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소비자청 2차면접 후기

경쟁소비자국이라고 번역하고 보니 부처의 한 국단위인 것 같이 들려서 생각을 해보니 청이 보다 적합한 번역인 것 같다. 경쟁소비자청. 

전문직이나 매니저급의 경우는 2차면접을 보는 게 흔하다고 한다. 사기업에 경우 1차에서 개인이 해당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보고 2차에서 전문성을 평가하고 케이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정부부처는 1차에서 업무능력과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를 직속상사와 같이 일할 동료가 함께 평가하고 2차에서 인적성 검사를 토대로 HR 전문가가 참석해서 인적성을 심층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차 면접 보기전 엄청 많은 정부부처의 채용 프로세스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는데, 큰 편차가 없었다.) 내가 본 경쟁소비자청도 1차에서 5명을 봤다고 했는데, 2차는 몇명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대충 1~2명을 두고 2차를 본다고 한다. 최소 2명은 두고 면접을 봤을 거 같은게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여러가지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차선의 후보자와 협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기 때문이다. 기존에 덴마크에너지협회에서 내가 차선의 후보였던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경쟁소비자청은 People Test Logik이라는 적성검사를 보았다. 덴마크 회사라는데 알고보니 미리 내 모국어나 가장 편한 제2외국어를 알려줬으면 그 언어로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적성검사를 덴마크어로 봐서 내가 문제 푸는 속도가 떨어졌는데, 다행히 그 와중에도 자기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적성검사 평균보다 상위로 나왔다고 한다. 난 미리 낮게 나왔을 적성검사 결과를 디펜스하려고 (언어문제 때문이라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니 적성검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안도했던지. 분야별로는 언어능력이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덴마크어의 문제였기 때문에 설명이 되서 다행이었다. 적성검사는 크게 이야기나눌 것 없이 넘어갔다.

진짜 챌린지는 인성검사를 토대로 한 면접이었다. 동기부여, 노력, 협업, 업무스타일과 신뢰성 이렇게 네가지 분야로 크게 나눠져서 결과가 리포트 되었는데, 어렵고 챌린징한 일에는 집중하고 동기부여가 강한데 쉽고 루틴한 업무에서는 동기부여가 어렵고 노력을 덜할 성향으로 나와서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협업에서 느린 동료에 대한 인내심이 평균 이하로 나와서 가상 상황을 주고 이럴 때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HR 전문가는 이런 사람은 리더가 끊임없이 챌린징한 업무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리더에게도 챌린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더가 난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꾸역꾸역 열심히 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꼼꼼함에서는 평균 이하로 나왔는데, 그걸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꼼꼼함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따라서 장기간 이에 트레이닝이 되었기 때문에 성향은 그래도 꼼꼼함이 충분히 있다고 답변했다.  

끊임없이 내가 못알아 듣는 거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덴마크어의 부족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덜 수 있었다. 속담 등 덴마크 사람 아니면 잘 모를 표현을 즐겨 쓰고 덴마크어를 열심히 하고 생활속에서 항상 쓰도록 한 옌스 덕에 덴마크어가 이젠 더이상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덴마크어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그런 와중 이런 세심한 배려가 환영받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

업무는 내 이력에 맞춰서, 만약 내가 채용된다면 공고에 나왔던 내용보다 내 프로필에 맞춰서 바꿔준다고 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데 예감이 사실 좋았다. 나를 고용하면 어떤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자체가 나를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를 1층으로 마중해준 동료대표가 “다음에 너를 다시 보기를 고대할께.”라고 말하는데, 거기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 낮잠을 청해도 잘 잠이 안와 간신히 잠에 들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합격했다는 통보. 나에게 잡오퍼를 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는 상사의 말해, 나야말로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서 진짜 기쁘다고 하면서 기쁘게 화답했다. 이에 상사가 오히려 놀래면서 기쁘다고 하더라.

이제 1월 3일까지 남은 5주동안 연말 잘 즐기며 덴마크어 시험보고 가족행사 준비하고 참여하고 하면 된다. 그간 찐 살도 좀 정리하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면서 항상 운이 많이 따라줬지만,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일이 이렇게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덴마크에 와서 남편을 만난 것부터, 회사 관두고, 대학원 진학하고, 하나 낳고, 논문쓰고, 취직하기까지 그냥 물 흐르듯이 다 이뤄졌으니 말이다. 

