕지 붙는 파트도 아니라 속도가 나는 모양이다. Econometric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이론을 실무를 통해 익히는 연습도 겸하는 탓에 재미도 있다. 간혹 계수분석을 위해 오랫동안 손을 또 놓고 있던 선형대수를 살짝 다시 접하는 재미도 있달까?

다음주엔 가족 여름휴가로 시댁이 있는 보언홀름에 간다. 시부모님은 별장에 가 있기를 원하시는데, 난 일하려면 도서관에 가야해서 주로 시댁 아파트에 머물다가 하루정도나 별장에 다녀올 것 같다. 목표는 2차 draft 제출 후 2주 이내에 editing만 남기고 다 쓰는 것이다. 그래야 교수 코멘트도 반영하고, 최종 점검도 할테니까.

시험은 대충 22일로 잡힐 것 같다. 교수가 컨펌을 다시 해주기로 했으니. 최초에 교수가 제안한 날짜와 시간은 그 많고 많은 날 중 딱 컨퍼런스 내 발표시간에서 1시간 뒤였다. 거리가 물리적으로 멀어서 완전히 불가능한 탓에 날을 다시 조정하기로 했는데, 아마 그대로 확정될 것 같다. 다행히 부모님이 참석하실 수 있는 기간에 잡힐 것 같다. 디펜스 22일에 컨퍼런스 23-24일 참석이라니… 완벽한 일정이라고 해야하나 어쩌나. 22일 저녁엔 친구와 피아노 콘서트 참석 일정도 있는데… 이 주간은 엄청나게 바쁠 것 같다.

교수는 컨퍼런스에 논문을 내보라고 해놓고 자기가 못가게 되었다면서 다른 동료가 내 논문 발표할 때 잘 듣고 질문도 하라고 해두겠단다. 그래야 웰컴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편한 기분으로 발표할 수 있을거라면서 논문 내용에 관심 있을 사람 많으니까 편하게 발표하란다. 이런 세심한 코멘트에서 느껴지는 배려에 참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나이가 같은 교수인데, 참 좋고 스마트한 사람인 것 같다.

으쌰으쌰하고 차분히 하나하나 해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