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스포츠 클라이밍

상체 근력이 약한 관계로 오버행 벽에서는 수직벽에 비해 난이도를 한단계 내려 타도 고생을 한다. 클린하게 한번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엔 아무리 시도해도 못해 포기했던 벽을 오늘은 두번의 휴식을 포함해 완등했다. 다음의 목표는 휴식을 한번으로 줄이는 거다. 아예 쉬지 않는 목표는 너무 거창한 거 같고.

벽을 타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파트너가 바뀌게 되는데 – 파트너가 멀리 이사를 간다거나,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등반 시간대를 옮긴가거나 – 그런 때를 대비해 새로운 인물과 기분을 열심히 쌓아두어야 한다. 왠지 혼자인 듯 한데 실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에 있다? 혼자 왔냐 묻고 파트너가 있는지 물은다음 없다, 상대도 누군가를 찾는다 이러면 바로 작업들어간다. 같이 타보겠냐고.

그렇게 만난 체코인 파트너와 클라이밍을 하고 탈의실에서 짐 챙기는 중 홍콩인을 만났다. 왠지 나를 흘끗흘끗 보는데, 말 거려나? 생각하며 손을 씻는데 입술에 묻은 초크가 너무 무서워서 실소가 터진다. 입술에 하얗게 자주 초크 바르고 다니게 되서 거울 보다가 깜짝 놀래곤 한다고 말의 물꼬를 텄다. 그러자 자기도 종종 그런다면서 나 리드 벽타는 거 구경했다는거다. 쉬다가 리드 타는 거 봤는데 잘 하더라, 하면서.

덴마크 온 지 두달 된 학생인데 파트너가 없어 혼자 클라이밍을 한다고 하길래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친구랑은 또 다르지만 클라이밍이 은근히 소셜한 스포츠라서 이렇게 사람 만나는 재미가 또 있다. 벽 위에서는 혼자의 싸움같지만, 또 그 안전을 도모해주고 내려와서 담소를 나누고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데에서 꽤나 소셜한 취미이다.

오늘 힘든 루트 두개 했더니 팔이 후들후들… 힘드네…

실내암벽타기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제한조치가 해제된 이른 봄부터 다시 벽을 타기 시작했으니 대충 반년 쯤 벽을 탄 것 같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 많으면 서너번도 탔다. 잡생각 따위는 자리잡을 새 없이 한 걸음씩 올라가는 것이 내 성향에 정말 잘 맞는다. 손의 피부가 거칠어지고 손가락 마디마디와 발가락, 손 발 여기저기에 생기는 굳은 살은 안타깝지만, 사실 크게 상관은 없다. 안느는 거 같은데 천천히 늘고, 어제까지 반밖에 못올라가던 루트를 그보다 몇미터 더 올라가고, 완등하고, 중간에 실패없이 완등을 할 수 있게 되고, 기존에는 생각도 못했던 루트를 올라가게 되고, 기존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오를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강해지게 된다.

클라이밍 자체도 좋지만, 소셜라이징 측면에서도 클라이밍 경험은 긍정적이다. 낯선 사람과 만나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을 크게 즐겨하지 않지만, 벽을 타는 공간에서는 사람들과 대화를 조금 더 쉽게 나눌 수 있다. 어제만 해도 나의 클라이밍 파트너가 일찍 암장을 떠나야 하는 관계로 홀로 남게 되었는데, 딱 봐도 나처럼 혼자서 벽을 타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말을 걸었다. 암장을 새로이 바꾼 체코 대학원생이었는데, 수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벽을 타고 내려와서 바톤 터치를 하고 장비를 교대하는 타이밍이면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아도 장비를 교대할때마다 대화를 하면 그 또한 제법 시간이 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뭘 공부하는지, 언제부터 등반을 했는지부터 가벼운 사생활까지도. 때로는 잘 모르는 사이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에서는 털어놓기 어려운 일도 가벼운 주제처럼 털어놓을 수 있기도 하고, 생사를 서로의 손에 맡기고 서로의 등반을 응원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유대감과 친밀감이 빠르게 생기게 된다.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암벽타기와 발레 모두를 잠시 중단했다가 암벽등반에 먼저 복귀한지 두주째인데, 발도 천천히 좋아지고 해서 언제 발레에 복귀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발레를 줄이고 나니 내가 너무 바쁘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발레를 일주일에 한번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발레를 한동안 확 쉴까 하는 마음도 드는데, 옌스는 취미를 몇개는 가져 두는 것이 지금과 같이 뭔 일이 있어서 하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해서 – 그 말이 맞기도 하고 – 고민이다. 우선 발레는 를르베 상태로 오래 균형을 잡고 서있으면서도 발가락에 통증이 없을 때까지는 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