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집을 계약했다.

일요일에 옌스가 집을 보고나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방 두개 크기가 생각보다 작은 거 빼고는 괜찮다고 하는데, 좋은 마음을 애써 절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별로였던 마음을 확 드러낸 것 같기도 하고 문자로는 정확히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전화를 했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을 보고 느낀 건 평소에 관리가 잘 된 집이라는 거였는데,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이미 매물로 올라온지 한 달이 지났던 터라 뭔가 사진에 안드러나는 하자가 있었나 했는데, 그냥 우연히 그랬던 것 같다.

지난번에 부동산 매매 트렌드를 잘 몰라서 여유있게 움직이며 집 한번 더 봐도 되냐고 물었다가 팔렸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신속하게 움직였다. 괜히 내가 한국에 있다고 기다릴 게 아닌 거 같았다. 이미 옌스가 보러갔던 날 거기에 있던 다른 사람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옌스랑 역할을 나눠 나는 변호사를 알아보고 부동산에 오퍼를 던지고, 옌스는 은행대출 사전승인을 맡았다.

일요일에 변호사를 찾아두고 월요일 오전에 은행과 변호사에 연락했다. 부동산에 일요일에 이미 연락을 해두었더니 은행 사전승인을 받아야만 매도인과 상의할 수 있다고 하더라. 빨리 접근해야 괜히 입찰 형식의 가격경쟁으로 흐르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에 집 보러가기 전부터 가격 전쟁에는 관심이 없다하며 이미 협상대상 있으면 안보겠다고 부동산에 이야기해두었기에 그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었고, 부동산에서는 사실 누가 사든 수수료수입이 엄청 크게 차이나는게 아니니 빨리 확정을 하고 싶을 터였다. 관심있는 사람이 또 있으니 빨리 추진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언질을 주었다는데, 그 내막이야 모를 일이라도 우리는 마음에 들었고 시장에 나온 가격에서 조금 더 깎고 하느라 집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오후에 이미 은행 사전승인을 받아 부동산에게 오퍼를 던졌고, 다음날 부동산은 우리의 신원 조회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5년 이상 거주해야 외국인이 부동산을 살 수 있는데, 그거야 문제될 것 없었다. 변호사는 우리가 계약서에 변호사 검토 조건부 계약을 명시하면 혹시 문제되는 요소가 있으면 그때가서 조율하면 되니 계약서상 이견이 없으면 서명을 하라고 했다. 화요일에 집과 관련한 일련의 문서를 다 받고 수요일, 오늘 오전에 계약서를 받아 낮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바로 오후에 상대도 서명을 했다.

변호사가 관련 문서를 다 검토하고 난 후 다음주 월요일에 변호사와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거기에서 문제가 없으면 계약금 치르고, 집 상태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집소유주 변경 보험 가입하고, 나중에 잔금 치르고 5월 1일부로 열쇠를 넘겨받게된다. 우선 그 사이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지 몰라 둘다 후딱 다운페이할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후딱 팔았다. 장이 좋아서 주식도 눈깜짝할 새에 팔리고…

딱히 집을 수리할 건 아니라서 페인트칠 하고 바닥 좀 갈고 청소 싹 하고 들어가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 나올 집도 페인트칠 하고 청소 싹 하고 나와야겠지만… 5월이면 4개월인데, 귀국해서 자가격리도 좀 하고, 하나 유치원 대기도 걸고 집 가구 배치도 고민하고 하다보면 후딱 시간은 갈 것 같다.

첫 집을 이렇게 보지도 않고 계약해서 얼떨떨하고 현실감 없지만, 둘 다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을, 너무나 매끄러운 과정을 통해, 아무런 갈등 없이 계약했다는 점에서 기쁘구나. 이제 집 계약이 아무런 문제없이 매매로 이어지기만을 바라고, 그게 되면 하나에게 말하는 일만이 남았다. 다 마무리 잘되길…