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1일

화를 표현하는 방법

집에서 화난다고 문을 닫는 사람도 없고, 보육원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문을 닫을 수 있는 여건도 아닌데, 화나면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는 건 어디에서 배웠을까? 기분이 상했을 때 혼자있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걸까? 그렇다고 아무도 방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 방문 밖으로 나오는 걸 보면,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누가 보듬어달라고 대놓고 항의하는 걸까? 혹시나 후자일까봐 얼른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을 닫고 나가라고 냅다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그냥 복합적인 마음인 것 같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 또 누가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얽히고 섥힌. 거기에다가 요즘흔 한 술 더 떠서 화가 난 순간 저리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우리도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타이밍에는 말 또는 행동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엄포를 놓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행동하면 무시작전으로 일관을 한다. 그러면 제풀에 지쳐 방 밖으로 나온다. 화가 심하게 났거나,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우리가 못하게 한 경우에는, 나와서 소리를 또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자기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행동을 한 번 더 하기도 하지만 – 그러면 같은 사이클을 반복한다 – 그 밖에는 아무일이 없던 척 하거나 안아달라고 와서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기도 한다. 화해를 하러 우리에게 접근을 해오는 경우 알아서 굽히고 들어와 사과를 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는 우리도 왜 잘못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사과를 요구하며, 사과를 해 오면 이를 받은 후 꼭 안아줘 화해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준다. 그러면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또는 더 과장해서 좋은 일이 있었는 냥으로 신난 태도를 한다. 사랑스러운 녀석.

양치질이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자기가 거부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강제적인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꼭 양치질을 하고야 만다는 것을 알고, 또 그 경험이 유쾌한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는 조금 수월해졌다. 강제집행(?)의 단계로 가기 직전에 항복을 하면서. 이럴 때 보면 많은 게 쉬워졌다. 그렇지만 육아 선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해 준 것이, 애가 크면 육체적으로는 덜 힘들고,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다는 것이었기에, 또 앞으로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된다.

아이가 크니 일상이 또 바뀐다. – 플레이데이트

오늘은 하나 유치원 친구의 엄마가 하나를 함께 데리고 집에 가서 놀리고 저녁도 먹인다고 했다. 이제 대충 격주로 금요일마다 하는 행사가 되었는데, 그러면 남편과 나도 우리끼리 외식도 하고 오붓하게 산책도 할 수 있어서 흥이 넘친다. 언제 이렇게 컸는가 하는 생각에. 그리고 애를 데릴러 가서 아이 친구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며 친교도 나누면서 인맥도 넓어지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애의 친한 친구 숫자가 늘어나면서 유치원 밖에서의 친교를 나누고 싶어하는 숫자도 늘어나니 좀 복잡하기도 하고, 애의 사회적 활동이 우리 가족활동에서 차지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피곤해지는 단점이 있다. 정말 요즘 너무 바쁘다. 일과 집안일, 내 사회활동과 부부, 가족간 사회활동, 아이의 친교활동 등으로 달력이 꽉꽉 차간다.

예전에는 내가 항상 우선이었는데, 애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 일이 밀리기 시작한다. 그런 엄마들을 예전엔 존경하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지금 내가 그렇게 바뀌어 있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이런게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싶기도 하다. 뭔가 대단한 희생이 아니라, 애가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바뀌는 변화. 그래도 나를 잃지는 말아야지. 애는 15년만 있으면 독립해 나갈테니 그 때 나도 나만의 것을 갖고 있어야 그 빈 자리를 너무 큰 상실감 없이 채울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