덴마크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력서 쓰는 거나 지원서 쓰는 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이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도움을 받은 것이 있듯 나도 나눠야 그런 게 또 돌아올테니까 말이다.

혹시나 누군가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신 후기, 병원 방문 단상

임신 중기 이후, 굳이 심박이 느껴지는 곳에 손가락을 올리지 않아도 심박수를 셀 수 있게 되었다. 심박의 강도가 세졌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간혹 그 심장의 박동이 불편하게 느껴지면서 호흡이 불편해지고 오심이 날 때가 있다. 심박수는 대충 80과 90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으니 특별히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난번 방문 이후로 의사가 좀 이상하다 싶은 건 오라고 했기에 예약을 잡고 병원을 방문했다.

심박이 불규칙한 건 아니고 규칙적인데 불편한 정도로, 어렸을 때 별다른 심장 질환이 없었다면, 지금 검사한 정도로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잠시 누워보라고 할 때 한 다리를 먼저 얹고 다른 다리를 끓어올리는데, 사흘 전부터 다시 시작된 치골통에 약간 신음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니까 의사가 그렇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한다. 양 다리를 벌렸다가 오므리는 활동은 치골통이 있는 경우 이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니 반드시 두 다리를 모아서 동시에 움직이라고 한다. 또한 잘 때 다리 사이에 베게를 끼우고 자라길래, 그건 이미 하고 있다고 답했다.

출산 후 몇 주 안에 없어지는 통증인데,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정 힘들면 파노딜같은 진통제를 먹으란다. 다 그렇게 한다고. 그런데 이런 치골통이 임신후기에 느껴지는 건 서서히 아이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골반뼈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때문이라며 몸이 출산에 준비하는 신호이니 좋은 거라며 위로해준다. 오늘 치골과 그 반대편 허리아래편이 아프던데, 이제 서서히 준비하는 거로구나 싶으니 빨리 이런저런 출산 준비를 마무리해야겠다 싶었다.

다음 주말 크리스마스엔 시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가구 움직이고 하는 거 도와주시겠단다. 난 이제 무거운 거 들면 조산할 수 있어서 안된다며. 칠순이 넘으신 시아버지가 괜히 힘쓰시다가 아파지시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 차라리 옌스 친구를 부르는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한데, 도와주신다니까 우선 알겠다고 말씀은 드렸다.

배가 급격히 나오고 있다. 물론 이틀간 연이은 크리스마스 디너에 변비가 겹쳐 배가 더 나온 것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도 이미 배가 좀 급격히 나왔었다. 11월 하순 이후로 체중은 더이상 안늘고 있는 것 같다. 거의 한달 정도 되었는데. 아무래도 조금만 많이 먹어도 배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냥 임신 전과 다를 것 없이 먹게되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 그 기간중 애는 1킬로는 늘었을텐데, 내 몸에서 1킬로 정도가 빠진 모양이다.

나와 예정일이 같나, 하루차이인가 하는 지인은 양수가 부족해서 37주에 유도분만이든 뭐든 해서 애를 낳을 거 같다고 한다. 여기에선 딱히 양수를 검사하는 건 아닌데, 촉진을 통해서 자궁 크기와 아기 크기를 판단하니까, 그 두 개가 정상이면 양수도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이제 이번주 수요일이면 모유수유 교육이 있다. 그게 끝나면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3주의 부모준비교실이 끝나는데, 사실 안가도 출산하고 수유하면서 배우게 되겠지만, 미리 알아두면 우리가 뭘 아는지 모르는지를 알 수 있게 되서 조금 더 준비하기 수월해지는 것 같다. 또 책에 써있지 않지만 우리가 궁금해하는 병원의 프랙티스에 대해서는 따로 질문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다른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질의응답을 통해 들으면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어서도 좋다.

이제 6주도 채 안남았는데, 크리스마스 명절에, 프로젝트 제출 및 시험도 있고 하니 정신없이 지내다가 덜렁 애를 낳을 것 같다. 시간이 어찌나 쏜살같이 흘러가는지. 오늘 병원에서 내 진료차례를 기다리며 여러 꼬마 아기들을 많이 봤는데, 저게 내 미래구나 싶어 새삼 두근거렸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