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낀 출근길. 그 아름다움

아침 출근길, 이제는 집에서 나오는 길이 어둡지 않다. 항상 그렇듯 변화는 순식간에 온다. 출근길이 밝아지기 시작하면 여름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2월인데 무슨 여름이냐고?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겨울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르는 여름에 대한 사랑. 어두워지는 계절부터는 초를 그렇게 켜대고 1월말부터 2월초에 순이 돋아올라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겨울꽃부터 시작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사소한 것을 발견하고 기념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기나긴 겨울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가을부터 봄까지는 습하기 때문에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안개가 자주 낀다.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있지만 시야는 어느정도 확보되어 위험하지 않게 운전할 수 있는 날의 출퇴근길은 특별하다. 뭔가 그 사이로 들어가면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랄까.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한 탓에 평원을 가로지르는 긴 지방도로를 따라 운전을 하는데 밭과 숲이 어러진 길을 따라 가며 자세히 보이지 않는 건물과 지형지물의 실루엣과 색을 보니 갑자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름답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문득 그게 특별히 아름다웠음을 인식하는 순간이랄까?

우리의 뇌가 익숙한 건 너무 당연하게 느끼게 만들어서 항상 보고 다니는 길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어려운데, 오랫만에 보는 밝지만 안개가 낀 길을 보자니 문득 그 익숙함 속의 낯섦을 일깨웠던 것 같다. 지방이전한 기관에 다니다보니 출퇴근길 사람과 부대끼지 않고 다닐 수 있는게 새삼 감사해진다. 애가 없이 도시생활 열심히 하고 싶었을 젊은 시절에 여기를 다녔으면 다른 생각을 했겠지. 적당한 때에 적당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좋구나.

5월의 출근길

바쁜 아침 출근길.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빠른 날이면 국도를 선택한다. 요며칠 봄이 정말 완연하게 왔음을 실감한다. 연초록의 잎이 앙상했던 나뭇가지를 촘촘히 메우기 시작해 보송보송함이 사방에 느껴지기 시작할때면 출근길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인간이 하나의 동물임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내 몸과 감정이 함께 일렁이는 것을 느낄 때이다. 봄바람이 분다.

차를 내리는데 회사를 둘러싼 숲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내린다. 살짝 차갑지만 몸이 움추러들지 않을 정도의 차가움. 그래서 폐부의 깊숙한 곳까지 상쾌함을 느끼고 싶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큰 숨을 들이키고 있음을 발견하고 주변을 둘러보게된다.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바쁜 일상에 눈길조차 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고 관찰한다. 못봤던 의자, 표지판, 화분이 보인다.

오월이다. 일년의 삼분지일이 지났다. 어느새. 8개월이 남았다 생각하면 많이 남은 것 같은데, 삼분지 일이 지나갔다 생각했더니 일년의 큰 뭉터기가 잘려나간 기분이다. 시간은 정말 잘 지난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 아끼는 것으로 촘촘히 잘 채워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